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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가 된 마왕님-17화 (17/35)

〈 17화 〉 난 괴물이니까.

* * *

어라..? 이럴리가 없는데?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손에 쥔 성검을 멍하니 바라 보았다. 성검은 내가 뽑아서 기쁘다는 듯 그 어떠한 때 보다 밝게 빛나 신성을 뽐내고 있었다.

'이러면 내가 뽑은게 맞는 거 같은데..'

성검은 검신을 부르르 떨며 신성을 토해내고 있었다.

내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성검이 내뿜은 신성은 점차 커지더니 내 시야를 하얗게 물들이며 날 집어 삼켰다.

***

으으..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전직 마왕인 내가 성검을 뽑았다는 어이 없는 일이 벌어지고 나서, 얼빠져 있는 사이에 성검이 날 집어 삼켰다. 라는 사실 까지 떠오른 나는 퍼뜩 정신을 차리며 몸을 일으켰다.

나는 당황한 눈으로 이곳 저곳을 두리번 거렸다.

내가 서 있는 곳에는 아무리 주변을 돌아 보아도 같은 생도나 레이나, 밀리나가 보이지 않았다. 사방은 빛으로 감싸여 있었는데, 그 빛은 매우 밝음에도 정면으로 쳐다 보아도 눈이 아프지 않았다. 바닥을 내려다보니 놀랍게도 바닥은 구름이였다!

헉! 하고 숨을 삼킨 나는 구름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 보았다. 구름은 몽실몽실 해보여서 내가 밟는 다면 쑥 빠져 버릴 것 같았는데, 실제로 밟아보니 되게 푹신푹신하고 탄력있었다. 구름을 지그시 밟았다가 살짝 떼보기도 해보고 통통 튀기도 해 보았다.

과연 구름은 그 푹신푹신 해보이는 외관은 허세가 아닌듯 밟으면 밟은대로 발이 쑤욱 들어가고, 가볍게 뛰어보니 내 몸이 통통 튀었다.

잠시 동안 그러고 있다가, 이내 이곳이 어딘지 모른다는 사실에 헛! 하고 숨을 들이키고는 정신을 차렸다.

다급히 주변을 경계하며 있으니, 쿡쿡하고 소리 죽여 웃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웃고 있는 여인을 발견하고는헛숨을 삼켰다.

그녀는 그 어떤 불순물도 끼지 않은 순백의 머리칼이 길게 늘어져 있었고, 그와 마찬가지로 정말 새하얘서 비쳐보이기라도 할거 같은 눈을 가졌다. 이목구비는 오밀조밀하고 눈, 코, 입, 눈썹, 새하얀 피부가 마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만 떼어 놓아서 모아 놓은 것만 같았는데, 그것들은 마치 처음부터 그러하듯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 서로의 미[美]를 헤치기는 커녕 더더욱 그 얼굴에 아름다움을 더하였다. 가슴은 풍만했고, 허리는 잘록하고 아름다워 도자기 같았다. 반대로 풍만한 엉덩이와 새하얀 허벅지와 긴 다리가 완벽한 S라인을 만들어 아름다운 몸매를 강조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 어떠한 생물이라도 반할 정도로 아름 다웠으며 완벽했다.

그 정도의 초월적인 미[美]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상대가 누군지 알거 같았다. 그녀는 입을 가리며 나지막히 웃고는 그 곱고 아름다운 입을 열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여신 테르시아 라고 합니다. 마왕.. 아니, 이제 용사라고 부르면 될까요? 용사님?"

그녀, 아니 여신 테르시아는 고운 미성으로 장난스럽게 말했다. 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여신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는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어째서.. 제가 용사인거죠? 혹시 선택을 잘못하셨나요?"

"아뇨, 당신은 용사가 맞습니다. 피아나님."

그녀는 그리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잇는게 열이 받았다. 그녀는 마왕의 대척점, 성녀와 용사를 직접 선택하는 여신. 당연히 그녀가 알고있는 것은 나의 상상을 능가하겠지.

그래서.

나는 화가 났다.

그녀는 분명히 날 알고 있을텐데.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그 죄악이 얼마나 심한지.

내 손으로 얼마나 많은 덧 없는 생명을 으스러트렸는지.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분명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 내가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 알고있으면서, 나라는 사람의 본질을 알고 있으면서, 그것을 전부 나에 대해 모두 알고 있을 거면서.

어째서.

내게 용사를 맡길 수 가 있지?

그녀는 내 생각을 알고 있다는 듯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자책하지 않으셔도 돼요."

아니야.

"그 일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거짓말 하지마.

"그것은 당신의 의지로 한게 아니에요."

거짓말. 그 짓을 행한건 나였어. 거부할 수 있었어. 도망칠 수 있었어. 포기할 수 있었어. 없던 일로 할 수 있었어.

하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짓을 행했어. 그저 내 마음에 이성이 사로잡혀서, 그저 내 마음에 가는대로, 그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서.

내가 저질렀어.

"아니에요. 당신은 어쩔 수 없었어요. 그 선택을 하지 않고서는 당신은 살 수 없었어요. 게다가 그 때는 어렸잖아요?"

아니야. 그만해. 더 이상.. 더 이상.. 떠오르게 하지마. 그날의 기억을 내게 강요 하지마. 억지로 참고 있었는데. 억누르고 있었는데. 분명히 마음속에서 완전히 가두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날의. 그때의 기억이 내 마음속에서 차츰차츰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 기억은 올라오면 올라 올 수록 내 마음속에 채워둔 자물쇠를 부수고는 더 빠르게, 수면위로 떠오른다.

­으.. 으악!

­사.. 살려줘!

­괴.. 괴물! 넌 괴물이야!

어째서 그런 시선으로 날 바라보는 거야. 너네들이 먼저 했잖아. 나는 그저 평화롭게 살고 싶었는데. 드디어 복수를 끝냈는데.

어째서.

어째서..

날 그렇게 괴롭히는 거야.

나는 그저 평화를 원했을 뿐인데.

내가 사냥을 나갔다가 돌아와서 본 그 광경은지옥이였다. 그날. 그를 죽이고 부상을 입어, 마을 근처에서 쓰러진 나를 보살펴 주고 제대로. 다정하게 나를 바라봐 주었는데. 나를 진짜 가족으로 바라봐 주었는데. 왜 나를 이렇게 못살게 구는거야. 왜 나는 주변 사람에게 이렇게 피해를 주는거지?

다친 나를 간호해주며 친절하게 웃어 주던 아주머니는 고통에 몸부림 치며, 비명을 지르며 죽어 갔다.

나름 호쾌하고 그 어떤 때도 긍정적이며 유쾌하던 아저씨는 세상을 원망하며 피눈물을 쏟아내며, 등에 수십개의 창이 박혀 있어도, 고통은 모른 다는 듯이 이 끔찍한 광경을 증오하며 서서히 죽어 갔다.

자신을 형이라고 부르라던 누구보다 내게 친절하고 다정한 미소를 지어주던 그는 초첨 잃은 눈으로 수십개의 칼이 몸을 찔러도, 자신의 상태조차 모르는 듯 허망한 눈빛으로 이 광경을 바라 보았다.

나를 향해 수줍게 웃어주며, 나를 친절하게 보살펴 주고 내가 곁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는듯이 밝게 웃으며 나를 기쁘게 하던 그 얼굴은 복부에 칼이 관통당한 채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

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 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 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

날. [어째서?] 이렇게. [왜.] 괴롭게. [어째서?] 하는거야? [어째서?] 왜, 나를. [어째서?] 가만 두지 못해? [왜.] 나는. [어째서?] 평화를. [왜.] 추구하면. [어째서?] 안되는 걸까? [왜.] 나는. [어째서?] 그저. [왜.] 죽음을. [어째서?] 불행을. [왜.] 끌어들이는 걸까? [어째서?] 그렇구나. [왜.] 나는. [어째서?] 죽음을. [왜.] 끌어당기는 구나. [어째서?] 내가 곁에 있는 것 만으로도. [왜.] 내 주변. [어째서?] 사람들은. [왜.] 죽어 나가는 거구나. [어째서?] 그래, 그렇구나. [왜.] 그렇다면. [어째서?] 내가. [왜.] 그들을. [어째서?] 죽였구나. [왜.] 평화로운 가정을. [어째서?] 평화와. [왜.] 어울리지도 않는. [어째서?] 내가 침범하려고 해서. [왜.] 그래서. [어째서?] 그들이 죽었구나. [왜.] 그래. [어째서?] 모두. [왜.] 내 잘못이야. [어째서?] 그들을 죽인 것도. [왜.] 평화로운 가정을. [어째서?] 박살 낸 것도. [왜.] 내가 그들의. [어째서?] 미소를 빼았았구나. [왜.] 나는 그들과. [어째서?] 어울리지 않았구나. [왜.] 그렇구나. [어째서?] 나는. [왜.] 악이야. [어째서?] 내가 모두 죽였어. [왜.] 평화롭게 살아가던 그들을. [어째서?] 그들의 평화를. [왜.] 내가 넘보려 해서. [어째서?] 그들에게 불행을 안겨 주었구나. [왜.] 아버지의 말이 옳았어. [어째서?] 나는. [왜.] 괴물이야. [어째서?] 모든 것을. [왜.] 잡아 먹는 괴물. [어째서?] 그러니까. [왜.] 그들의 행복을 함께 잡아먹은. [어째서?] 기사들도 죽이자. [왜.] 응. [어째서?] 그들도. [왜.] 잘못이 있으니까. [어째서?] 아니. [왜.] 사실 나는. [어째서?] 해소하고 싶을 뿐 이야. [왜.] 이 불쾌감을. [어째서?] 그들은. [왜.] 잘못 없어. [어째서?] 모두 내 잘못이야. [왜.] 하지만. [어째서?] 너네 모두 죽이고 싶어. [왜.] 나는 그저 악이니까. [어째서?] 그러니까. [왜.] 모두. [어째서?] 미안해?

그 후로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저. 내가 기억하는 것은. 끝없는 비명소리와, 온 몸에 묻어나는 피. 피륙을 베어가르고 숨통을 끊는 느낌. 점점 미약해지는 그들의 심장소리. 식어가는 피. 그것들 뿐.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모두 죽어 있었어. 나는 그들을 모두 죽였어. 내가 그들을 죽였어. 아무리 그들이 내 소중한 사람을 죽였다지만. 응. 그건 내가 잘못이니까. 주제도 맞지 않게 평화를 원했으니까. 그들은 아무 잘못없어. 그저 내가 괴물이여서. 모두 죽인것 뿐이야.

응.

나는.

괴물이야.

그 누구보다 평화와 어울리지 않는.

재앙을 불러 일으키는 괴물.

그러니까, 내가 소중했던 사람들. 그들의 행복을 빼았은건 나니까. 응. 모두 내 잘못이야.

나는.

괴물이니까.

온몸에 피를 가득 뒤집어 쓴채, 수 없이 많은 시체와 죽음들의 사이에서. 그는 생긋 미소 지었다.

생긋 웃은 그의 눈가에서, 물방울 한줄기가 흐른 것은 잘못 본게 아닐 것 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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