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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여명-146화 (146/1,277)

##  146화

신아르바트 거리를 걷는 일행은 나와 루슬란 오빠, 리처드와 한승우까지 네 명이 되어 있었다.

난 리처드에게 말을 걸었다. 분위기를 조금 풀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오늘 두 분은 무엇을 하고 계셨나요?”

“총 쐈어.”

“예……?”

리처드는 심드렁하게 말했지만 난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어쨌거나 이 두 사람은 명문 음악학교의 학생들이다. 갑자기 총이라니,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건지 모르겠다.

놀라기도 하고, 조금 무섭기도 해서 입을 벌리고 있는데 리처드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게임 했어. 게임.”

“게임요?”

“그래. 컴퓨터로 하는 게임.”

그제야 리처드가 날 가지고 놀았다는 것을 깨닫고 난 인상을 썼다. 리처드는 아랑곳하지 않고 낄낄거렸다.

“나도 오늘 처음 해 봤어. 다 저 자식 탓이지. 갑자기 나한테 총 쏴 봤냐고 하길래 분단국가에선 열댓 살만 되어도 총을 가지고 있어야 하나 싶었는데, 게임 이야기를 하고 있잖아.”

“재미있었나요?”

“재미야 있…… 아니, 그보다 한승우 저 자식 한국에서 피아노가 아니라 내내 사격술만 갈고닦은 게 분명하다니까? 말도 안 되는 실력이라고.”

리처드는 투덜거렸지만, 한승우와 게임을 한 것이 재미없진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한승우가 얼마나 게임을 잘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던 리처드는 갑자기 말을 멈추곤,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네가 재미있어할 이야기는 아니지.”

“그렇긴 하지만요.”

굳이 관심 있는 척을 할 필요는 없었다. 내가 컴퓨터 게임에 몰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그도, 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난 이렇다 할 취미 하나 없이 재미없는 사람이었다. 굳이 게임이 아니라 다른 무슨 유희 활동이라도 그리 흥미가 생기진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뭐든 간에 상관없었다.

“전 잘 모르지만, 게임이라면 저희 오빠도 자주 하세요. 그렇죠? 루슬란 오빠.”

“난 게임 안 해.”

“…….”

말문이 막혔다. 갑자기 웬 시치미인지 모르겠다. 격투 게임으로 에르네스트를 완전히 가지고 놀았던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데.

게임 이야기로 루슬란 오빠와 이야기가 잘 통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오빠가 이렇게 거리를 둬 버리니 이야기를 이어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난 다른 연관성을 떠올려 냈다.

“그리고 총이라면…… 제 경호원인 빅토르는 늘 권총을 가지고 다니기도 하죠.”

러시아는 총기 휴대가 가능한 나라였다. 난 빅토르가 항상 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알아서 조심해야겠군.”

“조심요?”

“아니야.”

“음, 그래서 말인데, 사격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빅토르에게 부탁해 볼까요? 실탄 사격 같은 걸 해 볼 수 있는 곳이 있는지.”

리처드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흥미를 보이는 기색이었다. 난 나쁘지 않은 답을 찾아냈다는 것을 확신했다.

굉장히 어른스러워 보이지만 그도 결국 열다섯 살 남자애인 것이다. 게임을 좋아하고, 사격에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피아노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내가 지금 이 상태로 남자애들과 놀려면 뭘 하고 놀아야 할지 늘 막막했었는데, 하나의 방법을 찾아낸 것 같다.

물론 사격장을 빌리는 데엔 아버지와 예고르의 허락이 필요하겠지만, 허락을 받아 낼 수만 있다면 상당히 괜찮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잠시 이야기가 멎었다가, 리처드가 한승우에게 진짜 실탄 사격을 해 본 적은 없느냐고 묻는 와중이었다.

“타티아나.”

루슬란 오빠가 날 불렀다.

“예.”

“조금 놀라기도 하고,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건데. 넌 가장 친한 아나스타샤에게조차 존대를 하는데, 저 유학생 친구에겐 말을 편하게 하네. 아나스타샤보다 친해서인 것 같진 않고…… 왜 그러는 거야.”

루슬란 오빠는 정말 놀란 듯 말했다.

처음엔 그저 얘한테만큼은 죽어도 존대를 못 하겠다는 심정에서 그랬다. 어차피 러시아어를 잘하지도 못하니 어떻게 말한들 상관없기도 했고.

하지만 한승우가 어느 정도 러시아어를 알아듣는 상황에 와서도, 이제 와서 존대로 말을 바꾸자니 너무나 어색했다.

차라리 존대를 하다가 반말로 말을 편하게 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처음부터 반말을 하다가 존대로 바꾸는 것은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졌다. 누구나 그럴 것이고 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그냥 한승우에게만큼은 반말을 계속해 왔다. 그리고 그건 리처드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반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난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한승우는 유학생이라서 러시아어에 미숙해요. 그래서 긴 문장이나 존댓말은 잘 못 알아듣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아까 보니 잘 알아듣던데.”

“처음엔 안 그랬어요.”

“그리고 타티아나 너는 아예 말을 못 알아듣는 벨카에게도 존대를 하잖아?”

“벨카가 왜 말을 못 알아듣나요? 다 알아들으니 그런 말씀 마세요.”

“……아, 그래?”

루슬란 오빠가 떨떠름하게 말했다. 정말 몰라도 너무 모른다.

그렇게 우리 일행은 함께 돔 끄니기로 향했다. 저번에도 리처드와 같이 온 적이 있는, 모스크바에서 가장 큰 서적 센터였다.

모스크바 신아르바트의 돔 끄니기는 기본적으로는 서점이었지만 책을 취급하는 것은 2층부터였고 1층에는 음반과 DVD, 잡화 등을 판매하는 매장이 들어서 있다.

내 목표는 그 음반매장 옆에 위치하고 있는 청음매장이었다.

리처드가 주위를 둘러보다가 말했다.

“이런 곳도 있었네.”

음악 감상을 위한 이어폰이나 헤드셋 같은 리시버는 싼 것은 1천 루블 정도밖에 안 하는 것도 있었지만, 비싼 물건은 수만 루블을 넘어가는 것도 있었다.

이 청음매장은 그렇게 고가의 리시버들을 사기 전에 들어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었다.

리처드가 내게 물었다.

“여긴 왜 온 거야?”

“들려 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당연히 청음매장에선 미리 가져온 음원을 들어 보는 것도 가능했다.

난 오늘 에우테르페 레코즈에서 녹음해 온 음반을 꺼냈다. 그걸 보곤 리처드가 상황을 이해했다는 듯 말했다.

“타티아나, 네 거야?”

“아니에요.”

“……아니라고?”

“예. 그냥 음반사에서 받아 온 거예요.”

“……?”

내가 녹음한 것이 맞지만, 난 일단 아니라고 딱 잡아떼었다.

리처드는 미심쩍다는 듯 날 바라보았다. 들려줄 것이 있다고 여기까지 데리고 와선 이름도 없는 음반을 들으라고 한다면 그게 누구 것인진 안 봐도 뻔하겠지.

하지만 내가 부정하는 이유 또한 알아차릴 것이다.

“네 것이 아니란 말이지……?”

리처드는 꽤 관심 있어 했다. 음악에 관련한 것이라면 일단 관심이 생기는 듯했다.

그가 호기롭게 말했다.

“길게 평을 해 주어야 할까?”

“아뇨, 편안하게 들어 봐 주시고…… 짧게 말씀해 주셔도 되어요.”

내가 이 두 명에게 내 연주를 들어봐 주길 부탁한 것은 최소한의 가능성이라도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둘 역시 최고의 음반들만 듣고 자란 음악가들이었으니까.

“알았어. 들어 보자. 헤드폰은 뭘로 할까.”

리처드는 매장 직원을 불러 시디플레이어를 하나 빌리고는 내게 음반을 받아 갔다.

그리곤 청음용 헤드폰들이 진열되어 있는 곳으로 갔다.

리처드는 그중에서 3만 루블이나 하는 고급 헤드폰을 집어 들더니 시디플레이어에 연결하고 귀에 썼다.

“…….”

플레이어를 재생시키고, 눈을 감고 집중하는 리처드를 보며 난 양손을 모았다.

리처드는 가만히 그 자리에 서서 헤드폰을 양손으로 고정하고는 숨도 쉬지 않는 것처럼 음악을 들었다. 그 모습은 진지한 음악가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리처드도 한승우도 평범하게 게임을 좋아하는 남자애들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세계 최고의 음악학교에 다니는 천재들이기도 했다.

리처드는 겉보기엔 평범함을 가장하고 있지만 연습실에서 마주한 본 실력은 어마어마한 수준에 도달해 있는 실력자였고, 한승우는 6성부 청음을 한 번에 해내는 괴물이었다.

나는 그 사실을 언제나 잊지 않았다.

“…….”

잠시 후, 리처드가 헤드폰을 벗었다.

그는 날 바라보더니 잠시 고민했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했다.

리처드가 이윽고 말했다.

“이 연주자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말이야.”

난 고개를 끄덕였다. 난 리처드가 이 음반이 내가 연주한 것이라는 걸 배제하고 들어 주길 바랐다.

리처드가 어떤 평을 하더라도 받아들일 각오를 하고 있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상당히 괜찮네. 깔끔하고 매력적이야. 혹시 아는 사람이라면 전해 줄래? 음반 내면 꼭 사겠다고.”

짧고, 확실한 평이었다.

사실 리처드는 할 말이 많아야 했다. 이전에 내가 슬럼프에 빠졌던 것을 극복하는 데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했으니 그는 내게 어떤 말을 해도 좋았다.

하지만 멋없게 길게 말을 늘어놓는 대신, 그는 짧고 담백하게 내게 칭찬을 전해 왔다.

나 역시 리처드에게 할 말이 많았지만, 짧게 답했다.

“꼭…… 전해 줄게요.”

연주자가 누군지 모르는 것으로 합의한 채로 이야기를 이어 나가자 리처드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갑자기 나도 음반 내고 싶어지네. 콩쿠르나 나갈까.”

눈에 띄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리처드가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리처드라면 분명 수상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귀찮단 말이지…….”

역시나 필요 이상으로 눈에 띌 생각은 없어 보인다. 조금 아쉽지만 본인의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리처드는 옆에 있는 한승우에게 헤드폰을 넘겼다.

“야, 이거나 들어 봐.”

“다른 걸로 들을래.”

그리고 한승우는 헤드폰을 4만 루블의 다른 제품으로 교체하고는 음반을 듣기 시작했다.

리처드에겐 좋은 평을 듣긴 했지만, 안심할 순 없었다.

한승우는 6성부를 청음하는 괴물 같은 귀를 가진 천재였다. 교향곡을 한 번 듣고 카피해 내는 모차르트 같은 천재 음악가들에게나 주어졌을 법한 재능이다.

그리고 한승우는 단순히 음감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기억력도 좋고 해석력도 뛰어났다.

난 그가 듣는 세계를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

“…….”

잠시 후, 헤드폰을 내려놓고 한승우가 고개를 들었다.

그가 날 돌아보았다.

“이거 네 건가?”

“…….”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라고 해 봐야 그의 귀를 속일 수 있을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한승우는 내가 왜 입을 다물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말했다.

“음악이 많이 달라졌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난 중앙음악학교에 들어와서 선생님 두 분께 많은 것을 배웠고, 그 외로도 많은 연구를 해서 나만의 길을 찾아 나갔기 때문이다.

지금 내 연주엔 정말 많은 것이 섞여 들어가 있었다.

한승우가 그 커다란 덩치를 수그렸다.

“저는 러시아어를 잘 못합니다. 그래서 뭐라고 해야 할진 모르겠어.”

가만히 날 내려다보던 그가 말했다.

“쇼팽 소나타 1번 최근에 연습해 본 적 있어?”

“……없어. 갑자기 그건 왜 물어봐?”

시간이 흐른 지금, 난 쇼팽 소나타 1번에서 찾아내었던 편린들을 똑바로 끌어내지 못했다. 다시 덮어씌워져 버린 음색과 해석 때문에 더더욱 혼란스러워지기만 했다.

지금은, 아예 연주하지 않고 있다.

학기 초에 한승우 앞에서 쇼팽 소나타 1번의 그 악절을 들려줬던 적이 있긴 했다. 그 때문에 한승우가 지금 갑자기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 같았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한승우의 잘못은 전혀 없었지만, 잘 알지만, 그래도 짜증이 났다.

살짝 노려보자, 그가 말했다.

“그냥.”

뭔가 숨기는 성격이 아니라 생각했었는데, 그런 한승우도 지금은 곧장 대답하지 않고 말을 아꼈다.

더 캐물어 볼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답답한 마음으로 그랬다간 한승우에게 정말 짜증을 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짜증은 부당했다. 그럴 순 없었다.

난 일단 눈앞에 있는 현실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이상한 소리 말고, 음반은 어땠어? 그냥 좋고 싫음으로만 답해.”

“좋아.”

“그럼 됐어.”

리처드도 한승우도 음반 자체는 괜찮다고 평가해 주었다. 미하일 선생님과 구세프 선생님에게도 들려 드릴 생각이지만, 조금 안도감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난 다시 리처드에게 말했다.

“고마워요. 갑작스런 부탁이었는데.”

“이 정도야 얼마든지.”

리처드는 정말 별것 아니라는 듯 답하곤, 헤드폰을 다시 들었다.

“그나저나 이거 정말 괜찮네. 음질이 장난 아닌데, 저음도 좋고.”

피아노 연습도 많이 하지만, 음악 감상에도 상당한 시간을 쏟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감상용 장비는 늘 욕심나는 부분이었다.

난 별관의 연습실에 수백만 루블짜리 홈시어터가 있기 때문에 그 이상 욕심을 내지 않지만, 리처드는 기숙사에 사는 유학생이라 홈시어터 같은 것을 둘 수도 없었다. 좋은 리시버에 관심이 생기는 것도 당연했다.

문득,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리처드에게 말했다.

“저기 리처드.”

“응.”

“혹시 괜찮으시다면, 제가 그 헤드폰을 선물해 드려도 될까요.”

“……뭐?”

리처드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난 이미 어느 정도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전부터 생각했었어요. 리처드에게 전 도움받은 것도 있고……. 그래서 이번에 콩쿠르에서 상금을 받은 걸로 선물을 하고자 했었거든요. 뭘 해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잘되었네요.”

“내가 뭘 했다고?”

“해 주신 게 많아요. 오늘 일도 있고요.”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비싼데. 타티아나, 너 상금 받았다고 그렇게 막 쓰면 후회한다.”

“아하하하.”

난 사치하고 다니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때문에 아나스타샤로부터 돈을 쓰라는 이야기는 몇 번 들어 봤지만 이런 말은 처음 들어 본다.

심지어 리처드는 영국의 귀족이기도 했는데, 오랜 유학 생활로 검소함이 몸에 밴 모양이다.

하지만 무를 생각은 없었다. 난 이미 다른 사람들에게도 선물로 상당히 많은 돈을 썼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괜찮아요.”

“…….”

무슨 일이 있어도 헤드폰을 안겨 보내겠다는 내 결의를 알아보았는지, 리처드가 조용히 날 보더니 옆을 가리켰다.

“타티아나. 난 됐고, 한승우 저 녀석 거나 하나 골라 주자. 맨날 싸구려 이어폰만 쓰는데 귀가 아깝더라.”

“걱정 마세요. 두 분 모두 선물해 드릴 테니.”

“……화끈하네.”

리처드가 혀를 내둘렀다.

한승우는 내가 원하는 헤드폰을 선물해 주겠다고 하자 극구 거절했다.

“난 필요 없어.”

“필요 없긴, 아까 음악 들을 때도 바꿔 듣겠다고 했잖아.”

“괜찮아.”

철벽같은 태도로 딱 잘라 말하지만, 나 역시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난 한층 강압적으로 말했다.

이게 선물하는 사람의 태도가 맞는진 모르겠지만, 난 어디까지나 진심이었다.

“한승우. 난 오늘 무조건 이 자리에서 헤드폰을 하나 사서 너한테 줄 거야. 그리고 난 그게 내 자기만족이 아니라, 네가 원하는 물건이었으면 좋겠어. 네가 자주 쓸 물건이었으면 좋겠어.”

“…….”

“솔직히 말해 줘.”

“……나중에 갚을게.”

한승우는 출세해서 갚겠다는 소릴 했지만 난 그게 한국 사람들에게 있어 그냥 고맙다는 인사말이나 다름없는 관용어구라는 것을 잘 안다.

그래도 난 그 관용어구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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