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스크바의 여명-84화 (84/1,277)

##  84화

“탄산이 날아가도록 두고 따뜻하게 해서 마셔 보면 어떨까요? 차 같은 느낌으로 마실 수 있지 않을까요?”

“탄산음료를 끓여 마시겠다고……?”

“왜요? 혹시 모르잖아요? 괜찮을지도.”

타티아나가 은근히 말하며 다시 탄산음료가 든 병을 향해 눈짓했다. 막심은 곤혹스러웠다.

“야, 니콜라이. 그거 치워 버려.”

“그래야겠네.”

니콜라이는 병을 아예 눈에 보이지 않게 의자 밑으로 치워 버렸고 타티아나는 살짝 눈썹을 치켜 올렸다.

막심은 그런 그녀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맥주도 아니고 콜라 같은 탄산음료에 취하는 사람이 실존하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그리 많이 마신 것은 아니기에 진짜 취했다고 할 순 없겠지만, 타티아나는 꽤 기분 좋게 들떠 있는 것 같았다.

실제로 취했든, 그냥 기분이 좋은 것이든 상관없이 같이 노는 것은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타티아나가 소문으로만 듣던 그 베르체노프가의 금지옥엽이라는 점이었다.

막심은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처음엔 어떻게 하면 조금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 생각을 했을 뿐이었지만 살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처신을 잘 해야 했다.

막심은 여기서 분별력을 잃을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타티아나. 넌 절대 탄산음료 마시면 안 될 것 같아. 알겠어?”

막심이 확실하게 못 박았다. 타티아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걱정 말아요.”

“하아.”

물끄러미 테이블을 내려다보던 아나스타샤는 타티아나를 바라보다가, 다시 선배들에 향한 경계를 세웠다.

분명 분위기도 괜찮고 선배들도 좋은 사람들이었다.

아나스타샤는 즐거워 보이는 타티아나를 보며 자신 역시 기분이 좋았던 것을 떠올렸다.

별일 없이 즐겁고 적당히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딱히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타티아나가 탄산에 약하다는 것이 이렇게 드러나는 것은 조금 불만이었다.

어차피 언제라도 밝혀질 일이니 지금 누군가 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지만, 살짝 기분이 좋아졌는지 오늘 처음 본 선배들을 상대로 무방비하게 헤실거리고 있는 타티아나를 보자 살짝 열이 받았다.

아나스타샤는 언짢은 기분으로 생각에 잠겼다.

본래 타티아나의 성격대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 몇 번이나 벌어지고 있었다.

옆에서 보는 사람 불안하게 툭하면 거칠게 기침하고 잔뜩 피로가 맺힌 눈으로 돌아다니다가, 피아노 앞에만 서면 사납게 돌변하던 그 타티아나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었다.

날씨는 더 추워졌지만 타티아나는 더 활기차졌고,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

좋게 말하면 밝아졌다고 할 수도 있지만, 가끔은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느껴져서 위화감이 들었다.

정확히 언제부터라 하긴 힘들지만 굳이 짚자면 성악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성악을 배우면서 내성적이었던 성격을 바꿀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사람이 변한다는 건 조금 이상할 정도였다.

대체 무엇이…….

“아나스타샤.”

“……!”

갑자기 팔에 무언가 따뜻한 것이 스르륵 감겼다. 아나스타샤는 소스라치게 놀라 옆을 내려다보았다. 타티아나가 팔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아나스타샤가 알고 있는 한에서 타티아나는 원래 이렇게 달라붙는 일도 없었다.

항상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해 왔는데 오늘은 거리감이랄 게 상당히 줄어들어 있었다.

타티아나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조심할게요. 화 풀어요. 예?”

“…….”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알긴 해? 라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치고 올라왔다.

하지만 타티아나는 단순히 조심성 없이 탄산음료를 마신 것에 대해 아나스타샤가 화가 나 있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아나스타샤는 복잡한 기분을 추슬렀다.

근래 타티아나가 이상한 모습을 보이건 어쨌건 간에,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에게나 잘 웃어 주는 건 조금 화가 나지만, 이렇게 솔직하게 사과도 할 줄 아는 타티아나는 언제나처럼 상냥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화 안 났어.”

아나스타샤의 말에 타티아나가 기쁘다는 듯 웃었다.

“그래요? 다행이에요.”

아나스타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앞에 있는 접시에서 한 입 크기로 잘려 있는 사과를 집어 타티아나의 입에 넣어 주었다.

타티아나는 이번에도 한 번 머뭇거리지도 않고 입을 벌려 사과를 물었다.

아나스타샤는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미미하게 미소를 머금다가도, 곧 뒷목이 싸늘하게 차가워짐을 느꼈다.

이렇게 남이 주는 걸 덥석덥석 받아먹는 것도 그렇고…… 열려 있는 음료를 생각 없이 마시는 것도 그렇고. 언젠가 한 번 제대로 이야기를 해 줘야 할 것 같다.

“…….”

그리고 그런 둘을 보며 막심은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 보기로는 베르체노프 가문인 타티아나를 중심으로 저 둘의 관계가 형성되어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지켜보니 정반대인 것 같지 않은가?

두 후배의 관계가 어쨌건, 분위기가 흘러가는 느낌이 나쁘진 않았다. 막심은 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 정말 친해 보이네. 나도 피아노과 후배를 오늘 둘이나 알 수 있게 되어서 좋다. 이 파티에 참석하길 잘했어.”

“저도요, 막심 선배님.”

타티아나가 얼른 맞받았다.

“후배는 몇 알고 있지만요…… 선배님은 처음이에요.”

“그래? 하하, 영광인걸.”

“바이올린과 분들과도 많이 친해지고 싶어요. 전 바이올린도 좋아해요.”

“타티아나. 첼로는요?”

“아, 물론 첼로도요. 니콜라이 선배님.”

실례했다는 듯 타티아나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막심은 지금이 화제를 전환할 찬스라는 것을 느꼈다.

막심은 이전까지 이야기하면서 타티아나가 다른 주제엔 맞장구만 치고 말지만 음악에 대한 주제로 넘어가면 대번에 눈빛부터 달리하며 진지하게 듣고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물론 다른 주제라고 해서 타티아나가 건성으로 듣는 것 같진 않았다.

그냥 정말로 잘 모르는 주제이기 때문에 할 말이 없는 것 같았다.

“타 과 학생들과 친해지고 싶다면…… 가장 좋은 건 앙상블을 해 보는 거지.”

“앙상블요?”

“그래. 가끔 필요에 의해서 수업으로 교류를 하기도 하지만, 그런 모임도 꽤 많이 있어. 에너지 넘치는 녀석들은 많이 있거든.”

“와, 그런가요?”

타티아나는 흥미가 생긴다는 듯 말했다. 아나스타샤는 타티아나의 이런 모습조차 어색했다.

그녀는 항상 홀로 피아노를 끌어안고 가겠다는 듯 전형적인 솔리스트의 성격을 보이곤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태도 변화란 말인가?

그런 본 성격을 모르는 막심은 타티아나가 관심을 보이는 것 같자 웃으며 말했다.

“나랑 해 보는 건 어때?”

“선배님과요?”

“그래. 네가 반주를 해 준다면 좋을 것 같은데. 일단은 가벼운 바이올린 소나타부터…….”

그때, 타티아나가 갑자기 막심의 말을 끊어 냈다.

“실내악이겠죠, 선배님?”

“……응?”

여전히 방실거리며 웃고 있었지만 그 목소리에 얼핏 예기가 서렸다. 막심은 그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다시 말했다.

“실내악은 나중에 니콜라이랑 같이 트리오로 해도 좋으니 일단은 손발이 맞는지 반주를 해 주면…….”

“세상에 반주가 어디 있어요? 선배님. 그건 실내악이죠.”

타티아나는 이젠 대놓고 공격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막심은 타티아나가 갑자기 돌변하자 조금 당황했다.

반주? 실내악? 그게 뭐?

평소 그 점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막심이 황망히 되물었다.

“반주가 왜 없어? 당장 나나 니콜라이처럼 현악기 하는 학생들은 학비에다가 반주비까지 합쳐서 지불하는데? 내역서 보여 줄까?”

“그건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죠. 피아노가 엄연히 화성과 프레이즈를 다 가지고 가는데 어째서 그게 반주인가요?”

“……허.”

아하, 그 소리였어?

막심은 짧게 웃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무슨 말을 하는가 했더니, 그런 종류의 자존심도 챙기려고 하는 꽉 막힌 부류였구만?

“그 모르는 사람들에는 선생님들도 포함되어 있는 건가?”

“물론이죠.”

“아주 당돌하네?”

“그런 말 많이 들어요.”

변명도 한 마디 않고 인정해 버리는 통에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막심은 타티아나를 조금 달리 보았다.

친구를 제외한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존대를 고수하는 니콜라이처럼 타티아나 역시 조금 심할 정도로 거리를 유지하며 예의를 챙기는 아가씨였다.

자기 친구에게까지 경어를 쓰는 걸 보면 되레 니콜라이보다 한술 더 떴다.

그렇게 예의 바르던 아가씨가 자신의 철학에 조금 거슬리는 말을 듣자 바로 쓰고 있던 탈을 벗어던지지 않겠는가?

마냥 순해 보이던 탈 뒤에 도사리고 있었던 것은 자존심과 고집으로 이루어진 한 음악가였다.

“그래……?”

하지만 막심 역시 러시아에서 제일가는 음악학교에서 10년 동안 수학한, 뼛속부터 음악가인 남자였다.

그는 삐뚜름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바이올린과 애들이 들으면 기절하겠는걸? 우선 화성과 프레이즈를 피아노가 다 가지고 간다면 어째서 작곡가들이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라고 제목을 짓지 않았겠어?”

“주선율은 바이올린이 가져가는 것이 맞으니깐요. 하지만 피아노가 단순히 거기에 도움을 주는 반주라는 건 인정할 수 없어요.”

“왜? 나야말로 인정할 수 없겠는데. 프레이즈라면 바이올린으로도 충분히 의식적으로 잘라서 표현할 수 있고 화성이라면 웃음밖에 안 나오는군. 타티아나. 바이올린도 충분히 화성을 표할 수 있어.”

“저도 알아요. 더블 스토핑, 트리플, 쿼드러플 코드, 하모닉스까지 모두 가능하죠. 하지만 그 화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전 구조적인 짜임새를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 큰 구조를 흔들리지 않게 돕는 게 피아노의 일이라는 말이야.”

“그게 왜 돕는 것에서 끝난다는 건지 이해를 할 수 없어요.”

갑자기 벌어진 설전을 보며 아나스타샤와 니콜라이는 조금 황당하다는 듯 둘을 바라보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하하호호 즐겁게 정말 앙상블이라도 할 것처럼 이야기하더니 지금은 숫제 서로를 거의 잡아먹으려고 하질 않은가?

니콜라이가 아나스타샤에게 말했다.

“타티아나는 올곧네요.”

하지만 아나스타샤는 흐뭇하게 웃을 뿐이었다.

“얘 원래 이래요.”

항상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서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춰 주는 것 같다가도, 음악 이야기만 나오면 기가 막힐 정도로 뚜렷한 기준과 지식으로 상대를 짓눌러 버리려는 듯 으르렁거리는 것이 바로 타티아나였다.

이 모습이야말로 아나스타샤가 아는 타티아나였다.

끼어들지 못하는 니콜라이와, 끼어들 생각이 없는 아나스타샤로 인해 설전은 정말 막심과 타티아나의 자존심 대결이 되어 가고 있었다.

“반주라고 하는 게 그렇게 싫어? 세상 피아니스트 백 명에게 물어도 99명이 신경도 안 쓸 텐데 넌 왜 그렇게 예민한 거야?”

“유감스럽게도 제가 그 한 명인가 보죠. 하지만 전 제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달라질 건 하나도 없다는 건 알지?”

“왜 없나요. 제가 임하는 마음이 달라지죠.”

막심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피아노 반주를 피아노 반주라고 하지 그럼 대체 뭐라고 하란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하라고 윽박지르면 적당히 굽힐 줄 알았는데,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타티아나의 주장에도 일견 일리가 있긴 했다.

피아노도 연주를 했는데 그게 왜 반주냐는 말이겠지. 하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기 굉장히 어려운 주장이었다.

지극히 피아노 중심적인 말이기도 했고.

약간 호승심에 불이 붙었다.

조금 달아오르는 머리에 이러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젠 베르체노프고 뭐고 잘 모르겠다.

이렇게까지 왔다면 누가 맞는지 끝까지 가 보는 수밖에 없었다.

막심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툭툭 때리며 말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왜 둘 중 하나는 반주가 되어야 하고 그게 꼭 피아노여야 하는지 설명을 처음부터 해 줘야 할까?”

세상 모든 곡을 찾아보아도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동시에 등장하는 곡에서 바이올린이 반주를 담당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타티아나는 반박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은 각각 건반악기, 현악기로 이질적이기 때문에 아무리 조화롭게 만들더라도 하나로 정돈된 음향을 낼 순 없죠. 때문에 어느 한쪽에 집중하게 되고요.”

“정확해. 그렇게 잘 알면서 왜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거야?”

“보여 드릴까요?”

“뭘?”

“피아노가 단순히 구조를 짓지만은 않는다는 것을요.”

“……푸하하하!”

막심이 테이블을 박장대소를 하더니, 매섭게 눈을 떴다.

“지금?”

“지금요.”

타티아나는 힐긋 무대를 올려다보았다. 당장에라도 연주할 수 있는 모든 악기가 구비되어 있었다.

막심 역시 타티아나가 보는 것과 같은 것을 보고는, 니콜라이의 어깨를 툭 쳤다.

“니콜라이. 일어나. 트리오다.”

“……안 했으면 좋겠는데.”

니콜라이는 내키지 않는지 약간 인상을 썼다.

하지만 막심은 여기서 그만두면 앞으로 타티아나를 볼 생각도 그만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타티아나를 바라보았다.

타티아나 역시 흥이 오른 얼굴로 당장이라도 무대 위로 뛰어 올라가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타티아나.”

그런 타티아나를 살피고 있는 것은 비단 막심뿐만이 아니었다.

옆에 있던 아나스타샤가 살며시 타티아나를 불렀다.

타티아나는 방금 전까지 두 살 많은 선배와 설전을 벌인 것이 마치 거짓말처럼, 고개를 돌리더니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예. 아나스타샤.”

“지금 무대 위에 올라가겠다고?”

“예.”

천진난만한 대답에 아나스타샤는 한숨을 쉬었다.

“여기 보는 눈이 몇인 줄은 알아?”

“어…… 아나스타샤가 그런 말을 하실 줄은 몰랐는데요…….”

“얘가 발렌티나를 닮아 가나……?”

아나스타샤가 절망적으로 중얼거렸다.

타티아나는 안 그래도 꽤나 주목을 받고 있었다.

10학년 선배와 설전 끝에 무대 위에 올라가서 즉흥적으로 무언가를 했다간 즉흥적인 사고와 즉흥적인 소문이 또 터지기 딱 좋았다.

더군다나 타티아나는 이번에도 탄산음료에 살짝 흥분해 있는 것 같았고.

“꼭 승부를 내야겠다면 다음에 해. 오늘은 안 돼. 리스크가 너무 커.”

“아나스타샤.”

타티아나가 진지하게 말했다.

“때론 심장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할 때가 있어요.”

“그 심장, 지금 탄산 때문에 이상하다니까!”

“후후후후…… 보고 계세요. 제가 이 이야기의 끝을 내고 올 테니까요…….”

그리고 타티아나는 아나스타샤가 말릴세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아예 앞장서서 무대로 향했다.

막심과 니콜라이 역시 그 뒤를 따랐다.

아나스타샤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선배라면 지금은 말려 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막심 역시 불이 붙어 있는 상태였고 정말 타티아나와 결착을 내기 전까진 그 누구의 말도 들을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타티아나와 막심, 니콜라이까지 세 사람이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로 이루어진 피아노 트리오 구성으로 각각의 솜씨를 보이기 위해 무대로 향했다.

음악학교에선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곤 했지만 아나스타샤는 계속해서 불길한 예감만을 느꼈다.

뒤를 쫓던 아나스타샤가 약간 과격한 방법을 쓰더라도 그냥 타티아나를 빼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 고민할 때였다.

“타티아나.”

“……?”

피아노과 8학년의 두 남학생이 타티아나의 앞을 가로막았다.

타티아나는 그렇게 찾아도 안 보이던 두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자 조금 놀랐지만, 곧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에르네스트, 리처드까지. 두 분을 보니 참 좋네요.”

“……그래?”

적당히 대답한 에르네스트가 타티아나 뒤편의 막심에게 말했다.

“선배, 얘 이제 저희가 데려가도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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