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화 〉 성검 뽑는 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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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챙긴 우리들은 교단으로 향했다. 교단은 아카데미와 거리가 그렇게 멀지는 않지만 또 걸어가기에는 시간이 상당히 걸리기에, 우리들은 아카데미에서 텔레포트 마법진을 제공 받아 교단으로 가기로 했다.
텔레포트 마법진은 텔레포트를 마법진에 새긴 것으로 매우 뛰어난 마법사가 아니면 시도조차 해볼 수 없다. 당장 텔레포트 마법을 쓰려면 7써클은 돼야 하는데, 제국에 7써클이 30명 정도 밖에 없으니까 얼마나 귀한지는 말을 안해도 될 것이다.
'진짜 미쳤구나, 무슨 아카데미에서 교단까지 가는데 텔레포트 마법진을 써?'
나도 텔레포트 마법진을 보고서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텔레포트 마법진 정도야 나도 만들 수는 있지만, 그건 내가 비정상적으로 강한거고, 제국에서 이런 텔레포트 마법진을 한번 사용하려면 금화가... 크흠 자세한 금액은 상상에 맞기겠다.
어쨌든 G반 학생들은 굉장히 들떠 보였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자신이 용사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고, 처음으로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볼 수 있을테니 들뜬게 이해는 간다. 다들 기대감과 설렘을 한 아름 안고서는 마법진 위에 올라갔다.
모두가 올라가자 우리를 한번 둘러본 케인이 말했다.
"모두 울렁거릴테니, 좀 참아라."
케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무릎을 꿇어 마법진에 오러를 흘려보냈다. 케인이 흘려보낸 오러가 마법진을 타고 흐르면서 점차 마법진 안에 문양이 차오르고, 마침내 마법진이 밝은 빛을 내며 우리들을 집어 삼켰다.
마치 몸이 끌어당겨지는 듯한, 부유감이 느껴지고 잠시 뒤 눈을 떠보니 우리는 교단 내부에 들어와 있었다. 하얀색 계통의 신전, 때 하나 묻지 않은 신전은 여신의 순수함을 자랑하는 것 같았고, 곧곧에 교단을 상징하는 불이 타오르는 듯한 문양이 새겨져 있어, 그 화려함을 더 하였다. 허나 그 화려함은 과하지 않고 하얀색의 신전과 잘 어울려 교단의 위세를 더 잘 나타내는 것 같았다.
"욱.. 우웨엑"
"으.. 살려줘.. 우웩"
다른 애들은 이렇게 살펴볼 정신이 없어보이지만.. 고개를 돌려 반친구들을 보니 무슨 시체들이 늘어져 있다. 텔레포트 마법진은 처음 사용하면 매우 어지럽기에, 저게 보통 반응이다. 나야 나 혼자서도 텔레포트를 슥슥 쓰니까 그 원리와 구조를 이해하고 있어, 어지럽지 않은 거지만.
그 대단한 유망주들도 텔레포트 마법진은 처음 사용하는지 다른 생도들 만큼은 아니지만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것 같았다.
"으으,, 피나 너는 괜찮아?"
"응, 나야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 할 수 있으니까."
그 말에 레이나가 무슨 괴물 보듯이 했다. 그야 당연하려나 레이나 입장에서는 검술도 잘 쓰는데, 마법까지 잘 쓰다니. 이번 유망주들이 강한건 맞지만, 그 강함의 척도가 무조건 써클은 아니다. 특히 레이나, 스텔라, 아리샤 등등. 그들은 마법사로 써의 경지가 높은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소드마스터와 비슷한 경지라는 7써클 규모의 파괴 마법을 사용하느냐면 그것은 고유능력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엄청난 재능을 가진 자 만이 가지고 있다는 교유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굳이 마법사로써 경지가 높지 않아도, 고유능력을 더 연습하여, 자신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고유 마법을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고유능려까지 가진 내가 7써클의 경지에 도달했으니 말이다.
밀리나는 어떻게 하고 있나 궁금해서 밀리나를 찾아보니 밀리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역시 지능을 가진 마물이라 이건가? 밀리나는 내 생각 이상으로 훨씬 강할지도 모르겠다. 밀리나와 눈이 마주치자 밀리나가 생긋 웃었다.
"후후, 저도 매우 강하다구요?"
"응, 확실히 내 생각보다 강하네."
잠시 시간이 흘러 점점 생도들도 정신을 차리고는 신전 내부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그 때 한 거한이 나타났다. 그 거한은 흰 머리를 뒤로 넘기고는 날카로운 눈으로 우리를 쳐다 보았다. 덩치는 어찌나 큰지 2m는 되어 보였고, 몸은 근육으로 꽉 차서, 저 팔뚝에 한대 맞으면 바로 골로 갈거 같다.
심지어 몸 곳곳에는 흉터가 가득해 말 그대로 역전의 용사 같이 생긴 사내였다. 그는 우리들을 스윽 둘러보고는 호탕하게 말했다.
"하하! 이들중에서 용사가 있단 말인가! 영광이군, 잘부탁하지 나는 교황 라이노스다."
근육질의 거한은 놀랍게도 교황이였다. 그의 말에 다들 벙찐듯 멍하니 있었다. 그야 누가 교황이 이렇게 역전 용사 같이 생겼다고 생각하겠는가? 나만 해도 그저 흰 수염을 기른 노인네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늘, 아무래도 교황은 굴곡진 인생을 살아온 거 같았다.
그는 우리들을 한명씩 눈을 마주쳤는데, 그게 마치 누군가를 찾는 것 같았다. 왜 저러지? 싶어 고개를 갸웃하고 있자니, 교황과 눈이 마주쳤다. 교황은 나를 보고는 눈을 크게 뜨더니 눈을 반짝거렸다.
뭐야. 왜 나를 보고 저렇게 눈을 반짝이는 거지?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어, 고개만 갸웃갸웃 했다. 교황은 우리들을 모두 살펴보고는 교황 특유의 호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 그럼 모두 준비는 되었겠지? 모두 나를 따라와라!"
그는 그리 말하고는 몸을 돌려 신전 내부로 향했다. 우리들도 그에 정신을 차리고는 헐레벌떡 교황을 따라갔다.
신전 내부는 매우 넓었다. 방만 해도 도대체 몇개인지, 기도실, 무기 관리실, 회개실, 성물 관리실, 치료실 등등. 그외에도 숙식, 식당 등 여러가지의 방이 수 없이 많아서 신전 내부가 얼마나 넓은지 조금이라도 알게 해주었다.
그가 우리를 데려간곳은 신전 내부의 깊숙한 곳이였다. 지하로 내려가는 순백의 계단을 타고 내려가자 우리 앞에 거대한 철문이 나타났다.
교황은 문으로 다가가더니 손바닥 모양에 손을 올리고는 신성력을 불어 넣었다. 그는 과연 교황이라는 말이 거짓이 아닌지 엄청난 양의 신성력이 문으로 들어가자 문에 흰색으로 문양이 점점 생기더니, 문양이 하얗게 빛나며 문이 열렸다. 그는 우리를 돌아보더니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환영한다. 이곳이 바로 여신의 성소다."
이곳은 예전에 여신님이 직접 강림해서 신탁을 내렸다는 곳이다. 그래서 이곳은 그 어떤 곳보다 경계가 엄중해서 일평생 여기를 들어가보기는 커녕 알지 조차 못하니, 우리가 얼마나 특별한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있다.
생도들이 내부로 들어가자, 여기저기서 감탄이 터져나왔다. 그 방의 내부는 매우 크고, 새하얗다. 곳곳에 금색으로 문양이 멋들어지게 그려져 있었고, 빛 대신 횃불을 사용하여 분위기가 살아 있었다. 그 신전 내부 정중앙에는 적당한 크기의 제단이 있었다. 무엇을 사용했는지 알 수 없는 흰색의 광물로 만들어지고 신성력을 머금어 새하얗게 빛나는 제단은 절로 사람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그 제단 위에, 딱봐도 신성해보이는 순백의 검이 박혀 있었다. 모두가 그 검을 보자 그 정체를 알아차렸다.
"그래, 너네 모두 잘 알고 있겠지만, 저게 성검이다. 성검을 뽑으면 용사의 자격을 얻게 되지. 성검을 뽑을 때는 따로 규칙을 정하지 않는다. 그냥 뽑고 싶은 사람 먼저 나와서 뽑아라."
라이노스의 말에 한 남자 생도가 거들먹거리며 오만한 표정으로 성검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하하! 내가 바로 용사가 될ㄱ.. 으악!"
그가 성검으로 향할 때 갑자기 그의 몸이 확 튕겨 나갔다. 그 모습에 라이노스가 호쾌한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참고로, 최소한의 자격이 없다면 접근조차 할 수 없으니, 그 점 잘 알고 있도록."
그의 말에 반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최소한의 자격이 없다면 접근조차 할수 없다니, 모두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도 그들은 용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싫었는지 계속 도전했지만 그 결과는 모두 실패.
성검에 다가간 사람조차 나오지 않았고, 마침내 유망주들만 남았다. 교황은 남은 우리들을 보더니 말했다.
"다음은 누가 할테냐?"
그의 말에 우리는 서로를 돌아 보았다.
"저는 기권할게요~"
밀리나가 생글생글 거리며 말했다. 하긴 마물이니까 성검에 다가가기만 해도 이상이 생기겠지. 밀리나는 고위 마물이니 성검에 다가가는 정도로는 따끔한 정도 밖에 못 느끼겠지만, 어차피 용사가 될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는거 같았다.
"저도 마찬가지로 기권할게요."
그 다음은 아를레아였다. 아를레아는 이해가 돼서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아를레아는 이미 성녀이니까, 용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 때 누군가 호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내가 가도록 하지!"
그는 라이온 이였다. 라이온은 몸을 돌리더니 당당한 발걸음으로 향했다. 모두가 라이온을 바라보며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한 생도가 소리쳤다.
"서.. 성검에 다가갔어!"
그 생도의 말대로 라이온은 최소한의 자격이 되는지 성검에서 튕겨나가지 않았다. 그 모습에 모두가 더 진한 긴장감이 흘렀다. 라이온은 성검을 보며 씨익 미소 짓고는 양손으로 성검의 손잡이를 잡고는 팔에 근육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힘차게 잡아 당겼다.
"흐랴아아아아앗!!"
거대한 기합소리와 기세와는 달리 성검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라이온은 그 성검을 보고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순식간에 표정을 고치고는 호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난 아무래도 아닌거 같군!"
음.. 라이온은 아니였나. 그러면 검을 쓰는 애들중 남은건 벨리엘과 루데나 인가. 누가 될지 기대되는 걸.
"다음은 내가 하도록 하지."
다음은 벨리엘이였다. 벨리엘은 칠흑같은 머리를 찰랑거리며 당당한 발걸음으로 성검으로 향했다. 이번에도 성검은 그를 밀어내지 않았다. 그는 심호흡을 한번하고는 손잡이를 잡고 힘을 주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힘을 주어도 성검은 뽑히지 않았다.
그는 아쉬운듯 한번 혀를 차더니 다시 돌아왔다.
'뭐지 벨리엘도 아닌가? 그럼 남은건 루데나 밖에 없는데, 용사는 루데나 였구나!'
과연 이번에는 루데나가 발걸음을 옮겼다. 이젠 당연하다는 듯이 성검은 루데나를 튕겨내지 않았고, 그녀는 진중한 표정으로 성검을 잡고는 들어올렸다. 나는 이번에는 성검이 뽑히리라 확신했다.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아무리 유망주들이라지만 성검을 사용하려면 검술에 조예가 있어야 하는게 당연하니, 강하더라도 마법을 쓰는데 용사가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서 이다. 그런데 내 예상과 달리 루데나는 성검을 뽑지 못했다.
어..어라? 나는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깨닭았다. 내가 생각하던 검사 후보가 모두 실패하다니? 그러면 이번 용사는 마법을 사용하는 마검사인가? 내가 어리둥절 하고 있을 때, 루데나가 아쉽다는 표정을 하며 돌아봤다.
나는 그 모습에 과연 누가 용사가 될지 궁금했다.
'정황상, 남은 검사는 나 하나 뿐이니 내가 용사가 돼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나는 마왕이니까.'
검을 사용하는 유망주는 나 밖에 남지 않았지만, 나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지금은 마왕이 아닌 전직 마왕이라지만, 마왕이 성검을 들다니. 그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겠는가? 그 사이에 아리샤도 검을 뽑아 봤지만 마찬가지로 실패했다.
이제 남은 것은 스텔라와 나 둘 뿐이다. 둘만 남자 나는 확신했다. 스텔라가 용사구나. 황녀 용사라니 참 특이하다 생각하고 있는데, 스텔라가 말을 걸었다.
"다음은 피아나가 하는건 어때요?"
"음, 네 알겠습니다."
나는 스텔라가 용사가 될거라는 사실을 알지만 굳이 스텔라의 말을 거절할 필요가 없었던 나는 담담하게 성검으로 향했다.
'어차피 용사가 되는 건 스텔라니까. 내가 시도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겠지만, 그냥 가볍게 뽑기만 해봐야 겠다.'
나는 마음을 정하고는 성검으로 향했다. 성검은 날 밀어 내지 않고 오히려 당기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이 착각이겠지만 말이다. 이상하게 내가 다가가니 더 빛이 나는거 같기도 하고?
성검 앞에선 나는 심호흡을 했다. 내가 용사가 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새삼스럽게 성검 앞에서니 성검의 신성한 모습을 보니 절로 긴장되었기 때문이다.
'허, 내가 계속 마왕성에 있었으면, 이게 내 복부를 뚫었을 텐데.'
사람 사는 일 참 모른다고 생각하며, 나는 성검의 손잡이를 가볍게 쥐었다. 서늘하나 감촉이 꽤나 기분이 좋고 손에 착 감겼다.
'과연, 명검이네.'
성검이라는 말이 거짓은 아닌지 여태까지 내가 잡아본 어떠한 검보다 그립감이 뛰어났다. 아직 들어보지는 않았지만 딱봐도 무게중심도 매우 완벽한 거 같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말 가볍게, 그저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들어올리듯이 가볍게 위로 잡아 올렸다.
쑤욱!
"어,, 어라??"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얼빠진 소리가 나왔다.
내 손에는 성검이 뽑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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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마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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