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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1화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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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우정을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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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뭐라고 하더라.

으음, 그래.

나의 인간관계는 협소한 대신에 그 우정이 무척 끈끈한 편이다.

다른 사람들이 메신저 친구를 무분별하게 수백 명으로 늘리고자 할 때, 고고히 십수 명 안팎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이라고나 할까.

당연히 가족과 친척을 포함한 수다.

“……아.”

그래, 나는 간만에 메신저의 친구목록을 살펴보면서 크나큰 사실을 깨달았다.

──친구가 없다…….

어째서 그런 것이지.

나란 인간은 도대체 학창시절에 무엇을 하고 다닌 것이지.

운동도, 공부도 그럭저럭 잘했던 것 같은데.

“……어째서 등록된 또래 친구가 단 한 명밖에 없는 것이지?”

추적추적─.

온 세상을 축축하게 만드는 3월의 봄비.

그로 인해 나의 예민한 감수성이 극도로 증폭되고, 때늦은 자아 성찰을 하게 된다.

그리고, 생각한다.

‘뭐. 시발, 아무래도 좋나.’

어느덧 이십이 년간 친구가 극도로 적은 삶을 살아왔는데 인제 와서 친구가 많아지길 바라는 것도 참 웃긴 심보다.

그래, 한 명 있는 친구라도 잘 챙기면 되는 거 아니겠어?

잘해주면 되는 거 아니겠냐고!

그렇게 나는 설움의 눈물을 글썽이며, 친구목록 탐방을 마치는 것이었……,

띠이이이리리리리리리리리리링──!!!!!

그 순간 휴대전화가 지랄발광하며 울어댔다.

액정에 떠오른 발신인의 이름은 나의 단 하나뿐인 베프이자 소꿉친구인 [ 유한나 ].

“이새끼 웬일이야.”

요즘 연락 뜸하더니 갑자기 걸어오네.

나는 반가움에 고개를 몇 번 갸웃거리다가 전화를 받았다.

곧바로 스피커를 통해 그녀의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요, 이진우, 잘 지내고 계시는가!”

“그럭저럭.”

“목소리 텐션이 왜 그래. 거의 죽으려고 그러네. 어디 아파?”

“노노, 그냥 누워서 있어서 그럼.”

“그래, 그러면 나 오십 만원만 빌려주라.”

“……?”

뭐지.

순간 대화의 맥락을 못 따라갈 뻔했다.

나 언제 ATM으로 취직했지?

그러나 방금 막 마니또의 마음으로 잘 대해주자고 결심했던 나는 쯧, 혀를 차고는 잔고를 확인했다.

[ 잔액 : 1, 323, 580원 ]

제법 여유는 있군…….

앞으로 빠져나갈 구석들이 있긴 했다.

그래도 빌려주는 대상이 남도 아니고, 무려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십년지기의 베스트 프렌드인데!

어찌 빌려주지 않을 수 있으랴!

나는 어느새 가슴에 벅차오르는 『우정』을 느끼며 오십 만원을 송금했다.

“보냈다.”

“땡큐! 금방 갚을게!”

“오케이, 믿는다!”

그래도 금방 갚는다고 말하는 걸 보니까 일주일 안에는 갚겠네.

뭐, 사실 내가 굶어 죽기 전까지만 갚으면 되는데 설마 그때까지 안 갚겠어?

“에이, 설마.”

불현듯 뇌리를 스치는 우스운 생각에 피식, 웃고 말았다.

에이, 겨우 오십 만원인데 그걸 안 갚는다고?

나는 우리의 굳건한 『우정』을 믿었다.

……떼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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