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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11화 (11/87)

〈 11화 〉 존나 늦었다 쌍년아

* * *

천주객잔(??客?) 2층. 허기를 느끼지 않는 이벤트 참가자들과 달리 무림인들은 식사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그들의 탁자에는 만두와 소면 같은 음식들이 놓여 있었고, 무림인들은 입에 음식물을 집어넣으면서도 태블릿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주식 시장은 무인들의 생사결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급박하게 돌아갔으니까.

또, 그만큼 희로애락이 명확하게 갈리기도 했다.

누군가는 객잔 명물인 만두를 먹으면서도 침울한 표정을 지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무얼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표정으로 태블릿을 바라보았다.

특히 오늘 ‘텔레포트’를 개발했다는 소식의 엠바고가 풀리며, 주가가 하늘을 뚫기 시작한 제갈세가의 주식 보유자는 아주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하핫! 제갈세가의 주가가, 제운종(?雲?)보다도 경쾌히 뛰어오르는구나! 무당파의 도사들이 아주 서글퍼하겠어!”

“무당파뿐이겠는가. 남궁세가가 샘을 낼 만큼 급등하고 있는데? 적어도 제갈세가가 오대세가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겠어.”

으음. 백파준이 듣기에도 그것은 분명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는 객잔에 만연한 남궁세가의 찬사를 마음 편히 들을 수가 없었다.

……슬쩍, 그는 남궁세가의 태상가주, 남궁현을 곁눈질했다.

언제나처럼 온화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은근히 이마에 핏줄이 솟아나 있다. 얼마나 화나 있으면 저런 모습을 보이는 걸까.

다행히도 천주객잔은 살육은 물론, 무력행사가 금지된 구역.

백파준은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돌리며, 일부러 남궁현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는 1층을 둘러보다 발견하게 되었다.

좀 전에 봤었던 이방인 청년. 그의 주위로 은은한 기세가 피어 올라있다.

“음, 기세가 잘 갈무리되어 있군.”

백파준은 비록 다른 세상이지만, 유망한 후기지수를 보며 흐뭇함을 느꼈다.

그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문득 옆의 기기를 쳐다보았다.

[ 275,335,500 Gold ]

“호오, 수완도 확실하구나.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저 정도라니. 확실히 저런 이들과 함께 주식을 하면 끔찍하겠……?”

띠링─!

전투력 스카우터의 숫자가 순식간에 바뀌어간다.

[ 345,623,300 Gold ]

“……내가 지금 헛것을 보고 있는 건가?”

백파준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모르는 사이 진법에 걸린 것은 아니겠지? 그러나 몇 번을 보아도 액수는 여전했다.

허어! 그렇다면 이것이 차원이 다른 투자 능력이란 말인가!

천외천(?外?).

그것을 깨달은 백파준은 새삼 개미의 심정을 느꼈다.

한동안 그는 허탈한 표정으로 허허, 헛웃음만 흘릴 뿐이었다.

* * *

매각과 매수.

그 두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할 뿐이었다.

[ ‘제갈세가’를 13,530주 매각하시겠습니까? ]

[ ‘제갈세가’를 16,537주 매수하시겠습니까? ]

[ ‘제갈세가’를 16,537주 매각하시겠습니까? ]

[ ‘제갈세가’를 20,212주 매수하시겠습니까? ]

[ ‘제갈세가’를 20,212주 매각하시겠습니까? ]

↓ ↓ ↓

[ 433,547,400 Gold ]

그 단순한 과정을 반복할 때마다 기기에 표시되는 나의 전투력이 급속도로 불어난다.

그와 동시에 주변 참가자들이 내게 은근한 눈빛을 보내왔다.

“……시발.”

그러나 정작 나는 이 상황에 기뻐할 여유가 없었다.

무언가 복잡한 걸 한 것은 아닌데, 머리가 지끈거리고 눈이 침침하다.

……능력을 너무 많이 써서 그런 건가? 아니, 몇 번을 썼다고 이러는 건데.

나는 끔벅끔벅 감기는 눈을 억지로 부릅뜨고 잔존 마력량을 확인했다.

[ 마력 : 3 ]

매각과 매수를 한 번씩 쓰려면 ‘4’가 필요한데 조금 아슬아슬하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마력이 회복되던데 때가 맞으면 한 번씩 돌리는 것도 가능해보였다.

“……문제는 존나 머리가 아프다는 건데.”

설마 0에 달하면, 뒤진다거나 그런 무서운 일이 일어나진 않겠지?

아니…,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았으면 신혜영이 어련히 말했을 것이다.

나는 머리의 통증과 은근히 차오르는 불안감을 외면하고, 태블릿을 클릭했다.

【 제갈세가 ─ 19,500 (+6800) 】

[ ‘제갈세가’를 24704주 매수하시겠습니까? ]

[ 수락 / 거절 ]

수락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점소이에게 혹시 삼 분이 남았을 때쯤 깨워달라는 부탁을 했다.

눈을 감았……,

“……저기 시간 됐어요?”

“…….”

시발?

아주 잠깐 눈을 감은 것 같았는데 벌써 시간이 다 지났다고?

나는 이마를 탁 짚었다. 머리는 아직도 존나게 아프다.

슬쩍 참가자들의 전투력을 살펴보았다. 으음, 이미 내가 일등을 하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최선을 다한다!

온힘을 다해 내 전투력을 끝까지 끓어올리는 거야!

“가즈아아아아아아아!!!!”

【 마력 : 2 】

【 제갈세가 ─ 20,000 (+7300) 】

【 ‘제갈세가’를 24704주 매각하시겠습니까? 】

【 수락 / 매각 】

나는 망설임 없이 수락 버튼을 눌렀다.

띠링─! 나는 최종 스코어가 옆의 기기에 표시되기 시작한다.

【 543,488,000 Gold 】

시발.

이정도면 아파트를 사고도 남을……,

‘아니, 그건 아닌가. 요즘 집값…, 시발, 존나 비싸네…….’

끔벅끔벅. 눈꺼풀이 더럽게 무겁다. 안간힘을 쓰며 그것을 들어보려 하지만, 정말 존나게 무겁다.

“……러분, ……고 많으…”

언젠가 들었던 여주인의 목소리가 공간에 울려 퍼졌지만, 알 바 아니었다.

“……시발.”

더럽게 어지럽네.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결국 나는 몸을 휘청거리다가

퍼억­.

고개를 박았다.

“진우야.”

왠지 나를 부르는 굉장히 정겨운 목소리가 들린 듯도 했으나 착각이거니 했다.

* * *

사르륵─사르륵─.

몸을 감싸는 부드럽고,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 느껴졌다.

아, 이것은 우리 집 푹신한 매트리스와 이불이구나.

나는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깨달았다.

“……어? 시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역시 익숙한 천장……, 내 방의 모습이 보였다.

설마 나 마탑에 간 것부터 시작해서 무림 객잔에 가는 것까지 전부 꿈인가?

설마 진짜로 아, 시발 꿈 엔딩?

나는 바보처럼 머리를 긁적이며 방안을 둘러보다가 문득 중얼거렸다.

“상태창.”

띠링─!

정겨운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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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우 >

[ 등급 : 황(?) ]

[ 직업 : 거상(巨?) ]

[ 특성 : 금력(力) ]

[ 능력 : 거래(??), 매수(??), 매각(?) ]

[ 성향 : 중도(中?), 열혈(?血) ]

[ 근력 : 24 ] [ 체력 : 21 ]

[ 민첩 : 18 ] [ 지혜 : 32 ]

[ 마력 : 25 ] [ 행운 : 74 ]

[ 소지금 : 743, 488, 000 Gol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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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봤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등급란에 적힌 한자도 달라졌고, 능력에는 ‘거래’라는 것이 생겨났으며, 능력치도 조금씩 올라있다.

소지금은 내가 객잔에서 벌은 만큼 더해져 있고.

“일등한 건가? 으, 시발. 꿈인 줄 알았…”

쾅─! 쾅─! 쾅─! 쾅─!

현관문을 아주 부술 것처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범인이 누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백주대낮에 이러는 것을 보면 보통 미친 놈이 아닌 것은 확실했다.

“……설마?”

내 지인 중 저따위로 미친놈은 얼마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친구 없는 아싸니까! 그리고, 이내 내 머릿속에 한 녀석이 떠올랐다. 나는 황급히 현관으로 달려갔다.

끼익─ 현관문이 열리자 보이는 것은 정말 질리도록 봐왔던, 그러나 최근에는 전혀 보지 못했던 얼굴.

“그, 안녕? 혹시 나 많이 기다렸냐?”

내 돈을 먹고 빤스런을 쳤던 소꿉친구는 반갑게 손을 흔들고, 활짝 웃으며 내게 인사했다. 칠흑의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촐랑거리는 유한나를 보며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걸 어쩔까.

온몸에 힘이 너무 넘쳐서 때리다가 죽여버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인데.

아, 그냥 죽여버리면 되나?

나는 주먹을 쥐었다 피며 이 녀석의 처우를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

“……존나 늦었다. 쌍년아.”

유한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멋쩍은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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