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소녀가 된 마왕님-26화 (26/35)

〈 26화 〉 밀리나.. 너는 누구야…?

* * *

레이나는 자신의 모습에 어안이 벙벙해 보였다. 그저 멍하니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놀라움에 가득 차 있을 뿐 이였다. 그 모습에 흐뭇한 웃음이 나와 나는 살며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

"달라진 기분이 어때? 레이나."

레이나는 내 말에 흠칫 떨며 나를 바라보더니, 그 루비 같은 눈망울에서 물 한줄기가 레이나의 얼굴을 타고 흘러 내렸다. 레이나는 순식간에 내게 다가와 나를 꽉 끌어 안고는 몸을 살짝 떨며 울었다.

"…고마워, 피나.. 흑.. 정말,로.. 고마워.. 흐윽"

레이나의 심정이 어떤 기분일지 난 잘 모르겠지만, 레이나가 기뻐하는 모습은 보기 좋아서, 나는 그저 미소 지으며 품에 안긴 레이나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토닥토닥—

레이나는 한참을 내 품에 안겨있다가 이제 괜찮아 졌는지, 나를 살짝 밀어내며 품에서 벗어났다.

"이제, 괜찮아?"

"응, 고마워."

레이나는 촉촉하게 젖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에 나는 살짝 미소 짓고는 말했다.

"얼마나 강해졌는지 확인해 봐야 하지 않아?"

"좋아!"

레이나는 순식간에 활기를 되찾았다. 그 모습이 퍽 귀여워서 살짝 웃으며 레이나를 바라 보았다.

레이나는 허공에 손질을 여러번 하더니, 또 어떤 버튼을 클릭했다. 그러자 또 다시 공간에 환상이 더해지며 아까 봤던 숲으로 모습이 바뀌었다. 아까도 생각했지만, 정말 언제봐도 신기한 기술인거 같다.

레이나는 잠시 눈을 감고는 심호흡을 하더니, 차분히 눈을 떴다. 그리고는 오른팔을 앞으로 내밀며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레이나의 몸을 새하얀 불꽃이 휘감았다. 그 불꽃은 레이나의 의지에 따라 자신을 태우지 않고 점점 레이나의 오른손으로 모여들었다.

이글거리는 백염의 폭발적인 기운이 레이나의 손을 타고 한계까지 응충 되었다. 그 기운만으로도 공기가 덜덜 떨리며, 주변의 나무나, 잡초가 열기에 녹아 내렸다. 허나, 레이나의 의지가 백염에도 통하는지 주변을 녹일 정도로 이글거리는 열기는 내게 닿지 않았다.

레이나의 손에서 한계까지 응축된 백염의 구는 순식간에 거세게 타오르며 거대한 용의 형태를 만들었다. 그 용의 모습은 아까 전에 레이나가 사용한 적룡과 닮았으나, 그 크기나 몸에 담긴 기운은 아까와 차원이 달랐다. 또한 붉디 붉은 아까의 적룡과 달리 저 용은 완전무결한 새하얀 색이였다.

거대한 백룡은 레이나의 의지에 따라 이글거리며 주변을 모두 불태울 기세로 타올랐다. 이에 레이나는 보답이라도 하듯 펼쳐두었던 손바닥을 꽉 쥐며 말했다.

[타올라라]

레이나의 의지가 백룡에 닿으며 백룡이 더더욱 거대해지며 더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그 모습은 너무나도 눈 부셔서 제대로 쳐다볼 수도 없을 지경 이였다.

그 후 레이나는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꽉 쥔 주먹을 펼치며 조용히 읊조렸다.

{백룡白?}

그 순간 백룡이 폭발적인 기운을 내뿜으며 사방을 부시며 날아갔다. 아까 전 레이나가 부쉈던 거대한 나무는, 이제 한낱 장애물 밖에 되지 않아서. 그저 백룡이 스쳐지나가는 것 만으로도 순식간에 불타올라 재 조차 남기지 않고 소멸했다.

레이나가 만든 백룡은 폭발적인 기세를 가지고, 저 앞에 매우 자그마한 산으로 날아 갔다. 순식간에 자그마한 산에 도달한 백룡이 입을 크게 벌리며 산과 충돌했다.

콰아아앙——

엄청난 굉음을 내면서 타오르는 백염이 자그마한 산을 집어 삼켰다. 백룡이 산과 충돌한 위력으로 인해 공기가 거대한 파동이 되어, 그저 반동으로 일어난 풍압만으로도 주변의 나무가 뽑혀 날아갔다.

이윽고 거대한 연기가 걷혀진 뒤에, 자그마한 산은 타오르는 백염에 집어 삼켜져, 흔적 조차 남지 못했다.

레이나는 자신이 일으킨 참상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아차 싶었는지 다급하게 말했다.

"아! 참고로 이거 빨리도 쓸 수 있어."

레이나는 그렇게 말하더니 오른팔을 쭉 내밀어 순식간에 백룡을 만들어 냈다.

허나 그 백룡은 아까와 비하면 기세도, 크기도 작았다. 허나 레이나가 손가락을 까딱여 백룡이 거대한 나무에 부딪히자. 그 나무는 적룡 때와 같이 순식간에 소멸되었다.

"방금건 그냥.. 얼마나 세졌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어때, 이제 실전에서도 쓸 수 있겠지?"

레이나는 미소가 가득한 얼굴로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까전에 기운을 모으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부분을 지적했더니, 그 부분이 신경 쓰였나 보다. 새새한걸 신경쓰는 모습이 퍽 귀여워서 살며시 웃으며 레이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잘했어."

레이나는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기분이 좋다는 듯이 눈을 지그시 감고는 내 손길을 즐겼다. 그렇게 조금 쓰다듬어 주다가 손을 떼자 레이나가 아쉽다는 듯이 '아…'하고 소리를 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음 선수가 기다리고 있었기에.

내가 뒤를 슬며시 돌아보자, 그곳에는 밀리나가 싱긋 미소 지으며 서 있었다.

"대단한 걸요, 레이나."

밀리나는 레이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그 눈길에는 미약한 놀라움이 서려 있었다.

"흐,흠 고마워 밀리나."

레이나가 어깨를 활짝 피며 말하자, 밀리나는 나를 이번에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피아나도 그렇고 말이죠.. 그럼~ 다음은 제 차례인가요?"

"응, 한번 어떻게 싸우는지 보여줄래?"

"네에~ 그럼 저도 한번 힘을 보여 드릴게요."

밀리나는 그리 말하고는 레이나 처럼 허공에 손짓하며 설정을 조작했다. 이윽고 밀리나가 손짓을 모두 마치자, 주변 환경이 변했다.

"산?"

레이나가 주변을 돌아보며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확실히 밀리나가 설정한 곳은 의아했다. 앞뒤로 끝도 없이 늘어져 있는 평지였지만, 이상하게도 앞에 산이 하나 있었다.

"후훗, 제가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봐주세요."

밀리나는 그리 말하고는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어느샌가 밀리나의 손에는 묵빛의 검이 들려 있었다. 밀리나는 그 검을 두어번 돌려보더니 만족스레 미소 짓고는 숨을 가다 듬었다.

들이쉬는 숨은 깊게, 내쉬는 숨은 짧게 내쉰다. 점점 의식을 집중하고는 밀리나가 오른쪽 발을 뒤로 쭉 내밀었다. 그러자 밀리나의 몸에서 칠흑같은 기운이 폭발적으로 줄기줄기 흘러 나왔다. 밀리나의 심상 세계는 칠흑과 같은 어둠이였다. 원래 마물이나, 마족 등등. 마기를 쓰는 이들의 심상 세계는 모두 어둠이라서, 딱히 이상한 부분은 없었으나, 밀리나의 기운은 그 어떠한 마족 보다도, 7악 보다도 더 어두웠다. 아니.어쩌면 나 보다도.

마족이나 마물은 기운이 더 어두우면 어두울 수록, 빛을 게걸스럽게 집어 삼킬 정도로 칠흑같이 어두울 수록 더 강하고 순수하다. 그러므로 밀리나의 기운이 마왕이였던 나보다도 더 어둡다는 것은. 밀리나의 힘이 마왕 이였던 나보다도 강하다는 소리가 된다.

'도대체 어떻게..'

말이 안된다. 만약 밀리나가 한낱 던전의 보스. 여왕 개미라면, 최상급 마물이라면, 마왕이였던 나 보다도 더 순수한 어둠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다. 마왕이였던 나는 그 어떠한 마족과 마물 보다도 강대한 존재 이기에, 심지어 그 어떠한 마왕도 나보다 강하지는 않았다. 생각해보면 밀리나는 처음 봤을 때 부터 이상했다. 밀리나는 분명히 말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떠한 마물도 말을 할 수는 없다

그렇다. 밀리나는 분명 자신을 마물이라고 칭했다. 허나, 그 말에는 모순이 있었다. 아무리 강대하더라도,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그 어떠한 마물도 말을 할 수는 없었다. 허나.. 분명 밀리나는 말을 했다. 그것도 여왕 개미의 상태로 말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모습도 뭔가 이상했다. 지금 밀리나의 기운 정도라면 아무리 여왕 개미의 모습이라지만 그래도 여왕 개미 일때와 비교 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여왕 개미의 모습은 어딘가 이상했다.

마치무언가에 조종당하는 느낌이였다.

한 번 떠오르는 의문은 쉽게 가라 앉지 않았다. 어째서 밀리나는 그렇게 강한건가? 여왕 개미가 밀리나가 맞는가? 밀리나의 정체는 뭐지? 그렇다면 여왕 개미를 조종한 존재는 누구지?

아니야.

모든 의문을 저 깊은 곳에 처박아 버렸다. 의심하지 말자. 정말 여왕 개미 였을 수도 있잖아? 설령 밀리나가 여왕 개미가 아니더라고 해도. 밀리나가 보여준 모습은 분명히 진짜 였다. 그래. 밀리나가 보여준 모습은 분명히 진짜 였단 말이다. 날 바라보며 미소 지어 준것도,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게 장난을 친것도, 내가 성검을 뽑았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 준것도. 전부 진짜였단 말이다. 믿어야 한다. 아니, 믿고 싶다. 하지만.. 수 없이 배신 당하고 상처 입던 피아나의 마음 속에는 밀리나를 의심하는 마음이 피어 오르고 있었다.

착잡한 표정으로 밀리나를 바라보자, 밀리나의 주위에는 칠흑과 같은 기운이 밀리나의 몸을 휘감았다. 밀리나는 그 기운을 모두 검으로 몰아 넣었다. 그러자 밀리나의 검에 칠흑과 같은 기운이 서렸다.

밀리나는 호흡을 멈추더니, 뒤로 빼고 있던 오른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다리 부터, 허리, 어깨, 팔 까지 모든 힘을 전달 하여 최적의 경로로, 군더더기 없이 사선으로 허공을 베어 냈다.

그저 허공을 벤것처럼 보이던 검에서 칠흑과 같은 기운이 매우 얇게, 그리고 길게 흘러 나왔다. 그 기운은 매우 얇아서 집중하지 않으면, 나 조차도 모를 정도로 얇았다.

그 기운은 순식간에 산으로 향하더니 그대로 산을 관통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아보이던 산이.

사선으로 기울어지며 완전히 두동강 났다.

쿠구구구구궁­

아무렇지도 않게 산을 베어 가른 밀리나는, 어느새 나를 지그시 바라 보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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