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소녀가 된 마왕님-20화 (20/35)

〈 20화 〉 어.. 음.. 마왕인데 용사가 되었습니다..?

* * *

피아나가 자신의 마음을 다 잡고 진정으로 용사가 되어 각성 했을 때, 피아나는 자신을 옭아매던 사슬이 완전히 부서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콰득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피아나의 몸이 성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빛으로 감싸였다. 하얀 빛은 피아나의 몸을 따스하고 다정하게 감싸주고는 몸속에 흘러들어가 내부부터 변화시켰다.

피아나의 혈액에 녹아 들어 있던 마기의 잔해들이 신성으로 인해 완전히 녹아 내렸다. 탁하고 검은 색 이였던 피아나의 피가 붉은 색에 은은한 황금 빛이 감돌았다. 그로 인해 창백했던 피부는 생기를 되찾아 더욱 빛을 내뿜었고, 마왕으로써 존재했던 머리에 달린 산양 같은 뿔처럼, 신성으로 인해 변화한 육체는 등에 새하얀 순백의 날개를 돋아나게 했다.

활짝 펴진 순백의 날개가 아름답게 펄럭이고, 마침내 신성이 점점 올라가 피아나의 머리를 휘감았다.

칠흑같이 새카만 밤하늘 같던 긴 머리칼은 끝부분 부터 밝게 빛나더니 이윽고 백금발로 서서히 물들었다. 피처럼 붉고 루비처럼 아름답게 반짝였던 눈동자는 황금빛으로 빛나고 동공에는 십자가 모양이 새겨졌다. 그리고는 피아나의 몸에 은은한 새하얀 빛무리가 새어나와 피아나의 곁을 맴돌았다.

눈을 감고 있던 피아나는 눈을 살며시 뜨고는 자신의 변화에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몸의 전력을 약화 시켰던 저주는 완전히 사라져 마왕일때의 힘을 되찾기는 커녕 전성기때보다 훨씬 강해졌다. 머리는 백금발로 물들고 눈동자는 은은한 황금빛으로 빛나며 광채를 흘렸다. 창백했던 피부는 생기가 느껴져 새하얗게 빛났고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는 더욱 아름다워져 눈을 뜨고 쳐다보기 힘들 정도의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했다. 그리고 몸 주위로 은은한 광채가 맴돌며, 등 뒤에서 활짝 펼쳐진 날개는 마치 천사와도 같아서 신성한 느낌마저 들게 하였다.

그 모습은 무협 소설에서 읽던 마치 환골탈태[????.]와 같았다.

자신의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리저리 둘러보는 피아나의 모습에 여신, 테르시아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드디어 온전히 용사로서 각성하셨군요. 그 모습은 용사로서 각성하며 큰 깨달음을 얻어 변한 것 같네요."

여신은 그리 말하며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보는데 대단하군요..' 라며 중얼거렸다.

그 말에 나는 조금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말했다.

"그럼.. 원래 모습으로는 못 돌아가나요?"

그야 이 모습은 내가 봐도 예쁘고 아름답지만! 등 뒤에서 날개도 있고, 은은한 광채가 몸에 서려있는데 너무 시선을 끈다! 하물며 날개는 잘때 불편할 것 같기도 하고..

테르시아는 내가 고민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듯이 생긋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뇨, 그 모습은 일종의 싸울 때 변하는 모습이에요. 원래 몸으로 돌아가고자 한다면 돌아가실 수 있을 거예요."

그녀의 말에 원래 몸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집중하자 날개가 서서히 작아지며 등뒤로 사라지고는 은은한 광채도 몸 속으로 쏙 빨려들어갔다. 백금발이였던 머리도 끝 부분 부터 밤하늘 처럼 새카만 흑발로 변했고 황금빛으로 빛나며 동공에 십자가가 새겨진 눈도 피처럼 붉어지며 루비처럼 아름답게 빛났다. 이윽고 완전히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간 피아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테르시아는 내가 한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을 보고는 입을 가리고는 살포시 웃더니 말했다.

"이제 당신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랍니다? 인간 이였던 몸은 성체로 바뀌었고, 더 이상 생리현상에 구애 받지 않아도 돼요, 사람처럼 먹지 않아도 되고, 잠 자지 않아도 되고, 몸에는 항상 활기가 넘칠거랍니다."

그녀의 말은 상상 이상이였다. 성체는 이른바 신이 되기 위한 그릇이다. 그러니까 성체란 따지고 보면 반신이라고 여기면 된다. 성체는 늙지 않고, 먹지 않아도 되고, 잠을 자지 않아도 된다. 말 그대로 인간을 초월한 존재인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용사가 되고 깨달음을 얻었지만, 인간을 초월하고 성체가 되다니. 어안이 벙벙해졌다. 비록 마왕도 따지고 보면 인간을 초월했으나 반신격이라고 하기에는 모자랐으니 말이다. 주먹을 꾹 쥐어 몸 안에 도는 기운을 순환시키자 손에 새하얀 기운이 서렸다.

예전에 마왕이였던 영향이였는지는 몰라도 칠흑같이 새카맣던 기운은 어느새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예전에 마왕이였을 때 쓴 기운이 마기라면 지금 쓰는 기운은 마력이라고 하기에는 달랐다.

그렇다고 마나와도 다르다.

이 기운은 마력보다도, 마나 보다도, 마기 보다도, 신성력 보다도, 오러 보다도, 그 어떠한 기운 보다도 강하며 본질적인 기운이 더욱 강대했다.

이 기운은 마치 여신과도 비슷했다. 더욱 신성하며 강대한 기운, 그제서야 지금 이 새하얀 기운이 무엇인지 감이 잡혔다.

신들이 사용하는 기운.

신성.

그것을 지금 내가 사용하는 것이다. 몸이 용사가 된것으로 인해 변화해서 성체가 되니, 신성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의 변화로 인해 나의 고유능력도 변화를 일으켰다. 어떠한 기운이든 마나를 마기, 마력, 오러 로 변환 시켜주고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게 해준 나의 고유능력은 완전히 변화하였다.

고유능력의 이름은 신성 변환.

말 그대로 신성을 어떠한 형태로도 변화 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나는 신성을 사용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신성으로 신체를 강화할 수도있고, 보호막을 만들 수도있고, 검에 감싸서 검강을 만들 수도있다. 일반 적인 검강으로 보기에는 어렵겠지만 말이다. 하여튼 신성이라는 기운을 내 마음대로 변환 시킬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몸의 변화를 모두 확인하자 테르시아는 입을 열었다.

"반신이 되신 것을 축하드려요. 이제 알려드려야 할 부분들을 알려 드릴 게요."

테르시아는 손을 들어 검지, 중지, 약지를 펴더니 검지를 접으며 말했다.

"첫째, 그 성검은 자아가 있어요. 그래서 같이 소통도 할 수 있답니다? 지금은 잠들어 있지만 여기서 나가면 깨어날 거에요."

과연 여신이 직접 만들었다는 성검이라서 그럴까? 성검은 자아가 존재했다. 그런 검을 에고 소드 라고 하던가? 여신은 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방금 누가 저에게 실례되는 생각을 한것 같은데..?"

과연 여신이라서 그럴까? 감이 엄청나다. 등 뒤에서 식은 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나는 조심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갸웃하다가 중지를 접으며 말했다.

"둘째, 7악들과 마족들을 조심하세요."

7악들과 마족? 그녀의 말에 의문이 떠올랐다. 마왕 일때의 시절에도 7악들은 혼자서 충분히 상대가 가능했다. 비록 많이 다치긴 해도 말이다. 그런데 용사로서 변하고는 성체까지 얻어 이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힘을 얻었다. 그런데도 7악 하물며 마족까지 조심하라는 그녀의 말에는 좀처럼 공감할 수 없었다.

그녀는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짐작하고 있다는 듯이 미간을 살며시 찌푸리며 말했다.

"저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들에게 무언가 초월적인 존재가 개입해서 그들의 힘을 강화 시켰어요. 과거에 7악이였던 이들도 이제는 하나 같이 강해지고 심지어는 모습마저 변화 시켰어요. 7악 이라고 불리던 이들은 이제는 과거와 완전히 달라져 7대 죄악이라고 불리고는 하나하나가 이전의 당신이 마왕일때의 힘과 비견될 정도예요."

그녀의 말에 얼굴이 절로 딱딱해졌다. 초월적인 존재의 개입? 그것이 도대체 무엇이라는 말인가? 무엇보다 7악이라고 불리던 그들이 7대 죄악이라고 불리고는 하나하나가 내가 마왕일 때의 무력과 비슷하다니.. 나야 훨씬 더 강해져 그들을 이길 수 있지만 내 친구들은 아니다. 그들은 아직 나약하고 성장하는 중 이다. 돌아가면 하루 빨리 그들을 강하게 만들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여신이 입을 열었다.

"또한 마족들도 매우 강해졌어요. 마족들은 하급, 중급, 상급으로 나뉘는데 그중에서도 상급은 예전의 7악과 비견되고 나머지 하급과 중급도 매우 강해졌어요."

생각보다 사항이 더 심각 해졌다. 내 친구들이야 하급, 중급 마족들은 잡을 수 있다지만 아직 상급 마족을 잡기에는 부족했다. 하물며 상급은 몰라도 하급과 중급 마족은 얼마나 많은가? 그들이 조금만 날 뛰어도 일반인들은 큰 피해를 입을터, 머리가 절로 복잡해졌다.

테르시아는 마지막으로 펴고 있던 약지를 접으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마왕, 그를 죽인다고 해서 모든 게 끝이 아니에요."

그게 무슨 소리인가? 마왕을 죽여도 끝이 아니라니? 다른 적이 또 있단 말인가? 그녀의 말에 의문을 표하려 했으나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녀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는 미안하다는 듯이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해요, 더 이상은 인과율의 문제로 제가 말해드릴 수 없어요."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히 알아주세요. 마왕. 그 말고도 또 다른, 어쩌면 마왕보다도 더 강한 존재가 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 있어요. 항상 방심하지 마시고 적을 의심해주세요."

그녀는 그리 말하고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무언가 따지고 싶었으나 그리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너무나도 슬퍼보여서 절로 입이 다물어졌다.

"확실히 당신의 앞날은 평탄치 못할 거예요, 하지만 포기하지 말아 주세요. 동료를 믿고, 항상 최선을 다해주세요. 그리고.. 항상 제가 곁에서 지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세요..."

그녀는 슬픈 표정을 애써 숨기고는 해맑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앞날이 힘들겠지만 꼭 힘내주세요! 모든 일이 끝나면 제가 후하게 보상해드릴테니까요?"

그녀는 그리 말하고는 쿡쿡 웃었다. 그 모습이 내 긴장을 풀어주려 하는 거 같아 무심코 미소 지었다.

"그럼 잘 부탁드려요 '용사'님?"

그녀의 마지막 말과 함께 몸이 쑤욱 아래로 잡아 당겨지는 기분이 느껴졌다. 이제 내려가는 건가. 점점 희미해져가는 의식속에서 나는 다짐했다.

'네가 아무리 강해도, 무슨 수를 쓰든지, 나는 전력으로 너네들을 막을거야. 그러니까 이번에는 내게 불행을 주지 못할거야.'

'내가 반드시 모두 지킬거니까.'

'이번에는 후회 하지 않을 테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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