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스크바의 여명-142화 (142/1,277)

##  142화

이야기를 조금 하자더니, 갑자기 음반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망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조금 비상식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말문이 막혀 멍하니 있는데 마카로프 프로듀서는 짧게 웃더니 설명을 시작했다.

“방금 그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한 피아니스트는 무대 공포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그 정도 실력을 가지고도 무명으로 떠돌다가, 저희를 찾아왔었죠.”

마카로프 프로듀서가 아련한 눈빛으로 말하더니 베로니카 과장을 돌아보았다.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듯한 베로니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스크바 외곽의 이 스튜디오에 홀로 찾아온 무명의 연주자. 어떤 상황이었을지 상상이 되었다.

마카로프 프로듀서가 말을 이었다.

“무대 공포증으로 청중들 앞에 서진 못하는 연주자였지만, 녹음은 들으셨다시피 세계에 내놓아도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굉장히 많은 연주자들이 베토벤 소나타를 녹음했고, 전 그것들을 거의 다 들어 봤다고 자부합니다만…… 이 연주라면 그 틈에 끼는 것도 가능하리라 확신했었죠.”

하지만 확신은 배신당하기 마련이다.

마카로프 프로듀서가 쓰게 말했다.

“하지만 이런 영세 음반사에서 나온 무명 신인의 음반은 그 수준이 어떻든 간에 그야말로 순식간에 파묻혀 버립니다. 음악 평론지에 이름 한 번 싣지 못했죠.”

손 놓고 구경만 했을 것 같진 않다. 분명 음반사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동원해서 지원했으리라. 하지만 모두 부질없이 무의미해졌다.

다 해 봤기 때문에 지금처럼 허탈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리라.

“이렇게 또 한 명의 음악가가 사라졌죠.”

마카로프 프로듀서는 단조로운 투로 말했다. 하지만 닳고 닳은 분노가 내려앉은 차분한 눈빛은 숨길 수 없었다.

마카로프 프로듀서가 흥분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단지 그 분노를 갈무리하는 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난 입을 열어 조용히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일 아닐까요.”

마카로프 프로듀서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물었다.

“무대 공포증이 있어 경쟁에 약하다는 이유로 방금 전 같은 연주자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 말입니까?”

“……무대에서 제 실력을 선보이지 못한다 한들 그 음악성의 수준이 격하될 이유는 없겠죠.”

무대에 못 선다는 것은 정말 치명적인 약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음악가가 가진 예술성의 수준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스포트라이트는 한정되어 있어요.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죠.”

이전에 에르네스트와도 했던 이야기였다.

모든 경쟁 구도를 지닌 세계는 전쟁터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승자가 있다면 패자가 있고 패자에게 주어질 스포트라이트는 없다.

그건 연주자도, 음반사도, 청중도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저, 안타깝네요.”

하지만 난 그렇게 말했다.

이 전쟁터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명 그 안에 도덕도 자비도 안식도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이러한 비효율성을 완전히 잊어버린다 하여 비난할 순 없지만, 인간성이라는 것을 섬세하게 탐구해 나가는 것을 업으로 삼는 예술가라면 가끔은 효율성과 비효율성의 균형이 얼마나 잘 이루어져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마카로프 프로듀서는 입을 벌리고 멍하니 날 바라보더니 놀란 투로 중얼거렸다.

“어린 아가씨가 꽤나…….”

그러곤 실수했다는 듯 헛기침을 했다.

“이 음반에 대해 저와는 조금 다른 목적을 가지고 계신 듯하군요? 타티아나 유리예브나.”

“…….”

마카로프 프로듀서는 낮게 가라앉은 눈으로 날 바라보더니, 한결 편안한 태도로 말했다.

“어쨌든 저는 조금 회의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방법을 바꿔 보기로 했죠.”

회의감을 느끼고 무너지거나 타협하는 대신, 마카로프 일리예비치라는 한 프로듀서는 도전적으로 다른 길을 찾았다.

내가 물었다.

“선입견을 아예 배제하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음악적으로 순수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선입견이라는 것에 약하죠. 따라서 그것을 걷어 내고 나면, 오로지 음악성이라는 것만이 평가될 겁니다.”

“일단 평가를 하려면 들어 봐야 할 텐데요.”

“그렇죠. 때문에 처음 이 음반의 초도 물량은 무료로 배부됩니다. 그 후부터 돈을 받고 팔 생각입니다.”

“……?”

설명을 듣던 난 조금 어이가 없었다.

난 돈에 집착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일단 듣게 하기 위해 초도 물량을 무작정 무료로 내놓겠단 말은 아무래도 이상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마카로프 프로듀서는 나와 루슬란 오빠의 표정을 보았는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물론 함께 출혈을 각오하자고 말씀드리진 않습니다. 저희는 타티아나 유리예브나의 음악만을 가지고 음반 사업을 하려는 것이니까요. 초도 물량이 무료로 나가더라도 매수에 따라 정확하게 정산해 드릴 겁니다.”

“……예?”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마카로프 프로듀서가 설명했다.

“무료로 풀지만, 제값을 받고 판매한 것과 동등한 금액을 정산해 드리겠다는 말입니다. 타티아나 유리예브나의 입장에선 손해 볼 것이 없습니다.”

“그렇……겠네요?”

“그리고 초도 물량은 확정이 나진 않았지만, 최소 6천 장 이상 만들 생각입니다.”

“예?”

난 기겁했다.

클래식 시장의 규모는 팝 음악 시장에 비해 훨씬 작다. 무료로 푸는 초도 물량만 6천 장이라면 어이없을 정도로 많이 찍는 것이다.

“그, 그렇게 많이 만들어도 되나요?”

“최소한 그 정도는 만들어야 합니다.”

음반 제작에만 해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거기에 수익도 없이 내게 줄 금액까지 더해진다면 그 비용은 그냥 장난 삼아 감수할 정도의 비용을 한참이나 넘어선다.

그 비용을 단순히 6천 명의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 이건 이미 열다섯 살짜리의 첫 데뷔 음반을 내는 수준이 아니라, 상당히 각오를 하고 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카로프 프로듀서는 어이없어 하는 날 그리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놀랄 걸 예상했다는 것 같다.

그는 의자에 앉은 채로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마치 예언자처럼 이야기했다.

“다른 음반에 끼워 넣은 음반. 처음엔 그저 별생각 없이 듣겠죠. 하지만 곧 전화기를 들고 싶어질 겁니다.”

마카로프 프로듀서는 손가락을 들어 귀 부근을 가리켰다.

“저희 음반사에 전화를 걸어 연주자가 누구냐고 물어보기 위해.”

음반엔 연주자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없지만 적어도 음반을 만들고 유통한 음반사에 대한 정보는 실려 있다. 홈페이지 주소나, 전화번호 등이 있을 것이다.

마카로프 프로듀서는 그 정보를 통해 사람들이 연락해 오리라 생각하는 듯했다.

“클래식 마니아들의 전화들이 좀처럼 오지 않는다면, 실패한 프로젝트가 되겠습니다만 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옵니다.”

마카로프 프로듀서는 도취된 듯한 느낌도 없이 아주 평온하게, 당연히 그리될 것이라는 것처럼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다음은 저희 마케팅 팀의 차례입니다. 저희는 당연히 그 이름을 밝히지 않고 그 전화의 화살만을 세계적인 음악지들로 돌릴 겁니다. 3대 음악지인 그라모폰, 음악세계, 디아파종 드오르는 물론이고 BBC매거진, 레페르트와르, 그랑프리 뒤 디스크 등, 수많은 음악지들로 마니아들의 전화가 향하겠죠.”

“…….”

“본래 음악 평론가의 권위를 믿고, 대중들이 음반을 산다면 이번엔 거꾸로 대중들의 요구에 따라 음악 평론가들이 음반을 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림은 모두 그려졌다.

마카로프 프로듀서가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그리고 그건 전 세계의 평론가들에게 주어질 테스트가 되겠죠.”

“…….”

무슨 말을 하는진 알겠다.

하지만 그 계획엔 산재해 있는 위험 요소가 너무나 많았다. 청중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그리고 음악 평론가들이 어떤 대처를 보일지 누가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리고 그 위험에 비해 뭘 얻을 수 있는지도 불확실해 보였다.

선입견을 지우고 다른 방법을 모색해 봤다는 것은 알겠지만, 이건 어려워도 너무 어렵고 감수해야 할 것이 많은 일처럼 보였다.

대체 왜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하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적당한 단어를 골라서 묻기 전에, 마카로프 프로듀서가 말했다.

“그것으로 무언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럴 생각도 없고. 하지만 최소한 사람들이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볼 여지를 줄 계기가 될 순 있겠죠.”

“그게 전부인가요?”

“그게 전부입니다.”

할 말이 없었다.

단순히 그게 목적의 전부라고?

“물론 그걸로 끝나는 건 아닙니다. 그 후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겁니다. 화제성을 더더욱 부추겨 판매량을 끌어 올리는 것도, 혹은 끝까지 밝히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도. 그 다음 선택은 타티아나 유리예브나에게 맡기도록 하죠.”

마카로프 프로듀서의 손가락이 날 향했다.

“그걸 원하시는 것 같으니.”

일단 무명의 음반으로 세계 유명 음악지에 실리는 것 자체만으로 마카로프 프로듀서가 원하는 것은 끝나고, 그다음은 내 마음대로 하라는 것 같았다. 난 마카로프 프로듀서가 지금 한 말을 굳게 지킬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 얼마나 대담한 프로젝트인지 알겠다. 세상 전부에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는 것이었다.

굳이 이렇게 규모가 큰 방법을 써야 하는진 모르겠지만, 사실 이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들렸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무엇보다 이 계획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내 실력이라는 점이었다.

난 조심스레 물었다.

“왜 저인가요?”

마카로프 프로듀서가 이제 와서 무슨 소릴 하냐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난 재차 물었다.

“방금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하신 분, 그분이 하셔도 되잖아요. 정말 이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 하시는 건 그분이지 않나요?”

“…….”

순간, 얼핏 평온해 보이는 마카로프 프로듀서의 눈에 감정의 편린들이 스쳐 지나갔다.

오래된 회한과 가라앉은 우울함. 난 그 깊은 감정을 읽어 내기엔 너무나 미숙해서 그저 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마카로프 프로듀서는 입을 열어 무언가 말하려다 삼키고는 다시 말했다.

“사라졌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

“말 그대로입니다. 사라졌지요.”

그 연주자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그뿐이었다. 다른 설명은 없었다.

이 이상 아무것도 물어볼 수 없었다.

하지만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이건 일종의 복수도 겸하고 있단 것을.

난 마카로프 프로듀서에 대해 조금 알 것 같았다.

이 중년의 남자는 세상에 음악가들을 보이는 것을 의무라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이러한 과격한 방법까지 동원하려 하는 것이었다.

루슬란 오빠가 끼어들었다.

“한마디 해도 될까요.”

“하시죠.”

“타티아나가 굳이 그 계획에 따라야 할 이유가 뭡니까?”

상식인인 루슬란 오빠의 입장에선 나와 마카로프 프로듀서 같이 어딘가 한 군데쯤 이상한 음악가들의 이야기가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모양이었다.

“이 애는 아직 열다섯 살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음악가에게 나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지요.”

“그 이야기가 아닙니다. 양심적으로 생각해 보시죠. 전 제 동생을 처음부터 그런 실험적인 모험에 던져 넣고 싶지 않습니다.”

마카로프 프로듀서는 당황하지 않고 옅게 웃었다.

“루슬란 유리예비치. 동생을 걱정하는 건 이해합니다만…….”

그리고, 예리하게 짚었다.

“그녀의 실력에 대해선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군요?”

“…….”

“당신도 들어 봤으니 알고 있는 겁니다. 된다는 것을.”

루슬란 오빠는 클래식에 조예가 깊지 않은 일반인이다. 그리고 내 연주를 꽤 많이 들었다.

실제로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마카로프 프로듀서는 루슬란 오빠의 반응에서 보다 확신을 얻어 낸 듯했다.

하지만 루슬란 오빠는 약간 짜증을 냈다.

“당연한 것 아닙니까? 타티아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청소년 콩쿠르에서 우승했습니다. 세상에 통한다는 것은 명명백백하고 그렇다면 더더욱 이런 이상한 방법으로 우회를 할 이유가…….”

“오빠.”

난 이쯤에서 말려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제가 하고자 하는 이유는 단순해요. 이해가 일치하기 때문이에요.”

마카로프 프로듀서의 속내? 야망? 복수심? 잘 모르겠다.

그런 건 상당히 복잡한 이야기였고, 거기에 동조하기에 난 알고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단지 내가 이 계획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것은 내 이름 없이 음반을 낼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자신이 설명할 수 있는 이유들은 모두 설명한 마카로프 프로듀서가 호기심이 동하는지, 이번엔 내 차례라는 듯 물었다.

“그렇군요……. 왜냐고 물으실 때가 아닙니다, 타티아나 유리예브나. 거절하실 수도 있었잖습니까? 왜 승낙했습니까?”

그의 눈이 날 꿰뚫어 본다.

“무엇을 원합니까?”

나 같은 연주자는 정말 드물 것이다. 열다섯 살에 음반 계약을 맺게 된다고 하면 누구나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싶을 것이다. 얼마가 팔리건 그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망이었다.

난 말했다.

“전 사실 음반에 그리 관심이 없었어요. 너무 급하다고 생각했죠.”

실제로 그랬다. 청소년 콩쿠르 우승은 좋지만, 열다섯 살은 너무 어린 나이였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 음반을 남기더라도, 그 연주에 흠결이 없을 수가 없다.

“나중에…… 제 음악이 완성되었다고 생각되면 그때 남길 생각이었죠. 사실 만들자고 한다면 제가 부담해서 만들 수도 있으니까요.”

마카로프 프로듀서는 조용히 날 바라보고 있다.

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요.”

언제 피아노를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르니까, 라고 하는 건 너무 나간 이야기였다. 뜬금없이 그런 섬뜩한 소릴 꺼내서 모두를 놀라게 하는 것은 옳지 않았다.

조용히 말했다.

“지금의 절 온전히 남길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겠죠. 전 시간에 따라 나이를 먹을 테고…… 바뀌어 갈 테니까요. 하지만 제 음악을 남길 수는 있을 것 같았어요.”

“…….”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루슬란 오빠의 말처럼, 흠결이 있다면 흠결이 있는 대로 남겨 놓는 것도 나쁘게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주관적으로는 상당 부분 발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지금의 내 수준이 세상에 통용된다면, 객관적으로 어떻게 평가되는지도 조금은 알고 싶었고.

솔직히 말해, 나 역시 커다란 모험을 하는 기분이었다.

“타티아나 유리예브나.”

마카로프 프로듀서는 진지하게 날 불렀다.

“그렇다면 제대로 사진과 이름을 넣고, 디스코그래피의 처음을 장식할 만한 호화로운 음반을 내면 되지 않겠습니까?”

뭐라는 거야? 이 사람.

난 생긋 웃으며 말했다.

“그건 중요하지 않잖아요?”

내 말에 마카로프 프로듀서는 큭 하고 짧은 웃음을 터뜨린다.

이 순간, 우린 세 배 가까이 될 것 같은 나이 차를 극복하고 뚜렷한 동질감을 느꼈다.

물론, 마카로프 프로듀서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완벽히 동의하진 않는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비슷했다.

그는 가치 있는 음악성을 지닌 사람이라면 세상에 반드시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난 이름과 음악, 둘 중 무엇을 남겨야 하냐 묻는다면 주저 없이 후자를 고르는 사람이었다.

마카로프 프로듀서가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 내게 말했다.

“진정한 영생을 꿈꾸는군요.”

이 아저씨는 다 좋은데 조금 오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난 질색하며 말했다.

“……그건 너무 거창하게 들리는데요.”

“아뇨, 멋지네요.”

“전 겨우 열다섯 살밖에 안 되었는데요.”

“열다섯이면 슬슬 그런 생각이 들 때죠. 그리고 그 시작을 위해선 이렇게 조금 파격을 보일 필요도 있죠.”

파격이라는 걸 알긴 아는 모양이다.

마카로프 프로듀서가 손을 내밀었다.

“제가 당신을 영생하도록 만들어 드리죠.”

그렇게 마카로프 프로듀서는 마치 마술사처럼, 예언자처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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