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스크바의 여명-36화 (36/1,277)

##  36화

얼마나 누워 있었을까.

“연습…… 연습해야지…….”

이불을 걷고 일어났다. 날은 이미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저녁 식사까지 얼마나 남았는진 모르겠지만 계속 늘어져 있을 순 없었다.

숄을 어깨에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꽤 차다. 하루가 다르게 날씨는 차가워지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은 가을이라 할 수 있는 날씨지만, 난 건강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니 겨울엔 정말 따뜻하게 지내야 할 것 같았다.

지금처럼 대충 다녀서 될 일이 아니었다.

별관에 있는 내 연습실 문을 여니 여느 때와 같은 풍경이 날 반겼다.

피아노 앞에 가서 건반 덮개를 밀어 올리고 건반을 마주했다.

“…….”

난 멍하니 앉아 건반을 내려다보았다. 귓가가 먹먹했다.

그 고요함이 싫어서 무작정 손을 들어 바흐의 평균율을 쳐 나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연습했는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최소 천 자릿수는 넘었을, 익숙한 곡이다. 아마 손가락만 남아도 이 곡은 칠 수 있을 것 같다.

4성부 푸가의 복잡한 화성도 낭만도 없는 독립된 선율들만이 연습실을 메웠다.

정확한 템포를 지켜 가며 선율들을 이어 나가자 잡생각들이 사라지며 마음이 평안해졌다.

하지만 이 또한 옥타브 하나를 균일하게 12등분해 협화를 만든 수학적 결과물에 불과…….

“……!”

순간 무언가가 내 발치로 스르르 지나갔다. 바흐에 집중하고 있던 난 기절할 듯 놀라서,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했다.

의자 위로 발을 모으고 피신한 뒤 대체 뭐였는지 확인한 나는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벨카.”

벨카는 의자 주위를 서성거리며 날 올려다보았다.

나에게 뛰어들고 싶지만 그랬다간 내가 의자 뒤로 떨어질까 봐 차마 그렇게 못 하고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웃으며 의자에서 내려왔다. 벨카는 단번에 달려들며 머리를 부볐다.

난 벨카의 목을 흔들고, 머리를 만지고, 등을 쓸어 주었지만 목소리만큼은 짐짓 엄하게 말했다.

“벨카. 제가 연습하고 있을 땐 들어오지 않기로 했잖아요.”

“왕.”

보통 이렇게 말하면 벨카는 정말 내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연습실 밖으로 나가든지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앉곤 했다.

하지만 오늘따라 벨카는 내게 어리광을 부렸다.

계속 온몸을 치대는 데에야 버틸 재간이 없었다. 좀 더 강하게 명령을 해야 하는데…… 난 벨카에게 명령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냉정하지 못했다.

난 무언가에 홀린 듯 계속해서 벨카를 어루만졌다. 멈출 수가 없었다.

“지금 제게 필요한 게 뭐였는지 이제야 알겠네요. 역시 고전적인 애니멀 테라피가…….”

한참을 그렇게 벨카를 껴안고 부둥거리다가 보니 이러다가 정말 아무것도 못 하고 시간만 다 보낼 것 같았다.

이쯤 놀아 주었으면 되었겠지 싶어 손을 멈추자 벨카가 머리를 들어 날 바라보았다.

나도 모르게 다시 손이 갈 뻔했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간신히 참았다.

“저 연습할 거예요.”

벨카에게 하는 말이었지만 사실 나 스스로를 다잡는 말이기도 했다. 난 연습을 해야만 했다.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다.

하지만 벨카는 내가 페달을 밟지 못하도록 계속 발치에서 얼쩡거렸다. 이래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정말 곤란했다.

“왜 이래요, 정말. 계속 이렇게 방해하실 거예요?”

“와릉.”

“벨카.”

좀 더 엄하게 이름을 불렀지만 벨카는 계속 발치에서 살랑거렸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그 착하던 벨카가 드디어 나에게 반항을 시작한 건가?

마음을 독하게 먹고 벨카를 연습실 밖으로 몰아낸 다음 문을 잠가 버릴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힘도 없었다.

종아리 부근에서 간질거리는 벨카를 느끼며 결국 손을 축 늘어뜨렸다.

아무것도 못 하겠다.

“벨카 때문이에요…….”

사람에게라면 이렇게 책임전가를 하진 못했을 것이다. 난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내 의지력의 문제를 남 탓으로 돌리지 않으려 노력해 왔다.

하지만 그 상대가 벨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건 의지력 너머의 문제였다. 벨카 역시 내 책임전가를 받아 주는 데에 익숙했다.

결국 난 연습을 땡땡이치기로 마음먹고 아예 건반덮개를 덮어 버렸다.

벨카가 귀를 쫑긋 세웠다.

내가 연습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했으니 그만큼 책임지고 놀아 주겠다는 듯, 벨카는 평소보다 훨씬 더 애교덩어리가 되어 주었다.

나는 안다. 벨카는 분명 내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나 스스로도 모르는 내 마음을 벨카는 정확하게 읽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것도 대답해 주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난 큰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 * *

수업을 마치고 점심을 먹다가 아나스타샤가 문득 물었다.

“타티아나. 오늘은 돼?”

“음, 읍. 예?”

뭐가 되냐는 건지 몰라서 되묻자 아나스타샤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

“음반 사러 갈 수 있겠어?”

“아.”

어젠 조금 매몰차게 아나스타샤의 권유를 뿌리쳤었다. 그래선 안 되는 것이었다. 오늘이야말로 같이 가 주어야 하는데…….

“저…… 다음에 가면 안 될까요, 아나스타샤.”

난 나도 모르게 또다시 거절했다.

아나스타샤는 별 표정 변화가 없었지만 이번엔 쉽게 넘어가려는 생각이 없어 보였다.

“왜? 약속이라도 있어?”

내게 그나마 친구라고 할 수 있는 건 그녀 본인밖에 없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 이렇게 묻는 건 조금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약속이 있고 없고가 문제가 아니라, 난 그냥…….

“미안해요. 요즘 잘 안 풀리는 곡이 있어서. 집중하고 싶어요.”

“……너한테도 그런 곡이 있어?”

“있어요.”

사실 곡의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있는 문제이지만 그걸 설명할 순 없었다.

아나스타샤는 약간 삐뚜름하게 날 보더니, 툭 말했다.

“알았어.”

“…….”

난 그녀가 조금 실망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난 지금 도저히 누군가와 함께 웃으면서 돌아다닐 수 있는 기분이 아니었다.

어제 벨카와 있으면서 우울함 그 자체는 상당히 사라지긴 했지만 그건 일종의 마취제였을 뿐이다.

내가 너무 힘들어하자 벨카가 달래 준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마취제에 의존할 수는 없었다.

난 고개를 들고 내가 마주해야 할 것들을 똑바로 직시해야 했다.

물론 아나스타샤는 정말 좋은 사람이고, 딱히 나에게 무언가 요구하지도 않았다.

벨카가 그런 것처럼 아나스타샤 역시 날 도와주었으면 더 도와주었지, 날 힘들게 할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아나스타샤마저 내 마취제로 삼을 순 없었다. 설령 아나스타샤 본인이 허락한다 한들 내가 허락할 수 없었다.

그녀는 날 위해 준비된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나보다 훨씬 더 빛나고 다채로운 사람이었다.

그래서 난 그녀를 거부하고 혼자 있기를 원했다.

그렇게 아나스타샤는 가 버렸다.

나는 혼자 남아서 식사를 하다가 문득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식사를 마치고 바로 연습실로 간다면 아마 오늘 하루 종일 그 누구도 내게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기왕에 학창 생활을 다시 시작했으니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난…….

“……어.”

수프 그릇으로 무언가 툭 떨어졌다.

황급히 손을 들어 손등으로 눈가를 부볐다. 손등이 축축해졌다.

큰일이다. 여기엔 벨카도 없는데.

급히 일어나 그릇을 반납하고는 누가 볼세라 빠른 걸음으로 식당 밖으로 나갔다.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을 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대로 물을 틀고 세수를 두어 번 했다. 찬물이 확 닿자 정신이 들었다.

뭐 하는 짓이야? 지금 장난해?

그간 눈물샘이 약해진 건 알겠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껏 해야지, 이젠 외롭다고 질질 짤 정도면 정말 다 때려치우고 마르포 마린스키에나 가는 게 나을걸?

언제나 잘 이겨 왔잖아. 이제 와서 이런 꼴불견이 어디 있어?

대충 물기를 털어 내고 고개를 드니 거울 속의 얼굴은 조금 화가 나 있긴 하지만 그래도 울고 있지는 않았다.

“좋아…….”

그대로 난 5층 구석에 위치한 연습실로 향했다.

이대로 지쳐 쓰러질 때까지 바흐의 평균율을 되풀이할 생각이었다.

벨카도 없고 아나스타샤는 내 손으로 밀쳐 냈으니 이제 내게 허락된 것은 바흐뿐이었다.

이전에도 이런 적은 많았다. 벽을 느끼고 한계를 느끼고 지쳤을 때 언제나 날 다시 일으켜 세웠던 것은 바흐였다. 난 할 수 있었다.

“앗…….”

문을 열자마자 모든 생각이 정지되었다.

“왔어?”

아나스타샤가 먼저 와 있었다.

그녀는 스마트폰을 보고 있지도 않고 그냥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어 서 있다가 내가 들어오자 작게 손짓하며 벽에서 등을 뗐다.

난 멀거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아나스타샤……?”

“응.”

“여긴 왜……?”

“있잖아, 잘 안 풀리는 곡이 있다면서? 나도 계속 너한테 도움을 받았으니 혹시 나도 널 도와줄 수 있을까 싶어서.”

그러면서 아나스타샤는 고개를 조금 기울이며 웃었다.

“혹시 나 같은 건 전혀 도움이 안 될까?”

“아뇨!”

난 거의 비명을 지르듯 대답했다. 이렇게 큰 목소리를 내 본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았다.

어색한 가운데 거의 바보처럼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 정말 기뻐요.”

“응. 그래.”

“아나스타샤, 저…… 있잖아요.”

“괜찮아.”

아나스타샤는 그저 괜찮다고 말해 줄 뿐이었다. 내 얼굴을 보면 방금 울었다는 것 또한 알 텐데 그녀는 깊게 캐묻거나 하지 않았다.

“자. 들어와. 같이 연습하자.”

“……예.”

아나스타샤가 계속 문가에 서 있는 나에게 손짓했다. 난 우물쭈물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계속 스스로에게 되뇐 생각과 결단, 후회 등이 떠오르다가 아나스타샤의 얼굴을 보자마자 갑자기 눈물샘으로 집중되었다.

진짜 열네 살인 아나스타샤는 저렇게 어른스러운데 내가 그보다 못난 꼴을 보일 순 없었다.

필사적으로 얼굴 근육을 경직시키며 태연한 척했다. 제발 그렇게 보였으면 좋겠다.

어떻게든 피아노 앞에 앉았더니 아나스타샤가 물었다.

“그래서, 요즘 뭐 연습하는데?”

바흐의 평균율을 치려고 했다고 말할 순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곧이곧대로 실토했다.

“라벨의 라 발스요.”

“……대단하다, 너 정말.”

여태껏 그녀 앞에서 라 발스를 보여 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아나스타샤 역시 피아노과 학생이라 라 발스가 어떤 곡인진 대충 알고 있는 듯했다.

곡 제목을 듣자마자 혀를 차며 고개를 잘래잘래 젓는 모습이 조금 재미있었다.

“그냥 편하게 들어 주세요.”

“알았어.”

난 그렇게 아나스타샤 앞에서 라 발스를 연주했다.

오스트리아의 빈 왈츠, 그것을 추는 남녀와 홀을 그려 내는 극도의 이미지 표현력을 필요로 하는 대곡.

기본적인 테크닉도 모자란 상태로 난 이 그림을 그려 내기 위해 건반을 넘나들었다.

어제 저녁 연습을 쉬어서 그런가, 아니면 뭔가 또 다른 문제인가. 그사이 소리가 조금 더 나빠져 있었다. 페달을 섞어서 무마시킬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난 실수를 숨기고 아나스타샤를 만족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리허설. 아나스타샤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 주어야 했다.

연주를 맺고, 손을 떼었다.

아나스타샤는 이 곡을 쳐 본 적이 없으니 무언가 아카데믹한 조언을 해 주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느낌이라도 들어 본다면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는 데에…….

“모르겠네.”

“예?”

아나스타샤는 그렇게 말했다.

“전혀 모르겠어.”

“……?”

쿨하게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그녀가 짧게 웃었다.

“솔직히 네가 조금 무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긴 해. 하지만 어쨌거나 완주해 냈잖아? 어딜 뭘 어떻게 고쳐야 한다든지…… 전혀 모르겠는걸.”

“그냥 간단한 느낌이라도 괜찮아요, 아나스타샤.”

“그럴 순 없지. 난 일반 청중이 아니잖아.”

“…….”

“이래 봬도 피아노를 전공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냥 느낌만 말해? 제대로 말해 주든지, 아니면 모르겠다고 실토하는 게 맞지. 안 그래? 타티아나.”

아나스타샤의 이런 딱 부러지는 태도는 조금 배울 점이 있었다.

내심 살짝 감탄하고 있는데, 그녀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하지만 이래선 널 전혀 도와줄 수 없잖아.”

“괜찮아요, 아나스타샤. 전 이미…….”

“그래서 내 방식대로 도와주면 어떨까 싶어.”

“예?”

아나스타샤의 방식? 그게 뭐야?

약간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고 흥미진진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그녀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어 풀어놓았다.

과자, 초콜릿, 커피, 콜라……. 왜 가방에 저런 것들이 들어있는지 모르겠다.

능수능란하게 테이블 위에 한 상을 차린 아나스타샤는 환하게 웃으며 팔을 펼쳤다.

“자, 파티하자.”

“……아나스타샤.”

“응.”

“여긴 연습실인데요.”

연습실이 학생들에게 개방되어 있는 것은 마음대로 쓰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각 악기의 연습만을 위해 사용할 필요가 있었다.

차를 한 잔 정도 마시는 건 괜찮겠지만, 이렇게 과자를 먹거나 파티를 하는 것은 교칙위반이었다.

아나스타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 어때?”

“뭐 어때가 아니라…….”

순간 아나스타샤에 대한 소문이 떠올랐다. 작년에 연습실에서 보드카를 마셨다가 정학을 먹고 유명 인사가 되어 버린 것은 농담이 아니었다.

그걸 생각하면 지금 과자와 콜라 정도로 파티를 하자는 것은 그녀 나름대로 날 배려하는 것이었다.

“이 정도는 괜찮을 거야.”

난 그대로 승낙할 뻔했다가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잠깐만요. 그래요, 파티를 하는 건 좋다고 쳐요. 하지만 학교에서는 싫어요.”

“지금 여기서 안 하면 어디서 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티파티를 즐기기에 좋은 보다 멋진 카페라면 모스크바에 얼마든지 많을 것이다.

물론 난 지난 반년간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었기 때문에 모스크바의 카페 같은 곳에 가 본 적은 없었지만…… 아나스타샤와 처음 가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나스타샤는 다른 곳에 갈 생각이 없었다.

“이게 바로 내 나름의 널 도와주는 방법이야. 지금이 아니면 안 돼.”

“이게요……?”

“응.”

일관적인 태도라 이젠 별로 이상하지도 않았지만, 아나스타샤는 좀 도를 지나칠 정도로 자유로웠다.

하지만 그녀는 피아노만큼은 언제나 진지했다.

“난 지금 장난치는 게 아니야, 타티아나. 언제나 바짝 어깨에 힘주고 연습해 봐야 어차피 안 풀릴 곡은 안 풀린다니까.”

“…….”

“연습실에서 늘 긴장만 하고 있지 말고, 우리 잠깐 쉬자.”

현실 도피적 주장이었지만, 아주 설득력 없는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럼…… 잠깐만이에요. 끝나고 정리도 해야 하고요.”

“좋아, 좋아.”

난 어제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연습이고 뭐고 내팽개치고 도피행을 이어 나갔다.

정말 최선을 다 해도 모자랄 판국에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커피부터 마실래?”

“부탁드려요.”

선생님에게 걸려서 혼이 나더라도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 조금 마음이 편해지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난 왜 이렇게 나약한 걸까.

한숨을 쉬며 아나스타샤를 바라보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