〈 15화 〉 마왕 벨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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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념에서 빠져나와 레이놀드를 바라 보았다. 그는 이미 역사 수업을 시작하고 있었기에 집중했다.
"15000년 전 마왕이 최초로 나온 시대, 역사 하면 그때의 시대를 빼 놓을 수 는 없겠죠, 그 시기에는 마왕이 최초로 탄생했습니다. 엘프, 수인, 드워프, 인간 등은 마왕이 얼마나 강한지 몰랐죠. 그래서 그들은 큰 실수를 했습니다. 마왕을 딱히 토벌하지 않고, 방치한 것 입니다. 방치된 마왕은 점점 더 세를 불려가며 강해졌고 결국 지상의 절반이 마왕에게 점령 당했습니다. 모두가 마왕의 강함에 당황하고 있을때 최초의 용사 하이에르가 나왔죠. 그는 여러 종족을 돌아다니며 가장 강한 이들을 동료로 모았습니다. 엘프 나라의 공주이자 보우 그랜드 마스터 엘리스, 수인 왕 카리알, 대 마법사 크리스, 성녀 세리엘이 용사 파티의 동료 였죠, 그들은 2년에 걸쳐 마족을 처단하고 마침내 마왕과 만났습니다. 3일 밤낮의 전투 끝에 결국 마왕은 죽고, 평화가 찾아온 것이지요.
그 사건은 나도 알고 있다. 마왕성에서 고서로 분류되어 한 번 읽어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마왕성에서는 역사가 달랐다. 하이에르의 용사 파티는 확실히 강했다. 그들은 수 없이 많은 마족을 토벌하고 인류들을 지켜낸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사실은 마왕과 싸웠을 때 다.
그들은 수 없이 많은 마물과 마족을 토벌하고 마침내 마왕과 만났다. 마왕의 이름은 벨라크. 마왕의 특징인 흑발과 적안을 가지고 있는 미남자 였다. 최초의 용사가 강한 만큼 아무런 방해 없이 성장한 최초의 마왕은 너무나도 강했다. 그들은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 3일 밤낮으로 싸웠지만 결국 이길 수 없었고 그들은 성검을 매개체로 마왕을 봉인했던거로 기억한다. 그거 봉인 돼 있는 곳은 마왕성 가장 깊숙한 곳에 있었는데, 나도 한 번 가봤다.
그곳에는 끔찍한 마기가 숨쉬듯이 흘러 나왔고, 봉인은 수 많은 세월 동안 착실히 약해져 얼마 안 지나면 봉인이 깨질 것만 같이 되어 있었다. 그때의 나는 지금과 비교될 정도로 강하기에 마왕이 언제 나올까 봉인의 강도와 흘러나오는 마기 등을 분석했을 때 아무런 요소의 개입 없이 3년 정도면 봉인이 풀리는 정도 였다.
그 끔찍한 신화 시대의 괴물이 봉인을 풀고 나와 깽판을 치는 모습은 상상만 했는데도 아찔하다. 아무리 역사가 승자의 전유물이라지만 적어도 마왕을 봉인 시킨 것은 알려야 하는 거 아닌가? 그것으로 인해 인간을 비롯해 엘프, 수인, 드워프들은 최초의 마왕 벨라크가 죽은 줄로만 알고 있다. 마왕 벨라크의 강함은 내가 잘 안다. 그는 여태까지의 마왕과는 차원이 다르다. 당장 전 마왕인 내 아버지와 비교해도 그 마왕은 못해도 20배 이상은 강하다. 전대 마왕은 그리 약한 편도 아니고 오히려 평균보다 살짝 강한 정도 였는데도 말이다.
한마디로 햇 병아리 용사가 상대할 정도가 아니란 말이다. 그 강하다던 최초의 용사 파티도 봉인을 시키는 것에서 그쳤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내가 직접 아카데미로 온 것이다. 용사 파티를 성장 시키기 위해, 그 누구보다 강한 용사 파티를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지금 시대의 용사 파티의 후보자들이 엄청나게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안다. 그들의 재능은 최초의 용사 파티에도 버금간다고 하니 확실히 그들은 강하다. 하지만 수 없이 많은 세월이 흐르고 마왕 벨라크는 봉인 속에서 힘을 길렀다.
그래서 그의 힘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만약 이 녀석을 막지 못한다면 세상은 멸망할 거라고, 나와 똑같이 사고하고 판단하는 그들은 마족들에게 짐승 취급도 받지 못하고 노예가 될 것이다. 수 없이 많은 생명이 죽어나가 피가 강을 이루고 살이 대지를 이룰 것이고, 모든 세상이 마욍의 지배 아래 처참하게 착취 될 것이다.
아무리 내가 그 어떠한 마왕보다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설령 벨라크의 재능보다 내 재능이 더 뛰어 나다고 해도, 나는 너무 어리다. 고작해야 17살이 무슨 15000살 먹은 신화 시대의 괴물을 이기겠는가? 세월이 부족하다. 그렇게 고민하는 와중에 7악이 반란을 일으키고, 날 이렇게 여자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자가 된것을 이용했다. 검은 머리칼과 붉은 눈은 마왕의 상징이지만 여태 까지의 마왕들은 모두 남자였기에, 아카데미에 들어가도 의심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예상은 들어 맞았는지 그들은 검은 머리칼과 붉은 눈의 날 보고도 마왕이라고 생각 하지 못했다. 하긴 나 같아도 마왕이 여자라는 것은 믿기 힘들긴 하다. 아무튼 어떻게 해야 고민하고 있는데, 용사 파티가 생각 난 것이다. 거기에서 나는 해답을 찾았다. 내가 죽이지 못한다면, 용사 파티를 키워 함께 죽이는 것이다. 하여튼 그래서 지금 내가 아카데미에 있는 것이다. 상념에 빠져 있을 때 레이놀드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 여러분들은 알고 계시나 모르겠군요, 교단에서 신탁이 내려왔습니다. '3년뒤 거대한 악이 봉인에서 풀려나니, 그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 그렇지 않으면 인류는 끝이리라' 라는 신탁이였습니다. 아무래도 거대한 악은 마왕 이겠죠? 그런데 거대한 악이라고 표현한게 이상하긴 하군요. 여태까지 신탁을 통해 마왕이 나왔다는 계시는 많이 받았지만, 한 번도 거대한 악이라고 불린 적은 없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막지 못하면 멸망이라니 그건 참 당연한 말인데 말이죠."
확실하군. 그의 말을 들으며 나는 확신했다. 3년뒤 마왕 벨라크가 봉인에서 풀려날 것이라고. 그리고 그가 풀려나고 막지 못하면 인류는 멸망하리라는 것을 말이다. 레이놀드는 이 사항을 의아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다. 그야 마왕이 이기면 인류가 위험한건 똑같기 때문이다. 실제로 용사 파티가 마왕에게 진적이 있었는데, 그때 매우 위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마왕이 용사 파티를 이겼다고는 해도, 각국의 연합을 막을 수는 없었기에 인류는 악착같이 버티다가 다음대 용사 파티가 마왕을 토벌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만약 용사 파티가 패배한다면 인류 전체가 연합을 하더라도 마왕 벨라크를 막을 수는 없다. 그들의 군대는 벨라크의 손짓 한 번에 쓸려나가고 적어도 기사정도의 경지가 아니라면 벨라크를 쳐다보기만 해도 죽음에 이를 것이다. 말 그대로 막지 못한다면 인류는 마왕의 지배하에 노예가 된다.
현재 인류는 마왕 벨라크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 그야 역사를 왜곡해 마왕을 봉인 한게 아니라, 토벌 했다고 쓰였기 때문이다. 만약 역사에 제대로 표기 되었다면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일까? 인류는 지금 저 신탁이 얼마나 무거운 일을 의미하는지 모르고 있다. 그저 평범한 마왕이겠거니 하고 방심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지금 내가 그들을 설득하기에는 늦었다.
마왕 벨라크의 존재를 내가 어떻게 알리겠는가? 뭐 마왕성에 쳐들어가서 봉인을 보고 왔다고 말할까? 마왕성에 있는 역사 책을 들고 와야겠는가? 불가능하다. 나를 마족으로 여겨 죽이지 않으면 다행히겠지. 그래서 나는 용사 파티를 성장 시킬 것이다. 이른바 용사 파티 육성 계획인 것이다. 음음.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니 레이놀드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것 외에도 또 하나의 신탁이 있답니다. 바로 카이란 아카데미에서 용사가 나온다는 것 입니다."
그의 말에 교실이 술렁거렸다. 그야 용사가 자신이 다니고 있는 아카데미에서 나온다는데 흥분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그들의 눈에는 욕망이 가득 차 있었는데, 자신이 성검을 받아 찬양 받는 상상을 한 모양이다. 저런 이들은 안봐도 글러 먹었다. 저들은 그저 용사의 이름만 중요시 하지 용사가 해야만 하는 업은 생각지도 못하는 것이다. 용사는 여신이 직접 점지해준다. 그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용사가 나온다는 신탁이 나오면 교단의 깊숙하고 가장 신성한 곳에 성검이 떨어진다. 나타난 성검은 교단에 깊숙이 박혀 그것을 뽑는 자가 마왕을 처리할 용사가 되는 것이다.
여신도 신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생각이라는게 있으니, 설마 얼간이를 뽑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유망주중에 나오겠지? 나는 그들 중에 누가 용사가 될까 고민했다.
'일단 용사는 성검을 사용하니까.. 검을 사용하지 않는 유망주는 제외해야겠지, 그럼 마법만 사용하는 아리샤, 레이나, 스텔라, 아를레아는 제외. 분명 밀리나는 강하지만 마물이기 때문에 역시 제외. 마찬가지로 나도 누구보다 강하긴 하지만 마왕있으니 제외. 그렇게 소거법을 쓰고나면 라이온, 벨리엘, 루데나가 남는다. 그들 중 누가 용사가 될까?
확실히 그건 판단하기 어려웠다. 아직 내가 그들을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성검이라는 것은 뽑고 나면 자신의 손에 걸맞은 무기로 변하기 때문에 단검을 사용하는 루데나도 괜찮을 것이기에 더더욱 고민 된다. 용사는 마왕을 죽이기 위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용사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내가 누군가를 집중적으로 키워야 할지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나는 기왕이면 라이온이 용사가 되면 좋겠다.
덩치도 크고 뚝심있기 때문에 가르칠 수 있다면, 두드려 패가면서 가르칠 수 있으니까, 가르치기에는 편할 것이다. 음음. 라이온이 용사되면 패면서 가르쳐야지. 살벌한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니 레이놀드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지금 누가 성검을 뽑아 용사가 될지를 정하게 될겁니다. 모두 짐싸서 교단으로 갈 준비를 하십시요."
그의 말에 교실이 더더욱 술렁 거렸다. 아니 나도 상상도 못했다. 용사가 나온다는 신탁을 들려준것에 예상은 했지만 바로 확인하러 가다니 말이다. 생도들은 당황하면서도 기대감과 설렘을 가지고 교단에 갈 준비를 했다. 나는 딱히 짐이 없기에 그냥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레이나가 옆에서 말을 걸었다.
"피나, 너는 누가 용사가 될거 같아?"
"글쎄, 아마도 라이온, 벨리엘, 루데나 중에 용사가 나오지 않을까? 가장 강하다는 유망주들 중에서 검을 쓰는 이들은 그들 밖에 없잖아."
"그래? 나는 피나가 용사가 될거 같은데."
"아하, 내가 용사가 되다니, 그런 아이러니도 없을 거 같은데?"
"왜? 피나는 강하잖아. 용사가 될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글쎄..?"
나는 볼을 긁적이며 고개를 돌렸다. 아니 마왕이라서 용사가 될 수 없다고는 할 수 없잖아. 그에 나는 밀리나에게 고개를 돌려 질문을 떠 넘겼다.
"밀리나, 너는 누가 용사가 될거 같아?"
"글쎄, 피아나가 되지 않을까?"
"역시 그렇지?!"
밀리나의 말에 레이나가 흥분하며 동의했다. 아니 밀리나 너는 내가 마왕이라는 거 알잖아 어떻게 용사가 되냐.. 나는 밀리나에게 속삭였다.
'아니 밀리나, 내가 마왕인데 어떻게 용사가 돼?'
'후후, 저도 알고 있어요. 장난인걸요. 하지만 마왕님 말고는 용사가 될만한 인재가 되기에는 아쉽긴 해요.'
'왜? 그들의 재능은 여태까지 나왔던 어떤 용사보다 뛰어난 걸?'
'그야 마왕님이 너무 압도적이잖아요.'
'그렇긴 한데..'
'뭐, 저도 마왕님이 용사가 될거라고는 생각 안 하고 있지만요.'
내가 밀리나와 속삭이자 레이나가 입술을 내밀고 삐졌다는 티를 팍팍 냈지만 어쩔 수 있나. 내가 마왕이라서 용사가 될 수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입술을 내밀고 있는 레이나의 모습은 그 나이대의 소녀 같아 귀여워서 무심코 손을 들어 레이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레이나의 머리를 쓰다듬자 레이나는 당황한 표정을 하더니 얼굴을 붉히며 더듬었다.
"뭐, 뭐,, 뭐해?!"
"아, 미안 너무 귀여워서 무심코.."
"으,으으.."
왜 저러지? 내가 쓰다듬어 준게 그렇게 싫었나..? 고개를 갸웃하며 밀리나를 바라보니 그저 우리를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으으…"
그에 레이나는 얼굴이 더욱 새빨개지더니 고개를 획 돌리고는 크게 소리쳤다.
"피나! 가, 가자 누가 용사가 되는지 확인해야지!"
레이나는 그 말을 하고는 손살같이 사라졌다. 왜 저러는 거야? 어딘가 아픈가 싶어서 밀리나에게 물어보니 밀리나는 그저 조용한 웃음을 흘렸다.
"마왕님도 참 둔하시네요.."
밀리나가 뭐라고 중얼 거리긴 했는데 너무나도 작은 소리라 나의 초월적인 감각에도 들리지 않아 고개를 갸웃했다.
"뭐라고 했어?"
"아니에요! 그럼 가죠 마왕님!"
밀리나는 고개를 젓고는 미소지으며 내게 말했다.
그래 가야지. 나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밀리나와 함께 교단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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