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화
의자에 앉아 똑바른 자세로 경청했다.
우리들은 친구의 연주를 감상할 때도 흐트러진 자세를 보이거나 스마트폰 등을 보며 딴짓을 하면 안 된다고 교육받았고, 당연히 그래야 함을 알았다.
발렌티나는 가지런히 릴랙스된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연주했다. 그녀의 어깨가 앞뒤로 리듬 있게 흔들거렸다.
자칫하면 뭉개지기 쉬워 잘 처리해야 하는 구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경쾌하고, 선명하다.
19세기 프랑스의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의 피아노를 위하여 중 첫 번째 곡. 프렐류드.
근현대 음악을 여는 인상파 음악의 대표적인 작곡가라고 불리는 드뷔시의 곡답게 일반적인 화성과 낭만 특유의 분위기에서 상당히 거리가 있는 터라, 연주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발렌티나 역시 어려서 중앙음악학교에 들어올 만큼의 천재. 이 정도 곡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편안하게 연주해 나갔다.
아르페지오에 이어 강렬한 연타, 그리고 글리산도까지. 어느 하나 막힘이 없다. 발렌티나는 맛있게, 그야말로 맛있게 음악을 연주해 냈다.
그녀 특유의 박자 감각과 센스는 그 어떤 곡이든 평범하지 않게 탈바꿈시키곤 했다. 이러한 연주를 보다 보면 나로서도 배울 점이 많다.
할 말도 많고.
“연주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발렌티나.”
“……그렇게 물어보면 뭐라고 해?”
“그냥 스스로 생각하시는 바를 말씀해 주시면 된다고 생각해요.”
연주를 마치고 우리 쪽으로 앉은 발렌티나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난…… 솔직히 잘 모르겠어. 테크닉적으론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레슨을 받고는 선생님이 하시는 지도도 잘 못 따라가는 것 같고. 왤까?”
“선생님이 혹시 연타에 대해 말씀하시지 않으셨나요?”
“어? 맞아. 그랬어. 그게 무슨 문제야?”
발렌티나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난 내가 느낀 지점을 선생님이 똑같이 지적했다는 것에 약간의 안도를 느꼈다.
그녀를 가르치려 들 생각은 없지만 친구로서 약간의 도움이라면 줄 수 있을 것 같다.
난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는 발렌티나에게 조심스레 설명했다.
“문제라기보단…… 발렌티나, 이 곡의 제목이 뭐죠?”
“응? 피아노를 위하여.”
“그리고요?”
“프렐류드지?”
프렐류드. 즉 전주곡이다.
난 이어서 설명했다.
“맞아요. 프렐류드는 그 뒤에 이어지는 곡들인 사라방드, 토카타를 미리 소개하고 암시하는 전주가 되어 주어야 해요. 따라서 오르되브르가 되어야 하죠.”
난 프렌치 요리를 예시로 들었다. ‘피아노를 위하여’라는 하나의 제목으로 엮인 세 개의 곡이 커다란 하나의 음악이라면, 가장 앞에 위치한 프렐류드의 역할은 분명히 정해져 있었다.
“짧으면서도 강렬하고. 고유의 색을 띠면서도 뒤이어 나올 식사들을 기대할 수 있게 해 주려면 조금 더 담백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쇼팽이나 라흐마니노프같은 작곡가들은 이 프렐류드만을 독립적인 기악곡으로 만들어 수십 곡씩 작곡해 묶기도 했지만, 프렐류드의 기본적인 역할은 간단했다.
짧고, 강렬하게 이후의 이야기를 암시한다.
“드뷔시는 프랑스 사람이기도 하고요.”
“프렌치란 말이지? 무슨 말인지 알겠어!”
여기까지 말하는 것만으로도 발렌티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한 듯했다.
요리에 빗대어 제대로 된 예시를 든 것이 맞나 싶었는데, 알아들은 것 같아 다행이다.
난 웃으며 덧붙였다.
“그저 제 생각이에요.”
“아냐, 선생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던 것 같아. ‘강렬하지만 너무 강렬하지 않게’라고. 난 그게 도통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했는데, 뒤이어 나올 음식들을 전제로 한 오르되브르라고 생각하니 이해가 가네.”
“다행이에요.”
“고마워. 난 항상 타티아나가 해 주는 설명을 들으면 이해가 잘되더라.”
“이미 발렌티나가 알고 있기 때문이죠.”
적어도 이 중앙음악학교에 다니면서 모음곡에서 프렐류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학생은 없다.
다만, 사람은 의외로 알고 있다고 여기는 것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지식들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손가락을 통해 한 곡으로 나타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고, 재능과 연습을 필요로 한다.
발렌티나가 다시 들어 봐 달라며 연습에 들어가기 전, 옆에 있던 아나스타샤가 턱을 괸 채로 말했다.
“원래 프렌치 요리는 순서대로 나오는 게 아니라 한 번에 다 나오는 거였다고 하던데.”
“하지만 바뀐 이유가 시간 때문이라는 걸 생각하면 우리 연주자 역시 순서를 잘 생각하는 게 옳지 않을까요.”
“그것도 그렇지만.”
전채인 오르되브르에 이어 생선, 육류 순으로 이어지는 코스 요리는 보통 프랑스의 양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렇게 코스로 음식이 하나씩 나오는 형태를 정착시킨 건 러시아다.
프랑스식으로 음식들을 한 번에 테이블에 올리면 추운 날씨에 식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을 신경 써야 했던 옛 러시아의 요리사들처럼, 역시 시간을 다루어야 하는 우리 연주자들은 전주곡을 어떻게 그다음의 곡들과 조화시켜 하나의 큰 그림을 만들어 나갈지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들어 보자.”
“예.”
발렌티나는 짧은 비유에서 알아낸 깨달음으로 다시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본래 테크닉적인 문제는 거의 없었다. 리듬과 음색에만 변화를 줬다.
발렌티나는 숙련된 셰프가 음식의 간을 조절하는 것처럼 절묘하게 곡을 컨트롤해 나갔다.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짜다. 한 번으로는 부족하다.
“한 번 더 해 보시겠어요?”
“어? 또?”
“예. 조금 더 또박또박, 한 번만 더 해 보시면 훨씬 좋아질 것 같아요. 아, 그리고 글리산도가 약간, 아주 약간 깊게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거 정말 어려운데.”
“할 수 있어요.”
한 번 더, 또 한 번 더. 그리고 또 한 번. 발렌티나는 내가 말하는 대로 몇 번이고 연주에 임했다.
어쩔 수 없었다. 정말 연주를 거듭할수록 나아지는데 어떻게 여기에서 그만두겠는가? 난 몇 번이고 그녀에게 약간의 수정안을 제안하고, 다시 연주해 달라 청했다.
발렌티나 역시 나와 함께 나아가는 방향이 그리 틀리지 않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우리 이걸로 열 번째인가요?”
“열네 번이야, 타티아나.”
아나스타샤가 대신 대답했다. 난 그제야 발렌티나와 함께하는 연구가 거의 1시간 가까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곡을 연습하다 보면 이렇게 길어지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다.
“벌써 그렇게 되었나요……. 몰랐어요, 발렌티나.”
“한 번만 더 시켰으면 울려고 했어.”
“……예?”
“농담이고.”
피아노를 전공하면서 1시간 연습했다고 울 사람은 없다. 발렌티나는 킥킥 웃더니 말했다.
“엄청나게 좋아진 것 같아. 고마워.”
“다행이에요. 1시간 동안 같이 연구한 보람이 있네요.”
“넌 진짜……. 피아노만 관련되면 사람이 바뀌는 것 같다니까. 연습실에서 이렇게 같이 있으면 완전 선생님 같아.”
발렌티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놀리듯 말한다.
“어젠 불 꺼진 잠수함에서 거의 기절하려고 했으면서 말이지.”
“그, 그건 어쩔 수 없잖아요.”
난 작게 항변했다. 거기서 태연할 수 있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그리고 그런 건 상관없었다. 적어도 새벽에 혼자 연습실에서 무서워서 연습을 못 하진 않기 때문이다.
난 한 번도 어두운 연습실이 무서워서 피아노를 연습하지 못하겠다거나,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발렌티나는 또 한 번 붙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눈을 빛냈다.
그때, 아나스타샤가 말했다.
“다음엔 안 무서운 곳으로 가자.”
발렌티나가 내게서 눈을 돌렸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두 사람은 잠시간 서로를 바라보았다. 발렌티나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아나스타샤는 담담한 태도였다.
발렌티나는 아나스타샤에게 설명을 바라는 듯했지만 아나스타샤는 아무런 말도 더 해 주지 않았다. 발렌티나가 약간 놀리듯 말했다.
“뭐야, 뭐야. 아나스타샤. 너도 안 무서운 척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무서웠구나? 그렇지?”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아나스타샤는 말했다.
“응. 무서워.”
“…….”
세상 무서울 것 없어 보이는 그녀가 스스로 그렇게 말해서 난 조금 놀랐다.
여태껏 아나스타샤를 만나면서 그녀가 무언가를 무섭다고 말하는 것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약간 어두운 눈빛이 발렌티나에게 향했다. 막 더 무언가 말들을 쏟아 내려던 발렌티나가 입을 다물었다.
둘 사이엔 내가 모르는 사정이 오가는 듯했다. 난 아무 말도 못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연습실 안에 차가운 공기가 내려앉기 전에, 발렌티나가 다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좋아……. 뭐, 상관없어. 굳이 그런 곳 찾지 않더라도 훨씬 분위기 좋은 곳은 많으니까.”
“발렌티나…….”
“일단 오늘 연습은 여기까지 해. 집에 바로 갈 거야, 다들?”
딱히 집에 가야 할 이유가 있진 않았다. 집에 가면 다시 연습실에 들어갈 뿐이니까.
고개를 젓자 발렌티나가 말했다.
“아니면 같이 돔 끄니기 가자. 악보 좀 사고, 그 옆에 있는 카페에도 가고.”
그녀는 밝게 웃는다.
***
막 연습실에서 나와서 복도를 걷는데, 저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우릴 불러 세웠다.
“안녕하세요, 타티아나 누나. 아나스타샤 누나.”
“사샤!”
목소리를 듣자마자 난 사샤에게 다가가 한 번 꼭 안아 준 뒤 놓아주었다.
“연습은 마치신 건가요?”
“예. 누나는요?”
“저도예요.”
같은 피아노과인데도 학년이 달라 그런지 이렇게 교내에서 약속 없이 마주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었는데, 어쩐 일인지 모르겠다.
사샤 역시 우연히 날 만나 기분이 좋은지, 오늘은 모차르트의 소나타를 연습했는데 선생님에게 칭찬도 받았다며 재잘거렸다. 난 잘했다고 더더욱 칭찬해 주었다.
발렌티나가 허리를 숙이고 사샤와 눈을 마주했다.
“안녕?”
“예, 안녕하세요.”
“에르네스트의 동생이니?”
“절 아세요?”
사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발렌티나를 처음 보는 듯한 반응이다.
발렌티나 역시 사샤를 처음 보는 것인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잘 몰라. 그런데 에르네스트의 동생이 작년에 입학했다는 것만 알고 있어.”
“그런데 어떻게 저인 줄 아셨어요?”
“똑같이 생겼잖니.”
두 말 할 것도 없이 사샤와 에르네스트는 닮아 있었다. 척 보면 그냥 형제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다.
어려서부터 이 학교에 다니면서 에르네스트가 사샤와 비슷한 나이였던 시절에도 알고 지냈을 발렌티나는 더더욱 닮은 부분을 많이 찾아낸 듯했다.
그녀는 사샤를 보며 웃었다.
“처음 보는데도 처음 보는 것 같지가 않네……. 신기한 기분이야.”
“저도 어쩐지 누나를 처음 보는 것 같지가 않아요.”
“어머, 얘 말하는 것 좀 봐.”
발렌티나가 까르르 웃었다.
우리는 그대로 헤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옆에 있는 벤치로 향했다.
발렌티나는 에르네스트의 동생과 조금 더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벤치 가운데에 앉은 사샤는 좌우로 우리들을 차례로 보더니 말했다.
“누나들은 다 같이 연습한 거예요?”
“응. 오늘은.”
발렌티나가 대답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늘 이렇게 같이 뭉쳐 다니면서 한 연습실에서 피아노 한 대를 번갈아 연주하며 연습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은 각자 방음 연습실에 들어가 혼자 연습한다.
사샤가 무언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불쑥 물었다.
“누나들 중엔 누가 제일 잘해요?”
“당돌하구나? 사샤. 그런 것도 에르네스트를 닮았네.”
우린 굳이 순위를 따질 필요가 없는 친구들이지만, 동시에 경쟁자이기도 하다. 그건 한 치의 오해도 없는 진실이다.
하지만 어린 사샤가 너무 경쟁에 관심을 두게 하고 싶진 않았다. 어떻게 말해 줘야 잘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조금 고민하는데,
“어쨌든, 그건 타티아나지.”
“타티아나.”
내 옆의 두 친구는 길게 고민 않고 곧바로 날 지목했다.
“……예?”
“뭘 놀라? 우리 중에선 네가 제일 잘 치잖아.”
발렌티나가 당연하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내 상황을 모르는 이 애들이 보기엔 내가 잘 하는 것이 당연한가 보다.
피아노를 잘 친다는 것은 좋지만, 이런 상황이 닥칠 때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대결 같은 것도 해요?”
“……아뇨, 그런 적은 없네요.”
“그럼 형이랑만 한 거네요?”
사샤는 아직 이러한 생태를 적나라하게 알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물어오니 대답해 줄 수밖에 없다.
“그렇진 않아요. 다른 분들과도 했었죠. 바이올린과 선배나…….”
“그 선배도 남자예요?”
“예? 그렇네요.”
가만 생각해 보면 내가 대결이라고 선언하고 피아노로 맞붙었던 것은 모두 남자뿐이었다.
에르네스트도 리처드도, 상트페테르부르크 콩쿠르에서 만난 드미트리도, 막심 선배도.
난 아나스타샤를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굉장한 실력자다. 두 말 할 것 없이 천재고. 발렌티나도 그렇다.
하지만 난 한 번도 그녀들과 대결이라는 것을 할 생각을 하지 못했고, 그녀들은 직접 맞붙어 본 적도 없으면서 내 실력이 제일 낫다고 인정해 주었다.
애초에 싸울 일이 없기도 했지만, 아나스타샤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만큼 실력 차가 난다는 말이겠지.”
“아나스타샤…….”
가만히 이름을 부르니 아나스타샤가 킥 웃는다. 그런 표정 하지 말라는 것 같다.
“걱정 마. 곧 따라갈 테니까. 내가 괜히 아침 연습도 시작했는 줄 알아? 지금은 멀게만 보이지만…… 금방일지도 모른다?”
아나스타샤는 무언가 마음을 정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다려 줄 거지? 타티아나.”
“물론이죠. 아나스타샤는 천재잖아요.”
“넌 가끔 정말 이상한 소릴 해.”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말이긴 하지만,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진심이기도 하다.
아나스타샤는 분명한 천재였고, 몇 년 지나지 않아 날 앞서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가 왔을 때, 너무 형편없이 깨어져 버리지 않기 위해 난 매일 피아노 앞에 앉는다.
그때 발렌티나가 톡 쏘듯 말했다.
“뭘 기다려, 기다리긴.”
발렌티나는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는 듯 손가락을 들고 나와 아나스타샤, 스스로를 순서대로 가리켰다.
“피아노는 피아노고 우리는 우리잖아. 안 그래?”
“그렇죠?”
“타티아나 너, 당장 주말에 에르네스트나…… 아니면 다른 남자애랑 스파에 갈 수 있어?”
사실 가자면 못 갈 것도 없었지만…… 난 지금 내가 남자와 그런 장소에 그저 우정으로만 같이 갈 수 있다고 믿을 정도로 순진하진 않다.
고개를 저었다.
“아뇨.”
“난 안단 말이지. 타티아나 네가 피아노로는 남자애들도 무차별적으로 때리고 다녀도 피아노가 없으면 그렇지 못한다는 걸.”
“무차별로 때리다니……. 그런 적 없어요, 발렌티나.”
“있을 걸? 많을 걸?”
“…….”
할 말이 없다. 난 여전히 망치를 쥔 사람이고, 내 망치는 피아노였다.
발렌티나가 박수를 짝 치며 정리했다.
“아무튼. 피아노로 모든 걸 판단할 필요 없어. 안 그래? 그런 건 콩쿠르 심사위원들이나 하라고 해.”
난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발렌티나의 말이 맞아요.”
여전히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을 묻는다면 피아노라고 대답할 수 있다.
하지만 난 내 친구들 역시 소중했다.
친구들 사이에 망치 같은 것이 필요하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