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화
“스케일부터 쳐 보세요.”
소피야 교수님은 스케일과 아르페지오, 옥타브 등등 기초적인 테크닉 수준부터 보려고 하셨다.
생각보다 철저하게 날 테스트하고 그 수준에 맞춰 레슨을 하실 생각인 것 같았다.
어제 하루를 통째로 쉬면서 루슬란 오빠에게 투자했지만, 다행히 내 손가락은 하루 만에 녹슬거나 하진 않았다.
난 음악원 교수님 앞에서 기초 테크닉도 엉망으로 보여 창피를 당하는 일 없이 가볍게 테스트를 진행해 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시키는 대로 이리저리 기초 테크닉을 테스트하던 중이었다.
“콩쿠르 곡을 듣기에 앞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는 어떤 곡을 했었죠? 타티아나의 베토벤을 들어 보고 싶군요.”
쇼피야 교수님이 내 음악을 듣고 싶어 하셨다.
내게서 어떤 면을 보고 베토벤을 듣고 싶다고 하신 걸까.
잘 모르겠다.
어쨌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는 서른두 곡이나 된다. 난 기억나는 대로 떠올렸다.
대충 8번, 14번, 17번, 21번, 23번, 24번, 29번은 했었다.
당장 연주해 낼 수 있을 정도로 기억하고 있기도 하고. 그리고 4번, 10번, 12번은 대충 읽기만 했고, 18번, 28번도 읽기만…….
“발트슈타인이면 어떨까요? 교수님.”
“좋아요. 보여 주시죠.”
난 바로 연주 가능한 내 레퍼토리를 전부 읊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랜덤하게 한 곡을 골랐다.
가능한 레퍼토리를 모두 늘어놓아 봐야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지 오래였다.
수십 수백 곡을 외우고 있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지금 내게 있어선 딱 한 곡이라도 제대로 치는 것이 중요했다.
근래 들어 더더욱, 난 꽤 넓다고 할 수 있는 내 레퍼토리에 대해 조금 허무함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21번 소나타를 고른 것에 대해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정말 아무 이유 없이 무작위로 고른 것이다.
이전 같았으면 현 상황과 내 역량, 소피야 교수님의 성향 등을 추측해서 가장 적합한 한 곡을 꼽아 냈겠지만, 난 아직도 상황에 적합한 곡을 골라내는 선곡 능력이 엉망진창이었다.
머릿속에 준비된 곡들은 떠돌지만 그중 하나를 자신 있게 골라낼 수가 없었다.
이런 부분은 연주자로서 갖춰야 할 중요한 센스라 할 수 있었는데, 그것이 안 되는 난 지금 피아니스트로서 반쪽짜리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예전 리처드와 대결했을 때처럼 아무 곡도 고르지 못하고 멍하니 있을 수만은 없었다. 뭐라도 쳐야만 했다.
“…….”
난 길게 고민하지 않고 곧장 건반을 연주해 나갔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1번, 부제는 발트슈타인 소나타.
단순하게 본다면 기교적으론 어려운 부분이 없었다.
베토벤은 낭만 이전의 작곡가로서, 아직 피아노가 88개의 건반과 나무 해머를 가진 최종 형태로 발전되기 전의 건반악기로 작곡을 했던 사람이었다.
높은 수준의 기교를 요하는 곡들은 쓸 수도 없었고, 당시의 건반악기로는 연주할 수도 없었다.
때문에 기교적으로 어렵진 않았지만, 이 곡으로 손가락을 놀리는 것 이상의 음악성을 끌어내기 위해선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혀야 했다.
혹자는 발트슈타인 소나타 1악장의 첫 주제, 양손으로 연속화음을 만들어 가는 단 두 마디로 이 소나타에 대한 모든 것이 드러난다고도 한다.
연주자의 성격, 이해도, 해석 그 모든 것이 바로 피아니시모로 시작되는 여덟 번의 연속화음에서 여과 없이 나타나는 것이다.
리듬도 없고 선율도 없이 단순하게 연달아 두드리는 이 첫 주제는 속임수를 쓸 수도, 얼버무릴 수도 없다.
“…….”
그녀와 함께 듀엣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해석만을 빌려 오는 것이었다.
입으로 속삭이듯 연주해 나갔다.
가만히 속삭이다가 휘파람을 불면 그 휘파람 소리에 한 마리 새가 화답하듯 운다.
다시 부르면 손에 앉을 듯 다가왔다가 달아난다.
새의 모습과 울음소리를 피아노로 드러냈다.
새는 너무 크지도 않지만 너무 작지도 않다. 날갯짓을 하는 모양이 충분히 아름답고 화려했다.
울음소리는 시끄럽지 않지만 지나치게 간드러지지도 않다.
사람이 흉내 낼 수 있을 만큼, 그 흉내로 새와 서로 대화도 가능하다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적당한 음색이다.
섬세하게 손가락을 나눠 건반의 강약을 조절했다.
하나의 덩어리보다는 길게 이어지는 이야기처럼, 새와 교감하는 이미지를 그려 나간다.
처음 한 마리였던 새는 곡이 진행될수록 그 수가 늘어서…….
“그만. 잘 들었어요.”
2악장을 시작하기 전에 소피야 교수님이 연주를 중단시켰다. 듣고 싶으셨던 부분은 이 1악장이었던 모양이다.
손을 놓고 돌아보자 소피야 교수님이 말했다.
“잘 치는군요. 그야말로 타고났다고밖에 할 수 없겠어요. 좋은 학생을 거둔 미하일이 부럽네요.”
“감사합니다.”
가볍게 감사를 표하자 소피야 교수님이 골똘하게 날 들여다보았다. 칭찬은 칭찬이고, 지금부터 본격적인 레슨이 시작될 것 같았다.
잠시간 말을 고르던 소피야 교수님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참…… 재미있군요. 타티아나.”
“……?”
“타티아나가 그리는 이미지는 굉장히 명료하고, 강압적이에요. 난 타티아나가 미하일에게 사사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의심스러운데요.”
다른 무엇보다 강압적이라는 단어가 순간적으로 뒷머리에 직격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난 그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어서 적이 놀랐다.
“강압적……이요?”
“그래요. 아주 단호하고 또렷하네요. 오해의 여지라곤 찾아볼 수도 없죠. 제가 맞혀 볼까요?”
그리고 소피야 교수님은 양손을 들어 보였다.
“새의 울음소리와, 그것과 완벽하게 분리된 사람의 목소리. 즉 타티아나는 그 둘이 번갈아 노래하는, 새와 사람의 합창을 그리고 있었죠. 아닌가요?”
“……정확해요.”
“조금 오래되고 흔하지 않은 해석이지만, 나쁘지 않은 해석이에요. 텍스처도 괜찮았고. 마음에 들어요.”
입은 칭찬을 담지만 눈은 매섭게 날 꿰뚫어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이상하게 느껴지는군요. 베토벤을 이렇게 명확하게 이미지화해 놓는 것은 결코 미하일의 스타일이 아닌데.”
“…….”
난 입을 다물고 침묵했다. 짐작되는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였다.
미하일 선생님을 사사한 지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그사이 미하일 선생님은 단 한 번도 선생님 자신의 해석이나 스타일을 나에게 강요한 적이 없었다.
날 존중하는 듯 깊게 터치하지 않으며 더 보완하고 완성도를 높여 나갈 수 있는 부분만을 지도해 주시는 미하일 선생님의 교수법으로 이루어진 우리 사제관계는, 어쩌면 다른 사람이 보기엔 미하일 선생님이 가르침을 소홀히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미하일 선생님은 결코 날 방임하거나, 어설프게 가르치시는 분이 아니었다. 난 일말의 오해도 사기 싫었다.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자 소피야 교수님이 그런 내게서 무엇을 읽어 냈는지, 약간 달래는 투로 말했다.
“지금 타티아나가 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자부심을 가져도 좋아요. 그건 음악가가 갖출 수 있는 천재성 중에서도 상당히 귀한 것에 속하니까.”
그리고 은근히 물어 온다.
“그런데 그 천재성을 드러나게 해 준 선생은 누구죠?”
“……!”
소피야 교수님은 내가 보인 해석과 연주를 이미지화하는 방식이 미하일 선생님에게 사사한 것 같지 않다고 느끼고, 내 피아노 뒤에 다른 선생님이 있을 것이라 추론하신 것이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날카로웠다.
“…….”
난 마음을 가라앉혔다. 어차피 본질적인 내 문제가 드러날 일은 절대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침착해졌다.
소피야 교수님이 자신의 옆머리를 톡톡 치며 말했다.
“타티아나의 피아노 안에는 상당히…… 상당히 많은 것이 엉켜 있어요. 그것들이 한데 조화를 보이지 못하고 각자의 색채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또한 타티아나의 매력이자 개성이겠지만…… 글쎄요, 저는 교수로서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네요.”
절대 그럴 일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긴장되었다. 각자의 색채감? 이 교수님이 어디까지 보셨는지 모르겠다.
난 조금 혼란스러웠다. 정말 피상적인 것만 들킨 것이 맞나?
소나타 전부를 들은 것도 아니고, 겨우 11분 남짓 되는 1악장만을 듣고 이렇게까지 내 피아니즘의 근본에 대해 깊숙이 파고들어 올 줄은 몰랐다.
“말해 주지 않으실 건가요?”
난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중앙음악학교의 구세프 바실리예비치 알레니체프 선생님이 가끔 제 지도를 봐 주시곤 해요.”
그 이름을 들은 소피야 교수님은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구세프 바실리예비치? 그 이름을…… 아, 바흐 스페셜리스트 구세프 바실리예비치?”
“예. 맞아요.”
“그 사람도 거기에 있었군요? 맙소사, 타티아나는 정말 운이 좋네요. 구세프는 정말 굉장한 피아니스트예요. 저는 개인적으로 칼 리히터, 헬무트 릴링과 더불어 구세프 바실리예비치도 합쳐 바흐의 트로이카를 꾸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구세프 선생님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정말 어마어마한 찬사였다.
그것도 한 마디 말에 상당한 권위를 담을 수 있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쉽게 듣고 넘길 평가가 아니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잘 알아요. 구세프 선생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죠.”
소피야 교수님은 좋은 사실을 알았다는 듯 기분 좋게 웃었다.
“그랬군요…… 미하일과 구세프라…….”
하지만 그 웃음에 내가 방심한 틈을 노려 더 깊숙이 치고 들어왔다.
“그리고 또 누구죠?”
헛숨을 들이켰다.
“…….”
내 피아니즘의 근본이 되는 곳엔 단 한 분이 계신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 이름을 말할 수도 없을뿐더러, 국적을 말하는 것마저도 이상하게 비칠 여지가 다분했다.
에르네스트에게 밝혔던 것과는 상황이 달랐다.
소피야 교수님은 미하일 선생님과 직접 연락을 하는 사이였고 내가 말하는 것들이 미하일 선생님에게 그대로 전달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난 미하일 선생님에게 내 예전 교수님에 대한 심층적인 것들이 드러나지 않길 바랐다.
다른 사람이라면 상관없었지만…… 미하일 선생님에겐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가슴 한편에 남아 있는 그리움과, 러시아에서 러시아인으로서의 삶을 살면서 스스로 지켜야 할 규칙을 저울에 두고 가늠하자면 한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었다.
“……없습니다.”
난 이를 악물고, 그렇게 말했다.
순간 머리 뒤편 어딘가가 깨질 듯 아팠지만 애써 무시했다.
여러 가지 변명들이 앞다투어 진통제처럼 뇌리를 마비시켰다.
하지만 이건 나 자신을 통째로 부정하는 일에 가까웠다. 불과 몇 달만 전이었더라도 난 혀를 깨무는 한이 있어도 이런 말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젠…… 잘 모르겠다.
이제 난 요리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요리를 할 수 있게 된 내가 과연 나인가?
“…….”
정말 멍청하게 들리는 소리였지만 그 무엇보다 내 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일이었다.
내가 타인에게 요리를 해서 먹인다는 행위 자체가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에 가까웠다. 하지만 난 했다. 그것도 자진해서.
분명 한 명의 인간으로선 좋아지고 있었지만 내겐 비보였다.
어쨌든 마지막 발버둥은 쳐 보았다.
“제가 추구하는 피아니스트가 있긴 합니다. 제가 영향을 받았다면 그 피아니스트에게서 많이 받았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한 곡이라도 그 사람처럼 연주해 보는 게 제 작은 꿈이에요.”
“그게 누군가요?”
“……이름은 잘 모릅니다.”
“어느 나라 사람인가요?”
“모르겠습니다.”
“음…….”
모두 모른다고 대충 그렇게 얼버무리자 소피야 교수님은 자신이 알고 있는 피아니스트들 중에서 내가 말하는 피아니스트를 찾아내려는 듯 잠시 고민에 잠겼다.
하지만 찾아낼 수 있을 리 없었다.
그 피아니스트는 콩쿠르에 몇 번 나가고, 연주회를 몇 번 가졌을 뿐, 음반도 한 장 내지 않고 사고를 당해 끝장났으니까.
“…….”
“타티아나.”
내가 가만히 침묵하자 소피야 교수님이 날 불렀다.
고개를 드니 깊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보였다.
“콩쿠르를 앞두고 있는 이 중요한 시기에, 왜 미하일은 타티아나를 제게 보냈을까요?”
소피야 교수님은 결국 잘 모르겠다는 듯, 내게 그렇게 물었다.
“타티아나는 이미 충분할 만큼 다채로운 교육을 받은 듯해요. 그걸 조화롭게 정리하는 부분에서 조금 문제를 겪는 것 같지만, 사실 전 그런 건 시간이 가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요.”
새삼 느끼는 건데, 소피야 교수님은 정말 솔직하신 분이었다.
한 점 사심 없는 목소리가 이 레슨을 정리했다.
“타티아나에게 지금 제가 드릴 조언은 딱히 없네요. 전 무언가 더 타티아나의 위에 쌓고 싶지 않아요.”
듣기에 따라 이보다 더한 칭찬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것을 칭찬으로 받아들일 만큼 멍청하지 않았다. 뿌듯함도, 아쉬움도, 딱히 그 무엇도 느껴지지 않았다.
“미하일도 이 점을 알았을 텐데, 왜 타티아나를 제게 보냈을까요.”
“…….”
소피야 교수님은 그렇게 말하며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곧장 전화를 걸거나 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아 이 문제를 나와 함께 해결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난 미하일 선생님과 했던 대화를 떠올리며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했다.
“미하일 선생님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거라 하셨어요.”
“이 도시를?”
“예. 이 도시를. 사실 부끄럽지만…… 제가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처음이라서요.”
“오…… 그래요?”
소피야 교수님은 깊은 사정을 묻지 않고 홀로 납득하시더니, 피식 웃었다.
“그 사람이 그랬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죠.”
미하일 선생님은 소피야 교수님으로부터 상상 이상으로 높은 신뢰를 얻고 있는 것 같았다.
소피야 교수님이 조금 풀린 표정으로 말했다.
“처음이라면, 아직 안 가 보신 곳이 많겠죠?”
“예. 어제 도착한지라…….”
“그렇다면 많은 곳을 둘러보세요. 어딘가에 미하일이 말한 비밀의 열쇠도 숨겨져 있겠죠.”
너무 대책 없이 말씀하시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소피야 교수님의 얼굴은 더할 나위 없이 진지했다.
콩쿠르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연습에 죽기 살기로 매달리는 것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으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걸까?
소피야 교수님은 잊지 말라는 듯 덧붙였다.
“혹시 연습실이나 레슨이 필요하시면 또 찾아오시고. 타티아나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니까요.”
“예, 감사합니다.”
그걸로 레슨은 마무리되었다.
정작 콩쿠르에 올리기 위해 준비했던 곡들은 하나도 보이지 못하고 기본기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짤막하게 보인 것에 불과한, 레슨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시간이었지만 난 꽤나 많은 것을 보인 듯한 기분을 느꼈다.
밖으로 나오자 루슬란 오빠가 벽에 기대어 서 있다가 화들짝 놀라 허리를 튕겼다.
“뭐야, 타티아나. 벌써 끝났어?”
“예.”
“20분도 안 되었는데?”
루슬란 오빠의 머릿속엔 부정적인 생각들이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내가 형편없어서 쫓겨났다고 생각하는 듯, 눈동자가 안절부절못하고 격하게 흔들렸다.
“그…… 타티아나. 내가 같이 들어가서 이야기해 줄까? 네가 원한다면…….”
놀리거나 비웃어도 안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루슬란 오빠는 생각 외로 날 감싸고돌았다. 그 모습이 조금 귀여워서 난 실실 웃으며 말했다.
“아뇨, 괜찮아요. 오빠가 걱정하시는 그런 문제는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어요.”
“……응?”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되묻는 루슬란 오빠의 팔을 붙잡고 밖으로 잡아끌었다.
“무언가 맛있는 것이라도 먹으러 가요. 배고파요.”
“어? 그, 그래?”
갑자기 단 것이 먹고 싶어졌다. 당장 세상 그 무엇보다 단 앙트르메 하나만 먹었으면 정말 아무 소원도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