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15화 (15/87)

〈 15화 〉 소꿉친구

* * *

24/7

하루 24시간 1주 7일간.

그렇게 1년 내내.

언제나 연중무휴로 항시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것이 바로 코인 판이다.

만약 변동 폭이라도 크지 않다면, 그나마 마음 놓고 지켜볼 수 있었겠지만,

아니다.

더럽게 변동 폭이 크다.

언제는 일주일 내내 평행선을 달릴 때도 있지만, 또 그게 언제였냐는 듯 금세 에베레스트 산맥을 그릴 수 있는 것이 코인이었다.

가끔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 무심코 코인에 돈을 넣었다가 사흘 만에 반토막이 났다는 썰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혼돈(??)의 카오스.

누군가는 돈이 복사가 된다고! 안 하면 이건 병신이라고! 꼭! 반드시! 지금 당장! 돈을 넣으라고 외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절대 어쭙잖은 마음가짐으로 발을 들이밀지 말라 경고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 무조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

“……아아.”

[ 비트코인 : 47, 510, 000 KRW ]

[ 전일 대비 : +1.11% / 527,361 ]

[ 보유 수량 : 22 BTC ]

계속 그래프만 보고 있자니 정신이 나갈 것 같다.

능력 사용 때문에 마력을 너무 많이 쓴 것인지 머리의 지끈거리는 감각까지 그와 함께 어울려 앙상블을 그린다.

그나마 평탄한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데도, 사기성이 매우 짙은 돈 복사 능력이 있는데도 돈이 한순간에 반토막날 것만 같은 불안감과 계속 그래프를 확인해야 할 것만 같은 강박감이 생겨난다.

혹시 쿨쿨 자는 사이에 반토막이 나면 어떡하지?

그러면 오늘 완전 헛고생한 거 아녀?

이런 시부랄!!!

언젠가는 결국 세계 재계 1위에 등극할 럭셔리 이진우일지라도 이런데.

다른 코인쟁이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걸까.

혹시 평안한 마음으로 코인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이 시대의 붓다가 아닐까?

같은 우스운 생각을 하면서 침침해진 눈가를 꾹꾹 눌러댔다.

띠링─!

[ ‘매각’의 특수 효과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아, 쿨타임 다 됐다.

[ ‘비트코인’ 22개를 매각하시겠습니까? ]

[ 수락 / 거절 ]

꾸욱.

나는 어느새 습관의 경지에 이르러버린 무지성 수락 누르기를 실행했다.

띠리리릭─ 뇌내에 알림음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거래가 완료됐다는 메시지가 떴다.

그 결과.

[ 1, 149, 742, 000 KRW ]

어제 점심 조떼리아를 먹을 때까지만 해도 5천만 원가량이었던 내 재산은 하루 만에 11억 5천만 원가량으로 불어났다,

조금 머리가 지끈거리고, 눈이 침침해졌지만, 충분히 감수할 만한 대가.

겨우 이 정도의 노력으로 이만한 돈을 얻을 수 있다면 세상 사람 모두가 하겠다고 외치겠지.

“……으음, 단순 계산으론 내일 200억은 찍으려나?”

만약 운이 따라준다면, 그 이상을 찍을지도.

수면 부족 때문인지. 마력 탈진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전자파 때문인지. 나는 멍하니 모니터 화면만 바라보았다.

……그런데 설마 금감원이 나 잡아가거나 그렇진 않겠지?

“……그러면 괜히 했을지도.”

유한나한테 지나가듯 물어봤을 때의 반응을 떠올리면, 딱히 문제가 되는 것 같진 않았지만.

뭐랄까.

온전히 내 능력으로만 딴 게 아니라서 더 떳떳하지 않달까.

솔직히 쫄린달까.

아니, 상태창에 딸린 내 능력인 건 맞지만.

“으으으으! 모르겠네…….”

하아아암.

기지개를 피니 하품이 세트로 나왔다.

마법사로 전직하면서 몸뚱이가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36시간 동안 깨어 있는 것은 확실히 힘든 일이다.

슬슬 자지 않으면, 안 될 테지.

털썩. 거의 시체처럼 침대 위로 쓰러졌다.

순간 폰을 하면서 잘까 고민했지만, 더럽게 피곤해서 그냥 말았다.

매트리스에 머리를 박고 그렇게 몇십 초.

“드르렁…….”

금방 수마에 잠겼다.

끼이이익─

잠결에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 듯도 했다.

……착각이겠지.

* * *

보글보글. 무언가 끓는 소리가 들리는 것과 동시에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비강을 파고들었다.

킁킁, 냄새를 맡았다.

순간 꿈인가. 아니면, 이 소리와 냄새는 무엇인가 싶었다. 그러나 잠기운에 취해 계속 침대에 고개를 박았다.

그러다가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 일어났어?”

앞치마 차림의 유한나가 싱긋 웃으며 아주 자연스럽게 굿모닝 인사를 건네 왔다.

이건 뭐지?

정말로 꿈인가?

나는 가늘게 뜬 눈으로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너 뭐냐? 언제 왔어.”

“응? 방금 왔어. 너 어차피 배달 음식만 처먹을 것 같아서 직접 해주려고 왔지. 아, 반찬도 가져왔어.”

그렇게 말한 그녀는 마침 조리가 다 끝났는지 불을 끄고, 된장국을 국그릇에 담는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다른 누군가가 보면, 현모양처지만 내게는 불법 침입자에 불과하다.

내가 홀딱 벗고 있었으면 어쩌려고,

……아니, 그냥 집 비번을 알려준 내 잘못인 건가?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고개를 돌렸다.

식탁에 미리 세팅된 숟가락과 젓가락, 먹기 좋게 접시에 덜어진 반찬들.

“……오, 이건 좀 좋은데.”

화장실에 가서 빠르게 세안을 하고 돌아와 착석했다.

그러자 곧이어 유한나가 밥과 된장찌개, 또 언제 했는지 모를 제육볶음을 식탁 위에 늘어놓았다.

소꿉친구 씨는 제법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눈웃음을 쳤다.

……인정하도록 하지. 이 녀석, 제법 좋은 아내가 될 것 같구나.

뭐, 은근히 허당에, 왈가닥이지만.

그냥 대놓고인가?

녀석이 서운해할 생각을 은근히 하며, 대망의 된장찌개 한술을 떠올렸다.

입에 넣었다.

음, 왠지 모르게 대기업의 맛이 느껴졌다.

제육볶음도 하나 집어서 먹어보았다.

……미묘하다.

“뭐지?”

“응? 혹시 맛이 없어?”

“아니, 맛있어. 제육볶음 해주는 여자가 이상형인 사람은 홀딱 반해버릴 만큼.”

“……네 이야기야?”

“아니, 그건 아니고.”

유한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부루퉁해졌다.

나는 그것을 본체만체 식사를 이어가다가 문득 그녀에게 물었다.

제 담당이라는 사람이 연락두절이라 그런데 혹시 마탑에 좀 데려다줄 수 있느냐고.

돈 복사도 좋지만, 마법사라는 직종에 대해 조금 더 설명을 들어야 할 듯싶었다.

“아, 당연하지!”

“그래, 고맙다. 아, 그리고 혹시 바…”

“그야 내가 네 임시 사수인걸.”

“……왓?”

그게 또 무슨 소리지.

아니, 사수가 바뀐 건 그렇다 쳐도.

“언제부터?”

“음, 목요일부터?”

“……그런데 왜 연락 안 받았냐?”

“아, 그때 던전에 있었어. 나 나름 고급 인력이라 바쁜 편이거든!”

그렇게 말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유한나.

하하하하, 그녀의 쾌활한 웃음을 누군가는 순박하게 볼 테지.

하지만, 내 눈에는 보인다.

뭔가 억지 텐션이랄까, 과하게 능청스러운 그녀의 모습.

그것에서 왠지 모를 기묘함이 느껴졌다.

내가 턱을 매만지며, 그게 무엇일까 하고 고민하는 도중 유한나가 피식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그것도 오늘까지고, 다시 원래 분으로 인계될 거야. 너랑 내가 아는 사이라서 잠깐 배정받은 것뿐이야.”

“아, 그래?”

“아까 말했듯이 누구 담당하기에는 나 진짜 바쁜 사람이라고?”

“네, 그러시겠죠.”

마법사 업계에서 얼마나 커리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그저 코흘리개 시절부터 보았던 소꿉친구 유한나에 불과하다.

“히히.”

이제 막 일어나 부스스한 모습으로 찌개를 퍼먹는 내 모습이 우스웠는가.

문득 배시시 웃음을 흘리는 유한나.

그에 나는 왠지 모르게 등골이 싸늘해져 빨리 밥이나 먹으라고 말했다.

“네엡­.”

그 말에 곧바로 자신의 식사를 이어가는 유한나.

분명 편안한 소꿉친구인 건데 가끔 소름이 끼치는 건 왜일까.

만성 감기인가?

나는 의아함을 느끼며, 마찬가지로 식사를 이어갔다.

누군가는 아주 부산스럽게 움직일 화요일 오전 10시.

나와 소꿉친구 씨는 아주 여유롭게 아점 식사를 했다.

확실히 혼자 먹는 것보다는 나았다.

사실은 맛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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