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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48화 (48/87)

〈 48화 〉 오늘부로 나는 닌자가 된다

* * *

“도대체 어디 간 거야?!”

“아니, 사람이 뭐 이리 빨라!”

“떠들지 말고 저기 골목 좀 들어가서 찾…”

“저기! 저기 있다아아아아아──!!!”

“우오오오오오오오!!”

누군가의 확신에 찬 외침에 벌떼처럼 우르르 몰려가는 돈독 오른 군중들.

그리고, 바로 그 누군가인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비소를 흘렸다.

하하,

“……뒤지는 줄 알았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랜만에 달리기만으로 헐떡거렸다.

땀에 젖은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러자 평소보다 낮은 콧대와 거친 피부의 결이 느껴졌다.

……마법사가 아니라 일반인과 비교하면, 내 몸뚱이는 훨씬 좋은 편에 속한다. 한 방향에서 달려오는 시민 수십 정도는 우습게 제칠 수 있을 정도로.

“그래도 시발, 사방에서 몰려오는 건 양심적으로 좀 아니지 않나?”

거의 좀비 영화를 체험하는 듯한 상황.

은신술이라도 쓰지 않는 이상 벗어날 방법이 없어 보였는데…….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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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엔 검색기능부터 불친절하던 상점창이 웬일인지 추천 서비스를 해주었다.

겨우 변장용 마스크를 한화로 약 100억 원에 사라면서 말이다.

물론 그 덕분에 살았지만…….

“……더럽다. 더러워.”

나는 상인으로서 존경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젓고는 외진 골목길로 발길을 돌렸다.

당장은 한숨 돌렸어도 누군가 알아볼 수도 있으니 아예 눈에 안 띄는 편이 나았다.

뚜벅뚜벅─.

‘……그런데 내 면상은 무슨 일로 뿌려진 거지? 설마 코인 믿으시냐고 너무 물어보고 다녔나? 그러면 안 되는 거였나?’

겨우 그걸로 수배지를 때릴까 싶지만…….

어쩌면 그냥 우리를 죽이려는 던전의 악의가 피어오른 걸지도 모르고.

음, 그러고 보니 현상 수배지 밑에 뭐라 적혀 있었는데 튀느라 제대로 못 읽었다.

‘……뭐, 별 내용은 아니었겠지.’

뚜벅뚜벅─.

그렇게 어지러운 머릿속을 정리하며 일단 신혜영과의 합류를 최우선목표로 세웠다.

길거리를 무작정 돌아다니며 사이비 짓을 하는 건 이제 안 된다.

아쉽지만, 작전을 다시 세워야 했다.

뚜벅뚜벅─.

우뚝─.

“……잠깐만. 그런데 여긴 어디? 나는 누구?”

골목길을 걷던 나는 문득 멈춰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두침침한 뒷골목, 바닥과 벽 사이에 아무렇게나 지어진 허름한 가옥들, 그 속에서 나를 노려보는 시선들.

골목길을 몇 번 거쳐서 반대편 대로로 나가려고 했는데 어째서인지 생각대로 안 됐다.

“……으음.”

길을 잃어버렸다.

그래도 후진이라는 옵션이 아직 남아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그대로 되돌아가려 했다.

“신입, 이쪽이야.”

그러나 옆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나 수상한 사람이오.’라고 말하는 듯한 새까만 복면인.

그는 자신을 따라오라는 듯 손짓하더니 아무 말도 없이 빠르게 달려간다.

나는 가만히 서서 순식간에 멀어지는 복면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닌자?!”

나는 어떤 운명적 이끌림을 느끼고는 곧바로 그를 따라나섰다.

슈슈슈슝─!

복면인은 닌자답게 빨랐다.

미로같이 복잡한 골목길을 이리저리 벽을 박차며 나를 따돌리려는 듯한 몸놀림은 은밀했고, 입체적이었다.

나는 서툴렀지만, 그의 발놀림을 흉내내면서 조금씩 따라붙었다.

그렇게 복면인의 아지트에 도착했다.

줄곧 달리기만 하던 복면인은 그제야 나를 뒤돌아보았다.

복면을 벗었다.

흩날리는 새까만 단발머리. 존슨 대리보다는 옅은 구릿빛 피부. 화장기가 하나도 없지만, 그럼에도 예쁜 인상의 얼굴.

아마도 여자, 아니, 그녀여야만 하는 닌자는 놀란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우와 신입. 너 엄청 잘 달리는구나? 시험관이 제대로 잘 뽑았네.”

그렇게 말하고는 단숨에 다가와 내 손을 부여잡더니 흔들어재낀다.

그리고,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적어도 나는 환영할게! 잘 달리는 신입! 우리 레지스탕스에 온 것을!”

“……레지스탕스?”

나는 그 말을 듣고서 멍하니 중얼거렸다.

두근두근─.

닌자와 레지스탕스…….

‘그리고, 나.’

나는 직감했다.

지금 이 만남은 역사적인 만남이 될 것임을.

또, 다짐했다.

──오늘부로 나는 닌자가 된다.

그래.

이것은 필연(必?)이었다.

* * *

“……으아.”

신혜영은 불현듯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항구도시 ‘모지’의 햇볕은 따뜻했고, 바람 또한 잔잔했으니 추워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오로지 불안감.

“벌써 사고를 친 건 아니겠지?”

……어째서일까. 분명 아닐 거라고 확신할 수가 없다. 요 며칠 사이 이진우에 대한 신뢰도가 너무나도 떨어졌다.

하아, 마녀는 요즘 따라 많아진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대로를 걸었다.

시야 한 편에 보이는 이진우의 현상 수배지는 그녀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혹시 교황의 형제이니 뭐니 저런 거에 홀라당 넘어간 게 아니라면 좋겠는데…….

그래도 무슨 일이 생기면, 마력 발신기를 통해 신호를 보내기로 말해놨으니 아직까진 별문제 없으리라고 믿어보았다.

──형제님을 붙잡았다아아아아아!!!!”

휘익─!

신혜영은 문득 들려오는 불안한 외침에 고개를 돌렸다.

어째서인지 환호성이 연이어 울려 퍼지는 거리 저편.

“……아니, 설마.”

설마 붙잡힌 거야?

그녀는 멍하니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이진우에게 불상사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돌연 얼굴을 일그러뜨리고는 빠르게 읊조렸다.

강체화(??化).

신속화(??化).

우드드득─.

주문은 마녀의 가녀린 몸에 깃들어 그 육체를 한순간에 한계까지 끌어 올렸다.

콰앙─! 바닥을 박찼다.

순식간에 인파를 헤치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황금빛 머릿결과 어제 이진우가 사주었던 칙칙한 녹색 로브가 펄럭였다.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전력으로 이동하기를 몇 초.

끼기기기기긱──!

신혜영은 오직 성직자만이 걸을 수 있다는 성도(??) 우편에 멈춰 섰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길가를 가득 채운 인파.

그녀는 사람으로 이뤄진 벽을 마저 헤집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분명 이곳에서 함성 소리가 들려왔……,

푸욱─.

인파를 헤집고, 대열 맨앞에 선 마녀는 그제야 성도 한복판을 바라볼 수 있었다.

“……어?”

휘황찬란한 법복 차림의 노인.

무섭도록 시린 표정.

노쇠한 팔이 붙잡은 단창.

녹색 로브를 걸친 사내.

꿰뚫린 가슴.

……그리고, 사내의 얼굴은 무섭도록 이진우와 똑 닮아 있다.

신혜영은 눈을 깜빡였다.

그녀는 잠깐 자신의 눈을, 머리를 의심했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입밖에 음성이 튀어나왔다.

“……진우 씨?”

털썩─.

사내가 쓰러졌다.

그리고는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애탄 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마녀는 우두커니 서서 그 주검만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언젠가 현자의 서를 얻은 신혜영입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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