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37화 (37/87)

〈 37화 〉 요망한 년

* * *

마탑(??).

세계 곳곳에 지부를 두고 있는 거대 세력이자 3대 이능력 단체의 일각(一?).

집단의 총력과 순간적인 화력, 던전 공략 모두 으뜸인 괴물들의 소굴.

……동시에 마법사와 비(?) 마법사를 가리지 않고, 모든 소속원의 나사가 빠진 마굴.

세간의 다양한 평가를 받는 마탑에는 그들의 거대한 몸집만큼 수많은 마법사와 그들이 속한 전투부, 연금부, 보안부, 지원본부 등의 수많은 부서가 존재한다.

분명 그들 하나하나가 마탑의 중요한 일원이자 부서이자 요소.

하지만, 그들보다도 확연히 뛰어나고 중요한, ‘세 개의 축’이라 불리는 마탑의 핵심전력이 따로 존재했다.

마도의 정점, 탑주(??).

고위 던전을 공략하는 최전선의 원정대.

그리고,

“본 회의는 전일 정오에 전달된 혈사자의 보고서를 토대로 진행된다.”

원탁(??).

그에 둘러앉은 초로의 노인들.

그들의 평온하기 그지없는 안색과 뿜어내는 흉악한 기세의 마력이 대비된다.

“그러면 회의를 시작하지.”

원로회(??會).

탑주를 제외하고, 마탑의 가장 높은 직위와 경지에 오른 마법사들.

그들은 칩거한 탑주를 대신하여 마탑의 모든 대소사를 결정하는 원로들이었다.

“원정대가 전해왔다.”

회의를 주관하는 원로는 엄숙한 목소리로 내용을 읊었다.

“이 이상의 유예는 불가능하다. 디데이는, 세계의 종말은 올해가 끝나는 즉시 발동된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라고.”

세계의 종말(??).

그것은 분명 참담한 소식이다.

그러나 밑바닥에는 원래 끝이 없는 법이었다.

“이를 논의하기에 앞서 두 가지 사항을 더 전달하도록 하지.”

원로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혈사자가 대붕(大?) 샤오팡을 영역에 봉쇄했다. 마력의 계약과 능력으로 완전히 봉인했다고 전해왔으나 이는 그녀의 실력과 성정을 떠올려보면 굉장히 우유부단한 결과…….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그러다가 불현듯 말을 멈추었다. 급격히 안색이 어두워졌다.

다른 원로들은 그런 원로의 모습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회의 중에 말을 멈추고, 얼굴을 구기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었다.

“디데이까지 235일. 던전 공략의 최전선에서 매진하던 마탑 원정대의 일원이자 명예 원로이며 핵심전력인 혈사자 유한나가…….”

원로는 침중한 기색으로 말을 잇다가 다시 멈추고는 입을 뻐끔거렸다.

이런, 도저히 못 말하겠다…….

그래도 그는 연륜으로, 초인적인 의지로 이를 악물고선 기어이 내뱉었다.

“……이젠 사랑에 매진하겠다며 원정대 잠정 은퇴를 선언했다.”

절망의 밑바닥에는 끝이 없었다.

* * *

“후후, 우리 진우 참 잘 자네?”

유한나는 매우 흐뭇한 얼굴로 곤히 잠든 이진우를 바라보았다.

어느덧 4시간째 오직 그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으나 전혀 질리지 않았다.

“……이렇게 진작 못 바라봤다니 진짜 인생 절반 손해 봤잖아.”

오히려 아쉬울 뿐이었다.

요즘 그녀는 이진우와 붙어 있으면서 신화적 괴물을 베고, 난공불락의 미궁을 공략할 때보다 훨씬 더 충만한 삶을 살고 있었다.

사흘간 그를 간호하면서 독점하고, 또 밤새 수련하다가 함께 잠드는 일은 그야말로 극상의 행복이었다.

이진우와 나란히 침대에 눕는 게 아니라 의자에 앉아 침대에 고개를 기댈 뿐이었지만, 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한 달이나 더…….”

후욱후욱, 유한나는 초인의 경지에 이른 심폐에 무리가 왔는지 숨을 몰아쉬었다.

오늘부로 이진우는 퇴원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원수이자 악덕 상사를 죽이기 위해 무공을 수련해야 했다.

그 말인즉슨 적어도 한 달간 이진우에게 무공을 가르쳐준다는 명목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고, 몸을 부대낄 수 있다는 소리였다.

“……이 역시 자연스러운 흐름. 진우야, 네가 원하는 자연스러운 만남이겠지? 우리 한 달 동안 진도를 쭉쭉 뺄 수 있겠지?”

아님 말고.

“에휴…….”

유한나도 십 수년간 이루지 못한 것을 곧바로 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진 않았다.

그래도 격렬하고 처절한 검과 주먹과 육체의 교류를 통해 스킨십에 대한 장벽은 완전히 허물어지지 않을까.

그러면서 이진우가 자신한테 설렘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그저 약간의 소망을 가져볼 뿐이었다.

“……후후.”

그렇게 유한나는 이진우와 함께 만끽할 찬란하고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며, 음흉한 웃음을 흘리다가……,

휘익─. 돌연 고개를 돌렸다.

“……뭐야.”

그녀는 얼굴을 와락 찌푸리고는 벌떡 일어나 병실 밖으로 나섰다.

그러자 복도 저편에 제법 귀여운 인상의 금발 마녀가 오는 것이 보였다.

유한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어제 이진우와 제법 친근했던, 아마도 자신이 원정대에 꽂아줬던 마녀.

어쩌면 동료라는 이유로 친근할 수도 있고, 병문안을 올 수도 있는 노릇이지만…….

현 시각 오전 8시 30분.

과연 지금 병문안을 오는 게 정상일까?

어제처럼 점심 먹고 짬 내서 오는 게 아니라 아침을 먹야야 할 이른 시각인데?

정녕 순수한 마음으로 그저 직장 동료의 병문안을 온다고?

‘……아니, 그럴 리가.’

유한나의 기준에서 그것은 절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게다가 저 금발 마녀는 복장부터가 더럽게 마음에 안 들었다…….

“어라? 안녕하세요!”

신혜영 또한 필연적으로 병실 앞에 멀뚱히 서 있는 유한나를 발견했다.

그녀는 해맑게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는 총총걸음으로 다가왔다.

폴짝폴짝─!

토끼처럼 뛰어오는 신혜영의 몸놀림을 따라 유한나의 눈동자도 위아래로 움직인다.

“…….”

“……?”

유한나는 어느새 자신의 앞까지 다가온 토끼 같은 아가씨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유심히 그녀의 얼굴부터 발끝까지, 아주 빈틈없이 위아래로 훑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과 물기가 살짝 남아 있는 머리칼, 헐렁한 트레이닝복.

누군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수수한 옷차림으로 병문안을 왔구나!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어딘가 하나둘쯤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슴…….

개방…….

MID…….

OPEN…….

신혜영의 순진한 얼굴과 별개로 그녀의 활짝 열어젖힌 앞섶은 이진우의 눈길을 충분히 끌어당길 수 있는 광경이었고, 동시에 유한나의 신경을 확실히 거스르는 흉물이었다.

──소꿉친구를 수년간 철벽 방어로 지켜왔던 여인은 이윽고 결론을 내렸다.

‘……요망한 년.’

어쩌면 샤오팡이란 여우보다도 더 위험한 녀석이 바로 근처에 있었다.

이대로 두면 분명 위험하겠지…….

그리 생각한 유한나는 굉장히 살벌한 낯으로 신혜영을 노려보았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