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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가 된 마왕님-23화 (23/35)

〈 23화 〉 더 이상 후회하지 않아

* * *

"흐으으...!!"

살며시 열린 커튼 사이로 따스한 햇빛이 내 몸위에 포근하게 내려 앉아 따스함을 내려 준다. 마치 영화처럼 포근한 느낌에 눈을 감고는 살며시 즐기다가, 기지개를 쭈욱 폈다. 몸에서 뚜둑 소리가 나며 시원하게 펴지는게 몹시 기분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윽고 정신을 차리고는 성검이 생각나 옆으로 시선을 돌리니 옆은 텅 비어 있었다. 그저 살짝 눌린 듯한 모양새가 루미가 누워있었다는 것을 알려 줄 뿐. 어디 간건 가? 하며 고개를 갸웃하니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여기 있어! 네가 푹 자길래 들어 와 있었어.

아무래도 루미는 내가 푹 자니까 방해 되지 않게 내 몸속으로 들어온 모양이다. 이렇게 말하니까 뭔가 야한 느낌이긴 한데.. 머릿속 에서 떠오른 생각에 고개를 휙휙 젓고는 푹신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내가 누른 모양 만큼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침대의 모습이 계속 누워있고 싶게 나를 유혹했지만 애써 시선을 돌렸다.

'분명 저기 누우면 나도 모르게 자버릴거야..'

무시무시한 침대의 유혹을 무시하고는 샤워를 하기 위해 펭귄 잠옷을 하나둘 벗었다.

사락사락

먼저 가슴 부분에 있는 지퍼를 쭈욱 잡아당기고 양팔을 빼낸다. 그 다음 빈 공간으로 다리를 하나하나 들어서 잠옷을 벗자, 창가에서 들어온 햇살이 내 몸에 닿아 아름다운 살결을 더더욱 강조하였다. 자연스럽게 속옷까지 사르르 벗자, 어디선가 비명 소리가 들렸다.

­꺄앗!

아..! 생각났다. 나 지금 성검이랑 이어져 있었지.. 그러니까.. 지금 내 모습을 다 보고 있다는 거잖아..?! 얼굴이 확 붉어지며 내 몸을 양팔로 스윽 가려 보았지만, 풍만한 몸이 그 가녀린 팔에 가려질리가 없어서 오히려 더욱 가슴을 강조하였다.

아우우..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 부끄러웠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루미는 여자가 아닌가? 루미도 여자고 나도 여자니 문제는 없는 것이다! 음음, 창피함에 애써 합리화 하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손을 내리며 루미에게 물었다.

"왜, 왜 그래, 무, 무슨 문제 있어?"

아차.. 나도 모르게 말을 떨었다. 연기력을 더욱 키우도록 하자. 다행히도 루미는 당황해서 인지는 몰라도, 내가 말을 떨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아, 아! 으, 응! 그래! 같은 여, 여자니까! 아, 아무 문제 없지!

저기 말을 떨고 있는데요.. 혹자는 이 상황을 본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니 그렇게 창피해 할 거면 그냥 클린 마법으로 씻으면 되는거 아닌가?"

갈! 그런 의견은 무시한다. 분명히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샤워의 맛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우매한 인간일리 틀림없다! 몽롱한 기분에서 따스한 물이 내 몸을 스쳐 지나가면서 정신을 일깨우는 기분을 아는가? 거품칠은 한 뒤에 물로 완전히 헹구어 깨끗해지는 몸을 보며 절로 기분이 상쾌해지는 느낌을 아는가? 분명히 모를 것이다. 안다면 감히 아침 샤워를 클린 마법으로 대체하라는 우매한 소리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침 부터 이렇게 루미와 꽁트를 찍는 것이다. 분명, 분명! 정신은 남자이니 몸이 여자라도, 미소녀가 나를 본다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아침 샤워를 하지 않을 수는 없기에, 나는 얼굴에 철판을 깔기로 했다.

움츠러 들었던 어깨를 펴고! 허리를 쭉 펴고! 당당한 몸짓으로 샤워실로 향한다. 많이 부끄럽지만.. 샤워는 포기 할 수 없으니까..!

머릿속에서 루미가 '하와와..' 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애써 무시하고는 샤워를 마쳤다.

후우우.. 역시 아침 샤워는 최고였어. 오늘도 마찬가지로 마법으로 몸을 전부 말리고는 생도복을 입고는 반으로 향했다.

생도복입고 반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이상하게 나에게 더 시선이 몰린다. 아니, 평소에도 내 외모 때문에 시선이 몰리기는 하지만.. 이거는 많아도 너무 많다. 지나가는 곳마다 생도들이 나를 쳐다 보는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런가 싶어 청각을 강화해 들어보니..

"야, 제가 걔 아냐?"

"어라, 맞네!"

"와, 우리 아카데미에서 용사가 나오다니.."

"말 걸어 볼까?"

"야, 거울 좀 봐라."

"친구야, 오늘 너의 묫자리가 어딘지 구경하고 싶은가 보구나."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용사가 된게 어제였구나.. 하도 생각이 많아서 시간이 이렇게 밖에 흐르지 않은 것을 몰랐다. 저들이 하는 말을 루미도 들었는지 어째서인지 허리에 손을 올리고 어깨를 쭉 펴며 당당하게 얘기하는 모습이 떠오르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에헴! 뭐 내가 대단하기는 하지?

­그렇게 따지면 널 뽑고 용사가 된 내가 더 대단한 거 아니야?

­아, 아니야!

오, 성검을 놀리니 톡톡 튀는 반응이 재밌다. 이거 중독 될거 같아..

­맞는 거 같은데? 너의 선택을 받고 용사가 된 내가 더 대단한 거 같은데?

­으,으으, 아, 아니 거든!

­뭐가 아닌데?

­아, 아무튼 내가 더 대단해!

­푸흡, 그래 그래 네가 더 대단해~ 우와 대단해 루미~!

­으으, 놀리지마!

아 재밌다. 역시 지식은 많고 어른인 척 하지만 성검은 아직 어린애가 틀림 없다. 그야 깨어난 자아로 따지자면 1살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따지면 1살을 가지고 놀리는 나는 무엇이냐.. 라는 생각이 들지만 재밌으니까 무시하기로 했다.

그 후로 반으로 돌아가는 동안 삐진 루미를 달래줘야만 했다.

­여기가 너희 반이야?

반 앞에서 문을 열려고 하자, 루미가 내게 물어왔다.

­응, 여기가 내 반이야.

­오오, 그렇구나! 과연 교실은 어떠려나?

­들어갈게?

­응!

신난 루미를 뒤로 하고는, 손에 쥐고 있던 손잡이에 힘을 주어 문을 열었다.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동시에 모든 생도가 나를 바라 보았다. 그들의 시선에는 존경, 질투, 멸시, 호의 등등. 여러 가지 감정이 녹아 들어 있었다. 그들은 내가 용사가 된것에, 경외를, 존경을, 질투를, 멸시를, 호의를 서로가 다른 감정을 품었다.

똑같은 사건에 모두가 다른 감정을 품은게 매우 신기했다.

"저런 애가 용사라니."

"딱 봐도 몰래 조작한게 틀림없어."

"그러니까, 여자가 용사가 말이 되냐?"

그들의 감정이 내게 전해진다.

질투. 또는 멸시.

"와 대단하다.."

"그러니까, 우리 반에 용사가 나오다니."

존경. 또는 호의

그들의 감정이 그대로 내게 전해져 온다. 솔직히 말하면 그들이 내게 뭐라 한들 내게는 딱히 상관없다. 어차피 나랑 친하지도 않고, 앞으로 같이 만나지도 않을 거다. 그들이 내게 질투를 하든, 혐오를 하든, 멸시를 하든, 증오를 하든 그것은 내게 그 어떠한 감정의 변화 조차 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이 내뱉는 부정적인 감정이 가득 담긴 말들은 내게 어떠한 영향 조차 주지 못한다. 남들이 무심코 길거리에 버리는 쓰레기도 세상에 아주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수 있건만, 그들이 내게 내뱉는 감정은 쓰레기만도 못하다. 그러니 내가 그들의 감정에 동요할 필요는 없다.

그러면 내가 생각하던 주요 인물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을까?

레이나는 나를 보며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행복.

밀리나는 나를 바라보며 다 자란 딸을 바라보는 듯이 대견하게 바라 보고 있다.

즐거움.

스텔라는 나를 지그시 바라 보며 살며시 웃고 있다. 그녀가 느끼는 감정이 정확하게 느낄 수는 없으나,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은 분명.

호의.

루데나는 반짝 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호기심.

라이온은 나를 바라보며 호승심을 불태우고 있다. 그가 뽑지 못한 검을 내가 뽑은 것에 호승심을 느끼는가 보다.

호승심.

벨리엘은 그저 지그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무심한듯한 눈빛이지만 그의 눈빛에는 분명한 호의가 서려 있다.

호의.

아리샤는 나를 흥미롭다는 듯이 바라 보고 있다. 어디서 나타난지도 모를 내가 입학식 부터 두각을 드러내며 성검을 뽑고 용사가 되자 그녀의 흥미를 자극 했나 보다.

흥미.

아를레아는 무척이나 친절하고 호의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나를 바라 보고 있다. 그녀는 성녀이니 성녀와 짝이나 다름없는 용사를 내가 된것에 큰 호의를 가진 것 같다.

친절과 호의.

다행히도 그들은 모두 내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혹여나 그들이 내게 부정적인 감정을 담아 나를 바라보고 있으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다행히도 그들은 자신이 하지 못하는 것을 남이 한 것에 대해 질투하며 부정적인 감정을 가질 정도로 성품이 나약하지 않았다.

내가 고른 사람들이 틀린 선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것이 매우 기뻐서 나도 모르게 진심으로 미소 지었다.

그러자 나를 바라보고 있던 그들이 모두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다가, 각자 숨을 들이키며 정신을 차리고는 얼굴을 붉히며 내게서 시선을 돌렸다.

음? 왜 저러는 거지?

­우.. 피아나.. 그런 미소는 반칙이야..

루미가 뭐라뭐라 중얼거렸지만,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았다. 뭐 별말 아니였겠지 하며 생각을 하고는 신경을 끄며 레이나의 옆에 앉았다.

"안녕 레이나."

"아, 응 안녕 피나."

레이나는 내가 말을 걸고 나서야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피나, 용사가 된거 다시 한 번 축하해!"

레이나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이래서 내가 레이나를 좋아한다. 그녀는 내게 순수한 호의만을 보내온다. 그녀는 뽑지 못한 성검을 내가 뽑은것에 질투를 할 수 있고, 자신도 모르게 부정적인 감정을 품을 수 있는데도, 레이나는 그저 진심으로 내게 축하를 보내온다. 그 호위가 기꺼워 나도 가볍게 웃고는 말했다.

"응, 고마워 레이나."

"헤헤."

그러자 레이나가 헤실헤실 웃기 시작했다. 그 미소가 귀여워서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으니 레이나와 내 사이로 작은 머리통이 쑥 하고 튀어나왔다.

"저는 잊으신 건가요?"

밀리나 였다.

밀리나는 그리 말하고는 장난스레 미소 지었다. 그 모습을 보며 역시 밀리나 답다며 생각하고는 살포시 웃고는 말하였다.

"너도 안녕, 밀리나."

"네에, 저도 만나서 반가워요. 용사님?"

밀리나는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용사라니.. 새삼 밀리나의 호칭이 마왕님에서 용사님으로 변한 것에, 마왕에서 용사가 됐다는 어이 없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 정도라면 소설이라도 개연성이 없다며 욕을 먹을 텐데, 참 소설같은 일이 일어 났다고 생각했다.

밀리나와 레이나와 함께 도란도란 얘기하고 있으니 앞문이 열리며 갈색 머리칼과 갈색 눈을 가진 사내 한 명이 교탁에 올라갔다.

당연하게도 G반 담임 케인 이였다.

그는 교탁으로 올라와 담담하게 말했다.

"일주일 뒤, 토너먼트를 진행하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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