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스크바의 여명-159화 (159/1,277)

##  159화

정말로 무언가 무기를 찾는지 덜컥거리며 서랍 여는 소리가 요란한 아나스타샤를 내버려 두고 복도를 돌아 한 여성분이 나와 일리야가 앉아 있는 식탁 쪽으로 다가오셨다.

한눈에 봐도 아나스타샤와 굉장히 많이 닮은 분이셨다.

170도 훌쩍 넘어 보이는 큰 키에 아나스타샤의 머리칼과 닮은 반짝이는 금발은 숏컷으로 짧게 다듬었다.

거기에 입고 있는 정장과 막 벗어서 손에 든 코트가 정말 잘 어울리셨다.

아나스타샤의 어머니는 날 바라보았다. 그리곤 놀라시긴커녕 무덤덤하게 옆에 있는 일리야에게 물었다.

“여자 친구니?”

“와, 정답.”

“기회가 생겼다고 냉큼 거짓말하지 말고.”

너무 자연스러운 거짓말과 지적이라서 어안이 벙벙해질 지경이다.

일리야가 항변했다.

“왜 거짓말이라고 단정 지어요?”

“저 애 표정을 보렴.”

일리야가 날 돌아보았다. 난 그의 농담에 장단을 맞춰 줄 정도로 유머감각이 풍부하지 못했고, 지금 상당히 황당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미안.”

일리야는 짧게 사과하고는 식탁에 머리를 박고 침묵했다.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느낌이다.

그렇게 두 사람만 남았다.

아나스타샤의 어머니가 날 보며 살풋 웃었다.

“네가 누군지 내게 소개를 해 주련?”

“아…….”

먼저 나가서 인사를 드리진 못할망정 왜 자꾸 늦는지 모르겠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나스타샤의 친구인 타티아나 유리예브나 베르체노바입니다. 실례하고 있어요.”

“음…….”

아나스타샤의 어머니는 고개를 한쪽으로 갸웃거리셨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 건가? 뭔가 잘못하진 않았나 다시 생각하고 있자니 아나스타샤가 급하게 다시 들어왔다.

어머니와 같이 서 있으니 정말 한눈에 봐도 모녀지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닮아 있었다.

아나스타샤가 말했다.

“엄마, 잠깐만. 저 애는…….”

“넌 가만히 있으렴. 아나스타샤.”

“왜…….”

갑자기 발언권을 뺴앗긴 아나스타샤가 황망해하는 것도 무시한 채, 그녀의 어머니가 날 보며 물었다.

“타티아나라고 했니?”

“예…….”

“베르체노프 가문의 막내딸?”

“예. 맞아요.”

꽤 직접적으로 물어 오신다. 이미 나에 대해 들어서 대충 알고 계신 듯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두 번씩 확인하실 필요가 있으신 건가?

약간 긴장하고 있는데, 아나스타샤의 어머니는 쓰고 계신 안경을 고쳐 쓰며 다시 말씀하셨다.

“아나스타샤가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구나?”

“……예?”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니?”

아나스타샤가 무슨 거짓말을 한단 말인가? 난 그녀가 집에서 이렇게 신용이 없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딱히 취조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더더욱 긴장되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질문이 날아들었다.

“혹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아나스타샤와 함께 있었니?”

다행스럽게도 질문은 당당하게 대답하면 되는 것이었다.

“예. 제 콩쿠르를 응원해 주러 와서…… 계속 같이 있었어요.”

“계속? 며칠간이나 있었니?”

“그게…… 5일 정도였던 걸로 기억해요.”

“그렇구나…….”

있는 그대로 말씀드렸더니 아나스타샤의 어머니는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시는 듯했다.

상황을 잘 모르는 내가 보아도 무엇을 의심하시는지 알 만했다. 방학에 아나스타샤가 내 콩쿠르에 따라간다고 하면서 다른 곳에 간 것이 아닐까 의심하시는 듯했다.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아나스타샤의 어머니는 잠시 날 지켜보시더니 옅게 웃으며 다가오셨다.

그리곤 날 가볍게 끌어안았다가 놓아주시고는 말씀하셨다.

“초면에 이것저것 캐묻는 투가 되어서 미안하게 생각해, 타티아나.”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나스타샤의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해 줘서 고맙구나. 난 이 애들의 엄마인 아젤라이다 오시포브나 이즈마일로바란다. 잘 부탁해.”

“잘 부탁드려요.”

“귀여워라. 잠시 있으련. 옷을 좀 갈아입고 올 테니.”

그렇게 아나스타샤의 어머니가 안방으로 들어가고 덩그러니 서 있던 아나스타샤가 내 옆으로 다가오더니, 난데없이 일리야의 등판을 퍽 소리가 나게 때렸다.

맞지도 않은 내가 다 놀랄 정도로 큰 소리가 났다.

일리야는 억 소리를 내며 펄쩍 뛰었다가 다시 식탁으로 쓰러졌다.

아나스타샤는 그쪽을 외면한 채 내 옆에 앉았다.

“하…….”

내가 집에 와서 가족들과 만난 이후로 사실 나보다 아나스타샤가 훨씬 더 긴장하고 당황해하는 것 같았다.

그녀라면 날 소개하는 것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줄 알았는데, 예상외였다.

내가 물었다.

“아나스타샤. 저 잘한 걸까요?”

“잘하고 말고가 어디 있어?”

“……그것도 그렇네요.”

벌써부터 뭘 잘했느니 묻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하지만 친구의 가족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일 것이다.

아나스타샤는 그제야 피식 웃었다.

“굳이 신경 쓴다면 말해 줄게. 더할 나위 없이 잘했어.”

“저기, 아나스타샤…… 혹시나 해서 묻는 거예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오실 때 어머니께 제대로 허락받지 않고 그냥 오신 거예요?”

“허락? 받았는데.”

아나스타샤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릴 하냐며 눈썹을 치켜 올렸다.

“네 콩쿠르 응원해야겠다고 상트페테르부르크 간다니까 상트페테르부르크든 어디 남아프리카공화국이든 알아서 하라던데.”

“…….”

그 말은 전혀 믿지 않으시기에 하신 것 같은데…….

내가 어머니라도 딸인 아나스타샤가 난데없이 친구 콩쿠르 때문에 모스크바도 아닌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비행기를 타고 가겠다고 하면 믿기 힘들 것 같았다.

분명 다른 누군가와 놀 핑계로 쓴다고 생각하겠지.

가만 생각해 보면 아나스타샤도 참 답답한 사람이었다.

정 믿게 하고 싶었으면 나와 함께 사진이라도 찍어서 보여 드리면 되지 않았겠는가.

내가 사진을 찍는 것을 조금 꺼려 하긴 하지만 그녀의 부탁이라면 언제든 들어줬을 것이다.

집안에서 조금 실추되어 있는 것 같은 아나스타샤의 명예를 어떻게 끌어 올릴까 생각하며 가장 가까운 사람인 아나스타샤의 오빠 일리야를 돌아보았는데 일리야는 이상한 얼굴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

의아하게 바라보자 일리야가 목소리를 낮게 깔며 말했다.

“나 너한테 너무 나댔나?”

“예??”

어이가 없어서 되묻자 일리야가 손가락을 들었다.

“베르체노프라는 게 그 베르체노프라는 걸 이제 알았어.”

일리야는 여태껏 내 성을 듣고도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베르체노프의 막내딸이냐는 질문이 오가고 나서야 무언가 깨달은 듯하다.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고 있자 일리야가 갑자기 정중히 인사를 하며 말했다.

“죄송했습니다. 아가씨. 혹여나 노여우셨다면 제가 오늘 밤 환상의 칵테일 쇼로…….”

“내 친구 그만 놀려. 기분 나쁘니까.”

“그런가?”

일리야는 고개를 번쩍 들며 말했다. 그의 눈엔 장난기만이 가득했다.

그가 가벼운 장난을 쳤다는 건 알겠는데 난 정말로 기분이 살짝 상해 버렸다. 조금 힐난하는 눈빛으로 노려보자 일리야가 짧게 웃었다.

“미안. 하지만 평소에 익숙하지 않아? 베르체노프라며?”

“지금이 19세기인 줄 아세요?”

실제로 저택의 고용인들은 날 아가씨라고 불러 주긴 했지만 저렇게까지 격식을 차리진 않는다.

게다가 나와 가까운 빅토르에 이르러선 서로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일리야는 내 첫인상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이상한 소릴 했다.

“그냥 내가 타티아나 네 고용인이라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싶어서.”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난 일부러 자극적으로 말했다.

“일리야는 아무것도 모르시는군요. 제 경호원인 빅토르가 절 감금하겠다고 말하는 걸 들어 보셨어야 하는데.”

“뭐? 그 경호원 미친 거 아니야?”

차를 타고 오면서 빅토르와 한 농담 중 하나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앞뒤 정황을 모르는 일리야는 기절초풍했다.

내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는 듯 놀라는 일리야를 보며 내심 승리감을 만끽하고 있는데,

“타티아나…… 그게…… 무슨 소리야……?”

“아.”

하지만 난 옆에서 한 사람이 더 듣고 있었다는 걸 깜빡했다.

아나스타샤에게 간신히 상황 설명을 하고도 그녀는 어떻게 경호원이라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녀는 생각 이상으로 화가 난 것 같았다. 난 그녀를 달래 주느라 진땀을 빼야만 했다.

잠시 후, 아나스타샤의 어머니가 돌아오셨다. 집에 돌아오실 때 입고 있었던 정장을 벗고 가벼운 실내 원피스로 갈아입으신 상태였다.

“타티아나, 불편하진 않니?”

“전혀 그렇지 않아요.”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네.”

아나스타샤의 어머니는 후훗 웃으며 맞은편에 앉으셨다.

그리고 우리는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대부분 나와 아나스타샤와의 학교 이야기였다.

내가 아나스타샤와 어떻게 친해졌냐는 질문에 내가 먼저 그녀를 연습실로 끌고 갔다고 대답하니 일리야는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백이면 백 아나스타샤가 먼저 접근했으리라 생각했다는 것 같다.

그 후에도 일리야는 몇 번이고 딴지를 걸고 농담을 하는 데에 집중했다.

그렇게 아나스타샤와 일리야가 서로 으르렁거릴 때도 아나스타샤의 어머니는 공정한 심판처럼 중간에 딱 서서는 상황을 한 번에 정리해 버리시곤 했다.

난 그 광경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몇 번이나 웃음을 터뜨렸다.

신기할 정도로 분위기는 편안했다.

그게 아나스타샤가 옆에 있어서인지, 일리야가 계속 장난을 걸어 와서인지, 아니면 아나스타샤의 어머니가 여유로운 태도로 분위기를 이끌어 나가 주셔서인진 잘 모르겠지만, 난 자연스럽게 이 사이에 섞여 들 수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꽃을 피운 지 얼마나 되었을까,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보시던 아나스타샤의 어머니가 문득 말씀하셨다.

“곧 저녁때인데…… 타티아나, 식사는 하고 가겠지?”

“예. 큰 폐가 되지 않는다면요.”

“무슨 소리니. 그냥 가겠다고 했으면 어떻게 해서든 잡아 둘 생각이었단다.”

“걱정 마, 엄마. 내가 내일까지 잡아 뒀으니까.”

“잘했구나, 아나스타샤.”

당사자를 앞에 두고 성공적으로 잡아 뒀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두 모녀를 보니 모전여전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아나스타샤와 그녀의 어머니는 단순히 외모만 닮은 것이 아니라 어째 성격까지 조금 닮아 있는 거 같았다.

아나스타샤의 어머니가 기분 좋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우리 오늘은 조금 특별한 걸 먹어 봐야겠구나?”

그 말에 일리야가 곧장 반응했다.

“엄마의 특별한 저녁이라면 그거겠네.”

“무엇인가요?”

난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물었다.

다른 집에 와서 비교하듯 떠올리는 건 실례지만, 일전에 뵈었던 에르네스트의 어머니와 함께 저녁 식사를 만들었던 것이 기억났다.

그땐 정말 즐거웠었다. 메뉴도 다양했고, 배울 것도 많았고.

어쩌면 이번에도 비슷하지 않을까, 집집마다 특별한 레시피 같은 것이 있는 건 아닐까 내심 기대하고 있는데, 일리야는 상상도 못 한 대답을 했다.

“출장 뷔페.”

“……예?”

순간 내가 뭔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물었다. 출장 뷔페?

일리야는 내 표정을 보더니 킥킥 웃었다.

“부담 가질 것 없어. 왜냐면 엄마가 직접 저녁을 하면 그건 거의 테러…….”

“방금 네 다음 달 용돈이 절반 날아갔단다. 남은 반이라도 지켜야겠지? 일리야.”

“…….”

일리야는 빠르게 입을 다물었다.

아나스타샤의 어머니가 내게 말씀하셨다.

“타티아나 네가 온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뭐라도 준비했겠건만, 전혀 모르고 있었지 뭐니? 냉장고에 있는 것도 없고. 그러니 오늘은 출장을 부르도록 하자꾸나. 좋지?”

“전…….”

난 이미 냉장고를 다 봤는데…….

슬쩍 아나스타샤를 돌아보니 아나스타샤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고개를 좌우로 2도 정도 흔들었다.

그녀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방금 일리야의 용돈이 1초 만에 반절이 되어 버린 것을 본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아나스타샤의 어머니는 마냥 편안한 분이 아니었다.

난 무언의 압박적인 시선을 느끼면서 대답했다.

“좋아요…… 그, 다음엔 꼭 저희 집에 초대드릴게요.”

“어머, 그러니. 너무 신경 쓸 건 없는데.”

그렇게 결정되었다는 듯, 아나스타샤의 어머니는 바로 스마트폰을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하셨다. 출장 뷔페를 서비스하는 업체인 모양이다.

그나저나, 출장 뷔페라는 게 4인분도 되는 건가?

난 아나스타샤에게 작게 물었다.

“저기, 아나스타샤. 아버지는 언제 돌아오시나요?”

“글쎄, 오실 때 다 되었긴 해.”

적어도 다섯 명이 된다면 조금 나을 것 같기도 하다.

난 저택에서 쉐프인 드미트리가 만들어 주는 코스 요리나 뷔페식 요리들을 먹어 오긴 했지만, 이렇게 출장 뷔페라는 걸 야외가 아닌 집으로 부르는 건 처음이었다.

물론 아나스타샤의 집은 출장 뷔페를 불러 수십 명이 파티를 해도 될 정도로 크긴 하지만…….

이 집에 와서 세 번째로 삑삑 하는 소리가 났고 난 이번엔 늦지 않겠다는 일념하에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나스타샤는 날 보더니 따라 일어났다.

투박한 발소리가 탁탁 울리더니 복도 쪽에서 중년의 남자가 얼굴을 비쳤다.

“이거 내가 제일 늦었…….”

눈이 마주치자마자 목소리가 멈췄고, 난 늦을세라 재빠르게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나스타샤의 친구인 타티아나 유리예브나 베르체노바입니다.”

“…….”

중간 키에 상당히 매서워 보이는 인상의 아저씨는 당황하셨는지 뭐라 말을 못 하고 그 자리에 굳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잠시간이었고, 그분은 곧 내게 대답했다.

“세르게이 예브네비치 이즈마일로프예요. 아나스타샤의 친구라고요?”

“예.”

“음…… 그래요. 잘 놀다 가요. 난 옷을 좀 갈아입…….”

“당신 왜 그래?”

아나스타샤의 어머니가 웃음을 참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아나스타샤의 친구라는 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

“아니 난…… 하하, 참.”

웃으며 옆머리를 긁적거리시더니, 내게 말씀하신다.

“미안해요. 내가 좀 놀랐네.”

“도대체 놀랄 일이 어디 있는데? 아빠.”

아나스타샤가 허리에 손을 얹고 따지듯 묻자 아나스타샤의 아버지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나스타샤. 네가 학교에서 정학을 당했을 때도 난 별로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놀랍구나.”

“그게 무슨 말인데, 대체.”

“아무것도 아냐.”

“아, 진짜!”

이 집의 분위기를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아나스타샤의 아버지는 옷을 갈아입으러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선 채로 겉옷을 벗어 들며 물었다.

“하…… 그래서, 지금 저녁 준비하는 건가?”

“출장 뷔페라도 시키려고.”

“출장 뷔페?”

살짝 인상을 쓰며 나오는 그 반문에 난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너무 폐가 되는 것이었다면 어떻게 하지?

잔뜩 고민을 하고 있는데 아나스타샤의 아버지가 버럭 소리를 치셨다.

“그걸로 되겠어? 당장 옷들 입어. 나가지. 오늘은 모스크바에서 가장 큰…… 아니지, 아가씨. 뭐 좋아해요? 오늘은 그걸로 하지.”

“…….”

전 그냥 집에서 먹는 걸로도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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