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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50화 (50/87)

〈 50화 〉 그게 내가 원한 전부였어

* * *

오늘 나는 의지를 잃었다.

정확히는 살아갈 의욕을 잃었다.

굳이 세상을 열심히 살 필요가 있는 것인가 의문을 느끼고 말았다.

“세상은 어째서 내게 이런 시련을…….”

나는 슬픈 눈으로 대열 맨 앞에서 동기들을 이끄는 닌자 선배를 바라보았다.

“우리 레지스탕스는 개돼지교에 맞서…….”

생글생글 해맑은 미소가 예쁜 닌자 선배.

새까만 잠행복과 복면. 허벅지 부근에 걸어놓은 수리검들.

외관도 완벽하지만, 그녀는 모습만 그럴 듯한 닌자가 아니었다.

‘……개쩔었지.’

나는 아까 그녀가 보여줬던 기민한 몸놀림을 떠올렸다. 지금 자신으로서는 결코 따라하지 못할 아름다운 테크닉. 그 경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시련 혹은 수련이 있었을 터다.

그야말로 자신의 닌자 롤 모델.

그래, 영원한 닌자 롤 모델로 삼으려 했었다. 그랬었다.

나는 애수에 찬 눈빛으로 닌자 선배를 바라보 았다.

저 여자의 이름은 바로 마틸다.

어떻게 이름마저 완벽한 그녀.

하지만, 그녀는 사실 닌자가 아니라…….

─마법사였던 거야.

현묘한 경지는 맞으나, 그 몸놀림을 보조하는 마력을 느끼고 말았다.

닌자의 테크닉? 마력과는 별개의 에너지?

그딴 거 없고 마법사의 마력 운용과 완전히 판박이였다.

순간 흥분에 눈이 멀어 깨닫는 게 늦었을 뿐이었다.

그래, 그녀는 마법사였다.

닌자가 아니라.

“……훌쩍.”

눈물이 앞을 가렸다.

결국 나는 오늘도 마법의 마수에서 벗어나는 데에 실패했다.

그야말로 연전연패!

어째서 나는 샤오팡 패밀리의 팀장도! 탈주 닌자도 되지 못하는가!

‘……즐길 수 있잖아! 딱 두 시간은 정도는 즐길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선배 닌자…,

아니, 사실 그냥 마법사에 불과했던 마틸다는 내게 말했었다.

이전까지의 이름은 이 순간 버리라고.

레지스탕스에 들어온 이상 오늘부터는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고.

그래서 ‘레옹’이란 예명까지 맞춰놨는데…….

전부 부질없었다.

닌자의 혼을 불태우던 청년은 죽어버렸다.

지금부터는 던전 공략을 위해서 움직이는 냉철한 마법사만이 존재할 뿐이다.

‘마법사 싫은데…….’

……그래, 사실 닌자보다는 멋지고, 똑똑한 연금술사가 더 좋지 않겠는가.

현자의 돌을 만들자.

어떻게든 진리의 문을 열어서 동생의 몸을 되찾고 말 거야……!

“지랄.”

그렇게 내가 현자 타임을 느끼는 동안 어느덧 의식의 장에 다다랐다.

‘……이걸 의식의 장이라고 해야 하나?’

언제까지 하수도를 깊숙이 파고 들어가는가 싶었는데 결국 끝에 도착하긴 했다.

우리는 절벽 앞에 섰다.

그리고, 그 까마득한 낭떠러지 밑으로 푸른 빛을 발광하는 샘이 보였다.

[ ‘금화신공’이 미칠 듯이 강렬한 마력 반응을 감지합니다. ]

저 샘물에서 예전에 봤었던 메테오 이상으로, 어쩌면 나를 노려볼 때의 유한나와 비슷할 정도로 강렬한 기운이 느껴졌다.

필시 마법사에겐 천혜의 보물과도 같겠지.

나는 저것이 영약으로건, 연금술 재료로건 굉장히 유용할 것임을 직감했다.

다만 그만큼 레지스탕스에도 중요한 것인지 지금까지와는 달리 곳곳에 닌자처럼 생긴 흑의 차림의 마법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나는 그들을 눈여겨보다가 이내 아래쪽 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저거 깨끗하긴 한 건가?’

솔직히 위생이 걱정되었다. 아무래도 지하에 있는 거잖아.

“자, 이제 순서대로 현자의 샘에 뛰어내릴 시간이야.”

마틸다는 비장한 표정으로 우리들이 짊어져야 할 시련의 무게를 설명했다.

저 현자의 샘에 빠지면, 마력 거부 반응으로 몸이 녹아내리는 인원이 생길지도 모른다.

설령 샘에 인정받더라도 그 과정이 무척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래도 너희들의 가족은 책임지겠다. 생계를 책임지겠다잖아!

자, 그 대신 증오를 불태워라!

너희들의 대폭락장으로 증발한 시드머니를 가만히 지켜봐야 했던 아픔을 녹여내라!

전설의 마법사가 되어 코인교도들에게 개미들의 저력을 보여줘라!

“우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 순간만큼은 얼굴이 험상궂건, 머리털이 한 터럭도 나 있지 않건, 마법사이건 닌자건 코인에 대한 증오심으로 대통합되는 시간.

그야말로 끓어오르는 청춘(?).

평소와 같다면 나도 동참했을 것이었다.

“망할놈의 코인을 세상에서 지워버리자!!!”

“그를 위해서 목숨도 바칠 수 있어!!!”

“우오오오오오오오오!!!”

“…….”

하지만, 저 친구들과는 달리 세상 누구보다도 코인의 혜택을 많이 본 사람으로서 장단을 맞추기가 양심적으로 좀 그랬다.

[ ‘금화신공’이 마력을 원합니다. ]

게다가…….

곰곰이 생각한 나는 손을 번쩍 들었다. 나를 반갑게 바라보는 선배 닌자에게 싱긋 웃어 보이고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아아! 마틸다! 코인교를 척살할 레지스탕스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제게 부디 처음으로 뛰어내릴 기회를 주십시오!”

“오오! 레옹! 그대의 자격은 충분하지! 자! 어서 뛰어내리게!”

그렇게 나는 낭떠러지 앞에 서게 되었다.

뒤에서 용기를 내라는 둥, 힘내라는 동기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설마 수면에 머리 박아서 죽진 않겠지.’

이미 나는 마법사인데 마력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도 않을 테고.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하지만…….

나는 돈지랄로 덕지덕지 쳐바른 아티팩트들과 금화신공의 공능을 믿고서 발을 내밀었다.

몸이 기운다.

슈우우욱─. 급속도로 떨어져 내린다.

안전장치 없는 번지 점프.

나는 눈앞에 다가온 푸른 수면을 직시했다.

풍덩─!

현자의 샘에 빠져들었다.

──꼬로로록.

온몸을 붕 띄우는 듯한 부유감.

물의 온도는 차갑지도, 미지근하지도, 뜨겁지도 않았다.

단지 상쾌하달까. 내게 스며드는 마력 특유의 감각이 느껴졌다.

띠링─!

[ ‘금화신공’이 막대한 마력을 감지합니다. ]

[ 마력을 흡수───────. ]

[ 마력이 ‘1’ 상승합니다. ]

[ 마력이 ‘1’ 상승합니다. ]

[ 마력이 ‘1’ 상승합니다. ]

[ 마력이 ‘1’ 상승합니다. ]

[ 마력이 ‘1’ 상승합……. ]

[ ─────2성으로 상승합니다. ]

──────────────────

< 이진우 >

[ 등급 : 황(?) ]

[ 직업 : 거상(巨?) ]

노벨피아 유

[ 특성 : 금화신공(???) ­ 2성(成) ]

[ 능력 : 거래(??), 매수(??), 매각(?) ]

[ 성향 : 중도(中?), 열혈(?血) ]

[ 근력 : 35(+7) ] [ 체력 : 33(+8) ]

[ 민첩 : 31(+8) ] [ 지혜 : 45(+4) ]

[ 마력 : 50(+20) ] [ 행운 : 77(+2) ]

[ 소지금 : 31, 560, 643, 938, 000 Gol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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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온몸을 채우는 것은 마력의 충만감.

그리고, 오만(??).

이리엔 따위는 충분히 격살시킬 수 있다는,

닌자 선배의 몸놀림을 가볍게 따라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

아니, 확신을 느꼈다.

──천상천하유아독존(?上?下????).

“오직 나만이 이 세상의 닌자다.”

샤라라라라라라랄라──! 내 말이 옳다는 것인지 푸르렀던 현자의 샘은 어느덧 찬란하게 황금빛으로 발광했다.

마치 나를 찬양하는 듯한 세상의 찬란함. 그것을 만끽하며,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번뜩─. 느껴지는 살기에 아공간 주머니에서 재빨리 검을 빼 들었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수십 개의 수리검을 일순(一?)에 베어 갈랐다.

간만의 카타르시스를 방해한 무뢰배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 광채는 절대 성기사 따위가 내뿜을 수 있는 빛이 아니야.”

개미는 더더욱 아니고.

어느샌가 나를 포위한 선배 닌자 중 하나가 두려움에 가득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믿고 있었는데.”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본 채 수리검을 빼 드는 마틸다를 마주하면서 죄의식을 조금 느끼는 것이었다.

“……닌닌.”

나는 슬쩍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질끈 눈을 감았다.

아무튼, 서로가 서로에게 진검을 겨눈 일촉즉발의 상황.

그야말로 포브스 선정 콩가루 닌자가 인생에 한 번쯤 맞이해야 하는 순간.

나는 눈을 감고, 잠시나마 마법사가 아니라 닌자 레옹으로서의 삶을 음미했다.

──짧지만, 즐거웠다.

그래서 나는 그에 대한 감사 인사로 마틸다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한 채 최대한 그녀처럼 밝게 싱긋 웃어 보았다.

“닌자 혹은 탈주.”

전이석을 손에 쥐었다.

“그게 내가 원한 전부였어.”

발동했다.

[ 사전에 지정해놓은 장소로 전이합니다. ]

“그리고, 오늘 그 꿈이 이뤄졌지.”

──눈을 떴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느새 신혜영과 여독을 풀었던 여관방에 도착해 있었다.

나를 사방에서 포위한 닌자들도, 현자의 샘도, 마틸다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다시 눈을 감고, 은은한 미소를 짓고서 속으로 읊조렸다.

──굿바이, 마틸다.

고마워.

네 덕분에 꿈을 이룰 수 있었어.

그것도 무려 두 개나.

그래,

오늘 나는……,

“닌닌.”

세계 유일의 탈주 닌자가 되었다.

여한은 없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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