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7화 (7/87)

〈 7화 〉 어째서 기모노?

* * *

“저 외지인들은 뭐지?”

뇌권문(雪?門)의 백파준은 객잔 일층을 가득 메운, 평생 보지 못했던 복식의 사람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번 주에 『천주객잔』이 무언가를 하겠다 공지했었던가?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백파준은 일단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당일 일층은 이용하지 못한다며 이층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그 안내에 따라 얌전히 이층으로 올라갔다.

그의 얼굴에는 호기심이 떠올라있되 불쾌감은 딱히 보이지 않았다.

그 까닭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백파준 본인이 무작정 성을 낼 정도로 천주객잔이 만만한 집단도 아닐뿐더러.

“어르신. 오늘도 일찍 오셨군요!”

“그래, 왔느냐.”

홀로 한쪽 구석에 착석한, 어떤 기백도 느껴지지 않는 중년의 사내.

그렇기에 얼마나 높은 경지에 올라 있는지 짐작할 수조차 없는 격차.

새외의 문물, 주식이라는 게 들어오며 나날이 주가를 높이는 대(大) 남궁세가의 태상가주. 남궁현.

절대자에 가까운 그가 군말 없이 개장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감히 일개 권성이 불평을 낼 수는 없었다.

이 층의 다른 이들은 이게 웬일이냐며, 시끌벅적 떠들고 있는데 남궁현만이 여유롭게 말차를 들이켰다.

백파준은 우연히 그의 정체를 알게 되었지만, 아직도 복식부터 음식 취향까지 소탈한 사내와 일대세가의 태상가주를 동일시하기 힘들었다.

백파준은 나름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고 남궁현의 맞은편에 슬그머니 앉았다.

제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유희를 즐기길 원하시는 분이니 공경은 하되 불편해할 필요는 없었다.

아니, 해서는 안 됐다.

백파준은 볼의 흉터를 긁적이며 감히 어르신께 물었다.

“혹시 어르신, 천주객잔이 오늘은 무엇을 하려는가 알고 계십니까?”

언젠가 ‘주식’이라는 문물을 들고 나타난 새외 세력의 한 지점.

천주객잔은 예전부터 종종 ‘이벤트’라는 것을 해왔다.

오늘도 필시 그 연장선일 테지.

홀짝. 남궁현은 차를 마저 들이켜고 평탄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의 투자를 시킨다고 하더구나.”

“으음, 굳이 모의를요? 언제나 실전에 가깝게 치루던 『천주』답지 않네요.”

“그렇게 하면, 큰일이 날 것이라고 객잔 주인이 단언했다.”

“네? 그게 무슨……?”

백파준이 그리 되묻는 순간.

줄곧 인자한 인상을 유지하던 남궁현의 눈이 번뜩였다.

“저들의 사술이 기껏 안정된 무림의 시장을 혼돈에 빠뜨릴 것이라 하더군.”

“으음, 가끔 있었죠. 이상한 힘을 다루던 이방인들.”

백파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1층의 인원들을 내려다보았다.

온갖 세상에서 날아왔다는 것을 증명하듯 여태껏 본 적 없는 복식의 이방인들.

그만큼 이해불가한 능력을 선보이는 자들도 있었다.

이전에 삼류의 내공을 가진 자가 삼매진화(三?火)를 펼쳐내는 것을 보며 얼마나 놀랐던가.

“이따금 이곳으로 올라오는 자도 있을 터이니 잘 대해주라더구나.”

“예, 아무렴요. 무림의 배포를 보여야죠.”

“그래, 그래. 그나저나 곧 사시(??)구나.”

그 말에 백파준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한쪽 벽에 걸려 있는 시계의 시침이 9를 가리키기 직전이었다.

‘……결전의 때가 다가왔군.’

백파준은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두려울 게 없어 보이던 남궁현도 어느새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무운을 비마.”

“무운을 빌겠습니다.”

……개장(??) 7분 전이었다.

* * *

우주복을 입고 있거나 온몸에 비늘이 붙어 있거나 귀가 길거나 키가 난쟁이만 하거나 갖가지 특징을 가진 자들이 이곳에 수두룩했다.

곧 있으면 열릴 ‘이벤트’의 참가자이자 경쟁자인 이들이었다.

“……허허.”

만화책에서나 볼법한 외견의 참가자들을 보는 것은 분명 색다른 경험.

하지만, 정작 내 시선을 끄는 것은 그들이 아니었다.

각자 배정된 탁자에 착석한 참가자들.

그리고 그들 앞으로 디지털 시계 비스름한 것을 배부하는 점소이.

나는 그녀를 보며, 기어이 내뱉고 말았다.

“……이건 무협이 아니야.”

감히 형용할 수 없는 비주얼.

비록 겉핥기지만 무협지를 읽었었던, 무인들의 무(?)와 협(?)을 숭상했던 나로서는 지금 상황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신혜영과 갔던 카페가 서양적인 미의 샤랄라였다면, 이곳은 옛 중국의 고풍스러운 멋이 느껴지는 객잔.

그곳에 외계의 생명체들이 참가자로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별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엘프나 드워프나 외계인이나 내 알바인가?

그러나 전광판이나 주식 그래프나 디지털 시계 등등.

상상도 못 한, 현대적인 것들이 속속들이 보이는 광경은 차마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이게 도대체 무엇이라니?

게다가……,

“어째서 기모노?”

단색의, 화려하지는 않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허리띠를 몇 겹씩 감아 뒤쪽으로 매듭을 묶은 “나 전통복장 맞는데요?”라고 외치는 듯한 점소이의 의복은 기모노였다.

과거 씹덕이었던 나는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에엣, 네가 어째서?”

시발.

하지만, 무협에서 기모노가 웬 말이냐고.

설마 꿈인가?

내가 이런 걸 상상할 정도로 머릿속이 엉뚱한 사람이란 말인가?

이게 바로 동북공정?

“맙소사.”

고개를 들면 객잔의 벽면에 달린 전광판의 주식 그래프가 보이고, 정면을 바라보면 기모노를 입은 점소이가 보인다.

그야말로 혼돈.

이곳은 문화계의 소돔과 고모라.

나는 그 참상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땅바닥만 바라보는 것을 택했다.

……그러나 도피는 오래가지 못했다.

“아아, 여러분. 이벤트 [ 무스닥 ]에 관한 공지가 있겠습니다.”

귓가를 파고드는 고상한 목소리에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백옥 같은 얼굴.

동안.

동시에 성숙한 분위기.

자신이 이 객잔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리는 듯한 위엄이 깃든 여인은 다행히 중국 전통복장을 입고 있었다.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전직 씹덕인 나는 본능으로 느끼고 있었다.

저것은 다행히도 중국산이다.

나는 기모노 차림의 점소이를 애써 무시하고 여주인이 있는 정면만을 바라보았다.

‘중국산이 이렇게나 힐링이 될 수 있다니?’

나는 기묘함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끼며, 여주인이 할 말을 기다렸다.

그녀는 싱긋 웃으며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전광판을 가리켰다.

“오늘의 이벤트는 모의 주식투자입니다. [ 무스닥 ]의 종목을 대상으로 투자를 진행하며, 원금의 곱절 이상 이윤을 보신 참가자분들에게만 보상을 드립니다. 그리고 그 원금은 저희 객잔 측에 제공하겠습니다. 자, 애들아 나눠드리렴?”

네에­.

곳곳에 있던 점소이들이 참가자들의 앞에 금화 주머니를 내려놓았다.

나는 곧바로 주머니 안쪽을 확인했다.

짤랑. 신혜영에게 받은 것과 똑같은 크기의 금화가 대략 백 개 정도 들어 있었다.

대금화(大?).

하나당 백만 골드.

그러니 이 주머니는 신혜영이 내게 준 것과 마찬가지로 1억 골드짜리였다.

그것들을 내 소지금으로 인식하자 스르륵, 형체를 감추었다.

띠링─!

내가 시드머니를 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디지털 시계라고 생각한 것에도 불이 들어왔다.

[ 100, 000, 000 Gold ]

……호오. 내 전투력을 알리는 기계였나.

“여러분들은 이곳에 허기와 요의를 느끼지 아니하며, 온전히 투자에만 집중하시면 됩니다. 객잔 내에서는 안전을 책임져드리지만, 바깥으로 나갈 시 그렇지 못하며, 만약 다른 용건이 있으시다면 점소이에게 물으시면 됩니다. 이제 『메뉴판』을 나눠드릴 테니 그것을 보며 직접 투자를 진행하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이 이벤트는 신시(??) 초에 종료됩니다.”

그렇게 말한 여주인은 한 번 싱긋 웃고는 자리를 떠났다.

동시에 기모노를 입은 점소이가 나타나 내게 태블릿 비스름한 것을 건넸다.

저도 모르게 그녀와 태블릿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아니, 진짜 이건 에반데.

“……후우.”

나는 간신히 화를 참아내며 속에서 엉긴 숨을 내뱉었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2층의 흥미로운 표정을 띠고 있는 중년인과 눈이 마주쳤다.

분명 그의 인상은 성격 좋은 할아버지와 같았지만, 어째서인지 본능은 아주 요란하게 경종을 울렸다.

“…….”

곧바로 고개를 내렸다.

나는 새삼 이곳이 복마전과 다름없는 곳임을 상기했다.

무림(??).

온갖 이상한 것이 보이지만, 엄연히 지구와는 다른 세상이다.

분명 신혜영이 잘 골라줬을 테니 목숨 잃을 걱정은 안 해도 되겠지만, 물렁한 각오로는 무엇 하나 얻어가지 못할 터다.

나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굳은 다짐을 했다.

주식이건 기모노건 무림인이건 뭐건 간에 상관하지 않고 이 자리의 모두를 쓸어버린다.

물론 주먹으로는 아니고, (그러면 얻어터져 죽지 않을까) 압도적인 투자능력으로!

“……그래. 할 거면 일등 해야지.”

그래야 신혜영에게 비싼 술을 얻어먹을 건덕지가 생긴다.

삐릭─! 나는 태블릿을 켜고, 홈에 저장된 [ 천주증권 ]에 접속했다.

그러자 어째서인지 익숙한 로딩창이 떴다.

“아…, 빡치네…….”

째깍─째깍─!

……개장(??)까지 단 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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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급 임무 : 무스닥 >

[ 무스닥 ]의 종목에 투자해 재화를 벌어들이시오!

무려 무림맹의! 천마신교의! 북해빙궁의 주식이 바로 당신의 손에 깃드나니!

당신의 직관과 운과 재력을 뽐내보시오!

장소 : 안휘성 천주객잔

※참가자 간의 상해·약탈·방해 행위를 금지합니다.

※수익률 100% 이상의 인원만이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 보상 : 의문의 무공 비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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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를 전담하는 점소이의 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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