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화
“목은 다 나은 것 같다?”
“그렇죠?”
이틀간 목은 많이 나아졌다. 난 기존의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잠시 동안의 묵언수행은 꽤나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올해 초에 러시아어를 잘 할 줄 몰라서 침묵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리고 처음 입을 열어 러시아어로 말했을 때도.
그땐 정말 이게 내 목소리인가 싶어 기가 막혔지만, 지금은 익숙하고 반가울 뿐이었다.
“오늘은 안 나갈래? 타티아나. 이젠 며칠 안 남았잖아.”
아나스타샤가 오늘은 놓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녀의 말마따나 내가 이 손목 보호대를 차고 연습을 쉴 수 있는 시간은 이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내가 다시 피아노 앞으로 복귀할 시간이 다가오자, 아나스타샤는 내가 연습을 하지 않고 쉬는 사이에 어떻게든 놀 시간을 더 만들고 싶은 것 같았다.
때문에 너무 당당하게 함께 땡땡이를 치자고 권하고 있었다.
나 역시 그녀와 놀고 싶긴 하지만 오늘은 할 일이 있었다.
“미안해요. 오늘은 미하일 선생님에게 부탁드릴 게 조금 있어서.”
“응? 무슨 부탁?”
난 잠시 아나스타샤를 올려다보았다. 굳이 그녀에게 숨길 필요가 있을까?
“성악을 배워 보려고요.”
“뭐? 성악?”
“기초만요.”
너무 뜬금없는 소리였는지 아나스타샤가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짚었다.
“열은 없는데…….”
“……장난치지 마세요.”
이젠 내가 무슨 소리만 하면 아파 보이는 모양이다. 지금까지 골골거린 게 있긴 하지만 조금 너무한 처사다.
아나스타샤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갑자기 무슨 성악이야? 너 요 며칠 목 쉬어 있던 것도 노래 연습해서 그랬던 거야?”
“……예.”
요 며칠 묵언수행을 하면서 노래를 며칠이나마 배워 보기로 작정했다.
제대로 노래를 하는 법을 배우지도 않고 마구 되는대로 불렀다가 하루 만에 목이 나가 버린 경험을 해 보니 어설프게 장난처럼 해선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나면서부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만들어졌지만 노래를 한다는 것은 분명한 훈련을 필요로 했다.
어떻게 훈련을 시작해야 할지에 대해선 먼 곳에서 답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중앙음악학교엔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트럼펫, 트럼본, 클라리넷, 플룻, 오보에, 프렌치호른, 튜바 등등 수많은 악기들을 다루는 기악과가 있었고 당연히 인성을 사용하는 성악과도 있었다.
며칠만이라도 견학 비슷한 형식으로 성악 교습을 받는 것은 혹시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미하일 선생님에게 성악과 선생님을 소개시켜 주실 수 있는지 부탁해 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만약 안 된다고 하면 정말 모스크바 아무 데나 있는 실용음악학원에 가서 사교육이라도 받을 생각이다.
어차피 다음 주면 난 피아노 앞으로 돌아가야 했다.
내가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그사이에 조금이나마 알아두고 싶었다.
결연한 의지로 아나스타샤를 바라보았더니 그녀가 웃음을 머금었다.
“왜 그렇게 봐. 내가 말리기라도 할까 봐?”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지만, 같은 악기를 하는 친구에게 갑자기 성악을 해 보겠다고 말했다간 보통 좋은 소리 듣기 힘들었다.
하지만 아나스타샤는 내 의견을 반대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뭐라도 좋아, 타티아나. 피아노 외에 하고 싶은 걸 찾아서 다행이야.”
그녀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응원할게.”
“아나스타샤…….”
가끔은 생각한다. 난 너무 과분한 친구를 곁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갑자기 노래에 관심이 생긴 것 역시 아나스타샤 덕분이었다.
그녀가 날 거리로 끌고 나가지 않았더라면 거리의 악사였던 그분을 만나지 못했을 테고 내가 여러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아예 자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멍하니 시간이나 때우고 있었겠지.
아나스타샤가 없었다면 대체 내가 뭘 할 수 있었을까.
* * *
그렇게 아나스타샤의 응원까지 받았건만, 막상 미하일 선생님의 연구실 앞에 서니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현실감이 확 들었다.
난 지금 지도 선생님에게 가서 피아노 쉬는 사이 성악이나 좀 수박 겉핥기식으로나마 배워 보고 싶은데 소개해 줄 만한 선생님 없냐고 말하려는 참이었다.
그것도 긴 시간도 아니고 잘 해 봐야 사나흘.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냐고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었다.
미하일 선생님은 물론 점잖으신 분이지만 갑자기 구두를 집어 던지신다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지 않을까?
“…….”
조금 우물쭈물하는데 갑자기 복도 귀퉁이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불쑥 튀어나왔다.
“뭐냐. 타티아나.”
“……윽.”
피아노과 학생들에겐 거의 악몽으로 불리는 구세프 선생님이었다.
물론 구세프 선생님이 그 악명대로 마냥 무서운 분인 것은 아니다.
분명한 실력도 갖추고 계셨고 지도 학생이 아닌 내게 한 달이 넘도록 레슨 아닌 레슨을 보아 줄 정도로 열의가 넘치시기도 했다.
내게 있어선 조금 더 중요한 분이기도 했고.
난 움찔했던 것이 들키지 않았길 기도하며 활짝 웃었다.
“안녕하세요, 구세프 선생님.”
“그래.”
선선히 인사를 받아 준 구세프 선생님이 힐끗 내 손목께를 보더니 심술궂게 말했다.
“그런데 왜 여기서 기웃거리는 게냐? 손목은 다 나았나?”
꼭 말씀을 저렇게 하셔야 하나?
발끈하긴 했지만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난 잘 한 것도 없이 열흘이 되도록 놀고 있는 중이었다.
작게 대답했다.
“아뇨, 아직…….”
“그럼 왜…… 아니지. 네가 미하일과 할 이야기가 있다면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지.”
혼자 그렇게 중얼거리시더니 내 옆으로 성큼 다가와서는 미하일 선생님의 연구실 문을 노크했다. 쾅쾅쾅! 난 식겁해서 한 발자국 물러섰다.
“미하일!”
“들어오게.”
허락이 떨어졌고, 구세프 선생님은 문을 열고 안으로 바로 들어가려다가, 그 옆에 얼어 있는 날 돌아보았다.
“타티아나. 뭐 하나?”
“예?”
“들어가라.”
문을 열어 주고 그 안으로 손짓하시는데 안 들어가고 버틸 수는 없었다. 난 어물거리며 연구실 안으로 들어섰다.
“음……? 타티아나?”
“안녕하세요…….”
책상 위에 앉아 무언가 보고 계시던 미하일 선생님이 의외라는 듯 안경을 올려 썼다.
“무슨 일이지?”
“…….”
오늘 아침에 눈을 떠서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호기롭게 오늘은 성악을 배워 보겠노라 다짐하긴 했지만 아직 준비라는 게 필요했다. 마음의 준비라는 게.
“저기…… 저보다는 구세프 선생님 먼저…….”
“아니, 타티아나. 너 먼저 미하일과 할 이야기가 있으면 해라. 난 차차 해도 되니.”
숨 쉴 틈도 없었다.
“…….”
날 바라보는 미하일 선생님의 표정이 조금 이상하다는 듯 변할 때쯤 가까스로 입을 열어 말했다.
“저…… 성악을 배워 보고 싶어요.”
“……뭐라고?”
미하일 선생님에 앞서 내 옆에 있던 구세프 선생님이 먼저 반응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손을 뻗어 덥석 내 팔을 붙잡았다. 난 깜짝 놀랐다.
구세프 선생님이 유심히 내 손목 부근을 살피더니 물었다.
“타티아나. 사실대로 말해라.
“예? 예.”
“너 손목 심각한 거냐?”
“……예?”
갑자기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어서 되물었더니 구세프 선생님이 갑자기 버럭 화를 냈다.
“얼빠진 대답 말고! 대체 그게 아니면 왜 피아노를 하던 녀석이 성악 소리를 해!”
“아…….”
구세프 선생님은 내가 난데없이 성악 이야기를 꺼내자 전치 2주라고 가볍게 여겼던 것이 생각보다 심각할지도 모른다고 오해하신 것이다.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손은 괜찮아요.”
“괜찮다고?”
“예. 진단서대로 다음 주면 보호대 풀고 피아노 재활 시작하려고 해요.”
“……?”
구세프 선생님은 여전히 내 팔을 붙잡은 채 이해가 안 가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걱정해 주시는 건 정말 감사하지만 손은 좀 놔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책상 저편에서 보고 계시던 미하일 선생님이 물었다.
“타티아나. 그렇다면 왜 갑자기 성악을 하겠단 거냐. 다음 주에 다시 피아노 레슨을 받겠다면 시간도 별로 없을 텐데?”
“예. 이번 주만이라도 배워 보고 싶어요.”
“이번 주라고 해도 주말까진 사흘 남짓이다만?”
물론 겨우 며칠 배워서 뭐가 되리라 생각은 안 한다.
하지만 굳이 성악을 잘할 필요는 없었다. 단지 며칠이나마 안 배운 것보단 나을 테고, 그 이상은 피아노로 구현하면 될 일이다. 난 어디까지나 피아노 연주자였다.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성악을 부전공으로 삼으려는 것은 아니에요. 단지…… 성악으로 제 목소리를 내 보고, 그걸 피아노로 표현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보고 싶어졌어요.”
“……그래?”
“하, 재미있는 소릴 하는군.”
조금 수긍하시는 것 같은 미하일 선생님과 달리, 구세프 선생님은 대번에 코웃음부터 쳤다.
내가 약간 반항적으로 올려다보자 구세프 선생님이 차갑게 말했다.
“타티아나. 위클리 끝나고 지난 한 달간, 시키는 대로 하면서도 하기 싫어 죽겠는 것처럼 보이더군.”
“…….”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난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상태에서 지도를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세프 선생님은 매서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넌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같이 보였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난 내 지도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고 믿고 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네가 다치고……. 그사이 네가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
조금 어두운 눈빛이 되었던 구세프 선생님은 내가 말을 잇지 못하는 사이 갑자기 확 돌변해서 날 적나라하게 비웃었다.
“그런데 넌 그사이에도 이 재미없는 피아노를 어떻게 하면 더 획기적으로 재미있게 할 수 있을지 연구한 모양이군? 정말 대단한 창의력이다. 칭찬해 주마.”
“……!”
구세프 선생님은 내가 장난이라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듯했다.
약간 빈정이 상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구세프 선생님이 보시기에 난 겨우 열네 살짜리일 뿐이었다.
무슨 성악을 피아노에 접목시켜 보겠다고 까불어 봐야 웃기게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난 정말 진지했다.
“선생님이 염려하시는 그런 이유가 아니에요. 해 보고 싶어요.”
“제발 쓸데없는 곳에서 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피아노에나 집중하거라. 어디 성악은 아무나 하는 줄 아느냐?”
구세프 선생님은 딱 잘라 말했다.
기본적으로 선생님은 굉장히 고지식하고 고전적인 클래식 선생님이었다.
이런 방면에 있어선 자신의 교수법에서 벗어난다 생각한다면 가차 없이 막아서곤 했다.
거기에 난 한 번 맥없이 굴복한 적도 있었고.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고개를 빳빳이 들고 구세프 선생님의 턱 밑까지 다가서서 다시 내가 왜 성악을 며칠이나마 배워 보고 싶은 것인지 똑똑히 말씀드리려는 찰나였다.
“배워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갑자기 미하일 선생님의 허락이 떨어졌다.
난 기쁨도 잊고 조금 황망하게 미하일 선생님을 돌아보았고, 구세프 선생님은 그야말로 벼락처럼 고함을 쳤다.
“미하일! 자네 지금 무슨 소릴 하는지 알기는 하나?”
“알지. 타티아나가 지난 일주일도 넘는 시간 동안 고민한 것을 도와주려 하네.”
미하일 선생님은 책상에서 일어서더니 이쪽으로 다가왔다.
“타티아나.”
선생님은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네가 원한다면 차라리 이번 학기 끝날 때까지 성악을 배워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는데.”
“……학기 끝날 때까지요?”
“그래.”
성악을 제대로 배우기엔 그마저도 엄청나게 짧은 시간에 불과했지만 겨우 며칠 배우는 것 보단 그래도 조금 기초다운 기초를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구세프 선생님이 기가 막히다는 듯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정말 잘 하는군. 그렇게 손 놓고 학기를 보내면 다음 학기엔 아예 성악과로 전과를 해야 할 텐데?”
“물론 아예 피아노에서 손을 놓으면 안 되지. 동시에 시간을 조금 내서 하는 것도 괜찮잖나?”
“동시에? 그런 걸 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이 아주 남아도는가?”
하지만 미하일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많진 않지만 타티아나에게 부족한 것은 조금 천천히 키워도 되네.”
“자네 정말 그러다가 애 망친다는 건 모르겠나?”
“망치긴 왜 망치나?”
미하일 선생님이 날 돌아보았다. 안경알 너머로 보이는 눈에선 얼핏 뿌듯함마저 엿보였다.
“쉬는 사이에도 나름대로 해답을 찾아내려고 하는, 이런 학생을 내가 무슨 수로 망칠 수 있다고?”
“…….”
난 목이 메여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까지 과한 믿음을 받아도 되는 건가?
미하일 선생님이 물었다.
“성악으로 내는 목소리를 피아노로 옮겨 보고 싶다고 했었나?”
“……예.”
정확하진 않지만 비슷했다.
미하일 선생님이 재차 말했다.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
바로 대답을 할 순 없었다.
발성법을 조금 배운다고 해서 내가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걸 피아노로 옮겨 낸다는 것이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직감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예. 해 볼게요.”
“해 보거라. 선생은 내가 소개시켜 주도록 하마. 기간은…… 협의해 보는 게 낫겠군.”
허락이 떨어졌다.
생각보다 훨씬 쉽게 허락을 받아 내서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부담감이 밀려들었다.
미하일 선생님은 생각보다 날 더 믿고 있었다. 난 최대한 그 믿음에 부응하고 싶었고 또 해내야만 했지만…….
“그래…… 미하일. 자넨 저 녀석이 해내는 데에 걸었단 거지? 그럼 난 반대다.”
“무슨 소린가?”
인상을 쓰는 미하일 선생님을 보며 구세프 선생님이 말했다.
“피아노에만 몰입해도 부족할 지금 이 시기에, 다른 것에 신경을 빼앗기면서 시간을 허비할 순 없다는 거지.”
그러곤 사납게 일갈했다.
“일주일. 다음 주 금요일까지 성과가 없다면 그만두게 해.”
구세프 선생님은 천재들을 가르치는 천재였다. 결코 평범한 기준에 맞춰 상냥하게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니었다.
때문에 쓸데없이 시간을 소비하거나 낭비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경향이 있었다. 안 될 것은 어차피 안 된다는 것이었다.
구세프 선생님이 날 돌아보며 물었다.
“타티아나. 네 녀석도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너도 맨 처음엔 이번 주까지 사흘이면 된다고 말했었지?”
“……예.”
“다음 주까지 시간을 주마. 그사이 성악을 배우든 어디 시베리아에 가서 수양을 쌓든 상관하지 않으마. 대신 다음 주 금요일에 내 앞에서 시험을 보고…….”
구세프 선생님은 더 이상 윽박지르지 않았다. 조곤조곤하게, 차분하게 내게 말했다.
“이전과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면, 앞으로 이상한 시도는 전면 금지다. 알겠나.”
“…….”
난 가만히 구세프 선생님을 올려다보았다. 시험을 보겠다는 말을 들어도 그저 약간의 의문과 묘한 감정이 들 뿐이다.
딱히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구세프 선생님이 정말 날 완전 바보로 만들어 버리기 위해 이러시는 분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기 때문이다.
이분이 화를 내고, 간섭을 하고, 제재를 가하는 것은 내가 어떻게 느끼건 간에 날 위한 것이었다.
슬며시 미하일 선생님을 돌아보니 선생님은 딱히 어떠한 의견도 표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좋다. 해 봐라.”
어디 한번 마음대로 해 보라는 듯, 구세프 선생님에게서도 허락이 떨어졌다.
“…….”
난 단순히 성악의 기초라도 조금 배워서 노래를 해 보려고 했다가 구세프 선생님과 일종의 내기를 하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