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14화 (14/87)

〈 14화 〉 정조보호마법

* * *

인간은 어리석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 윤회는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카운터의 패널과 수중의 버거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 치즈 No. 7! 일곱 종류의 치즈가 한자리에 모여 환상적인 하모니를 연주합니다! 세트를 시키면 치즈스틱이 무료! ]

그 옆에 점심시간 이벤트로 [ 새우버거 2개를 시키면 22%를 할인시켜드려요! ]라는 포스터도 함께 있었으나 어째서 하필 22%인가.

조금 더 할인해주면 안 됐던 것인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뭐, 조떼리아가 그렇지 뭐.

그래서 그냥 오랜만에 왔으니 신제품이나 먹어야겠단 생각에 치즈 뭐시기를 주문했다.

“그래, 비쥬얼도 괜찮아 보이고.”

나는 꽤 호화로워 보이는 치즈 범벅의 버거 그림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치즈는 진리지.

언제 먹어도 정말 좋아.

그리고, 다시 지금.

나는 어느새 22년이나 살았으면서 광고의 그림이 실물과 전혀 관계없음을 바로 눈치채지 못한 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고 있는 것이었다.

낮은 지능의 폐해인가.

오늘도 멍청했구나 진우야아아아!!!!

참깨가 뿌려진 버거 번.

좋아.

여기까진 괜찮네.

그러나 그사이의 패티와 양상추!

피클은 없다.

대신 조떼리아 기준으로 나름 듬뿍 들어가 있는 치즈투성이의 토핑.

‘이것이 치즈 No. 7?’

역시나 조떼리아랄까.

하나하나 보면 나쁘지 않은 듯도 싶은데 미묘하게 빈약하다.

아닌가? 압도적으로 빈약한 건가?

엑조디아를 소환하려는데 몸통이 없는 느낌이다.

내가 마마터치에서 일했기 때문에 편파적인 판정을 내리는 것은 결단코 아니다.

우물우물.

나는 굉장히 시원찮은 기분으로 그놈의 치즈 넘버 머시기를 시식했다.

뭐 그럭저럭.

그러나 5천만 원의 재산을 가지고, 럭셔리 이진우로 진화한 내겐 어울리지 않는 인스턴트, 서민 음식이랄까.

비록 Run했지만, 방금까지 명품샵에 뒹굴고 왔던 나의 심미안과 혓바닥에 전혀 차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행복한 것이지?”

에엣.

도대체 어째서?

이 녀석의 압도적인 매력이라고는 고작 같이 나온 치즈스틱밖에 없는데!

나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 분노의 버거 먹방을 마무리하고, 입가심으로 콜라를 쪽쪽 빨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역시 난 서민이 알맞다.

그냥 나 피시방에서 가서 라면 먹고 콜라 마시는 잉여의 삶을 살래.

여태껏 고급 와인을 마셔본 경험은 없지만, 그보다는 콜라를 좋아할 것 같다는 왠지 모를 확신이 있었다.

“그래도 맥켈란은 얻어 먹어야겠지만.”

그렇게 맛있다던데.

어쩌면 맛보다는 겨우 한 잔에 30만 원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선망하게 되는 걸지도 모른다.

미묘하게 버킷리스트에 올려볼 만한 가격 같잖아.

그래서 신혜영 어디 갔어.

어서 돌아와!

나한테 술 사주러 오란 말이야!

분명 내게도 비싼 술을 사먹을 재력이 생겼지만, 난 당당한 찐이었기 때문에 어디 바에 가서 어떻게 주문해야 할지 막막했고, 잘 몰랐다.

설마 그럴 리는 없지만, 바텐더에게 암구호를 말해야 술을 내준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아니, 서프웨이 처음 갔을 때의 막막함을 떠올려보면 비슷한 느낌일지도 모른다.

“……흐음. 돈이 있어도 쓸 줄을 모르네. 이게 개돼지의 한계?”

유한나 덕에 가볍게 생긴 돈이라 가볍게 써보려고 했건만, 쓰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도 모처럼 거금이 생겼으니 부모님께 전화로 물어보기도 했다.

혹시라도 필요한 게 있으시냐고.

“응, 너나 잘살고 내 걱정은 말아라. 밥 제때 잘 챙겨 먹고. 대신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뭐 줄 거면 아파트 말고, 땅이나 많이 사줘. 계속 땅값이 오를 거라더라.”

차라리 헤르메스라던가, 에넬이라던가 명품 백을 말씀하시지.

땅이요…?

시골 땅이라도 주택부지 하나에 1억 가까이 된다던가.

그것을 여러 개?

한낱 청년인 내게 너무도 멀고 무척이나 비싼 소원을 말씀하셨다.

우걱우걱.

얇고 기다란, 멀대 같은 감자튀김을 하나둘씩 해치우며 가늠해봤다.

도대체 얼마를 벌어야 하는 걸까.

십억? 백억?

그것은 분명 인생을 흐리멍덩하게 살아가던 청년 백수 이진우에겐 벅찬 액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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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우 >

[ 등급 : 황(?) ]

[ 직업 : 거상(巨?) ]

[ 특성 : 금력(力) ]

[ 능력 : 거래(??), 매수(??), 매각(?) ]

[ 성향 : 중도(中?), 열혈(?血) ]

[ 근력 : 24 ] [ 체력 : 21 ]

[ 민첩 : 18 ] [ 지혜 : 32 ]

[ 마력 : 27 ] [ 행운 : 74 ]

[ 소지금 : 743, 488, 000 Gol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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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갓태창과 사기 능력을 가진 캡틴 이진우라면 어떨까.

무엇이든 돈을 넣다 빼면 그 자체 돈이 복사가 된다고?

돈이 복사가 돼! 복사가!

만약 이걸 하지 않는다면 병신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일요일 점심. 코스닥 씨가 기상하려면 더럽게도 멀죠.”

아아, 그것은 이틀 전의 일이었다.

왠지 모르게 피곤해서 줄곧 드러누웠던 목요일은 몰라도 금요일에는 돈 복사를 하는 게 맞았는데.

뭔가 무지성으로 게임을 하느라 순간 깜빡해버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오후 4시.

그냥 홧김에 계속 게임만 했다.

일요일이 되었다.

“……그 정도로 게임을 했으니까 일하고 싶은 게 당연해지는 걸지도?”

혹시 혜영이가 전화를 안 받는 것도 업무 시간이 끝나서인가?

나는 그저 비즈니스에 불과했던 것?

설마 연락할 거면 평일에나 하라는 건가?

아, 슬프다.

그런데 유한나 이새끼는 지금 뭐를 하고 있는데 전활 안 받는 거지?

너도 부랄친구 휴업중이니?

네가?

처음 알았다.

주식도, 마탑도, 심지어 친구도 죄다 주말에는 휴업하는 건가.

친구도 서비스 직종이었다니.

슬프다.

평일도, 주말도 여유로운 백수찐따히키코모리는 너무나 슬퍼.

나랑 놀아주는 건 조떼리아의 빈약한 치즈버거밖에 없는 건가?

아, 제갈세가 코인을 쪽쪽 빨아먹었던 그때로 되돌려줘.

스킬 쓸때마다 머리가 아팠지만, 돈 따는 맛이 쏠쏠했었는데.

돈을 사기적으로 버는 행위에서 오는 성취감이 참 오졌었다.

세상에 사기꾼이 어째서 존재하는가 납득을 해버릴 만큼.

“……그러고 보니 비트코인 주말에도 열리지 않았었나?”

아, 그렇네.

진짜로 나 바보인가?

그래도 상태창에는 ‘지혜’가 제법 높은 편이라고 뜨는데 말이지.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했다.

바보.

정말로 맞는 것 같기도?

하지만 괜찮다.

나 같은 찐따에게도 함께 바보짓을 해줄 친구는 있었으니까!

비록 사흘째 연락을 받지 않는 유한나 씨지만, 분명 우린 친구…

아마도 맞을 것이다.

“아, 걔도 인싸니까 바에 대해 잘 알려나?”

게다가 돈도 많을 것 같고.

오…?

생각해보니까 괜찮은데?

가이드를 부탁해봐?

“돌아오자마자 끌고 가야겠네.”

나는 유한나가 빨리 돌아오길 빌었다.

이새끼 진짜 어디 간 거지.

도대체 뭔 짓거리를 하러 돌아다니는 건지 모르겠다.

“혹시 일 중인가?”

* * *

적(赤).

인큐버스의 마경(??).

칠흑으로 물들은 대지.

땅에 고꾸라진 수많은 남창들 사이에서 한 여인은 섬뜩한 웃음을 흘렸다.

인큐버스들의 외모에 반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밑에 달린 거포에 흥분하거나 감탄한 것이 아니다.

“진작에 왔어야 했는데.”

워낙 급한 일이 많았던지라 너무 늦게 찾고 말았다.

자신이 없으면 위급해지는 게 말이나 된단 말인가.

유한나는 그런 불만을 가지면서도 비로소 안도감을 느꼈다.

드디어 독점할 수 있어.

너를.

너의 옆자리를.

영원토록 나만 만끽할 거야.

오늘 그 비원(??)에 첫 발걸음을 내딛는다.

정조보호마법(??????).

이진우는 앞으로 자의에 의해서건, 타의에 의해서건 결코 정조를 내려놓지 못하리라.

[ ‘인연’이 발동 중입니다. ]

마법의 준비는 마쳐놓았다.

인큐버스의 혈액으로 그려진 마법진 위에 그들의 육(?)을 제물로 바쳐 문을 연다.

그리고, 마법진 중앙의 갖가지 주물(物)로 쌓아놓은 제단에 대상을 특정할 신체 부위 일부를 바친다.

유한나는 조심스레 아공간 주머니에서 이진우의 머리카락 한 줌과 혈액이 든 플라스크를 꺼냈다.

흩뿌렸다.

■■■■■■■■■■■■───────!!!!!!

주위의 공간을 가득 메우는 폭력적인 기세의 마력.

그것은 이진우와 이어놓았던 인연의 실을 따라 그에게로 향한다.

띠리리릭─ 인연의 실이 흔들린다.

또, 동시에 강화된다.

유한나는 주문이 제대로 발동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직감했다.

우리의 인연은 분명 영원히 이어질 것이라고.

그녀는 차오르는 환희를 숨기지 못했다.

그래서 내뱉었다.

“……아아! 흐읏, 하하하하하하!”

유한나는 광소했다.

다짐했다.

또, 맹세했다.

반드시.

넌 내 것이어야만 해.

“……진우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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