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 밀리나의 과거와 성장
* * *
내가 잘 못 들은건가? 누ㄴ.. 이제 언니인데 아무튼! 누나라니? 나는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밀리나를 바라 보았다. 그러자 밀리나는 생글생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전대 마왕이 누구 인지는 알지?"
"응, 타나토스."
타나토스.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는가? 날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트린 인물을.
내 손으로 직접 죽인 인물을.
밀리나는 약간 어두워진 내 얼굴을 보더니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타나토스가 네 아버지 인건 알테고… 나는 타나토스가 다른 여자와 낳은 아이, 그러니까 서큐버스 퀸 릴리스의 사이에서 낳은 배다른 마족 후계자야."
서큐버스 퀸 릴리스…? 분명 내 기억에 그런 인물은 없었는데…? 의아함을 담아 밀리나를 바라 보니, 밀리나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마계에서 대대로 마왕은 남자가 되는 거 알고 있지?"
"응."
당연히 알고 있다. 도대체 왜 굳이 남자가 마왕이 되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모르지만, 마계에서 마왕은 대대로 남자가 된다. 딱히 별다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마 마왕이 될때의 의식과 관련이 있을텐데, 이상하게 마왕이 될 때 행했던 의식과 관련된 기억이 없다. 정확히는 기억이 신기루처럼 흐릿하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버렸어. 어머니가 날 임신했을 때, 마왕은 딸이라는 것을 알고는, 어머니를 마계에서 추방시켰어."
"…"
허, 내가 잘 못 들은 건가? 마계에서 추방시켰다고? 고작 딸을 임신했다는 이유 만으로도? 정말 타나토스라는 작자를 죽인 건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감돈다. 그런데 서큐버스 퀸이면 마계에서 버려져도 괜찮지 않은가? 싶을 거다. 아무리 마계에서 추방 됐다고 해도, 서큐버스 퀸 이라는 이름이 딱지 치다가 얻은 이름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방은 다르다. 추방은 마족으로써 가지고 있던 모든 힘과 마기를 빼았는다.
그러니까 모든 힘과 마기를 빼았기면 당연히, 성인 여성의 힘정도밖에 남지 못하게 된다.
미친 짓이다. 제국의 기사 단장 마저도 마계에서 혼자 살아남기는 쉽지 않은데, 성인 여성의 힘으로, 그것도 임신한 채 추방시킨다고?
으드득
으스러지게 깨문 이빨에서 소리가 난다. 절로 화가 나서 미칠 것 같고 꽉 쥔 주먹에서는 손톱이 피부를 파고 들어 피가 뚝뚝 흐른다. 너무나도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지만, 애써 참았다. 나 보다는 밀리나가 더욱 힘들었을 테니까.
밀리나는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 괜찮아. 다 지난 일인걸. 그러니까 화 풀ㅇ…꺅!?"
밀리나가 괜찮다고 말하는 눈빛에서는 짙은 슬픔이 묻어나서,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밀리나를 으스러지게 껴 안았다.
"피, 피아나…?"
품에서 느껴지는 온기와 미약한 떨림에 더더욱 밀리나를 껴 안고는 밀리나에게 속삭였다.
"괜찮아, 응 괜찮아. 내가 입담이 없어서 이럴 때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떤 위로를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마음속에 응어리진 그 슬픔을 풀어낼 수 있을지. 나는 잘 모르겠어. 그야 나는 위로라는 걸 해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이건 말할게, 언니 잘못이 아니야. 언니는 최선을 다했어, 언니는 노력했어. 누구는 그 절망에 빠져 허우적 대기만 할거야, 과거를 후회 하기만 하면서 그저 한탄만 할거야. 미래를 바꾸려는 노력은 커녕 자신을 비하하면서 그저 과거에 묶여 있을 거야. 하지만… 나는 본적은 없지만, 언니는 최선을 다했잖아? 언니는 분명 매우 슬플거야, 하지만 그 슬픔에 절망하지 않았어. 오히려 그 슬픔을 밑거름 삼아 누구 보다 노력했을 거야. 누구도 언니의 노력을 폄하할 수는 없어. 언니는 누구보다 노력했으니까, 사실 알고 있잖아? 모두 언니 잘못이 아니라는 걸. 언니의 어머니가 이렇게 언니가 슬퍼하는 걸 원할거 같아? 과거는 과거야. 비록 과거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어. 그러니까 지금 부터라도 언니의 소중한 사람을 지켜, 그 힘으로 과거에 지키지 못한 어머니를 대신해서, 현재를 지켜. 하지만… 지금은 쉬어도 돼. 지키는 건 모두 내가 할 테니까. 언니는 그저 편히 쉬고 있어, 내가 모두 지켜 낼테니까. 그리고…마지막으로 이 말은 꼭 하고 싶네."
"언니는 누구 보다 마음이 예쁘니까. 분명 자신의 잘못이라고 할거야, 하지만 언니의 잘못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활짝 웃어. 언니는 웃는게 제일 예쁘니까."
"아…"
밀리나의 입에서 그동안 응어리진 마음이 흘러 나온다. 그동안 꽉 묶어 놓았던 감정이, 심장 깊은 곳에 응어리진 슬픔이, 더 이상 응어리지지 못하고 흘러 나온다.울음이라는 형태를 가지고서.
"흑… 흐윽, 윽… 흐윽… 흐아아아아앙."
꽉 끌어안은 밀리나의 몸이 조금씩 떨리며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 낸다. 가녀린 몸이 떨리는게 안쓰러워서 더 꽉 끌어 안았다.
"흐윽…흑…, 흐읏…"
점점 떨림이 잦아들고 울음마저 그 소리가 잦아들고 있을 때 나는 꽉 끌어 안고 있던 밀리나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내가 바라본 밀리나는. 울면서 웃고 있었다.
***
어느새 울음을 그친 밀리나가 얼굴을 붉히며 호다닥 내 품을 빠져나왔다. 얼굴을 푹 숙이고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는 모습이 매우 귀여워서 계속 보고 싶었지만, 분위기를 환기 해야 했기에, 말을 걸었다.
"그래서 진짜 이름이 뭐야?"
"으,으응?"
"진짜 이름말이야. 밀리나라는 이름, 가명 이잖아?"
"어떻게 알았어?"
"글쎄…, 그저 감이랄까? 이름이 입에서 착착 안달라 붙었어."
"풋, 그게 뭐야…"
밀리나는 어이 없다는 듯이 픽하고 웃고는 자신의 진짜 이름을 말했다.
"세레스. 세레스야."
"세레스, 세레스… 이름 예쁘네."
"당연하지, 우리 어머니가 지어준 이름인데!"
밀리나, 아니 이제 세레스의 말에 그렇다고 대답하며, 세레스의 눈을 똑바로 바라 보았다. 세레스도 내가 눈을 바라보자, 나와 눈을 마주 쳤다. 나는 지그시 눈을 마주친 상태에서 말했다.
"만나서 반가워, 세레스 언니. 나는 피아나야."
미소 지으며 말하자, 세레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빛으로 몸을 휘감으며 말했다.
"나도 만나서 반가워 피아나, 진짜 모습으로 다시 말할게, 안녕? 네 언니 세레스야, 피아나."
세레스의 몸을 휘감던 빛이 사그라 들며, 세레스의 모습이 빛속에서 드러났다.
허리춤까지 오던 칠흑 같은 머릿결은 아름다운 벚꽃색으로 변하여 주변을 따스하게 밝혔다. 칠흑 같던 머릿결과 대조되던 황금빛의 눈동자도, 머릿결과 같은 분홍색으로 변하였다. 날카로운 눈매와 고혹적이던 얼굴은, 다소 부드럽고 따스하게 변했으나, 더더욱 예뻤다. 허나, 서큐버스 퀸의 피가 어디 가지는 않는지, 등에서는 핑크 빛의 박쥐 날개가 생겨 났고, 엉덩이에도 핑크색의 하트 모양 꼬리가 생겨 났다. 그리고 흉부는 과연. 서큐버스 퀸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엄청난 위엄을 자랑하였다.
완전히 본래 모습으로 변한 세레스는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는 말했다.
"잘 지내 보자, 피아나."
우리는 그저 서로를 바라 보며 미소 지었다.
[세레스 side]
세레스는 자신이 누나라고 칭하자 얼빠진 얼굴로 멍하니 저를 바라보는 피아나를 바라 보았다. 자신이 누나라고 부르니 "네?"라고 반문하며 어안이 벙벙한 표정은 너무나도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머리르 쓰다 듬었다.
그녀가 의문을 품은 표정으로 내게 바라 보자, 나는 설명했다.
"전대 마왕이 누구인지는 알지?"
"응, 타나토스."
타나토스라는 이름이 나오자 마자,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지며, 어두워지는 얼굴을 보고는 역시 내 동생도 어떤 고통을 받았구나 싶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타나토스가 네 아버지 인건 알테고… 나는 타나토스가 다른 여자와 낳은 아이, 그러니까 서큐버스 퀸 릴리스의 사이에서 낳은 배다른 마족 후계자야."
내가 그리 말하자, 우리 동생님은 의아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 보았다. 하긴, 동생은 내 어머니를 본적이 없을테니까. 나는 말을 이었다.
"마계에서 대대로 마왕은 남자가 되는 거 알고 있지?"
"응."
마계에서 대대로 남자가 마왕이 된다는 사실은 당연히 동생도 알고 있는 듯하였다. 그 모습을 바라 보며, 나는 살짝 주저 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래서 버렸어. 어머니가 날 임신했을 때, 마왕은 딸이라는 것을 알고는, 어머니를 마계에서 추방시켰어."
"…"
피아나는 내 말을 듣고는 이가 으스러지게 깨물며 손을 꽉 쥐었다. 꽉 주먹쥔 손에서 피가 뚝뚝흐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피아나가 얼마나 화가 나는지 알거 같았다. 그럼에도 나를 배려해서 최대한 화를 참아내는 모습에 쓴웃음이 나왔다.
어머니를 추방시켰다는 말을 하니, 저절로 과거가 떠올랐다.
***
서큐버스 퀸이였던 자신의 어머니 릴리스. 어머니는 나를 임신했다는 이유만으로 마계에서 추방 당했다.
어머니는 임신한 몸으로도 나를 위해서 끊임 없이, 노력 했다. 마물들을 피하다가 넘어져 땅을 굴러도, 집하나 없이 땅바닥에서 쪽잠을 자도, 발을 헛디뎌 폭포에서 떨어졌을 때도. 자신의 어머니는 최선을 다하였다. 나를 키우기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어머니는 수없이 노력한 끝에 자그마한 굴을 발견했다.
어머니는 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일반 여성의 몸으로 끙끙 거리며 나를 낳았다. 어머니는 나를 낳아 지친 몸으로도, 굴 밖으로 나가서 음식을 구했다. 밤에는 사방에서 마물 소리가 들리고, 낮에는 끔찍한 더위가 굴을 강타한다. 그러나 어머니는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고 나를 키웠다.
어머니가 끙끙거리며 나를 키운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다섯살이 되었다.
아직도 기억 난다. 그 날도 비록 풍요롭지는 않지만, 평화로운 나날이였다. 빛 조차 들어오지 않는 자그마한 굴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받던 말괄량이 같던 나는, 바깥 세상이 궁금했다. 저 빛이 들어오는 곳에는 뭐가 있을까? 밖의 세상은 어떨까? 어머니는 매일 어디를 갔다 오는 걸까?
그때의 나는 우물안의 개구리 였다. 아직 너무나도 어렸고, 이성적인 판단조차 하지 못하는 그런 애 였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가 잠든 틈을 타서 몰래 굴 밖으로 나갔다.
끙끙거리며 빠져나온 굴밖의 세상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굴에 비하면 너무나도 넓고, 밝은 세상에 나는 매료 되어서, 나는 한참을 돌아 다녔다. 풀을 만지고, 햇살을 느끼고, 나무에 기대며, 얼마나 놀았을까? 이제는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나는 다시 굴로 돌아왔다.
허나, 굴의 입구는 처참히 무너져 있었다. 심장이 떨렸다. 숨이 가빠지고, 호흡을 제대로 내쉴 수 없었다. 머릿속에서는 쉴새 없이 경종을 울려 댔다. 나는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미친 듯이 달려 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 때 내가 본 모습은 거대한 오우거와, 배에 칼로 구멍이 뚫린 어머니 였다.
어째서 그날 오우거가 나타났는지는 모르겠다. 왜 하필이면 내가 빠져나간 그때 오우거가 찾아 왔는지. 어째서 오우거가 칼을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머니의 복부에서 끈적하게 흐르는 붉은 피를 본 나는. 이성을 잃었다.
그때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오우거의 팔다리는 모조리 찣겨나가 사방에서 굴러다니고 있고, 머리는 형체도 없이 부서져 있었다.
나는 서둘러 어머니를 끌어 안았다. 차갑게 식어가는 와중에도 어머니는 날 배려하며, 날 위해 내 탓이 아니라고 말했다. 허나, 죽어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본 나는, 그 말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그저 모든 게 내 탓이였다고 생각 했을 뿐.
어머니가 죽은 것도. 어머니가 마계에서 추방당한 것도. 어머니가 고생한 것도. 전부 내탓이라고 생각했다. 싸늘하게 식은 어머니의 시체 앞에서, 나는 피눈물을 흘렸다.
***
지금 생각해도 참 웃기는 과거다. 그저 그 호기심을 견디지 못 해서 어머니를 죽게 만들다니. 혹시라도 내가 그 날 딱 하루만 호기심을 참았다면, 어머니를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한심한 생각이다. 이미 과거는 지나갔다. 그런데도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내 모습에 쓴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난 화가 난 피아나를 달래 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이제, 괜찮아. 다 지난 일인걸. 그러니까 화 풀ㅇ…꺅!?"
갑자기 피아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날 꽉 끌어 안았다.
"피, 피아나…?"
피아나는 날 꽉 끌어 안더니 말했다.
"괜찮아, 응 괜찮아."
[괜찮지 않아.]
"내가 입담이 없어서 이럴 때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떤 위로를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마음속에 응어리진 그 슬픔을 풀어낼 수 있을지. 나는 잘 모르겠어."
[풀어 낼 필요 없어.]
"그야 나는 위로라는 걸 해본 적이 없으니까."
[그렇다면 위로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이건 말할게, 언니 잘못이 아니야. 언니는 최선을 다했어, 언니는 노력했어."
[아니야 나는 노력 하지 않았어, 그저 책임감을 피하고 싶었어. 그래서 아무 생각 나지 않게, 그저 싸움만 추구 한 거야.]
"누구는 그 절망에 빠져 허우적 대기만 할거야, 과거를 후회 하기만 하면서 그저 한탄만 할거야. 미래를 바꾸려는 노력은 커녕 자신을 비하하면서 그저 과거에 묶여 있을 거야."
[아니야, 나도 과거에 묶여 있어,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 밖에 없었을 뿐이야.]
"하지만… 나는 본적은 없지만, 언니는 최선을 다했잖아? 언니는 분명 매우 슬플거야, 하지만 그 슬픔에 절망하지 않았어. 오히려 그 슬픔을 밑거름 삼아 누구 보다 노력했을 거야. 누구도 언니의 노력을 폄하할 수는 없어. 언니는 누구보다 노력했으니까."
[아니야, 나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어. 어머니를 죽게 만들었으니까. 모든 게 내 잘못이야. 그러니까 고개를 쳐박고 절망할 틈도 없었어.]
"사실 알고 있잖아? 모두 언니 잘못이 아니라는 걸. 언니의 어머니가 이렇게 언니가 슬퍼하는 걸 원할거 같아?"
[아니, 분명 날 원망할거야. 비록 마지막 유언은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날 향한 저주와 원망이 가득 들어가 있었겠지.]
"과거는 과거야. 비록 과거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어. 그러니까 지금 부터라도 언니의 소중한 사람을 지켜, 그 힘으로 과거에 지키지 못한 어머니를 대신해서, 현재를 지켜."
[나는 할 수 없을 거야. 또 후회 할거야. 나는 바보니까,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겠지.]
"하지만… 지금은 쉬어도 돼. 지키는 건 모두 내가 할 테니까. 언니는 그저 편히 쉬고 있어, 내가 모두 지켜 낼테니까."
[너도 후회 하지 않을까? 정말 모두 지켜낼 수 있어?]
"그리고…마지막으로 이 말은 꼭 하고 싶네."
"언니는 누구 보다 마음이 예쁘니까. 분명 자신의 잘못이라고 할거야, 하지만 언니의 잘못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활짝 웃어. 언니는 웃는게 제일 예쁘니까."
아…
세레스는 누구 보다 마음이 예쁘니까. 분명 내 잘못이라고 생각 하겠지? 하지만 세레스의 잘못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활짝 웃어 세레스. 그야 세레스는 웃는게 제일 예쁘니까.
피아나의 말에 마음 속 깊은 곳에 묻혀 있던. 애써 무시하고 있던 어머니의 유언이 떠오른다.
그렇구나… 어머니는 마지막 까지 날 소중히 여기고 있었구나. 날 원망하지 않았구나.
"흑… 흐윽, 윽… 흐윽… 흐아아아아앙."
끝까지 날 원망하지 않는 어머니가, 마지막 까지 날 소중히 여기고 있었던 어머니의 유언조차 무시한 채, 자신을 원망한 내가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나온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어머니의 유언을 지키고 싶어서. 웃는게 예쁘다고 어머니가 내게 말해 줬기에.
나는 울면서 웃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