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 무스닥은 신이고, 나는 무적이다
* * *
천주(??)라는 오만한 이름의 객잔은 등장과 동시에 무림 전역을 휩쓸었다.
고급 기루에 버금가는 외관과 특급 숙수가 내오는 음식은 분명 특출났으나 무림인이 열광한 것은 따로 있었다.
주식(??).
그리고,
코인(Coin).
돈놀음과는 차원이 다르다. 마치 육백 년은 지나야 나타날 법한 신세계의 놀음…! 황실마저 주목할 정도로 무림은 주식과 코인에 큰 흥미를 느꼈다.
또, 중독되었다.
무림의 세력 중 시류를 타는 이는 다른 문파와 세가를 따돌리고,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했다.
반대로 도태된 자들은 자신들의 손해를 메꾸기 위해 어떻게든 자신들의 가치를 높이고, 주가를 올리고자 했다.
제갈세가는 이중 전자에 해당하는, 다른 이들보다 훨씬 앞서나가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무림 이래 최고의 승승장구를 이루던 그들은 자신들의 지혜에 취해 저질러버렸다.
천주객잔 안휘 지점에서는 주식거래만 가능했지만, 호북 지점에서는 코인 거래까지도 가능했다.
제갈세가는 종종 코인에도 눈독을 들였으며, 곳곳에 뻗어있는 정보력으로 비트코인이 훌륭한 투자처라는 소식을 얻게 되었다.
그들은 고민 끝에 막대한 자금을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데이터 쪼가리가 되었다.
똑똑한 지식인들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그들이 무슨 확신을 가져 투기를 했는지 모르지만, 덕분에 제갈세가의 재정은 급격히 안 좋아졌다.
그리고, 어떻게든 복구하려 하는 것이 작금의 상황.
그걸로 끝인 이야기.
그랬어야 했을 텐데…….
[ 03 : 39 : 36 ]
“……흐음, 내 시간이 어디로 증발한 거지? 나는 정말로 모르겠네?”
어째 제갈세가에 대해 물어보러 갔는데 남궁세가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들은 듯한 기분이 든다. 도대체 어째서지? 한때 남궁세가에서 일하던 분이셨나? 아니면 일원?
【 남궁세가 ─ 49,500 (+3000) 】
【 마력 : 16 】
그 와중에도 돈과 마력은 착실하게 늘어나 상관이 없긴 한데 학창 시절 도덕 선생님의 훈화 말씀을 듣는 것 같았달까. 중간에 쉬는 시간도 없어서 참 곤란했다.
주르르륵. 탁자에 고개를 박고 축, 늘어지니 솔솔 잠이 온다.
“……컨디션을 계속 유지해주지는 않는구나. 개피곤하네.”
그래도 조금만 정신 차리면 금방 끝나는 일이다. 나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태블릿을 바라보았다.
【 남궁세가 ─ 49,700 (+3200) 】
【 제갈세가 ─ 11,200 (1500) 】
누가 봐도 남궁세가에 돈을 넣는 것이 맞을 거라 하겠지.
사실 내가 봐도 그렇다.
만약 제갈세가를 풀매수해 돈을 번다면, 그건 그것대로 편의주의적인 게 아니냐고 누군가 욕을 하지 않을까.
“하지만, 꼴리는 걸 어떻게 해.”
직감이 외치고 있다.
남궁세가에서 슬슬 손을 빼고, 제갈세가에 돈을 들이부으라고.
그러면 남은 3시간 동안 알차게 돈을 벌 수 있다고!
비록 제갈세가의 이미지가 개망했고, 최근 그들의 대외적인 활동이 전무하며, 두문불출하고 있지만!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고!
냉철한 두뇌가 옳느냐!
아니면, 뜨거운 가슴이 옳은 것이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남궁세가 ─ 50,000 (+3500) 】
【 제갈세가 ─ 11,000 (1700) 】
“……쓰읍. 내가 봐도 바보짓이긴 한데.”
행운(幸?).
널 믿어 보이겠어.
우리 인생 역전 드라마를 찍어보자고.
[ ‘남궁세가’를 2200주 매각하시겠습니까? ]
[ 수락 / 거절 ]
[ 매각의 특수 효과를 발동하시겠습니까? ]
[ 수락 / 거절 ]
나는 둘 다 수락 버튼을 눌렀다.
[ 매각되었습니다. ]
메시지가 출력되는 것과 동시에 디지털 시계에 표시되는 나의 전투력이 순식간에 급등한다.
[ 123,000,000 Gold ]
이대로 사기 스킬만 발동하면, 무난하게 순위권 안에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다.
딱히 남궁세가 광신도 할아버지가 나를 2시간 넘게 붙잡아 둬서 이런 짓거리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마도?
[ 매수의 특수 효과를 발동시키겠습니까? ]
[ 수락 / 거절 ]
그 물음에 수락하니 제갈세가의 매입가는 9900원이라는 처참한 가격이 된다.
나는 그것에 100원을 더 올려 깔끔하게 만원의 가격으로 12300주를 매수했다.
[ ‘제갈세가’를 12300주 매수하셨습니다. ]
그 대신 소지금이 제로가 돼버렸지만, 원래 고수는 반박귀진을 이룬다고 하지 않던가.
나는 진정한 풀매수를 했다는 만족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게 바로 주식이지.
아님 말고.
나는 점소이에게 30분 뒤 깨워달라는 부탁을 하고, 그대로 탁자에 고개를 박았다.
훈화 때문인지 마력의 사용 때문인지 머리가 띵했다.
시야가 암전되었다.
* * *
호북(?北) 제갈세가.
언론 조작부 회의실.
신시대 진법 개발 팀장 제갈훈은 우수에 찬 눈으로 펼쳐진 두루마리를 바라보았다.
그는 갓 태어난 아이를 다루듯 아주 조심스럽게 그 표면을 쓸었다.
주식과 코인의 등장으로, 수백 년에 걸쳐 쌓아온 제갈세가의 명예와 지성에 대한 신뢰는 한순간에 짓뭉개졌다.
결국, 너희도 무지성으로 돈을 처박는 녀석들이구나.
무지몽매한 것들이 제갈 씨를 얼마나 어처구니없게 폄훼했던 십 년이었던가.
그 치욕을 씻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십 년.
제갈세가는 일명 ‘텔레포트’ 진법을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이세계 마법사들과의 합작품이었다.
“조작부장. 오늘이 우리의 성과를 밝히는 위대한 날이 맞지요?”
“그렇습니다. 개발팀장. 제갈세가의 텔레포트가 무림 전체를 경악하게 만들 것입니다.”
“다신 누구도 제갈세가가 바보라는 소리를 짓껄이지 못할 테지요!”
주륵.
개발팀장 제갈현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맑은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오늘.
무림에 ‘텔레포트’가 퍼진다.
바보 같은 남궁세가 녀석들에게 만원 따리라고 들을 일은 다신 없겠지.
제갈현은 태블릿의 주식 어플을 접속했다.
언론 조작 때문이건, 주식 매수 때문이건 회의실에 있는 모두가 태블릿을 바라보았다.
마찬가지로 무림 전역 곳곳의 태블릿을 바라보던 무림인들은 보았다.
인터넷에 떠도는 제갈세가의 ‘텔레포트’ 시체험 영상을.
급격히 반등할 조짐이 보이는 제갈세가의 주식 그래프를!
【 제갈세가 ─ 11,000 (1700) 】
【 제갈세가 ─ 12,500 (200) 】
【 제갈세가 ─ 13,500 (+800) 】
미시(??).
그 시간을 기점으로 제갈세가의 주식 그래프에 커다란 융기가 일어났다.
주주들에겐 그만한 농염함이 따로 없었다.
【 제갈세가 ─ 16,500 (+3800) 】
제갈세가의 대반격이었다.
* * *
점소이의 자그만 손바닥이 어깨를 감싸 흔드는 감각에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잠깐 잊고 있었던 기모노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가 그녀가 건네는 냉수를 냉큼 받아들어 마셨다.
“……으음.”
조금 정신이 돌아왔다.
나는 곧바로 태블릿을 켜 내 주식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했다.
【 제갈세가 ─ 18,000 (+5300) 】
“…….”
흐음. 이 정도로 극심한 변화를 기대하진 않았는데 말이야. 나는 매각의 특수효과까지 동원해 돈을 빼냈다. 동시에 디지털 시계의 숫자가, 내 전투력이 급상승한다.
띠리리릭─!
[ 243,540,000 Gold ]
엄청난 전투력.
나는 곧바로 제갈세가의 주식을 매수했다.
[ ‘제갈세가’를 13,530주 매수하시겠습니까? ]
수락했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승리를 확신했다.
나는 은연중에 중얼거렸다.
무스닥은 신이고, 나는 무적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