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소녀가 된 마왕님-21화 (21/35)

〈 21화 〉 성검 루미네스

* * *

용사

이번 아카데미에서 용사가 탄생했다는 소식은 온 제국을 강타하였다. 그 어떤 이들이라도 용사가 탄생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고, 제국 전역에서 이를 축하하기 위해 축제를 열었다. 요즈음 사람들은 마물로 인한 피해를 더 심하게 입고 있기에, 용사가 탄생한 것이 더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야, 이번에 용사가 탄생했다는데 들었냐?"

"허허, 그거 모르면 사람이냐 그게."

"그래서 용사가 누군데?"

"카이란 아카데미 G반 피아나 라는 군."

"피아나? 그 유망주들 중에서도 가장 강하다는?"

"그래 이놈아! 하하! 제국이 큰 복을 입었군!"

수많은 사람들이 용사의 탄생을 기뻐하며 용사가 된 피아나에게 관심이 쏠렸다. 그렇게 온 제국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피아나는 현재...

"저기 언제 일어나?"

검을 바라보며 얘기 하고 있었다.

***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여신을 만나고 돌아온 피아나는 수많은 생도들의 감정을 느꼈다. 질투, 시기, 호의, 존경, 경외 등등. 성검을 뽑아 용사가 된 피아나에게 생도들이 품은 반응은 정말 제각각이였다.

피아나가 용사가 될줄 알았다며 그러려니 하는 생도도 있었고, 무슨 수작을 부린게 틀림없다며 질투를 하는 생도도 있는가 하면, 내가 용사가 된것에 눈을 반짝이는 생도도 있었다. 피아나는 용사가 되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이렇게 큰 파란을 일으킬 줄 몰랐기에, 조금 부담스러워져 멋쩍은 미소를 짓고 있으니 레이나와 밀리나가 내 곁으로 오며 말을 걸었다.

"피나~ 내가 피나는 용사가 될거라고 했지?"

레이나는 생글생글 웃으며 기쁘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용사가 되어 내심 레이나가 나에게 질투하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레이나는 전혀 그런 기색 없이 진심으로 내가 용사가 된것을 기뻐했다. 레이나가 진심으로 나를 위해 주고 있다는 생각에 나는 매우 기뻐서 활짝 미소 지었다.

"응, 고마워 레이나. 너 덕분이야."

"어? 으, 응."

레이나는 내 미소를 멍하니 바라보더니 얼굴이 새빨개지며 고개를 푹 숙였다. 고개를 숙이며 '그런 미소는 반칙이야..'라고 중얼 거렸는데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칭찬을 받은게 기뻐서 그런가? 고개를 갸웃갸웃하고 있으니, 밀리나가 사뿐사뿐 다가와 내 귓가에 손을 대고는 소곤소곤 말하였다.

"후후, 제가 용사가 될거라고 했죠? 마왕.. 아니 이제 용사라고 불러야 할까요? 용사님?"

밀리나는 그리 말하고는 한 발 자국 뒤로 떨어져서 양손을 뒷짐 지고는 눈웃음 치며 말했다. 그 모습이 참 밀리나 답다는 생각에 나는 피식 웃음이 나오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흐흥, 이제 내 과거는 없어, 난 용사일 뿐이야."

내 말에 밀리나가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웃겨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입가에 새어나왔다. 밀리나는 내 모습에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피아나님, 뭔가가 달라진거 같은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맞아! 피나! 용사가 되고 나서 무슨 심정의 변화라도 생긴거야?"

밀리나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레이나도 고개를 번쩍 들며 밀리나의 말에 동의 하였다. 그녀들의 말에 나는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확실히 밀리나에 이어 레이나 까지 저렇게 반응할 정도라면, 내가 달라진 부분이 있겠지, 밀리나도 그렇고 레이나도 그렇고 은근 눈치가 빠르니까.

아마도 내가 달라진 부분이라면 용사가 되고 깨달음을 얻음으로써 트라우마를 극복한게 원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제로 그녀들과 얘기를 할 때는 나도 모르게 거리를 두고 가면을 한꺼풀 뒤집어 쓰고 얘기하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 내가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함으로써 그들에게 진심으로 내 감정을 전할 수 있어서 밀리나와 레이나가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나를 괴롭히던 고민이 해결 됐거든."

다만 내 트라우마를 말할 수는 없었기에, 그저 그렇게만 말하였다. 레이나는 내 고민이 해결 됐다는 소리에 기쁘다는 듯 미소를 지었고 밀리나는 날 바라보며 내가 무언가를 숨기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 같다. 그러나 밀리나는 날 한 번 봐주겠다는 듯 그저 미소만 짓고 있었다.

진심으로 나에게 공감하여 기뻐해주는 레이나, 날 이해해주는 밀리나를 바라보니 내가 용사가 되는 것을 선택한 게 잘못된 선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기뻤다.

이대로 그들과 계속 얘기하는 것도 재밌겠지만 저기서 나에게 말을 걸려는 교사들이나 사제, 교황 등을 바라보니 저들에게 붙잡히면 꼼짝도 없이 나의 소중한 시간을 거침없이 유린당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소중한 시간에 위협을 감지한 나는 밀리나와 레이나에게 서둘러 인사했다.

"밀리나! 레이나! 내일 보자!"

"응! 너도 잘가 피나!"

"후후 잘가요, 피아나님."

그들은 갑작 스러운 내 인사에도 당황하지 않고 내 인사를 받아 주었다. 그녀들과 인사를 나눈 나는 다가오는 케인과 교황을 애써 무시하고는 내 기숙사로 텔레포트 했다.

새하얀 빛무리가 내 몸을 감싸고는 내 몸이 빛무리에 녹아드는 듯한 느낌과 함께 눈을 떠보니 내 방 기숙사 였다.

아무리 반신이라 육체적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고는 해도, 하루 사이에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정신이 피폐 해지는 것을 느낀 나는 클린 마법을 사용하여 몸을 깨끗하게 한뒤, 그대로 침대에 뛰어 들었다. 침대는 내가 누른 만큼 반동으로 나를 밀어내며 내게 푹신푹신함을 선사해 주었다. 그 포근함과 푹신푹신함, 부드러움은 너무나도 안락하고 편안해서 정신적 피로가 모두 해소 되는 것 같았다.

"하아~"

침대에 누워 한숨을 폭 내쉬고는 잠시 동안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했다. 이윽고 판단을 마친 나는 신성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내 머리칼과 눈이 황금빛으로 빛나고 어깻죽지에서는 새하얀 순백의 날개가 돋아났다. 그와 동시에 나는 성검을 소한하고자 의지를 보내었고, 나의 의지는 성검에 닿아 내 손에 빛무리가 모여듬과 함께 순백의 검신에 황금빛 드래곤이 새겨진 아름다운 검이 생겨났다.

본능적으로 성검을 보자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아차린, 나는 성검의 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성검은 어찌나 날카로운지 가볍게 스치기만 했는데도 핏 하며 내 손가락에서 피가 흘러 내렸다.

맑고 깨끗한 새빨간 붉은 색에 은은한 황금빛이 감도는 내 피는 성검의 검신에 따라 흘러내리며 이윽고 크로스가드에 닿아 성검 내부로 흡수됐다.

파아앗!

내 피를 머금은 성검이 새하얀 빛무리를 토해내며 한줄기의 빛이 내게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어떠한 형체도, 물리적으로 존재하지도 않을 그 빛 한줄기는 그 어떠한 것보다도 질겨서 절대 끊어지지 않을 선이 되어서 내게 닿았다.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성검과 이어졌다는 것을. 성검으로 부터 나오는 빛 줄기는 내게 닿아 나와 끊어지지 않고 연결 되었다.

성검도 그것을 느꼈는지 검신을 부르르 떨었다.

성검과의 계약을 마치자 몸에 안정감이 맴돌았다. 누군가와 내 마음이 연결 되어 있다. 이것은 흔히 생각하면 불편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내 생각과 감정이 상대에게 공유가 되고 내가 하는 생각이 그대로 프라이버시 없이 상대에게 전해지기 떄문이다.

이 처럼 나도 누군가와 마음이 연결되고, 생각이 연결 된다면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다. 나의 사생활이 없어지고 원치 않더라도 나의 생각이 읽히고 타인의 생각이 읽히니 말이다. 따지고 보면 매우 당연한 얘기지만 실제로는 달랐다. 성검과 내가 연결 되자 내가 느낀 것은 불편함 대신 편안함 이였다.

이 감정은 느껴보지 못하면 알 수 없다. 혼자로서 개인적으로 내 삶을 개척해 나간다. 사람은 필연적으로 자신의 삶은 자신이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거나 누군가의 도움으로 해결을 하거나, 누군가를 조종하여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으나, 그것 또한 결국은 개인이 삶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다.

그 누구도 자신에게 완벽히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을 완전히 알지 못하고, 자신과 함꼐 세상을 살아 갈 수는 없다. 왜냐하면 서로를 완벽하게 아는 존재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말은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아니였다. 성검과 나는 완전히 하나가 된 것이다. 성검이 하는 생각, 성검이 느끼는 감각, 성검이 느끼는 감정.

그 모든 것이 내게 전해지고 있다. 그 모든 감정들을, 생각을, 내가 알 수 있다. 이것은 유대감이라고도 표현하기 어려운 매우 돈독한 감정이였다.

성검이 나와 연결 된것에 기뻐한다.

성검이 자신을 쓰다듬는 내 손길을 즐긴다.

성검이 오직 나만을 위해 생각하고 사고한다.

그 모든 감정이 하나의 필터 없이 내게 전해지자, 그 감정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 느낌은, 오직 나에게 전해지는 지독한 호의는 너무나도 내게 따스했다. 성검도 내가 느끼는 감정을 느낀 듯이 기쁘다는 듯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나는 또 하나를 깨달았다. 성검의 자아는 단순히 감정, 감각을 느끼는 게 아니다. 정해진 틀에서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성검은 하나의 자아를 가지고 있었다.

스스로의 신념이 있었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었고.

스스로의 성격이 있었고.

스스로의 모습이 있었다.

그것은 더 이상 성검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의 인격체였다.

그것을 깨달은 나는 성검을 바라보며 진심을 담아 말했다.

"나는 전직 마왕, 현재는 용사인 피아나야, 내 목표는 모두를 지키는 것, 더 이상 내 곁에 불행을 오지 않게 막을거야. 나는 내 목표를 위해서라면 그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 너는 누구니?"

­나는 성검 루미네스야. 내 목표는 악은 집행하고 선은 지켜 내는 것. 그리고 너를 지켜내는 것이야. 나는 너를 지키기 위해서 라면 기꺼이 희생할 수 있어.

"만나서 반가워 루미네스. 앞으로 잘 부탁해."

그것이 성검 루미네스와 전직 마왕이였던 현 용사의 첫 만남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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