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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77화 (76/87)

〈 77화 〉 격전 (下)

* * *

어느덧 어두워진 세상에도 별은 빛났다.

창공에 떠오른 백색의 별.

인공적인 흑색의 별.

그 종류를 가리지 않고, 별은 하늘 아래 선명히 빛났다.

흑광(?光)의 유성우가 날았다.

그 궤적을 따라 공간에 이질감 느껴지는 물감이 덧칠해졌다.

부서졌다.

그 과정에는 소음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욱 음산하고 불길했다.

영원토록 모든 걸 부수며 나아가진 않을 테지만, 적어도 당장은 생생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재앙을 마주했음에도, 사내는 기어코 발을 들이밀었다.

살아남으리라.

전진하리라.

승리하리라.

그런 포부를 품고서 닌자는 기꺼이 앞으로 달려나갔다.

발도(??).

흑색의 도신이 다시 한번 세상에 몸을 드러냈다. 유려한 춤을 췄다.

그 춤은 저 멀리 선상의,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별들에 이르렀다.

칼날이 공간을 격하고 별에 맞닿았다.

기기기긱─! 기이한 침묵 속에서, 마침내 파괴의 소음이 피어났다.

“───!”

별들이 반으로 갈렸다.

곧이어 압축된 강기가 강제로 해체되면서 폭발의 징조를 보였다.

사방을 비추는 흑색의 광채.

흙안개가 일순에 밀려나는 걸 시작으로, 주위의 모든 걸 바스러뜨려 나갔다.

파괴되었음에도, 주변의 모든 것을 지워 버리는 폭력적이고, 효율적인 수단이었다.

그에 닌자는 일시적으로나마 진일보한 마력으로 제 몸에 얇은 방벽을 둘렀다.

무인이 보았다면, 무슨 마력으로 호신강기냐며 기겁했을, 촘촘한 마력의 갑옷.

거기에 그치지 않고, 닌자는 직접 재해를 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직접 부딪치는 것이라면 몰라도 고작 여파로는 닌자를 상처 입힐 수 없었다.

그러나 상대는 그사이 다음 수를 준비한 듯했다. 정면에서 다시 막대한 기의 유동이 느껴졌다.

“지랄하네.”

이진우는 미간을 찌푸리고서 몸을 기울였다. 다리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단순한 신체 강화가 아니었다.

강화가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적(赤)의 마법사가 아니었다. 상인의 몸뚱어리도 아니었고.

근력, 체력, 민첩이 80에 다다랐고, 마력이 90에 이른 명실상부한 흑색의 닌자.

이른바 인간을 초월한 상태였다.

드드드득─!

닌자의 발에 무게가 실렸다. 이미 파괴된 땅에 균열이 겹겹이 쌓였다.

쾅, 발밑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이진우의 신형이 늘어졌다.

한순간에 양손에 음산한 빛무리를 드리운 궁주와 거리가 좁혀졌다.

서로의 시선이 마주쳤다.

천마의 두 손이 기묘한 움직임을 보였고, 닌자는 주문을 외웠다.

‘현물거래(?物??), 3조.’

화르륵─! 칼날에 귀화가 피어올랐다.

투자금은 처음보다 적었지만, 마력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났다.

그에 따른 유물과 마력의 동조.

이진우는 흡족히 웃으면서 그대로 내리그었다. 하늘에 푸른 은하수를 수놓았다.

이무기의 발톱과 닌자의 칼날이 마주쳤다.

별다른 소음은 없었다.

승자가 결정지어졌을 뿐이다.

툭,

땅바닥에 팔이 떨어졌다.

***

무신궁(???).

긴 세월, 단 한 번도 외부의 침입을 허락지 않은 역사의 유산.

하지만 막상 전란에 휘말리니 불살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콰앙! 콰앙!

건축물과 인간을 가리지 않고, 사정없이 떨어져 내리는 화마(火?).

마법사들이 단체로 쏟아낸 폭격으로, 하나하나가 상급의 마법이었다.

이제껏 침입은 없었지만, 언제나 경계를 삼엄히 하는 무신궁이었기에 폭격이 떨어지기 이전부터 수많은 인원이 합류했다.

궁에 불벼락이 떨어지는 걸 저지하려 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고작 잡졸만으로는 전면전을 펼칠 작정인 군단을 막아설 수 없었다.

게다가 이진우가 없는 걸 확인하자마자 앞장서서 뚫고 나가는 원정대장.

유한나한테 시달릴 걱정에, 닥치고 달려나가는 흑룡 마르쿠스를 막을 사람은 이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다.

‘잡병’이라지만, 모두가 적(赤)급의 무인임에도 원정대장에겐 상대가 되지 않았다.

콰직! 콰직! 콰직! 그저 손을 뻗으면 무인 하나가 죽었다.

‘시발! 시발! 시발! 시바아아알!’

그러나 원정대장 마르쿠스는 그런 상황에 전혀 기뻐하지 못했다.

오히려 절규했다.

사전에 지급한 명패로 이진우의 위치를 추적해보았으나 턱없이 먼 곳에 있었다.

그것도 그냥 멀기만 한 게 아니라 아예 수뇌부 한복판.

얼마 날아가지도 않은 안전사고에 휘말린 것도 모자라 불운에 불운이 겹친 것이다.

이진우의 임시 보호자이자 매스 텔레포트 작전 입안자인 원정대장으로서는 참으로 곤란했다.

아니, 곤란한 걸 넘어 두려웠다.

마르쿠스는 유한나한테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몸서리치며 외쳤다.

“빨리 뚫어어어어!!!”

순조로운데, 왜 저러지.

본래 휘하의 원정대원과 고위 마법사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마력을 끌어모았다.

원정대장의 절박한 외침 때문만은 아니었다.

점점 두터워져 가는 무인의 벽 너머로, 드디어 호적수가 나타났다.

“웬일로 찾아왔니, 멀대들아.”

육마(??).

천마(??) 대망 아래, 최정상의 무인들.

개중 검마(??)가 곰방대를 물고 삐딱한 자세로 말했다.

그 외에도 환마(??), 도마(??), 권마(??), 독마(??).

무신궁에서 한 손을 다투는 강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마법사 군단과 대치했다.

그야말로 최종결전.

각 세력이 자랑하는 최고 전력이 거의 대부분 이 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렇게 서로를 노려보면서 소강상태가 이뤄지나 싶었지만…….

“야, 뭐해! 빨리 뚫으라니까! 갈 길이 멀다, 이 자식들아!”

원정대장 마르쿠스의 일갈에, 마법사들은 마법을 시전했다.

무인들도 각자의 병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검마는 혀를 찼다.

콰앙! 이내 먼저 달려든 마르쿠스와 칼을 맞대며 중얼거렸다.

“뭐가 그리 급해서 그러냐. 어차피 마지막인 거 느긋하게 즐기면…”

“즐기긴 뭘 즐겨! 그냥 빨리 좀 뒤져어어어!!!”

“쯧, 이게 뭔 마법사라고.”

살아남기 위한 발악이 시작되었다.

*

“나는 말이야.”

“…….”

“내 성깔치고 꽤 착하게 살았다고 생각하거든.”

“…….”

“그냥 현모양처로 사는 게 꿈이었는데, 왜 다들 죽고 싶어 안달인 건지, 참 어이가 없어.”

유한나는 태연한 표정으로 병장기에 묻은 피를 털어내면서 말했다.

“나름 기회를 준 건데 아무래도 잘못 생각했나 봐. 그 자리에서 죽이면 간단한 걸, 이렇게 질질 끌고 와버렸네.”

유한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윽고 라이벌을 정리한다는 쾌감이나 후련함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착잡한 게 없지도 않았다.

유한나는 눈에 마력을 집중시키고서 푸른 머리 연적을 바라보았다.

급격히 올라간 기량.

붉어진 눈동자.

살벌해진 마력 파장과 분위기.

그리고 거뭇한 마력.

여러모로 격변을 맞이한 여인을 보니 인간적으로 씁쓸한 감이 있었다.

뚜욱─뚝─……

붉은 하늘에서 핏물이 떨어졌다.

핏물에 핏물이,

샤오팡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제 연적을 가리켰다.

─즉결심판(???)

쿠구구궁……!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아귀처럼 목표물을 먹어치우려 들었다.

“아니, 그게 되겠냐?”

유한나는 혀를 차며 두 손을 모았다. 막대한 마력이 그 손에 깃들었다.

사도는 공물을 바치며 기도했다.

아버지, 당신의 자식이 바라옵나이다. 저년을 죽여주소서.

─즉결심판(???)

마찬가지로 세상이 의지대로 움직였다.

콰가가강! 하늘과 하늘이, 핏물과 핏물이 서로 엉기며 맞부딪쳤다.

폭포수처럼 머리 위로 쏟아졌다.

만약 다른 이가 이 공간에 자리한다면, 곧바로 목숨을 잃을 테지만, 주문의 시전자이자 영역의 주인인 사도는 예외였다.

새하얀 사제복이 점차 붉게 물들여지는 와중에, 사도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느샌가 핏물에 붉게 물들여져 가는 연적에게 다가갔다.

“내가 한 번 맞춰볼까?”

푸른 머리의 여인은 무표정하게 제 얼굴의 피를 닦아냈다.

눈앞의 가증스러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유한나는 왼손의 낫과 오른손의 도끼를 빙글빙글 돌리다가 불현듯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너, 네 이름도 까먹었지?”

이 멍청한 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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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한나 >

[ 등급 : 흑(?) ]

[ 직업 : 성녀(??), 사도(??) ]

[ 특성 : 초월체(???), 전신(戰?), 신력(?力), 대제사장(大???)…… ]

[ 능력 : 초월(??), 운명(??), 인연(??), 즉결심판(???)…… ]

[ 성향 : 중도(中?), 철혈(?血) ]

[ 근력 : 99 ] [ 체력 : 99 ]

[ 민첩 : 99 ] [ 지혜 : 99 ]

[ 마력 : 99 ] [ 행운 : 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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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린 샤오팡 >

[ 등급 : 흑(?) ]

[ 직업 : 흑마법사(????), 사도(??) ]

[ 특성 : 계약자(??者), 신력(?力), 환상(??), 대붕(大?)…… ]

[ 능력 : 위장(?), 계약(??), 흑마법(???), 즉결심판(???)…… ]

[ 성향 : 악(?) ]

[ 근력 : 82 ] [ 체력 : 84 ]

[ 민첩 : 78 ] [ 지혜 : 99 ]

[ 마력 : 99 ] [ 행운 : 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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