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소녀가 된 마왕님-24화 (24/35)

〈 24화 〉 레이나의 붉은 적룡[赤?]

* * *

토너먼트.

토너먼트는 모두들 많이 알고 있을 거다. 각자 뽑기로 상대를 정하고 상대와 싸운다. 그리고 지면 탈락하고 승리하면 올라간다. 그렇게 계속해서 상대를 이기고 이겨 결승전 까지 상대를 이기면 되는 아주 간단한 룰이다.

케인은 우리가 시끄럽게 반응할 것을 알았다는 듯이, 지긋이 반을 바라보았다.

그에 생도들이 눈치가 보여서 쭈뼛거리며, 말을 멈췄다.

케인은 우리가 말을 멈춘 것을 보고는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룰을 알려주도록 하겠다. 룰은 간단하다. 상대와 싸워 이긴다. 더 많이 이길 수록 더 높은 순위에 차지하게 되며 그것으로 등수가 달라질 거다. 흔히 말하면 실력 테스트라고 보면 된다. 토너먼트 경기장에 들어가면 환각 마법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힘을 온전히 쓸 수 있고, 상대를 죽여도 그건 현실이 아니기에 상관없다. 그러니까 상대를 죽일 때 까지 싸우면 된다."

그의 말처럼 토너먼트의 룰은 정말 간단했다. 경기장에 들어가면 환각 마법을 받는다. 그 환각 마법 속에서 우리는 온전한 역량을 가지고 상대와 죽을 때 까지 싸우면 되는 것 이다. 따지고 보면 아직 어린 생도인데, 아무리 환각이라도 상대를 죽이라는 것은 거부감이 들겠지만, 여기는 그렇게 속 편한 세상이 아니다.

우리는 아카데미에 놀러 온게 아니다. 우리는 마족, 마물, 마왕 과 싸우기 위해 아카데미에 다니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카데미는 실전을 지향한다. 당연하다. 아무리 이론이 뛰어나더라도, 아무리 연습으로 잘 싸우더라도, 연습과 현실은 다르다. 연습에서 우리가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것과 달리, 현실에서는 어떤 제약과 조건이 있을지 모른다. 여러명과 혼자서 싸워야 할 수 도있고, 적이 흙을 뿌린다던가 함정을 팔 수도 있다.

그러므로 아카데미에서는 실전을 지향한다. 온실 속에서 자란 화초는 야생에서 자란 잡초를 이기지 못할테니까.

개인적으로도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대부분의 생도는 마음이 여리다. 마물을 죽이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들이 실제로 사람을 죽일 때 망설일지, 망설이지 않을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미리 연습을 해야한다. 진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장을 미리 체험해야 하는 것이다.

뭐. 나는 그런거 없이 혼자서 전장에 버려져 싸웠지만 말이다.

케인은 룰을 말하고는 나를 스윽 보더니 말했다.

"피아나."

"네?"

그가 갑자기 내 이름을 불러서 당황했다. 왜 부른 것일까? 나한테 물어볼 거라도 있나? 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고민하고 있을 때 케인이 입을 열었다.

"너는 힘을 제한하고 싸워야 할거다."

그가 갑자기 그렇게 말하였다. 그는 그리 말하고는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

"너는 너무 강하다. 너가 여기서 진짜 힘을 모두 쓴다면 아마 모든 생도는 현실을 느끼지도 못하고 순식간에 당하겠지. 그리고 1등은 너가 확정일거다. 그건 너무 재미 없지 않겠나? 그래서 너는 환각 마법에 들어가면 마나의 양은 상대방에 맞춰질 거다. 만약 도중에 패배하더라도 토너먼트 1등과 같은 보상을 내려줄테니 그것은 걱정하지 말도록."

확실히 그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만약 내가 모든 힘을 다 쓸 수 있다면, 내 힘은 저들과 비교조차 안될 것이다. 내가 가볍게 마력을, 아니 이제는 신성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내 힘을 조금이라도 담아서 매직 미사일을 사용하면 어지간한 생도는 모두 추풍 낙엽마냥 우수수 쓰러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내 힘이 상대와 똑같이 제한된다는 것은 확실히 흥미가 샘솟는다.

안그래도 요즈음 너무 압도적인 힘만 사용하여 섬세함이 줄어들었을까 고민하던 중이였다. 그런데 상대에 맞춰 힘이 제한되다니. 그렇다면 내가 상대와 승부 할 것은 오직 능력의 운용과 기술의 섬세함, 판단력 등이 아니겠는가?

만약에 내가 방심이라도 한다면 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와 싸울 때 마다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상대와 똑같은 기운을 가지고 싸운다라.. 확실히. 재밌어 보인다. 나는 재밌는 것에는 환장을 하기에 그의 말을 받아 들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토너먼트가 시작하기 전, 일주일 동안은 수업이 없다. 모두 열심히 연습하도록."

그는 그리하고는 발걸음을 돌려 문을 열고 반을 나갔다.

그가 나가자 생도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서로 대화를 나누며 반을 빠져 나갔다.

우리도 반을 나가려고 하는데 레이나가 내게 말을 걸었다.

"피나, 너는 이제부터 뭐 할거야?"

"음, 딱히 할일은 없어."

엄밀히 따지자면 용사가 되고나서 얻은 힘을 시험해봐야 하지만, 그정도는 몇시간만 투자하면 완벽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내 말을 들은 레이나는 화색을 하더니, 내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그럼 피나! 혹시 나 수련 하는거 도와줄 수 있을까?"

"수련?"

"응응, 피나는 강하니까 도움 될거 같은데?"

수련을 도와 준다라.. 확실히 나라면 레이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안그래도 레이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줘야 겠다고 다짐했는데 차라리 잘됐다. 이 기회에 레이나의 수련을 봐주면 되겠지.

"좋아, 나도 레이나가 얼마나 강한지 궁금하니까."

"그럼 저도 끼어들어도 될까요~?"

그 때 내 옆에서 밀리나가 끼어들었다. 음. 확실히 밀리나도 봐주면 좋겠지. 밀리나면 레이나보다 강할테니까. 그런데 밀리나는 어떻게 싸우지? 밀리나는 여왕 개미 아니였나? 여왕 개미 일때라면 강력한 신체능력과 큰 턱을 기반으로 싸우겠지만, 밀리나는 지금 인간 형태다. 과연 어떻게 싸울지 기대 된다. 그녀의 말에 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같이가자."

"네에~."

"빨리 가자, 피나!"

우리는 교실을 벗어나 수련장으로 향하였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아카데미는 정말 넓다. 도대체 얼마나 돈을 써야 이렇게 많은 양의 땅을 사고 아카데미라는 것을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일 정도로 매우 넓다.

지금 내가 왜 이 말을 하고 있냐면.. 수련장 까지 걸어가는데 한 시간 걸렸다..

도착한 수련장은 굉장히 넓었다. 대체적으로 하얀색에다가 푸른색으로 문양이 꾸며져 있었다. 심미안에 그리 자신이 없는 나 이지만, 이 건물이 매우 아름답다는 것은 알겠다. 그나저나 흰색에 파란색 엄청 좋아하네..

수련장 내부로 들어가자, 여러가지 기구와 마법진이 있었다. 마법진은 이레귤러 던전에서 보았던 것 처럼 신기하게 프로그램 되어 있었는데, 대충 살펴보니 허수아비 모드, 실전 전투 모드, 환경 조정, 대련장 자동 복구 등등. 정말 여러가지 기능들이 있는 버튼이 공중에 글씨로 떠 있었다. 아마 저 버튼을 누르면 진짜로 실행되는 모양인데, 처음봐서 신기했다. 참 마법은 만능이라고 생각했다.

수련장은 시설도 좋고 깨끗하고 넓다. 그런데 왜 수련하고 있는 생도가 한명도 없는가 싶어서 의아해하며, 레이나에게 그점을 물어보니 개인 수련장이란다. 들어보니 유망주라고 불리는 9명은 모두 개인 수련장이 있는 모양이다. 참 특혜가 대단하다. 무려 개인 수련장이라니.

신기한 마음에 이리저리 둘러 보고 있으니, 레이나가 수련장 중앙에서 자리를 잡았다.

그녀는 허공에 이리저리 손짓을 하더니, 어떤 버튼을 클릭했다.

그러자 평범했던 주변이 일렁거리며 한 숲속으로 변했다. 이게 환각 기능인가 보다. 확실히 너무나도 현실적이여서 환각인지 현실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을 정도다.

레이나는 설정을 마치자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집중했다.

레이나는 평소에 활발한 분위기가 어디 갔는지 순식간에 진중하고 노련한 모습으로 변했다. 확실히 레이나는 어중이 떠중이가 아니다. 그녀는 마음가짐 부터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눈을 차분히 감고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점점 레이나의 기세가 끌어오르며 레이나의 몸 주위로 붉은 기운이 스멀스멀 나와 레이나의 몸을 휘감았다. 저 붉은 기운은 이른바 심계라고 불린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사상과, 생각, 신념이 있다. 그중에서도 자신만의 심상을 극도로 단련한 사람이 있다. 그것으로 일정한 경지에 오른다면, 자신만의 고유한 심상세계를 펼칠 수 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창조하고, 고유 마법을 사용하는 경지인 것이다.

이 심상세계는 마스터에 도달한 자들만이 사용할 수 있다. 심상 세계를 사용하면 자신만의 고유한 성질을 가진 기운이 몸에서 흘러나와 주변을 오오라 같이 감싸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레이나는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심상세게는 모든 전사들이 마스터가 되기 위해 필수다. 딱히 마법사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나도 심상 세계를 펼칠 줄 안다. 심상 세계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의지가 녹아 들어가 있는데, 용사가 되기 전에 나의 색은 칠흑같은 검은색 이였다.

허나 지금은 용사가 된뒤 심상 세계를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얘기가 길어졌는데 하여튼 레이나의 심상 세계는 그녀의 머리칼 처럼 새빨간 색이였다. 피처럼 붉은 기운이 레이나의 몸을 휘감으며, 그와 닮은 레이나의 머리칼이 허공에 나풀거린다. 점점 공기가 떨리고, 레이나에게 마력이 폭발적으로 집중된다.

붉은 기운이 응충되고 또 응축되서, 레이나의 기운이 점점 더 강해진다. 이윽고 완전히 모인 기운은 강하게 방출되며 사방에 파동을 남겼다.

레이나는 넘실거리는 붉은 기운 속에서 눈을 떴다. 살며시 눈을 뜬 레이나의 눈동자는 붉은 기운이 번쩍거리고 있었다.

레이나가 앞으로 차분히 손을 뻗는다. 그러자 레이나가 끌어 모았던 기운이 점점 레이나의 손에 응축되더니, 이윽고 크게 방출되며 형태를 이루었다. 그것은 하나의 용이였다. 이글거리는 불의 파도로 만들어진 용은 허공에서 똬리를 틀더니 레이나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 처럼 레이나를 바라보았다.

레이나가 검지 손가락을 펴서 저 앞 거대한 나무에 까딱 거리자, 용이 불타오르는 몸을 더더욱 거세게 불태우며 순식간에 거대한 나무로 날아갔다.

대략 10m 크기의 적색 용이 거대한 나무를 향해 날아갔다. 적어도 50m 정도 크기의 거대한 나무에 크지만 나무에 비하면 조그마한 용이 날아가 부딪혔다.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새카만 연기가 순식간에 뿜어져 나와 시야를 가렸다.

이윽고 서서히 연기가 사라진 곳에서는 용이 날아간 부분 부터, 거대한 나무까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레이나는 자신이 일으킨 결과를 만족스레 바라보더니,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려 의기 양양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 보았다.

과연..

레이나는 그 고대 부터 지금까지, 그 어떠한 인물보다 불에 관한 재능이 뛰어나다고 했는데, 그 말은 거짓말이 아니였는가 보다.

레이나의 의기양양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토너먼트가 기대되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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