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5화
루슬란 오빠가 턱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음…… 나쁘지 않은데.”
“…….”
난 맞은편의 거울을 바라보았다. 지금 입고 있는 베이지색의 코트는 꽤 단아한 느낌이었다.
매장 직원이 귀신같이 끼어들더니 말했다.
“동생분이 워낙 바탕이 좋으세요. 귀여운 것부터 우아한 것까지 소화 못 하시는 게 없네요.”
“그렇습니까?”
“그럼요! 제가 아무에게나 이런 추천 드리지 않아요. 정말 잘 어울리는, 주인이 되기에 마땅하신 분들에게만 추천 드리는 거죠. 물량이 몇 개 없거든요.”
“…….”
난 순수하게 감탄했다. 사람에게 무언가를 팔려면 저 정도 언변은 있어야 하는 거구나.
매장 직원은 상당한 베테랑임이 틀림없었다. 상인으로서 지금 공략해야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분명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는 루슬란 오빠의 옆에 직원이 붙어서 이러저런 바람을 넣었다.
사치하는 취미 없이 매사 신중하고 다른 사람의 말에 흔들리는 일이 적은 루슬란 오빠도 그 유혹엔 너무 약했다. 루슬란 오빠가 날 힐긋 보더니 직원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저기, 그럼 귀여운 건 어떤 게 있습니까?”
“마침 딱 맞는 게 나와 있죠! 코튼 재킷은 어떠신가요? 데일리로 입기에도 최적이고 정말 잘 어울리실 것 같네요. 잠시 기다려 주시겠어요?”
직원은 묻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답을 하고는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재킷을 가지고 왔다.
난 더 이상 저항할 기운도 없어서 얌전히 코트를 벗었다. 그리고 루슬란 오빠에게 건네주자 오빠는 재킷을 옷걸이에 걸고는 행거에 걸었다.
이미 행거엔 옷가지가 수십 벌은 걸려 있었다.
좋아해야 하는데 웃음이 안 나온다.
“오빠…… 너무 많지 않아요?”
“벌써 많다 소릴 해?”
“…….”
루슬란 오빠와의 쇼핑은 기가 막혔다.
오빠는 자신의 옷은 대충 쇼핑백 두 개 정도로 사서 수행원분께 부탁하고 맡기더니, 여성복 매장에 와선 시작부터 아예 빈 행거를 하나 가져와 달라 말했다.
그러곤 직원의 추천에 따라 모든 옷들을 가져와서 내게 입혀 보고 나선 그대로 행거에 걸었다. 그냥 물어보기만 하고 걸어 버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리고 저 기다란 행거는 이후 베르체노프 저택으로 통째로 배송될 예정이었다.
살다 살다 이런 쇼핑 방법은 처음이었다.
“…….”
난 이미 아나스타샤와 함께 꽤 비싼 옷들을 자주 산 적이 있었고, 그렇게 소비를 한다 한들 우리 집이 파탄 나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내 소비 수준은 꽤 높아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나와는 상대도 안 될 정도로 진짜 큰손의 쇼핑을 목도하게 되자, 현실감각을 잃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간신히 현실적인 문제점을 끄집어내어 지적했다.
“저 옷장에도 다 안 들어갈 거예요. 저렇게 많이 사서 어떻게 하나요? 저대로 두나요?”
“옷장도 사야지 당연히.”
“……예?”
“내가 아까 말 안 했나? 옷장도 살 거라고.”
분명 그런 말을 하긴 했었지. 근데 진담이었단 말야?
루슬란 오빠는 왜 자꾸 쓸데없는 소릴 하냐는 듯한 눈빛으로 다가오더니 재킷을 내밀었다. 내가 팔을 뻗자 끼워 주고는 등 뒤로 돌아가 마저 입혀 주었다.
난생처음으로 여성복 매장에 왔는지 처음엔 데면데면해하더니, 이젠 아주 적극적이기 짝이 없었다.
루슬란 오빠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잘 어울린다, 타티아나.”
“…….”
평범한 남매로서 루슬란 오빠는 내게 하고 싶은 일이 많은 것 같았다.
내게 옷들을 입혀 보는 것 또한 그 일환이리라. 난 인형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웃음을 자제하지 못하는 루슬란 오빠의 얼굴을 보니 다른 말을 할 생각이 싹 사라졌다.
“……칭찬해 주셔서 감사해요.”
“빈말 아냐. 진짜야.”
“후후…….”
약간 불편한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루슬란 오빠가 기뻐한다면 나 역시 기뻤다. 마냥 부담스러워하기만 한다면 바보도 그런 바보가 없을 것이다.
루슬란 오빠는 그런 날 보며 말했다.
“어쨌든 좋아. 이것도 낙점. 다음은…….”
“이건 어떠신가요? 동생분의 어른스러운 부분이 확 부각될 것 같지 않으신가요?”
난 결국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제가 그걸 어떻게 입어요!”
기다렸다는 듯 직원이 가지고 온 것은 밍크코트였다.
루슬란 오빠가 오늘 하루만큼은 확실하게 물주가 되어 주려고 했고, 그것을 날카롭게 눈치챈 직원이 이참에 한몫 잡으려 한다는 걸 이해는 해도, 열다섯 살에게 밍크코트라니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닌가?
***
쇼핑은 적당히 행거 두 개 분량으로 끝났다.
이게 적당히인진 모르겠지만, 루슬란 오빠는 나름 만족했다는 얼굴이니 적당한 것 같았다.
모르겠다.
“저녁 먹고 갈래?”
함께 신아르바트 거리를 걷던 루슬란 오빠가 말했다.
음반사와 영화관, 백화점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조금만 있으면 저녁 시간이긴 했다.
“아버지가 기다리실 텐데요.”
루슬란 오빠는 별걱정을 다 한다는 투로 말했다.
“전화하면 되잖아.”
“그렇지만요…….”
괜한 걱정을 하는 거겠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함께 다니면서 훌륭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었던 것들이 기억났다. 식도락에 취미가 없는 나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정말 맛있는 식사들이었다.
그렇게 하기로 하고, 루슬란 오빠가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스마트폰을 들었다.
난 그 옆에 서 있다가 문득 고개를 돌렸고, 아는 얼굴을 발견했다.
“……어?”
길 저편에서 감색 코트를 입은 리처드와 패딩 점퍼로 둘둘 몸을 만 한승우가 무언가 떠들면서 이쪽으로 걸어오다가 날 보고는 동시에 흠칫 놀랐다.
옆에 있는 루슬란 오빠를 올려다보았다. 루슬란 오빠는 전화를 하느라 이쪽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살짝 반 친구들과 인사하는 건 괜찮겠지.
생각해 보면 개학 후에도 저 애들과는 이렇다 할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어이없게도 리처드는 갑자기 그 자리에서 뒤로 휙 돌더니 온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고, 한승우는 주춤거리더니 역시 뒤돌아섰다.
“……?”
쟤들 뭐야?
너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어이없음은 곧 분노가 되었다.
분명 나랑 눈 마주쳤잖아? 왜 보지 않아야 할 걸 본 사람처럼 뒤돌아 도망치는 건데?
나도 모르는 사이 난 한 걸음 내디디며 외치고 있었다.
“리처드!”
살면서 이렇게 큰 소리를 내 본 적이 있을까 싶었다. 내 고함 소리에 주변 사람은 물론 리처드도 어깨를 떨며 이쪽을 돌아보았다.
길거리에서 큰 소리를 낸 것이 조금 창피했지만, 이미 벌어진 상황을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난 도끼눈을 뜨고 그쪽으로 다가갔다. 리처드와 한승우가 도망치기라도 한다면 당장 전화로 빅토르를 불러 둘을 잡아 오라고 시킬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건 리처드 역시 염두에 두고 있는지, 그는 천천히 다가오는 날 보고도 도망칠 생각을 하진 않았다.
“…….”
지척까지 다다르자 리처드가 약간 당혹스러움을 띈 얼굴로 날 내려다보았다. 그 옆의 한승우는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으로 나와 리처드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난 리처드의 턱밑까지 다가서며 쏘아붙였다.
“리처드 정말 그렇게 안 봤는데, 뭔가요? 왜 사람을 보고도 무시하시나요? 실례잖아요.”
“타티아나.”
“절 이해시킬 만한 이유를 대지 못하신다면 앞으로도 제 얼굴 볼 생각 말…….”
분에 못 이겨 떠들다가, 갑자기 말문이 턱 막혔다.
“…….”
학교 내에서 서로 대화가 잦은 것도 아니었고, 저 애들은 날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승우의 경우엔 일방적으로 조금 챙겨 주고 싶은 부분도 있었고, 리처드에겐 일방적으로 빚진 것도 많았다.
지금 내가 제정신으로 피아노를 칠 수 있는 데엔 저 애들의 도움도 분명 있었다.
내게 있어서 그 빚은 뭔가 물질적으로 갚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만큼 엄청난 것을 저 애들이 해 준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대체 뭐가 문제인가요……?”
막 끓던 화가 식으면서 갑자기 두려움이 앞섰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리처드가 날 피한다. 한승우는 스스로 그럴 생각이 있어 보이진 않지만 결국 리처드의 말에 따를 것 같다.
난 저 애들이 날 피한다고 해서 대범하게 신경을 끄고 살 순 없었다.
아나스타샤처럼 리처드의 멱살이라도 잡고 물어봤으면 좋겠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가 한계였다.
리처드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
늘 세상만사가 권태롭기 짝이 없다는 표정을 하고 사는 리처드였지만, 지금은 상당히 곤혹스럽다는 얼굴이다.
“너 옆에 있던 남자 친구는 내팽개치고 나한테 이래도 되는 거야?”
“……예?”
뭔가 굉장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데?
인상을 쓰며 되묻자 그가 이어 말했다.
“오해할지도 모르는데.”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가요? 전 사귀는 사람 없는데요.”
“……?”
“?”
리처드가 흠, 하고 고개를 기울이더니 말했다.
“좋은 정보를 알았네?”
“리처드 장난치지 마세요. 저 진짜 화났으니까.”
“미안. 그럼 누구야? 저기 저.”
그러면서 그는 내 어깨 너머로 눈짓했다.
“우릴 죽일 것 같이 쳐다보는 사람은.”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난 작게 말했다.
“제 오빠예요…….”
“오빠란 건 알겠는데, 친오빠?”
“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내 말에 리처드는 비로소 진지하게 사과해 왔다.
“음…… 미안해. 방금 그 무시는 일종의 배려였단 걸 믿어 줬으면 좋겠어. 너도 이해해 주리라 생각했지. 눈치껏.”
“배려요? 이해?”
“그래. 데이트를 방해하고 싶진 않았거든. 그런데…… 이렇게 쫓아올 줄은 몰랐지.”
나도 그제야 리처드가 왜 날 보자마자 인사도 않고 그대로 뒤돌아 가 버렸는지 이해했다.
루슬란 오빠와 함께 있는 날 보고는 연인 관계라고 착각한 듯했다. 그래서 아예 나와 인사하는 것 자체를 피하려 한 것이었다.
당하는 사람으로선 눈물이 날 정도로 차가운 태도였지만, 평소 리처드의 성격에서 미루어 보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인사를 한다고 해서 별일이 있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서로 이름을 묻고 관계를 정리하는 그 과정 자체가 귀찮다는 것 같았다.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했다.
난 샐쭉하게 말했다.
“다신, 다신 그런 배려 보이지 말아요. 정말 싫어요.”
“알았어.”
리처드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조금 심했다고 생각했는지 약간 반성하는 표정이다.
“그리고…… 어딜 봐서 연인 관계라는 건가요? 나이 차가 나 보이잖아요.”
“그리 많이 나 보이진 않는데? 그리 닮지도 않은 것 같고.”
“……다섯 살 차이지만요.”
“별로 안 나잖아.”
사실 다섯 살 차이면 터놓고 친구로 지내도 될 나이 차이긴 하다.
새삼 내가 루슬란 오빠를 너무 어른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고민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한승우가 불쑥 물었다.
“오빠랑 친해? 타티아나.”
“…….”
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분명 이전에 비교하면 친해졌지. 하지만 이렇게 타인이 갑자기 물었을 때, 아무렇지도 않게 친하다고 대답하기엔 아직 자신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대신 한승우가 씩 웃으며 말했다.
“무척 다정해 보여.”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보인다는 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새 다가온 그 다정한 오빠가 내 옆에 서서 물었다.
“누구지? 타티아나의 친구들인가?”
리처드가 말마따나 살기등등한 표정과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은연중에 압박을 하는 듯한 느낌은 분명히 있었다.
이 둘은 우리 집에 직접 온 적까지 있었지만, 그때 루슬란 오빠를 만나진 못했다. 그래서 루슬란 오빠는 이 애들을 처음 보는 것이었다.
리처드가 깍듯이 자기소개를 했다.
“리처드 피츠앨런 하워드입니다.”
“제 이름은 한승우입니다.”
완전 교과서처럼 대답하는 한승우를 보며 난 순간 웃어 버릴 뻔했다.
하지만 루슬란 오빠는 아주 미세한 웃음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둘 다 유학생이겠군?”
“그렇죠.”
“뭐, 상관없어. 그럼 설명해 봐. 왜 타티아나가 소리를 쳐야 했는지.”
루슬란 오빠는 약간 오해를 하고 있었다. 이건 내가 나서서 수습해야 할 상황이었다.
“전 분명 서로를 발견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저만 봤었던 것 같아요. 그냥 지나치기에 어쩔 수 없이 큰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어요.”
“그게 다야?”
“예. 그게 전부예요.”
“…….”
담백하게 이야기했다. 내가 그랬다는데 다른 의심을 할 것도 없었다.
루슬란 오빠가 약간 탐탁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단 알았어.”
그렇게 분위기는 조금 풀어졌다. 솔직히 말해 루슬란 오빠가 내 친구들과도 알고 지낸다면 나쁠 건 전혀 없었다.
난 다 같이 식사라도 하면 어떨까 궁리하고 있는데, 한승우가 말했다.
“타티아나와…….”
“루슬란이다.”
“루슬란은 남매인 겁니까?”
“그래.”
루슬란 오빠가 대답했고, 한승우는 가만히 침묵했다.
몇 초가 흐르고, 루슬란 오빠가 살짝 짜증스럽게 물었다.
“뭘 그렇게 보나?”
말없이 사람을 쳐다보는 건 조금 실례다. 하지만 난 한승우가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어가 서툴러서 문장을 생각하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승우는 천천히 말했다.
“미안합니다. 남매가 음, 데이트를 하는 건 조금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그렇네요.”
“……뭐?”
루슬란 오빠는 예상치 못한 허점을 공격당한 사람처럼 되물었다.
이제 와서 왜 저리 놀라? 난 대신 말했다.
“맞잖아요?”
“……그렇지.”
같이 영화 보고 놀러 다니면 데이트지, 그 단어 자체에 뭔가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뭐라고? 그리고 루슬란 오빠와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일주일 내내 같이 돌아다녔기 때문에 그 연장선을 모스크바에서 이어 가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리처드와 한승우의 시선으로부터 무엇을 느꼈는지, 루슬란 오빠는 부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주말마다 동생을 데리고 나오는 건 아니야. 오늘은 타티아나의 음반에 관해서 음반사에 들러야 해서 같이 나온 김에 돌아다닌 거고.”
“음반?”
그 말엔 리처드가 물었다.
“타티아나, 너 음반 내?”
“그렇게 되었네요.”
아나스타샤를 제외하고는 친구들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일부러 안 했다기보단 안 그래도 상트페테르부르크 청소년 콩쿠르 우승으로 시끌벅적한 가운데에 음반 이야기까지 끼얹기 싫었기 때문이다.
리처드는 입이 무거운 편이었으니 상관없긴 했다. 그가 짐짓 장난스레 말했다.
“사인해 주나?”
“안타깝지만 그건 힘들겠네요.”
“……아까 내가 무시해서 삐졌군.”
“그게 아니에요.”
내 이름이 들어가지 않는 음반인데 사인을 한다면 조금 이상하지 않겠는가?
그냥 해 주는 것도 상관없나? 잘 모르겠다.
혼자 곰곰이 생각을 하던 나는 이럴 것이 아니라 저 둘에게 아예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단 생각이 들었다.
리처드도 한승우도 모두 엄청난 실력을 지닌 친구들이었으니 무언가 할 말들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겐 앞으로 나올 음반의 프로토타입이라고 할 수 있는 음반도 있었다.
“음…… 두 분에게도 들려 드리고 묻고 싶은 것이 있어요. 혹시 바쁘지 않으시다면 잠깐 제게 시간을 내 주실 수 있나요?”
리처드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루슬란 오빠를 향해 물었다.
“난 상관없지만, 루슬란. 괜찮습니까?”
“…….”
루슬란 오빠는 잠시 말이 없더니 퉁명스레 대꾸했다.
“괜찮고 말고를 왜 나한테 묻지? 마음대로 해.”
내가 저 애들도 저녁 식사에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간 정말 난리 날 것 같다. 그건 그만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