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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가 된 마왕님-35화 (35/35)

〈 35화 〉 아카데미 교장 샤티

* * *

어떻게 알아차렸는가.

그런 의문이 피아나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지만, 현재는 그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타앗­.

순식간에 거리를 땅을 박차고 거리를 벌리는 피아나. 날카롭게 빛나는 붉은 눈이 요사스럽게 빛나며 제 앞에 서있는 여성을 노려보았다.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서늘하게 울려퍼지는 목소리. 텅 빈 공간을 울리는 그 목소리는 분명한 위엄이 서려있었지만.

"푸흣, 왜 그래? 당황했어?"

샤티는 분위기에 맞지 않게 눈꼬리를 달처럼 휘며 웃었다.

그에 피아나의 눈이 가늘어지며 상대를 가늠했다.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어렴풋하게 파악한 힘으로는 충분히 이길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피아나는 등 뒤로 돌린 손에 신성을 피워올리며 경우의 수를 계산했다.

그녀를 죽일 수 있는가.

'죽일 수 있다.'

피아나는 그녀를 죽일 자신이 있었다. 설령 그녀가 이 아카데미의 교장이라 불리우는 이라도, 그건 피아나에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

설령 아카데미가 무너져내려 더 자라날 새싹이 제 꽃을 피우지 못해 허물어진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점 찍어놓은 이들만 따로 성장시키면 됐기에 문제는 없었다.

칼리엘이라는 자신의 전모습을 알고있는 이상, 그녀를 죽여 입막음 하는게 가장 현명했다.

하지만.

'…들키지 않고 죽일 수 있을까.'

아무리 그녀라고 하더라도 이 아카데미 내에서 들키지 않고 죽일 수 있는가. 그리 묻는다면 피아나도 확신을 할 수는 없었다.

분명 느껴지는 그녀의 힘은 심상치 않았고, 그런 그녀를 죽이기 위해서는 자신 또한 힘의 대부분을 사용해야 했으니, 당연하게도 그런 거대한 힘의 파동을 아카데미에서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하물며 그녀 또한 생각이 있으니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다고 넌지시 밝힌 것일 터.

아무런 대비조차 하지 않고 자신을 불렀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아… 그래서 목적이 무엇이냐."

"흐응, 역시 상황 판단이 빠르네. 혹시라도 머저리처럼 덤벼들까봐 난감했거든."

"……결론만 말해라."

"사람이 뭐 그리 딱딱해? 아니 마왕이었으니 마족이라고 불러야 하나?"

요사스럽게 웃으며 농담을 하는 샤티의 모습에 피아나의 눈이 더욱 날카롭게 빛났다. 피아나가 더 이상 경고는 없다는 뜻으로 샤티를 노려보자 '응응, 알았어. 그러니까 그만 노려봐.' 라고 말하며 손을 위로 드는 샤티.

그 모습에 피아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샤티를 바라보았다. 용건이 무엇이냐는 눈빛. 그런 눈빛에 샤티가 생긋 웃으며 상쾌하게 말했다.

"그런 거 없는데?"

"…뭐?"

너무나도 산뜻하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잠시간 얼이 빠진 피아나는 이내 정신을 차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가 아직도 장난을 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품으며 샤티를 노려보자,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응. 그냥 궁금해서 부른거야. 한 때 최강의 마왕이라 불리었던 이가 우리 아카데미에 있다니. 신기하잖아?"

그리 말하며 보랏빛 눈을 빛내는 샤티.

이내 그녀의 눈이 피아나의 몸을 샅샅이 살피듯, 피아나를 위아래로 한 번 훑고는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장난을 치고 싶어 안달난 아이의 눈빛. 그녀는 손으로 제 입을 가리며 쿡쿡 웃었다.

"게다가 이런 소녀가 되어버리시고는 말이야?"

"…윽."

장난스러운 샤티의 말에 피아나가 침음을 흘렸다. 평소에도 여자가 된 사실이 못마땅한 피아나였으니, 하물며 자신이 남자였다는 사실을 알고있다 생각하니, 얼굴이 붉어졌다.

그런 피아나의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샤티.

"흐흐, 뭐야 뭐야? 왜 이렇게 귀여워?"

"…시끄러워."

생긋 미소를 지으며 놀리는 모습에 피아나가 고개를 돌리며 입술을 달싹였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샤티가 놓칠리 없었다.

"우리 마왕님은~ 정말로 마왕인거 맞아? 마왕이 어떻게 이렇게 귀여워? 사실 남자라는 것도 거짓말 아니야?"

생글생글 웃으며 피아나를 놀리는 샤티. 그녀가 말하면 말할 수록 고개를 더욱 깊게 숙이던 피아나는, 이내 고개를 들며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한 번 더. 장난치면 죽일거야."

최대한 스산하게 말하는 피아나. 최대한 분위기를 잡으며 말했지만 샤티는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쿡쿡 웃었다.

'저렇게 말해도 귀여울 뿐인데.'

솔직히 저 모습으로 스산하게 말해봤자 얼마나 무섭겠는가. 오히려 위험에 처한 동물이 몸을 부풀리며 상대를 위협하는 것 같아 웃음만 새어나왔다.

물론 그 모습은 아직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완전히 자각하지 못한 괴리감에 그런거였으나, 그 사실을 피아나가 알 리가 없었다.

"그럼 용건은 끝난걸로 알고 있을게."

겉으로 보기에는 장난기를 멈춘 샤티의 모습에 자신의 위협이 먹혀들어갔다고 생각하며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고는, 피아나는 그리 말하며 몸을 돌렸다.

더 이상 그녀가 자신에게 용건이 없다면 굳이 있을 필요도 없었고, 그녀의 모습으로 보아서는 자신의 정체를 말할 만한 인물도 아닐 거라는 판단이 들었으니까.

추측과 판단에 불과한, 어설픈 예상일 뿐이었으나. 피아나는 자신의 눈을 믿었다.

피아나는 허투로 마왕이 된 게 아니다.

마왕성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눈치와 처참한 배신의 현장, 끔찍한 실력 우월 주의에서 모두를 짓밝고 최후에 살아남아 마왕이 된 게 피아나였다.

피아나는 그때 서열상 가장 밑바닥. 마왕의 아들이 마족 서열에서 가장 밑바닥이라는 것은 아이러니하기 그지 없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마족 서열 최하위였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가장 밑바닥에서 모든 이를 내려다보는 위까지.

마왕이 되기 위해 피아나가 죽인 이들은 정말 수도 없이 많았고, 피아나의 손에 묻은 핏자국은 메마를 날이 없었다.

그런 마왕성에서 밑바닥 부터 올라왔으니, 당연하게도 처음에는 힘이 약했던 피아나에게 필요한 것은 싸움의 흐름을 읽는 눈치와 상대의 감정을 읽는 화술이었다.

그 과정에서 피아나는 자연스레 사람의 성정을 어느정도 알 수 있었다.

자신을 죽이려 들기 위해 칼을 등 뒤에 숨기고는 웃으며 다가오는 이도 있었고, 또한 자신을 이용하기 위해 손을 내미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를 이용해서 짓밝고 올라온 것이 피아나, 그녀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의 눈을 믿었다.

"음,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많지만… 아무래도 너는 아닌 거 같네."

피아나의 눈치를 조심스레 살피다가, 샤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저리 노려보는 피아나의 시선을 보니, 더 이상 장난쳤다가는 정말로 죽일 거 같았으니까.

아무리 샤티가 괴짜이긴 했으나, 그녀도 자신의 목숨은 소중히 여겼다.

"그럼 잘가, 다음에 만나자."

그리 말하며 샤티가 손가락을 튕기자, 어느새 피아나는 자신의 기숙사에 돌아와 있었다.

"하아…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아직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멍하니 있던 피아나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갑자기 불려오고 갑자기 사라지고.

정체를 까발리지 않나, 이번에는 또 그걸 가지고 장난을 치고 이제는 자신을 휙휙 날려버리지 않았나.

피아나는 피로를 느끼며 침대에 풀썩 누웠다.

물론 피아나의 신체는 이미 그런 걸로 피로를 느낄 수 없는 몸이었지만, 몸으로 느끼는 피로 외에도 정신으로 느껴지는 피로 떄문에 머리가 어질어질 한 것 같았다.

그렇게 푹신한 침대위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피아나는, 제 손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할 수 있을까."

이미 너무 늦었다고,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그동안 애써 잊고 있던 생각. 자신의 복수를 위해 마왕성을, 공략한다는 다짐.

하지만, 피아나는 그것이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얼핏 들어본 바로는 그 전부터 명확히 상대하기 쉽지 않았던 상대들의 전력은 더욱 더 상승했고, 지금도 그들이 전력은 비대칭적으로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확실히, 인간계의 힘도 그리 약하지는 않았다.

아니, 그녀의 생각보다도 인간계는 훨씬 강했다. 그녀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자들이 많이 있었고, 방금 본 샤티도 어지간한 마왕군은 손쉽게 처리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래도 부족해."

샤티에게 자신이 전마왕이라는 사실을 들어서 였을까.

복잡한 상념이 피아나의 머리를 괴롭혔다. 사실, 그녀의 걱정은 단순히 마왕성을 침략하지 못한다는 것에서 떠오른 생각은 아니었다.

애초에 이제 그녀의 머릿속에서 마왕성에 대한 복수는 날아간 뒤였다.

마왕.

그딴 자리는 필요하지도 않았고 원한 적도 없었으니까. 그저 살기 위해서 얻어내야 할 자리였고 지금은 무사했으니, 그딴 허울뿐인 자리는 필요하지 않았다.

다만, 현재로써는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언젠가 침략할거야."

마왕성이 안정되고 새로운 마왕이 탄생한다면, 그들은 이곳을 가장 먼저 침략할 것이다.

인간계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곳은 아카데미였으니, 그리고 그들이 몰려왔을 때.

자신은,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을까.

"…모르겠어."

피아나는 한동안 고민하다가, 이내 베게에 머리를 박았다.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그렇게 뚜렷한 해결은 떠오르지 않았고, 그저 아직 시간이 남았다는 변명을 위안삼으며.

그녀는 고민을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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