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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27화 (27/87)

〈 27화 〉 운명적 만남

* * *

까악─까악─!

시취(??)에 이끌려온 까마귀들이 하늘 위를 맴돈다.

제들끼리 큰 원을 그리며, 빙빙 도는 것이 무슨 의식이라도 치르는 모습.

유한나는 그들을 빤히 올려보다가 문득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피딱지가 굳은 머리카락은 까슬까슬했다. 산발이 된 머리를 묶으니 시야가 쾌적해졌다.

“…….”

그녀는 불현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눈길이 닿는 것마다 시체가 그득하고, 흙바닥은 피로 물들어 새빨갛다.

거의 마을 하나의 인구를 죽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무차별 학살은 아니었다.

어떤 앙심과 일확천금의 포부를 품은 자들이 먼저 덤벼들었기에 죽였을 뿐이다.

그 덕분에 유한나는 온몸에 피칠갑을 해야 했다.

그다지 낯선 일은 아니었다.

“……나쁘지는 않네.”

신에게 바칠 제물은 언제나 모자랐다. 게다가 앞으로 있을 결전을 위해 비축을 쌓아둘 필요가 있으니 이런 경우는 오히려 환영이었다.

유한나는 눈을 감고 마력을 운용했다.

의식을 준비했다.

“아버지, 공물을 받으소서.”

제단을 따로 꾸리진 않는다.

주변의 피와 살점이 곧 기물(?物)이었고, 기반이었다.

그녀는 그것들을 서로 감응시켜 임시로 제단을 구축했고, 바칠 제물을 선정했다.

그리고……,

“공양(??).”

유한나에게 신앙심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그녀는 신의 엄연한 첫째 딸이었고, 대제사장이었으며, 사도였다.

그리고, 전쟁의 환희와 선혈에만 목매는 신조차 순식간에 불러낼 만큼 하늘과 전능에 근접해 있었다.

끼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긱────!!!!!

허공에 진(?)이 그려진다.

그것은 이내 빛을 발하고, 대지에 쌓인 혈육을 빨아들인다.

신이 의식을 받아들인다는 증거.

만약 공물이 마음에 든다면, 혈정(血?)과 은총을 하사받을 것이다.

드드드드──!!!

제단 한가운데에 있는 유한나는 충만한 마력과 전능감을 느꼈다.

그러나 동시에 무력감을 느꼈다.

본래 신과 그녀는 비즈니스 관계에 가까웠다.

유한나는 생존 수단으로서 신과 ‘사도’라는 직위를 철저히 이용했고,

신은 그녀의 신위와 오성을 좋아했기에 무어라 나무라지 않고 그대로를 즐겼다.

그렇게 영원토록 사무적 관계가 계속될 수도 있었지만.

5월 6일.

이진우가 납치된 지 136시간.

유한나가 그의 얼굴을 못 본 지 724시간째.

그녀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그래서 유한나는 기도했다.

인생 처음으로 신에게 진심 어린 원망(??)을 읊었다.

─부디 진우가 살게 해주세요. 제가 구하게 해주세요. 저희가 행복하게 해주세요.

그녀는 간절히 바랐다.

띠링─!

[ ‘운명’이 발동 중입니다. ]

그리고, 신 또한 그것을 바랐다.

* * *

“……아아.”

외팔이 노인은 얼이 빠진 채로 앞을 막아선 여인을 바라보았다.

새하얀 사제복과 베일을 언뜻 보면, 복장은 조금 남사스러웠지만, 확실한 성직자였다.

무신궁(???)이 무인이 아닌 자를 배척한다고 해도 영역 내에 한둘은 존재할 만했으니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혈향은 무엇이란 말인가.

여인의 옷차림에는 피가 튄 자국이 한 티끌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살업(??)이 쌓인 짙은 향기는 결코 사라지지 못했다.

노인은 오랫동안 살았으면서도 이런 죽음의 기운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온몸이 저릿저릿해지는 것을 느끼며, 무심코 빈 왼팔을 붙잡았다.

“……무, 무슨 일이시오?”

노인은 바들바들 떨면서 여인에게 물었다.

그는 무인에게 생명과도 같은 팔을 잃은 뒤, 자신이 죽음에 초연해졌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지금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구차하게 삶을 갈구하고 있었다.

반면, 유한나는 찬찬히 노인을 살폈다.

운명의 이끌림에 따라 왔더니 다 죽어가는 노인네가 나왔다.

그래도 자신의 기준에서나 죽어가는 것이었지 적급 중에는 당해낼 강자가 없어 보였다.

이윽고 그녀는 노인의 빈 팔로 눈길을 돌렸다. 그러자 노인은 더욱 움츠러들었다. 유한나는 전혀 개의치 않고, 그의 어깨를 옥죄는 검은 실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하나…, 둘…, 셋…, 수없이 나풀거리는 노인의 절망과 증오의 실마리.

그것을 보며, 유한나는 쾌재를 불렀다. 목표했던 것에 굉장히 근접했다.

그녀는 처음으로 신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유한나는 손을 뻗었다.

한때 검성(??)이라 불렸던 노인은 눈을 감고 벌벌 떨면서 죽음을 기다렸다.

그녀는 노인이 겁을 먹건 말건 어깨의 실들을 잡아채고는 그대로 떠나갔다.

“…….”

외팔이 노인은 멍하니 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그는 문득 왼쪽 어깨가 가벼워졌단 사실을 깨달았다.

무언가 얽매던 것이 사라진 기분이었다.

……심마(心?).

그러다가 노인은 깨닫고,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여인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그래서 그는 그녀가 사라진 방향으로나마 엎드려 절을 했다.

그리고,

유한나는 자신의 수중에 있는 인연의 실들을 가늠했다.

곧 계산이 떨어졌다.

……이제 곧 진우를 구할 수 있어! 진우를 만날 수 있어!

그 생각에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달려드는 무인의 목을 베었다.

서걱.

고개가 떨어졌다.

* * *

“됐다!”

샤오팡은 환하게 웃으며, 녹색빛을 발광하는 최상급 유물 영옥(氷?)을 바라보았다.

됐어……!

겨우 닷새만에 지배에 성공했다고!

그것을 퍼센티지로 따지면, 이제 겨우 1%에 불과하겠지만, 원래 첫 발걸음이 반절이라고 하지 않던가.

샤오팡은 충분히 만족하여 영옥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 목함에 넣었다.

마력이 거의 동났으니 다음 단계는 내일의 자신에게 맡기면 됐다.

“으흐흐흥~ 으흐흐흠~”

신나게 흥얼거리던 그녀는 문득 벽에 기대 서 있는 마르코를 보고 물었다.

“그러고 보니 신입은 잘하고 있대?”

“응? 너 전혀 못 들었어?”

“아니, 나 사흘 동안 연구실 밖에 안 나간 거 알면서 그래.”

그들의 이동 요새, 스키드블라드니르의 구조와 한쪽에 자리한 금광 등의 수입원을 소개해주며 자율적으로 업무를 시킨 지도 어느새 사흘이 지났다.

샤오팡은 자신의 눈, 천안(??)이 굉장히 인재라고 말할 정도의 이진우가 정말 잘 해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마르코는 갑자기 쓴웃음을 지으며,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역시 너는 우리의 리더로 적합해. 훌륭한 식견을 가졌어.”

샤오팡은 이 사람이 왜 이렇게 비행기를 태우나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곧 수익률을 듣고 표정을 굳혔다.

……10000%였다.

쿠당탕탕──!!

샤오팡은 헐레벌떡 사무실의 문을 열어젖혔다.

오로지 육신의 힘으로만 달려온 그녀는 숨을 헐떡거리며 사무실의 전경을 살폈다.

“이 팀장님, 여기 결재 서류입니다!”

“음, 그래. 수고가 많군.”

“이 팀장님! 시스템 주식 시장이 전부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물어서 뭐해! 빨리 풀매수해! 이 자식아!”

리더십 있게 사무실 직원들을 통솔하는 이진우 팀장의 모습.

그를 믿고 동경하며, 최선을 다해 보좌하는 부하 직원들.

천상 리더가 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던 샤오팡의 눈에 퍽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그리고, 제법 이진우의 모습도 멋져 보이는……,

……어?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거지?

샤오팡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래도 사흘 동안 잠을 설친 나머지 머리가 이상해진 모양이었다.

그렇게 있으려니,

“어? 샤오팡?”

이진우가 돌연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발견하고는 활짝 웃었다.

그는 재빨리 달려와 제 동료이자 고용주의 두 손을 꼭 붙잡았다.

샤오팡은 얼떨떨한 기색으로 이진우의 얼굴을 쳐다봤다.

“샤오팡! 소식 들었어? 조금만 기다려봐. 며칠만 있으면 원금을 일만 배로 늘려줄게. 우리 패밀리는 곧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을 거야!”

아니…, 뭐, 패밀리?

샤오팡은 입을 뻐끔거렸다.

실질적 리더로 추앙받는 자신조차도 그렇게 부르진 않는다.

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 그, 뭐냐. 내가 쉬엄쉬엄해도 된다고 했잖아.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야? 너 아직 퇴근도 제대로 안 하고 있다며.”

그렇다.

금화신공에 의해 마력 회복 속도가 빨라진 이진우는 더 이상 마력 부족에 시달릴 일이 없었다.

그 말인즉슨, 쿨타임만 지나면 계속 돌릴 수 있었기에 퇴근을 안 해도 되었다.

하지만, 어째서 굳이……?

솔직히 일단 그를 납치해왔지만, 이렇게까지 열심히 해줄 줄 몰랐던 샤오팡으로서는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이건 세뇌를 며칠 동안 당했다고, 해줄 서비스의 레벨이 아닌데?

그렇게 샤오팡이 익숙지 않은 호의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자 이진우는 뭐 그런 걸 묻냐는 듯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닷새 전, 샤오팡이 일방적으로 손을 내밀었던 것과 다르게 이번에는 그가 내민 채로.

“그야 우리는 베스트 프렌드니까!”

“……허어?”

굉장히 바보 같은 소리.

순박함을 넘어서 흑우의 영역에 다다른 푼수의 웃는 얼굴을 보며,

샤오팡은 왠지 모를 답답함과 함께 가슴의 두근거림을 느꼈다.

‘……어?’

그녀는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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