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화 〉 유니콘
* * *
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고도 일만 미터의 상공을 초고속으로 날아가는 유선형의 비행체.
그 콕피트 안의 신혜영은 평소처럼 마녀 고깔모자가 아니라 회백색의 헬멧을 쓴 채 능숙하게 핸들을 돌리며 전투기를 조종했다.
──마법전투기(??戰?) 유니콘.
최첨단 과학 시대에 발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며 신설된 마공학부와 연금부가 온 힘을 기울여 만들어낸 회심의 합작품.
고속비행, 회피기동, 은밀기동, 마법폭격, 전방위 마력감지 등등. 모든 기능이 월등한 결전 병기였지만, 너무 잘 만든 나머지 ‘에고’가 생겨버린 아티팩트가 되어버렸다.
[ 띠리리릭─! 순수하지 않은 이입니다. ]
주인을 제멋대로 태운다는 소리였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절대 태우지 않았다.
그러던 중……,
“신혜영, 척살대에 들어온 것을 환영한다. 그리고, 너는 적성검사에 따라 오늘부로 마법 전투비행사가 되었다.”
“……네?”
척살대에 들어간 신혜영은 돌연 아티팩트 『유니콘』의 간택을 받아버렸다.
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그리고, 비행사가 되었다.
철컥철컥! 오른손으로 7단 기어를 순식간에 기동한다.
드르르륵─! 그리고, 왼손으로 핸들을 부드럽게 돌려준다.
번뜩! 날카로운 눈빛으로 전방위 마력감지 레이더를 체크한다.
그리고, 비행기 조종의 기본으로 언제나 페달은 적당한 힘으로 꾹, 밟아준다.
그 모든 행동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동시에 이뤄지는 일이었다.
“……의외로 나 베스트 드라이버일지도.”
그녀는 뜻하지 않게 전투기 조종에 소질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만 핸들과 페달이 달린 비행기니까 비행보다는 운전에 소질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운전이라…….’
신혜영도 처음에는 그에 대해 별생각이 없었고, 오직 이진우의 복수만을 추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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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푸르고 높고 넓은 하늘을 짜릿한 속도로 날아다니니 기분 전환도 되고, 레이싱 본능이 끓어오르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슬슬 전투기에 탑승해 비행하고, 폭격하는 일을 즐기게 되었다.
흔히 말하는 ‘적성’과 ‘전투본능’이었다.
──아아, 유니콘제로! 유니콘제로! 지금 내 목소리가 들리는가?
“그래, 들린다! 말하라! 바이콘 컨트롤!”
──곧 목표지점에 도착한다! 슈퍼 버스터콜을 준비하도록!
“알겠다. 화끈하게 준비하도록 하지.”
신혜영은 컨트롤타워에 응답하고 곧바로 계기판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그녀가 운전대에서 손을 놓아도 전투기는 올곧게 하늘을 날아간다.
이것은 마법전투기 유니콘만의 최첨단 기능 ‘자율주행(??行)’이었다.
자신의 에고를 가진 비행 아티팩트가 순수하고 정의로운 제 주인의 의지에 따라 빌런의 아지트를 향해 날아간다!
그사이 전투기 헬멧을 착용한 금발 적안의 마녀는 눈을 감고 주문을 읊었다.
“불(Fire).”
화르르륵─! 유니콘의 유선형 몸체가 초고온의 화염에 휩싸인다. 이내 몸을 기울이며 빌런의 아지트를 향해 수직낙하한다.
그래, 그 모습이 마치 유성과도 같았다.
──비적유성탄(?????).
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유니콘이 유성처럼 순식간에 날아간다!
빌런들의 아지트를 들이박는다!
악한 심성의 벌레들을!
빌런들을!
순수하지 않은 이들을!
사정없이 정의의 뿔로 꿰뚫는다!
혹시 모를 인질들까지 죽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전투기에 그 정도 감별능력이 있는 것은 기본이었으니까.
유니콘은 순식간에 목표 지점의 생명체들을 스캔했다.
……판독 결과.
그들은 심기체 모두 탈락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래서 죽었다.
[ 미션 클리어. 목표지점의 순수하지 않은 이들을 전부 척결했습니다. ]
우우우웅─! 유니콘의 콕피트가 열리며 특급 조종사가 땅바닥에 내려섰다.
대지가 비적유성탄의 여파로 활활 불타올랐지만, 화염 내성 아티팩트를 미리 입어놨기에 문제없었다.
신혜영은 주변의 몰아치는 화마와 재와 연기를 외면하고, 오직 푸르고 맑은 하늘만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진우 씨, 그곳에서는 잘 지내고 계시는가요? 언제쯤 납치 빌런들을 찾아서 죽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 노력할게요! 반드시 복수해드릴 테니까요!’
그렇게 동료를 잃은 마녀는 마음속으로 굳건한 다짐을 하는 것이었다.
“이진우, 걔 저번 주 금요일에 구출됐는데?”
“에? 구출됐다고요? 아니, 어떻게? 그보다 죽은 게 아니었…?”
이상사태를 직면한 신혜영은 멀뚱한 표정으로 소식을 전달해준 이리엔을 바라보았다가 금세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뭔가 상황이 이상하지만 사람 사는 게 제일 중요한 거니까!
마침 어제까진 심신안정이라는 명목으로 병문안하러 갈 수 없었지만, 오늘은 용태가 괜찮은지 면회가 가능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마녀는 오랜만에 동료를 만나기 위해 점심시간을 틈타 눈 좀 붙이자는 이리엔을 억지로 붙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머리에 미라처럼 붕대를 감았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제법 멀쩡한 용태의 이진우를 발견했다.
“흐윽, 으허어엉…….”
신혜영은 차마 벅차오르는 감정을 견뎌내지 못하고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생환한 동료와의 감동적인 해후를…….
“죽여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하지 못했다.
“진우 씨이이이!! 아니, 왜 그래요! 아니! 칼! 칼! 칼 닿는다! 으아앙악!”
그렇게 살인 사건을 안간힘으로 막아내느라 점심시간이 다 지나갔다.
오후 업무가 시작되었고, 루팡이 되는 법을 몰랐던 신혜영은 얌전히 연구실로 돌아와 연성을 재개했다.
“……뭐지?”
그녀는 끓어오르는 비커 안의 용액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생각하던 복수극의 종막은, 혹은 감동의 재회는 이런 것이 아니었다.
……뭔가 용액처럼, 화산처럼 속 터질 듯한 이 답답함은 뭐지?
신혜영은 턱을 매만지며 생각했다. 저녁에는 병문안이 금지된다고 했으니 내일 일찍 가야 할 텐데 그러면 왠지 또 이야기 나눌 시간이 모자랄 것 같았다.
그래서 긴 고민 끝에 나온 묘안……!
“……연차를 쓰자!”
이튿날 이른 아침.
마탑 근처에 새로 주택을 장만한 신혜영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그녀는 가벼운 발걸음과 마음가짐으로 룰루랄라 동료를 만나러 갔다.
그리고……,
“흐음, 이걸 어쩌면 좋을까?”
“……에엣?”
최종 보스를 맞닥뜨렸다.
정확히는 이리엔에게 전해 듣기를 마탑 최종병기(?)이자 이진우 씨의 친구분이라는 유한나 씨를 복도에서 마주했다.
어제와 달리 일 대 일이라 그런가. 신혜영은 그녀에게서 압박감이랄까, 자신을 죽일까 고민하는 듯한 엄청난 살기를 느꼈다.
……에이, 기분 탓이겠지?
* * *
“으쨔라쨔쨔쨔쨔쨧!”
나는 정신이 들자마자 기지개를 켜면서 상쾌한 아침을 만끽했다.
등허리가 전혀 뻐근하지 않고, 쫙쫙 펴지는 것이 오늘 시작이 좋았다.
“흐흐흐흠~”
괜히 흥겹게 콧노래를 부르며, 슬슬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음?”
뭘까.
시체가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