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중앙음악학교는 0학년부터 11학년까지 재학생이 400명 정도밖에 안 되는 것치고는 상당히 큰 학교였다.
5층짜리 건물은 겉보기엔 그렇게까지 커 보이진 않지만 학교 내부에 각각 238석, 128석의 연주회용 홀이 두 개나 있다면 대충 알 만했다.
연주회용 홀까지 있는 음악학교이니만큼 연습실 또한 충분할 정도로 많았다.
아무리 연습실이 남아돌아도 원칙대로라면 신청을 내고 사용해야 하지만, 난 아나스타샤와 함께 다니게 된 이후로 대충 비어 있는 아무 연습실이나 들어가서 마음대로 쓰는 버릇이 생기고 말았다.
“…….”
버릇이라는 변명으로 넘길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이 연습실은 정말 아무도 안 오는걸.
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돌아보았다. 스타인웨이 피아노 한 대와 의자 몇 개가 전부인 초라한 연습실.
본관 5층 구석에 위치한 작은 개인 연습실이다.
거의 내 전용 연습실이 된 곳이기도 하고.
“흐암…….”
조금 볼품없게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폈다.
며칠 안 되긴 했지만 그간 이 연습실은 정말 찾아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가장 꼭대기 층 후미진 곳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이 피아노가 조금 특이해서 그런 것인진 잘 모르겠다.
가만히 건반을 눌러 보았다.
살짝 묻힌, 고풍스럽게 세월을 그려내는 소리다.
이 피아노가 가진 고유의 음색에, 난 듣자마자 빠져 버리고 말았다.
단순히 오래되어서 만들어진 소리가 아니다. 이건 하나의, 단편적인 역사라 할 수 있었다.
그간 얼마나 많은 연주자들의 피와 땀이 이 피아노에 스며들었을지 생각만 해도 오싹오싹하게 소름이…….
쓸데없는 생각은 치우고 잠깐 쉬었던 연습이나 재개하자.
며칠 전 쇼팽 소나타 1번에서 느꼈던 것을 되찾기 위해, 난 내 레퍼토리 안의 곡들을 다시 모조리 뜯어내서 재연구 중이었다.
보면대에 펼쳐져 있는 악보를 다시 보았다.
모리스 조세프 라벨의 라 발스.
왈츠의 왕 요한 스트라우스에 대한 존경의 뜻으로 1920년에 완성된 작품인데 라벨이 이 곡을 완성시키는 데까지 14년이나 걸렸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걸쳐 완성된 12분의 원곡 관현악곡이며 조금 어지럽고 기괴하다.
처음엔 이게 무슨 왈츠인가 싶지만 한 발자국 떨어져서 들어 보면 이 난해한 소용돌이 속의 풍경이 보인다.
라 발스는 왈츠 그 자체가 아닌, 왈츠를 추는 사람들을 묘사하는 곡이기 때문이다.
원곡의 느낌을 충분히 살린 피아노 솔로 라 발스 역시 원곡만큼이나 복잡하고, 어떤 면에선 원곡보다 더 과격하다.
지금 내 수준에선 기교적으로 조금 어려운 곡이었다. 난 아직 라 발스를 정확하게 완주할 수 있을 정도로 손이 여물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이 곡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제대로 완성도 못 하는 곡이면서 뭘 더 끌어내겠다는 것인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라 발스에 그려진 몇몇 패시지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직감을 느꼈다.
손을 들어 오스트리아 빈 황실의 궁전에서 열린 한 무도회를 그려 나간다.
처음엔 조금 멀리서부터, 문 너머로 들려오는 발소리와 악기 소리들이 메아리친다.
들릴 듯 말 듯, 낮게 울리는 빈 왈츠의 템포는 심장을 거세게 일깨운다.
천천히 다가가 살짝 서성이다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왈츠를 추는 남녀들이 구름처럼 돌고 있다. 명망 높은 오스트리아의 귀족들, 아가씨와 신사들.
사람들을 이리저리 몰고 다니는 악사들의 연주, 스트라우스의 왈츠는 빠르고 경쾌하게 사람들을 흥분시킨다.
악사들에게 집중했다. 팔을 더 크게. 포르티시모, 더 크게…….
똑똑똑.
피아노 소리에 섞여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이상하네. 원곡의 환청이 들리나. 왜 퍼커션 소리가 들려?
“……?”
연주를 멈췄다.
뭔가 이상한 걸 들은 것 같은 기분에 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잠시간 기다렸다. 적막만이 내려앉았다.
분명 누가 문을 두드린 것 같은데. 왜 이젠 아무 기척이 없지.
연습실엔 복도로 난 창문도 없어서 밖에 뭐가 있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아무 생각 없이 일어나서 연습실 문을 연 난 비명을 질렀다.
“꺄아!”
“엇.”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녀석이 물끄러미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조금 뒤편에 있는 것도 아니고 문가에 바짝 붙어 있어서 더더욱 커 보였다.
난 기절할 듯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
“말을 해, 말을! 놀라서 죽는 줄 알았잖아!”
“미안합니다.”
한승우가 어색한 발음으로 사과했다.
난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노려보았다. 한승우는 머쓱한지 뒷목을 문질렀다. 난데없이 찾아온 한승우를 보며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이 곰탱이 대체 뭐야?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왔어? 나 맨날 여기 짱박혀 있는 거 벌써 소문났나?
이렇게 문간에 서 있는 것도 조금 어색해서 일단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난 도로 피아노 의자에, 한승우는 옆에 비치되어 있는 접이식 의자에 앉았다. 차라도 한 잔 마셨으면 좋겠지만 준비되어 있는 것이 없다.
다리를 꼬고 앉아서 녀석을 흘기다가 툭 물어보았다.
“왜 왔어?”
“……?”
이 답답이…….
결국 가방에서 태블릿 컴퓨터를 꺼내 들었다. 구글 번역기 선생님을 통역으로 모시는 수밖에 없었다.
진짜 말을 못 해서 대화가 안 되는 한승우와는 달리 난 말을 할 줄 아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대화를 할 수가 없으니 배로 답답했다.
하지만 어쩔 수 있겠는가. 난 이렇게 살아야만 했다. 답답해서 목이 메여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렇게 살아야 했다.
이리 오라고 손짓했더니 한승우가 다가왔다. 피아노 의자는 길고 널찍해서 충분히 둘이 앉을 수 있었다.
난 신경질적으로 말을 썼다.
[왜 문 두드리고는 가만히 있어? 나 놀래켜서 죽이려는 거였지?]
[아뇨, 그게 아니라. 문이 잠겨 있어서 노크를 하려는데 어떻게 하면 연주에 방해하지 않고 노크를 할 수 있을까 싶어서…….]
[……그래서 박자에 맞춰서 노크를 했어?]
[예…… 그런데 막상 연주가 멈춰 버리니까 조금 당황해서.]
[살다 살다…….]
“큽…….”
어이가 없어서 살다 살다 너 같은 사차원은 처음 본다고 타자를 치다가 말고,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안 웃고 배길 수가 없었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소리야, 이게? 연습실에 있는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왈츠 박자에 맞춰 노크를 해? 그럼 그게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오케스트라인 줄 알고 그냥 연주에 계속 집중해 줄 줄 알았어?
“…….”
박장대소하고 싶었지만 더 웃으면 어쩐지 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일부러 웃음을 참고 정색했다.
이 녀석은 자기가 뭘 했는지도 모르고 내가 웃으면 그냥 따라 웃는 경향이 있단 말야.
난 새파랗게 날을 세우고 물었다.
[생각이 있어? 너 방금 내가 치던 곡 뭔지 알아?]
[라벨의 라 발스요.]
그래도 피아노 전공이다 이거지.
[이 곡이 몇 분짜린지도 알겠네.]
[10분 조금 넘죠.]
[그럼 기다리면 안 되는 거였니?]
“아…….”
한승우는 타자를 칠 생각도 않고 그런 방법은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날 돌아보았다. 난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라 발스는 듣자마자 아는 녀석이 왜 간단한 에티켓은 모르는 거야? 지금 장난하는 거야? 일부러 이러는 거지?
[제발……. 나는 그래도 차라리 괜찮으니까 다른 사람 연습실에 쳐들어갈 땐 이러지 말아 줘. 부탁 좀 할게.]
나는 괜찮다. 한승우가 아무리 이상한 짓을 하더라도 나야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학생이 연습 중인 연습실에 이딴 식으로 들어갔다간 무례한 건 둘째 치고 이상한 놈으로 낙인찍힐 확률이 140퍼센트였다.
낙인이 아니라 그냥 사실인 것 같긴 하지만.
몇 번인지도 모를 한숨을 연거푸 내쉬고 있자니 한승우가 분위기를 돌릴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는지 얼른 말을 적었다.
[선생님이 이번 피아노과 8학년 편입생에게 전달사항이 있다고 하셔서요. 찾아다녔어요.]
[어, 정말? 그러면 전화를 하지. 내 번호 지웠어?]
한승우가 어이가 없다는 듯 날 돌아보았다.
[제가 그럴 리가 없잖아요. 번호 알아요. 그런데 안 받으셨잖아요.]
그제야 가방 안에서 고이 잠들어 있는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정말이었다. 부재중 전화가 엄청나게 와 있었다.
연습 중엔 무음모드로 해 놓는 게 습관처럼 되어 있어서 전화가 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미안, 몰랐어.]
[귀가하셨나 생각했는데 주차장에 벤츠도 그대로 있고, 아마 연습 중일 것 같다고 생각해서 연습실을 돌았어요.]
얘가 우리 집 차는 어떻게 알…… 저번에 한 번 태운 적 있었지.
어쨌든, 그렇게 내가 학교에 아직 남아 있으리라 믿고 무작정 찾아보고 있었단 소리였다.
[너 대체 얼마나 민폐를 끼치고 다닌 거야…….]
이런 식으로 다른 연습실도 다 두드리고 다녔으면 넌 이미…….
[무슨 민폐요.]
[다른 연습실도 다 열어 보고 다닌 것 아냐?]
[처음인데요.]
무슨 소리야? 처음 탐색을 시작한 게 5층 맨 구석인 여기부터였다고?
의아하게 쳐다보자 한승우가 설명했다. 어딘가 조금 승리감까지 엇비치는 표정이었다.
[이 학교에 연습실은 많지만 전 어쩐지 타티아나라면 햇빛 잘 들고 조용한 4층이나 5층에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
[5층 연습실을 우선 다 돌아봤는데 악기 소리가 들리는 곳은 다섯 군데밖에 없더라고요. 그중 두 곳에선 바이올린 소리가 들렸고요. 그래서 나머지 세 곳에 귀를 기울여 봤는데…….]
한승우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방음재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지만 거의 확신할 수밖에 없는 소리가 들렸어요. 제가 타티아나의 왈츠를 들어 본 건 시험 날 한 번뿐이었지만…… 어쩐지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래서 날 찾았어?]
[네. 한 번에요.]
잘했지 않느냐는 듯 날 보는 눈에선 한 점 사심도 없었다.
대단해. 정말 대단하다.
그런데 난 이전에 들었던 내 연주를 기반으로 지금 날 특정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승우의 귀가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귀가 좋으면 좋을수록, 더더욱 알 수 없어야만 했다.
믿을 수가 없어서 물었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라 발스의 왈츠가 무슨 왈츠인진 알고 있어?]
[라벨이니까…… 프랑스의 왈츠겠죠?]
역시 라 발스에 대해 깊게 알진 못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네. 너 빈 왈츠가 뭔지도 모르지?]
[왈츠의 한 종류인가요?]
[라 발스의 박자가 조금 이상하다는 건 못 느꼈어?]
[약간 빠르던데요.]
[그런데도 나라는 걸 알 수 있었다고?]
[예.]
난 조금 허탈하게 웃었다.
차라리 내가 지금 쇼팽의 왈츠를 연주했다면 이해가 된다.
실기 날 연주했던 매직 왈츠를 굉장히 쇼팽스럽게 연주했었기 때문이다.
고도로 양식화된 독립적 기악곡인 쇼팽의 왈츠는 느긋한 렌틀러계의 왈츠와는 또 다른 활기차고 우아한 느낌의 왈츠이며 춤곡으로 쓰기 부적절할 정도로 루바토와 꾸밈음을 가지고 있는 변화무쌍한 곡이다.
그리고 매직 왈츠에서 하강하는 아르페지오는 쇼팽의 꾸밈음과 당히 닮은 곳이 많았다.
비슷한 공통점을 찾아내고 날 찾아내었다고 했다면 그리 놀라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방금 내가 친 라 발스는 절대 쇼팽의 왈츠 리듬이 아니었다.
라 발스는 프랑스의 작곡가가 썼지만 프랑스의 왈츠가 아닌 오스트리아의 빈 왈츠이기 때문이다.
요한 스트라우스가 정립한 오스트리아 빈 왈츠 리듬의 특징은 두 번째 약박을 조금 빠르게 전개하는 것이었다.
난 철저하게 그 특징을 살리면서 연주했었다. 평소 익숙하던 쇼팽을 완전히 버리고 오로지 오스트리아의 무도회를 연상하며 연주했다.
따라서 한승우가 내 일반적인 왈츠를 아무리 들어 봤더라도 이번엔 알아볼 수 없어야 했다.
그런데도 아랑곳 않고 그는 내 연습실 문을 두드렸다.
“…….”
남는 가정은 단 하나.
특정한 리듬이나 악상이 아닌 다른 것을 들었다고밖에 설명되지 않았다.
단순히 악보대로 연주되는 곡을 초월한 그 너머의 무언가를 한승우는 듣고 있었다.
난 가만히 한승우를 바라보았다. 이전에 미하일 선생님도 내게 몇 번이고 이런 말을 했었다.
내 연주는 이미 충분히 개성을 갖춰 가고 있다고.
난 지금 내가 만들어 내는 음악이 엉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말을 인정하지 않았고, 내 음악을 되찾으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승우 역시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난 조금 위기감을 느꼈다.
그저 악보대로 또박또박 칠 줄이나 알지 몰개성하기 짝이 없다고 한다면 차라리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내 연주에서 일관된 특징을 찾아낸다는 것은 내가 현실에 매몰되어 가고 있다는 증거밖에 되지 않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타협하고, 익숙해져 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절대 인정 못 해.”
“?”
중얼거리며 일어섰다.
현실적 한계? 당연한 수순? 잘 모른다. 내 연주가 완성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그저 날 모르는 타인들이 하는 평가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는. 적당히 타협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피아노 앞에 앉아서 이전에 찾아낸, 이것이야말로 내 소리의 한 편린이라고 생각했던 쇼팽 소나타 1번의 한 패시지를 쳐 내렸다.
그 길이는 5초 정도.
지금 내가 타인에게 자신 있게 보일 수 있는 시그니처는 겨우 이 정도였다.
순식간에 음들을 흘려보내고, 난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한승우를 쳐다보았다.
“이건 어때. 이것도 나 같아?”
내 질문은 네가 지금껏 듣고 타티아나의 소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들과 지금 이 소리가 같냐고 묻는 것이었다.
무언가 한승우가 대단한 대답을 해 주리라 믿지는 않았다.
하지만 난 어쩌면, 어쩌면 그가 이 차이를 알아차려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약간 정신병적인 집착 같기도 하지만 나에겐 중요한 문제였다.
“모르겠는데요.”
“…….”
한승우는 담담히 내 기대를 깨뜨려 버렸다. 난 어깨를 조금 늘어뜨렸다.
그래…… 모르겠다고.
하긴, 겨우 5초 가지고 뭘 알겠는가? 내가 미친년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야! 공부 좀 해!”
난 소리를 지르며 발작적으로 태블릿 컴퓨터를 들었다.
[방금 들은 건 어떻게 생각하냐고!]
[전혀 아닌데요.]
“뭐……?”
연달아 쏘아붙이려다가 멈칫했다.
한승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렇게 썼다.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이거 쇼팽 소나타죠? 아예 다른 피아니스트의 음반을 듣고 만드신 것 같은데…… 조금 안 어울려요.]
“…….”
말없이 가만히 그 문장을 내려다보았다.
이 녀석은 귀가 좋으니까 혹시나 했는데…… 진짜 알아차릴 줄은…….
한승우가 갑자기 깜짝 놀라선 한국말로 허둥지둥 지껄였다.
「가, 갑자기 왜 울어요? 전 그냥 들린 대로…… 아니지, 미안해요, 제가 말이 좀 심했죠. 울지 마세……. 망했네, 진짜. 한국말로 해 봐야 못 알아들을 텐데.」
다 듣고 있으니까 조용히 해.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운데도 기뻐서, 마냥 기뻐서 난 고개를 돌리고 훌쩍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