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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18화 (18/87)

〈 18화 〉 특급사축(????)

* * *

사는 게 참 고달프다.

“시발.”

책상 위에 쌓인, 언제 마무리될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서류의 산.

어느샌가 왼손은 반자동으로 움직여 그중 한 장을 빼 들고, 눈깔은 그것에 착오가 없는지 확인하며, 동시에 오른손은 결재란에 내 이름을 적는다.

그렇게 쉴 틈 없이 일하다가 문득 그런 깨달음을 얻은 것이었다.

아니지, 사실 마탑 지원본부로 배속받은 이후로부터 줄곧 느낀 감상이랄까.

사무실 통조림에서 벗어나고 싶은 처절한 몸부림이자 비명이었다.

……아, 눈깔 빠질 것 같다. 거기에 머리도 뇌에 마취액을 직접 주입당한 듯 아주아주 띵해서 미쳐버리게 생겼다.

“시발, 벌써 보름째야…….”

사무실에서 온종일 일하다가 거의 뒤질 지경에 이르면 숙직실에 가서 눈을 붙이고, 동이 어느 정도 트면 다시 사무실로 불려와 서류 작업에 몰두한다.

그 놀라울 정도로 규칙적이고, 악질적인 생활 패턴이 보름간 반복되었다.

세상에, 화장실이 사무실 내에 있다는 것이 이리도 원망스러운 일일 줄이야. 밥도 도시락으로 먹어서 사무실밖에 나갈 일이 없었다.

갈갈─갈갈─! 그야말로 정신과 육체가 동시에 갈리는 상황.

보름 전 ‘노동’을 원했던 과거의 내가 너무도 원망스럽다.

악덕스럽게 일을 시켜도 쿨타임에 맞춰 매수·매각 노가다나 시킬 줄 알았지 이따위로 무지성 서류 작업을 시킬 줄이야.

‘도대체 어째서?’

어째서 금융 사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훌륭한 인재인 나를 적재적소에 사용해주지 않는 거야?

차라리 몇백억을 주고 몇십조로 불려오라 시키란 말이다!!!

“이 더러운 세상, 더러운 직장 같으니…….”

피폐(??)는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세상의 모든 직장인이 하나쯤 달고 사는 네거티브한 감정 덩어리였으므로.

아아, 직장 상사를 죽이고 싶어.

무심코 떠올린 생각에 빠드득, 깃펜을 움켜쥐었다. 이것은 내가 선망했던 마법 물품에 그나마 근접한 것이었지만, 시발. 생존과 분노 앞에서 그딴 로망은 필요 없다.

나는 핏줄 선 눈으로 바로 옆 테이블의 상사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마침 안대를 끼고 의자에 기대앉아있었다.

현재 악덕 상사는 취침 상태로 매우 무방비하다.

저 훤히 드러난 얇은 목덜미에 날카롭고 촉촉한 깃펜 촉을 꽂아버리면,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시발.”

나는 오늘의 시즌 179342호 분노조절장애 망상을 마치고, 다시 서류 작업에 몰두했다. 조금만 더 증세가 악화되면 정말로 사람을 죽이게 될지 모른다.

……뭐, 이것 때문에 존나게 힘들어도 미치진 않겠지만.

나는 시야 한쪽에 띄워진 시스템 메시지에 눈길을 주었다.

[ ‘금화신공(???)’이 발동 중입니다. ]

언제였더라. 아마도 슬슬 서류 작업에 익숙해지고, 과로에 찌들기 시작했을 무렵인 사흘 차였다.

“자, 사용하세요.”

“……이건 또 뭔가요.”

악덕 상사 붉은 머리의 이리엔이 조금 생기가 있는 얼굴로 두루마리를 내밀며 말했다. 평소라면 그 두루마리를 보고 설마 마법의 두루마리 휴지냐는 농담을 했겠지만, 그때 내겐 그럴 겨를이 없었다.

……혹시 펼치면 300장 분량의 글자가 적혀 있는 마법의 두루마리 서류라던가 그런 건 아니겠지? 그렇지?

수없이도 서류에 시달린 나는 그것을 보고 PTSD부터 느꼈다.

이리엔은 하얗게 질린 내 얼굴을 쳐다보며 무미건조하게 말을 이었다.

“당신 임무 보상이에요.”

“아아, 그런 게 있었죠. 근데 님이 이걸 왜?”

“혜영이한테 전달받은 게 이제 기억나서. 아, 참고로 그거 귀속기능 있어서 당신밖에 못 씁니다.”

나는 얼떨결에 두루마리를 받아들었다. 무공 비급이 있다는 사실은 알았으나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느라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거 지금 써봐요. 혼절해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일단 등급이 올랐다면서요. 그러면 일등했을 게 분명한데 그만큼 좋은 무공이 보상으로 나올 겁니다.”

꽤나 흥미로워 보이는 표정의 이리엔. 일만 하고 시키는 기계인 줄 알았는데 인간이기는 했던 모양이다.

왠지 조금이라도 골탕 먹이고 싶은 생각으로 자리를 피해 터득할까 싶었지만, 혹시 호법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그녀의 말에 그냥 그 자리에서 두루마리를 펼쳤다.

휘리리릭─!

두루마리를 펼쳐냄과 동시에 그 속에 적혀 있던 한자들이 발광하며 공중에 뛰쳐나왔다. 그것은 이리저리 뭉치다가 결국 시스템 메시지로 화했다.

[ ‘오행신공(五行??)’을 습득하시겠습니까? ]

[ 수락 / 거절 ]

오행(五行). 우주 만물을 이루는 금(?), 목(?) 수(?), 화(火), 토(?)의 다섯 가지 원소를 이르는 말이다. 서양식으로 따지면, 엘레멘탈 마스터.

게다가 신공(??)이라니. 이름만 멋지고, 개똥 같은 무공도 하나둘 있다지만, 신공이라 하면 대부분은 절세 무공에 속하지 않던가?

‘그 둘이 짬뽕이 된다면?’

상상만 해도 군침이 좌르륵 흐른다. 이건 참을 수 없다!

나는 곧바로 수락 버튼을 눌렀다.

띠링─!

시스템 특유의 알림음이 울렸다.

[ 오행신공(五行??)이 대상자의 금(?) 속성을 감지합니다! ]

[ 오행신공(五行??)과 금력(力)이 융합됩니다! ]

[ 금화신공(???)을 습득했습니다! ]

[ 금화신공(???) ]

[ 오행신공이 금 속성에 특화되어 변질한 무공. 대상에게 금전이 남아 있는 한 그는 절대 죽지 않는다. 정신이 무너지지 않는다. ]

“……왓?”

내겐 정말 원통스럽게도 7억 골드가 넘는 소지금이 있었고, 그것은 한화로 약 700억 정도의 가치를 지닌 거금이었다.

즉, 과로 정도로는 뒤질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그날부로 지원본부의 서류 작업 전담 기계, 다른 말로 특급 사축이 되었다. 아주 충실한 사축의 나날이 보름에다가 일주일은 더 계속되고,

“이제 단순한 서류 작업은 그만해도 될 것 같네. 자, 거래 능력 좀 써볼래?”

여느 때처럼 내 신세에! 상사에! 세상에! 아주 극심한 분노를 느끼던 때에 악덕 상사가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

전투직은 던전을 공략해 공적치를 얻어야 하지만, 지원직은 그냥 직업 관련 작업을 수행하면 된다고 한다. 그러한 이유로 상인 직업을 가진 내게 관련 서류 작업을 시켰다는데…….

“응? 표정이 왜 그래? 혹시 어디 아프니?”

나는 거의 다 죽어가던 첫 만남 때와는 다르게 완전히 쌩쌩한 이리엔의 얼굴을 보며,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사람, 설마 자기 일을 짬처리한 건 아닐까 하고.

게다가 어느 순간부터 기운을 찾더니 자연스럽게 말을 놓기 시작했다.

‘에이, 설마 그럴 리가. 그런 악질 상사가 세상에 있을 리 없잖아?’

……일단 나는 피어오르는 온갖 악의를 고이 접어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해두었다. 하지만, 혹시 나중에 무슨 일 생기면 진짜 목덜미에 깃펜을 확 꽂아…!

“거래(??).”

띠링─!

[ ‘거래 대상’을 지정해주십시오. ]

거래 능력을 사용했다.

그리고, 이리엔의 말을 따라 시스템을 거래 대상으로 지정했다.

촤라라락─! 방대한 정보량이 적힌 일명 ‘상점창’이 시야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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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눈알】

【현자의 돌】

【미스릴 주괴】

【아다만티움 주괴】

【천상비단】

【세계수의 가지】

【불꽃 마녀의 왼팔】

【해주의 부적】

【드래곤의 이빨】

【드래곤의 비늘】

【최상급 마력석】

【유희 생활】

【불사조의 깃털】

【미르가르드 나무 수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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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드디어 사축에서 벗어나 상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 걸까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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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우 >

[ 등급 : 황(?) ]

[ 직업 : 거상(巨?) ]

[ 특성 : 금화신공(???) ]

[ 능력 : 거래(??), 매수(??), 매각(?) ]

[ 성향 : 중도(中?), 열혈(?血) ]

[ 근력 : 27 ] [ 체력 : 24 ]

[ 민첩 : 22 ] [ 지혜 : 41 ]

[ 마력 : 30 ] [ 행운 : 75 ]

[ 소지금 : 743, 488, 000 Gol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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