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스크바의 여명-224화 (224/1,277)

##  224화

연주회도, 주말도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때였다.

어김없이 새벽에 일어나 별관의 연습실에서 연습을 했고, 해가 뜨면 벨카와 가볍게 산책도 했다. 본격적으로 봄이 시작되려는지, 많이 따뜻해진 날씨는 산책을 하기에 굉장히 좋았다.

“벨카,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왕.”

난 전혀 내 페이스대로 산책을 하지 못했다. 벨카는 나와 함께 산책하는 것이 기분 좋은지 사방으로 뛰어다니다가, 내 주위를 빙빙 돌다가, 앞장서서 날 이끌기도 했다.

난 쫓아가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예고르가 쥐여 준 목줄은 내가 벨카를 통제하는 용도가 아니라 완전히 반대로 사용되고 있었다.

근력 운동을 하다가 문제가 생긴 연주자들을 너무나 많이 알기 때문에 몸의 균형을 잡는 자세 교정법이나 스트레칭, 가볍게 걷기 정도만 해 온 나에게 벨카와의 산책은 꽤나 고되다. 마음 같아선 그저 가만히 벨카를 안고 천년만년 쓰다듬기만 했으면 좋겠다.

“…….”

하지만 내 트레이너께서는 상당히 독하다.

조금 지쳐서 걸음이 느려지자 벨카는 뒤를 돌아보며 혀를 빼물고 날 기다렸다. 벨카가 멈춘 것을 보고 나도 발걸음을 멈췄다. 혹시 내 쪽으로 올까 싶어서 바라보았다. 하지만 벨카는 내 쪽으로 뒤돌아 다가오진 않았다.

무리하게 날 당기고 재촉하진 않지만, 어서 이쪽으로 오라는 것 같았다.

예고르가 봐주지 말라고 시켰나요?

“와릉.”

어쩔 수 없이 다시 벨카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벨카도 천천히 앞장섰다. 벨카는 은근히 내게 엄하기도 했지만, 약간 줄어든 속도에선 날 위한 배려가 느껴지기도 했다.

산책 후엔 가볍게 샤워를 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그 어떤 고용인들보다 일찍 일어나는 드미트리는 이미 주방에 나와 있었다. 잠시 쉬고 있던 그가 반갑게 인사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아가씨.”

“좋은 아침이에요, 드미트리.”

드미트리는 사람 좋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자연스럽게 주방으로 향하면서 그에게 물었다.

“제가 도와 드릴까요?”

“말씀은 고맙지만, 거의 다 되어서 말입니다. 오늘은 그냥 지켜보시죠.”

“아, 그렇게 할게요.”

그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살짝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았다. 난 드미트리에게 요리를 배우기도 하지만, 그가 요리를 하는 모습에서 마치 예술작품을 만드는 장인의 느낌을 받기도 했기 때문에 가만히 지켜보는 것도 좋아했다.

현란한 드미트리의 실력을 즐겁게 바라본 지 얼마나 지났을까, 그가 내 앞에 접시를 가져왔다. 크루아상과 야채샐러드, 양파 수프였다. 부드럽고, 속에 부담이 가지 않는 담백한 식단이다.

한 입 먹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떻게 이렇게 빵이 부드럽죠? 정말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아가씨.”

드미트리는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아가씨도 곧 제빵을 배우신다면 얼마든지 만드실 수 있으실 겁니다.”

“전 그래도 이렇게 잘하진 못할 것 같아요.”

“아뇨,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제 비장의 기술들도 아낌없이 전수해 드릴 생각이거든요.”

“정말인가요? 와, 제가 배워도 되는 걸까요?”

“왜 안 됩니까? 아가씨는 제 수제자잖습니까.”

내가 요리를 배우고 싶다고 하니까 장난처럼 그냥 간단한 몇 가지를 알려 주겠다는 정도가 아니었다. 드미트리는 수제자라고 불러 줄 정도로 상당히 진지하게 날 보아 주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난 그동안 모르던 세계에 도전하게 된 것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사람의 청각에 작용해 마음을 흔드는 음악처럼, 요리도 사람의 미각과 후각에 작용해서 마음을 풍족하게 만드는 예술이었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무언가 해 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할 수 있는 것이 피아노 외에도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임이 분명했다.

물론 어제 에르네스트에겐 제대로 보여 주지 못했지만……. 열심히 배워 놓으면 언젠가 만회할 날이 오리라 믿는다.

이렇게 아침 식사를 하다 보면 아버지나 루슬란 오빠도 와서 같이 식사를 할 때도 있었지만, 오늘은 두 분 모두 시간이 안 맞는 듯했다. 아침엔 어쩔 수 없었다. 난 내 식사만 마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맛있었어요. 늘 고마워요, 드미트리.”

“별말씀을.”

그와 웃음을 주고받고 방으로 돌아와선 학교에 갈 준비를 한다.

나제즈다가 들어와서 머리를 빗고 단장을 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이젠 누가 도와주지 않더라도 학교에 갈 정도의 깔끔한 스타일은 해낼 수 있었지만, 나제즈다는 어지간해선 매일같이 아침마다 날 도와주곤 했다.

한 번은 이젠 혼자 할 수 있다고 독립선언을 했더니, 나제즈다는 날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 소임이자 삶의 낙이라며 절대 그만두지 못하겠다고 딱 잘라 말했다. 난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섬세한 손놀림이 내 머리를 빗질했다.

“오늘도 예쁘세요, 아가씨.”

“고마워요.”

거울 너머로 보이는 나제즈다는 마지막으로 내 머리를 빗어 내리고는 환하게 웃었다. 그녀의 웃는 얼굴은 언제나 날 행복하게 한다.

준비가 끝났다. 가방을 손에 들고, 방문을 나가기 직전 돌아보았더니 나제즈다가 내 쪽을 향해 인사했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아가씨.”

“예. 다녀오겠습니다.”

나 역시 마주 인사하다가, 문득 나제즈다에게 다가가서 가볍게 포옹했다.

나제즈다는 조금 놀란 듯했지만 곧 따뜻하게 내 등을 토닥거렸다.

“항상 고마워요, 나제즈다.”

“별말씀을 다 하시네요. 괜찮아요, 아가씨.”

“그래도요. 꼭 말로 해야 하는 것도 있으니까요.”

우리는 그렇게 잠시 포옹하고 있다가, 떨어졌다. 난 이번에야말로 정말 학교에 갔다 오겠다고 말했고, 나제즈다는 한층 더 따뜻한 미소로 날 배웅했다.

늘 날 학교에 데려다주는 소로킨과 자하르, 빅토르는 이미 차를 대기시켜 놓고 있었다.

난 세 사람에게 인사하고 차에 올랐다.

“좋은 아침이네요, 아가씨.”

“그러게요, 빅토르.”

“날씨도 좋고……. 제가 학교 다닐 때 생각하면 이런 날은 정말 학교 가기 싫었는데 말이죠. 혹시 땡땡이라도 치고 싶으시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시죠. 저희가 유리 님 절대 모르시도록 어디든지 모시겠습니다.”

“아하하하…….”

활기찬 빅토르의 말에 난 실없이 웃었고 소로킨은 백미러 너머로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 빅토르가 이상한 소리를 하면 항상 혼내 주던 소로킨은 이젠 다 포기했는지 그냥 노려보곤 했다.

거기엔 내 잘못도 있었다. 내가 빅토르의 편을 들고 잘 받아 주는 편이었기 때문이었다. 소로킨에겐 미안할 따름이다.

한동안 우리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자연스레 연주회 이야기가 나왔다. 빅토르는 편안한 얼굴로 말했다.

“연주회도 성공적이었고 아가씨도 기분 좋아 보이시고. 전 요즈음 정말 바랄 게 없군요.”

“그렇게 보이나요?”

“그럼요.”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서 눈이 보이지 않지만, 빅토르가 날 신경 써 주는 마음은 충분히 전해져 왔다.

난 그런 빅토르를 잠시 바라보다가, 웃어 주었다.

웃고, 열심히 해야지 앞으로도.

가족과 친구들은 물론이고 날 도와주고, 지켜 주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내가 불안과 걱정에 휩쓸려 이도저도 못하고 떨기만 한다면 안 되는 일이지 않은가?

몇 번의 맹세와 다짐 위에 다시 각오를 쌓으면서, 난 빅토르와 장난스레 농담을 주고받았다. 난 잘 해낼 수 있었다.

***

오전 교과가 끝나고, 미하일 선생님의 레슨실로 향했다.

다른 곡을 레슨 받기보다는 연주회의 회상과 진지한 평가가 있지 않을까 싶다.

미하일 선생님은 정말 잘했다고 칭찬해 주시긴 했지만, 그건 제자에게 하는 애정 표현에 가까웠다. 진지하게 고치고 피드백해야 할 부분을 지적해 주시려면 얼마든지 하실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완벽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대가라 불리는 연주자들에게도 단점들은 존재했는데, 학생에 불과한 내게 고쳐야 할 점이 없을 리가 없었다.

당장 혼자 생각해 봐도 조금 더 잘할 수 있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한두 부분이 아니었다.

다만 최선을 다했으니, 지적을 당하더라도 분함을 느끼거나 후회하지 않을 뿐이다.

마음의 준비를 다지고 레슨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늘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책상 앞에는 미하일 선생님께서 앉아 있었다.

선생님이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았다.

“어서 오려무나, 타티아나.”

“안녕하세요, 미하일 선생님.”

선생님에게 인사하고, 또 한 분의 선생님에게도 인사했다.

“구세프 선생님도 안녕하세요.”

“그래. 내가 왜 여기 있는진 알겠지? 타티아나.”

“…….”

인사를 받으며 구세프 선생님은 심술궂게 입술을 이죽거리더니 대뜸 그렇게 말했다.

내 무대를 보고 하실 말씀이 있으심이 분명했다. 난 신중하게 대답했다.

“각오는 되어 있어요.”

“각오? 하하하. 재밌군.”

난 꽤 진지했는데 구세프 선생님은 껄껄 웃었다. 정말 재미있어하시는 것 같다.

물론 구세프 선생님을 존경하지만, 난 이런 상황에서 마주 보고 생글거리고 있을 만큼 성격이 좋지도 않았다.

무슨 말씀을 하시든 받아들이겠다는 듯 당돌하게 바라보고 있자 선생님이 날 다시 올려다본다. 그리곤 한층 매섭게 눈빛을 달리하셨다.

“…….”

난 구세프 선생님이 이렇게 바라볼 때면 가끔은 날카로운 통찰력이 내 깊은 기저까지 꿰뚫어 보시는 것 같다는 기분마저 느끼곤 했다.

한참을 그렇게 눈싸움을 하고 있는데, 구세프 선생님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헛웃음을 지었다.

“됐다. 뭐……. 그 정도로 잘했는데도 굳이 온갖 소리 다해 가면서 네게 일부러 무어라 할 생각은 안 드는군.”

“……예?”

일부러?

구세프 선생님은 다시 분명하게 말했다.

“그래, 타티아나. 난 못된 선생이지. 그래서 필요하다면 학생들에게 일부러 소리를 치기도 한다. 학생들이 연주회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후에 목적을 잃어버린 것처럼 멍하니 정신을 놓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니까. 그리고 그런 학생들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건 내 일이고.”

“…….”

“하지만 타티아나, 너는 연주회를 잘하고도 꽤 좋은 눈을 하고 있구나.”

구세프 선생님이 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지나간 무대를 평하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내 얼굴을 직접 보고, 내가 멍하니 흐트러져 있으면 한 소리 하시려고 하셨던 것이다.

“다행이군.”

구세프 선생님은 웃으며 그렇게 말씀하셨다.

난 지금, 꽤나 따뜻한 아늑함을 느꼈다. 내가 엉망으로 있으면 직접 야단을 치려고 기다리고 있었단 말에서 감동하다니 정말 어딘가 이상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분명히 이 또한 내게 향한 애정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늘 구세프 선생님이 내게 신경을 써 주시는 부분은 이런 부분들이었다.

약간 목이 메었다. 난 선생님을 불렀다.

“구세프 선생님…….”

“그렇게 보지 마라. 다 이유가 있으니까.”

“이유요?”

“그래. 작년 위클리 연주회 때가 생각나서 말이다. 기억하나? 내가 뭐라고 했었는지.”

난 작년을 떠올렸다. 위클리 연주회. 검은 드레스를 입고, 선생님들의 지도를 받아 무대 위에 선 첫 번째 연주회였다.

그때 난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아팠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최악의 상태에 가까웠다.

그런 나와 피아노로 대결해 본 리처드가 차라리 쉬는 게 낫다며 날 피아노에서 떼어 놓지 않았다면. 거리에서 잠시의 인연으로 지나간 바이올리니스트 할아버지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리고 내겐 피아노 말고도 노래라는 방법으로 소리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더라면.

정말 한 발자국만 잘못 디뎠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 그럴 때였다. 약간은, 아니 상당히 신경질적이고 반항적으로 선생님들을 대했던 기억이 난다.

난 그때를 떠올리며 죄스러운 심정으로 조용히 말했다.

“무대에서 무엇을 느꼈냐고 하셨었죠.”

“그래. 그리고 그때 넌 잘 모르겠다고 했었지.”

구세프 선생님 역시 그때를 정확히 기억하고 계셨다. 선생님 입장에선 얼마나 답답하셨을지 지금은 조금 이해가 간다.

그로부터 한 학기가 지난 지금, 구세프 선생님이 보는 난 어떨까.

“이번엔 무언가 느낀 게 있는 것 같구나.”

“…….”

난 내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돌아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시금 깨달았을 뿐이다.

난 말없이 웃었고, 구세프 선생님은 삐뚜름하게 날 보시더니, 의자의 팔걸이를 툭 치셨다.

“아무튼, 좋다. 넌 할 마음이 있어 보이고, 그럼 선생으로서 우리도 의욕이 생기지. 그렇지 않나? 미하일.”

“여기 자네만큼 의욕 넘치는 사람도 없을 걸세. 레슨 시간이 되자마자 찾아와서는…….”

“그 말을 지금 왜 하나? 젠장, 도움이 안 되는군.”

구세프 선생님은 투덜거렸고 미하일 선생님은 어깨를 으쓱해 보일 뿐이었다. 그런 두 분이 너무 좋아서, 난 그만 웃고 말았다. 구세프 선생님은 인상을 쓰며 날 바라보았다. 난 더 실례되지 않도록 급히 표정 관리를 했다.

그리고 연주회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잘했다고는 하지만, 역시 더 잘할 수 있는 방법도 분명 있었던 것이다. 난 가만히 경청했다.

“앙코르 곡도 즐기는 건 좋지만 분명 연주회 전체를 평가하는 데에 영향이 가는 곡이니까 조금 더…… 아니지, 막심은 어디 갔지? 그 녀석을 데리고 와야 하는데.”

“함께 올 걸 그랬나요?”

“그래, 네게만 이야기할 게 아니지. 그 녀석은 대체 뭐냐? 무대에 올려놓고 네가 뒷받침을 해 주었더니 아주 신이 나 있더구나.”

어쨌건 구세프 선생님도 피아니스트셨고, 결국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

구세프 선생님은 한참이나 제멋대로인 바이올리니스트들에 대해 성토하시더니 협연자를 고를 땐 실력도 좋지만 그런 자기과시가 강한지에 대해서도 잘 봐야만 한다며 신신당부를 하셨다.

난 그런 막심 선배의 자신감을 부러워하는 편이지만, 괜히 나서서 변호하지 않고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연신 알겠다고만 하는 내 반응이 탐탁지 않은지 구세프 선생님은 잠시 말을 멈추곤 날 바라보시다가 말씀하셨다.

“더 할 이유를 못 느끼겠군. 이미 말한 것들은 잘 이해했겠지? 타티아나.”

“예. 선생님.”

“넌 배우는 게 너무 빨라서 탈이다.”

“……?”

배우는 게 빠르면 좋은 것 아닌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구세프 선생님은 이제 됐다며 손을 흔들었다.

“평은 이쯤이면 되었고, 다음 이야기를 하도록 하지. 이 연주회에 대해.”

지금까지 연주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곤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다.

구세프 선생님은 이어 말했다.

“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단 얼굴이냐? 이 연주회가 무슨 연주회냐?”

“우리 학교의 연주회지요?”

“아니, 그게 아니라. 애초에 목표가 있었잖느냐.”

난 그제야 구세프 선생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했다.

“아, 자선 연주회라는 것 말씀이신가요?”

“그래. 자선 연주회이니 티켓을 팔고 기부금 모금을 한 금액을 정산하고 목적에 맞게 기부해야지. 거기까지 완료해야 비로소 자선 연주회가 끝나는 거다. 알겠나? 타티아나.”

“그렇네요…….”

약간 당황했다. 자선 연주회 수익금 이야기가 내게까지 올 줄은 생각도 안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련히 선생님들이나 학교에서 알아서 하겠지 생각하는 게 보통이지 않은가?

하지만 구세프 선생님은 나도 알고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사뭇 진지하게 말씀하셨다.

“넌 신경 쓰지 않을지도 모른다만, 이건 정말 중요한 문제다.”

“신경 쓰고 있어요. 돈이 돌아야 제가 음악을 할 수 있는 기반도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그 정도는 알아요.”

“음……. 그래, 미안하다.”

구세프 선생님은 날 너무 무시했다고 생각하셨는지 짧게 사과하시곤 고개를 돌려 옆을 향했다.

“좋아. 그럼 보자. 미하일, 얼마라고 했지?”

미하일 선생님은 안경을 고쳐 쓰시고는 책상에 있던 서류를 집었다.

“총 액수만 말해 주면 되겠지?”

“그래.”

난 조금 긴장되는 것을 느꼈다.

혼자서 한 것도 아니고, 모두 기부해야 하므로 우리가 나누어 가질 수 있는 돈도 아니지만 어쨌든 연주회로 벌어들인 것이다.

이건 음악가로서 꽤나 큰 의미를 지닌다. 생계와 연관되는 문제인 것은 물론이고, 한편으로는 시장에서의 인기나 열기를 증명하는 지표이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숫자로 나타내고 알아보기 가장 쉬운 것은 돈이었다.

두근두근하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가만히 미하일 선생님이 입을 여시길 기다렸고, 이윽고 미하일 선생님이 말했다.

“할인받은 대관료와 이러저러한 기타 부대 비용을 제외하지 않고 일단 총 수익만 합계 낸다면 1437만 루블이네.”

“음, 많군.”

“……? 예?”

두근두근하던 심장이 뚝 하고 멈춰 서는 것 같았다.

1400만 루블요?

표를 다 팔아 봐야 가까스로 200만 루블 정도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요? 아무리 기부금을 더 받았다고 해도 그게 어떻게 7배도 넘게 수익이 날 수가 있어요?

내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미하일 선생님이 미소를 지으셨다.

“전혀 이야기 들은 게 없나 보구나?”

대체 무슨 말씀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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