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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61화 (61/87)

〈 61화 〉 결착(中)

* * *

태어난 순서는 정해져 있다지만,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고 한다.

대부분 사람은 그 사실을, 언제라도 자신이 죽을 수 있단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오늘 죽으리란 것을 매일 가정하고, 각오하는 인물은 극히 드물다.

[ 당신이 지정한 운명(??), ‘나와 신혜영은 현자의 시련에서 멀쩡히 생환한다.’의 현실화 확률은 13%입니다. ]

“…….”

그것은 이진우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허공의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언제 시시덕거렸냐는 듯 금세 표정을 굳혔다. 손으로 입가를 매만지며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맙소사.

어느덧 보석 박힌 손거울이 저주의 물건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상상 이상으로 자신들의 무사 귀환 확률이 극악에 치달았다.

세상이 멸망한다는 개뼈다구 소리를 들었을 때도 이만큼 놀라지는 않았는데…….

【운명 탐색기】

◆ 대상이 지정하는 운명의 현실화 확률을 ‘3회’ 추산합니다.

◆ 대상의 행운 수치에 따라 운명의 현실화 확률을 ‘1회’ 증가시킵니다.

◆ [ 1,350,241,630 Gold ] ─ 던전 패널티로 통상보다 100배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합니다.

이진우는 유물의 상세 정보를 다시금 확인하고는 잠시간 고민했다.

‘총 3회 추산.’

본래는 희귀한 물건이 확실한 터라 아낄 생각이었지만, 그럴 여유가 사라지고 말았다.

이내 그는 고민을 마치고, 남은 횟수 2회를 연속해서 사용했다.

자신과 신혜영의 무사 귀환 확률을 따로 계산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 당신이 지정한 운명(??), ‘나는 현자의 시련에서 멀쩡히 생환할 것이다.’의 현실화 확률은 100%입니다. ]

[ 당신이 지정한 운명(??), ‘신혜영은 현자의 시련에서 멀쩡히 생환할 것이다.’의 현실화 확률은 13%입니다. ]

……무사 귀환 확률을 극악에 치닫게 한 범인을 찾을 수 있었다.

“쉐엣.”

당황스러울 정도로 아주 명확했다.

13%.

평상시 이진우는 굉장히 낙관적인 편이지만, 이런 부분에서까지 ‘와아, 13퍼나 남았네!’라고 생각할 정도로 동료의 생명을 경시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는 어두워진 안색으로 고민했다. 극심한 손해를 감수할지라도 신혜영의 생존 확률을 극단적으로 올릴 방법이 있을까.

그런 특수한 유물이 상점에 있더라도 기한 내에 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아직 살아 있는 것은 분명한 신혜영을 어떤 수단으로라도 불러내 던전에서 당장 탈출하는 게 최선일까.

수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러나 아무리 고민해도 명쾌한 방안은 잡히지 않았다.

그냥 행운을 높이고, 확률을 높이는 수단 밖에 없는 건가.

질끈 눈을 감고, 고뇌하는 이진우의 머릿속에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

띠릭─!

[ 이번에 한해 ‘총 30, 000, 000, 000, 000 Gold’를 지출하시면 ‘운명 탐색기’의 확률을 대폭 올려드립니다! ] ­ VVIP를 위한 특별 금전 거래입니다.

이진우는 멍하니, 동시에 꼼꼼하게 메시지를 읽고서 생각했다.

시발, 이런 바가지가 다 있나.

‘VVIP’와 ‘특별 금전 거래’라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용어를 썼지만, 정작 내용을 읽어보면 특혜는커녕 전재산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손가락으로 툭툭 자신의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이게 최선인가.

이진우는 다시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천천히 셈을 해보았다.

각성한 이후로 살뜰하게 모은 30조 골드라는 어마무시한 금액과 얼굴을 알게 된 지 이제 두달 조금 넘은 직장 동료.

찬란한 금발과 영롱한 적안을 가진, 현자의 돌 하나 제대로 못 만드는 마녀. 흐음, 연금술사로서는 조금 아쉬울지도? 아, 이런 사견을 들으면 당장 때리러 달려오려나?

문득 떠오른 생각에 그는 피식 웃었다. 아, 빨리 만나서 놀리고 싶었다.

제멋대로 가출해서 마음고생을 시켰으면 혼쭐이 나야지 않겠는가. 그 징벌 방식이 다른 종류의 장난일 뿐.

그리고, 애초에 답은 정해져 있었다.

“시발, 피 같은 내 돈.”

이진우는 초연한 얼굴로 지껄이며 망할 놈의 ‘VVIP’ 금전 거래를 수락했다.

그래도 곧 얼마 지나지 않아 개운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폈다.

안심한 것이 분명한 모습이었다.

* * *

운명의 신은 자신의 손에 들린 저울을 보고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별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한쪽에 생명을, 다른 한쪽에는 재화를 달고 무게를 가늠했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아니, 의외는 아닌가?

운명의 신은 한쪽 저울을 가득 채운 금화 무더기를 보았다.

저 정도면 필시 어떤 차원의 보화를 전부 끌어모은 수준일 터.

어떤 가치 높은 생명보다 충분히 무거울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떤 생명이 어느 세상의 신격일지라도 마찬가지였다.

──뭐, 나야 덕분에 포식하겠네.

운명의 신은 빙긋 웃고는 저울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생명을 들었다.

* * *

수해(??)마저 불러일으키리라 예상되었던 폭우가 순식간에 멈추었다. 도시 어느 곳에도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았다.

돌연 먹구름 사이에서 광명이 쏟아졌다. 혹자는 태양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착각할 만한 밝기였으나 교황은 알았다.

하늘 곳곳에서 점차 쏟아져 내리는 광휘는 ‘모지’님이 내비치시는 신성(??)이라고.

마르스 가르커니카의 그을린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어났다. 신체 곳곳의 화상이 쑤셔왔으나 그 고통 이상의 기쁨이 몰려왔다.

저 정도면 강림 의식 때 볼 수 있을 법한 신성이다. 주님께서는 이 노부를 그만큼 아끼신단 말인가.

그렇게 가슴 속 벅차오르는 감격과 신앙에 희희낙락하기를 잠깐──.

“……?”

교황은 곧 이상 현상을 깨달았다. 이내 손을 들어 바라보았다.

쭈글쭈글 낡은 노구의 손바닥에 맺힌 화상 자국과 자상.

평화롭던 요즈음에는 없던 상처이나 아예 겪지 않은 일은 아니었기에 그리 부자연스럽지는 않았다.

당장은 고통스러울지라도 어차피 신성력만 있다면 금세 치유할 수 있을 터이니 큰 문제는 아니었다.

“……아, 아아? 으…, 으어어어어?!”

마르스는 눈알이 튀어나올 듯이 부릅뜨고는 우스꽝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흩어진다.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신성력 한도가 존재해 곤경에 처한 적은 있지만, 바닥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거늘.

언제나 그의 몸을 가득 채웠던 신성력이 조금씩, 그리고 확실하게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가 그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하늘에서 거대한 광명의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교황은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그 광휘는 황금처럼 찬란했고, 어떤 여인보다도 아름다웠다. 모든 먹구름을 내쫓을 정도로 강렬한 폭발이었다. 마지막으로 익숙한 친근감을 지니고 있었다.

“……어머니.”

교황은, 아니, 투자자 마르스 가르커니카는 메마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몇십 년 만의 공허함이 느껴졌다. 신성력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그는 멍하니 있다가 불현듯 코인 그래프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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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지 ─ 901 Gold (+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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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오늘 점심 예배 때까지만 해도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고 있으셨다.

게다가 며칠만 있으면, 이 땅에 강림하셔서 그 자태를 뽐내셨으리라.

그 영광을 본인과 함께했으리라.

그러나,

[ 상장 폐지되었습니다. ]

“…….”

마르스 가르커니카는 공허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무언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

이 도시의 제왕과 다름없는 자신에게 이런 곤경이 생길 리가 없지 않은가.

이 차원에서 제일가는 우량주이신 주께서 사라지실 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게 현실을 부정할 무렵, 문득 그의 귓가에 어떤 굉음이 들려왔다.

슈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무언가 세차게 날아오는 소리.

언젠가 주님께서 기거하시는 별천지로 날아가겠다는 의미의 이름.

마르스 가르커니카는 어떤 운명을 느끼고, 애처롭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는 목격했다.

거대한 불덩이가 이곳을 향해 곧바로 날아오고 있었다.

아주 올곧게 정면으로.

마르스는 허탈한 표정으로 읊조렸다.

“……허, 이런 씨─”

콰앙.

당일 통산 18번째 폭격이었다.

* * *

마녀는 눈을 감았다.

기분 탓인 걸까.

하늘의 광명이 쏟아지기 시작한 직후, 그녀는 온 세상을 체감할 수 있었다.

작열통도, 마력 탈진도, 그 무엇도 그녀를 지치게 할 수 없었다.

폭력적으로 자신을 전능감으로 이끌었던 버프 스크롤과 고서와는 다른,

포근함.

그것을 기반으로 신혜영은 혼신의 힘을 짜내어 본래보다 강력한 마법을 구성할 수 있었고, 그대로 쏘아 보냈다.

그리고 곧──,

“……진우 씨.”

주르륵, 신혜영은 줄기차게 눈물을 흘렸다. 입술을 짓씹으며 흐느꼈다. 더 이상 마력을 끌어모을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더욱 엉망이 되어가는 얼굴을 닦아냈다.

드디어 복수를 이루었다.

그러나 동시에…….

쿵쿵쿵쿵, 성난 군중의 발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죽음을 예감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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