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스크바의 여명-226화 (226/1,277)

##  226화

일주일 사이 할 일이 많았다.

기본적인 피아노 연습은 물론이고, 마카로프 프로듀서와 음반 프로그램 준비, 9학년 진급시험이기도 한 6월 학기말 시험 공부.

거기에 잠깐 시간을 내어 드미트리에게 요리를 배우는 것까지.

연주회를 마치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라, 더욱 열심히 많은 것들을 하기로 했으므로 난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했다.

당장 내일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바쁜 일상에 치여서 머릿속 구석으로 밀려났다. 그것들은 여전히 어둠 속에서 도사리고 있긴 하지만, 괜찮았다. 익숙한 균형감이다.

“…….”

그렇게 오늘도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난 책상 앞에 앉아 있다.

기지개를 쭉 펴니 기분 좋은 나른함이 온몸에 파고들었다. 절로 앓는 소리가 나왔다.

“하으…….”

하지만 난 바로 침대로 향하는 대신, 책상 위에 놓인 태블릿 컴퓨터의 화면을 넘겼다.

선생님들과 상담하고 최종적으로 결정한 곳에 대한 정보를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보기 위해서였다.

충분히 알아보고 이미 결정했고, 당장 내일이면 기부금을 전달해야 하는 곳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다시 확인해서 나쁠 건 없었다.

뻐근한 눈가를 손끝으로 살짝 누르면서 마지막으로 데이터를 확인하고, 태블릿 컴퓨터를 껐다. 그리고 잠시 스마트폰을 보면서 아나스타샤에게 메시지 답장을 하는데, 갑자기 그녀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 자? 타티아나.

전화를 받자마자 아나스타샤는 엉뚱한 말을 했다. 자고 있으면 전화를 어떻게 받겠어요? 난 히죽 웃으며 답했다.

“아뇨, 하지만 곧 자려고 해요.”

- 아, 그래?

“아나스타샤는요?”

- 나도 자려고.

우리는 막 자려던 차에 전화를 걸고, 받은 것 같았다.

이전에 가 봤던 아나스타샤의 방을 떠올렸다. 그리고 거기에 있을 그녀도.

아나스타샤가 말했다.

- 타티아나. 내가 이제야 생각한 건데 말야, 내일 아침에 날 데리러 올게 아니라 아예 내가 오늘 너희 집에 가서 자고 같이 갈 걸 그랬어.

“그것도 괜찮았겠네요.”

자선 연주회 관계자들은 내일 모금액을 전달하러 모스크바 밖으로 나가야 했다.

차량으로 2시간가량 걸리는 거리라서, 우리는 두 팀으로 나누어서 미하일 선생님이 학교 행정직원분과 기숙사에 사는 막심 선배를 맡고, 내가 아나스타샤와 에르네스트의 집에 가서 태우고 가기로 정했다.

그렇게 결정해서 진행한 일이었지만, 아나스타샤의 말처럼 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아예 에르네스트도 초대하는 수도 있었고.

이미 늦은 이야기지만, 아나스타샤는 약간 아쉽다는 듯 말을 이었다.

- 그렇지? 아, 진짜 그냥 자러 갈걸. 내일 나 데리러 오려면 괜히 너만 일찍 일어나 움직여야 하잖아?

난 어차피 새벽이면 일어나서 하루를 준비하기 때문에 조금 일찍 집에서 나서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괜찮아요, 정말로.”

- 그냥 내가 시간 맞춰서 네 집으로 갈까? 택시 타고.

“아뇨, 집에 계세요. 아나스타샤.”

- 그래도…….

아나스타샤는 그래도 미안해하는 것 같았다. 이제 와서 미안해할 이유 같은 건 없는데, 그럼에도 그녀는 머뭇거린다.

난 웃으며 말했다.

“전…… 아나스타샤가 같이 가 주시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요.”

- 응? 그야 당연히 같이 가야지. 에르네스트도 가는데.

“만약 에르네스트는 못 온다고 하셨다면요?”

- 그래도 당연히 같이 가야지.

“아하하하.”

아나스타샤는 단호한 어조로 당연히라는 말을 했다. 그녀가 말하는 당연히에서는 정말 그 어떤 이유도 무색하게 만드는 힘이 느껴졌다. 그 힘이, 따뜻함이 좋아서 난 웃음을 터뜨렸다. 전화 너머에서 아나스타샤의 웃음소리도 들렸다.

잠시 그렇게 웃다가, 아나스타샤가 말했다.

- 그나저나 내일 가서는 뭐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네. 악수하고 사진 찍고 그런 거 하는 걸까?

“저도…… 잘 모르겠네요. 미하일 선생님은 꼭 가야 한다고만 하셨지 가서 무언가 해야 한다고 하시진 않으셔서요. 아나스타샤도 이런 일은 처음이신 것 같네요?”

- 응. 처음이지.

아나스타샤는 8년을 학교에 다니면서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 보통 자선 연주회 하면 모금액은 학교 측에서 전달하고 나중에 공표하는 것 정도로 마무리하곤 하거든.

“이번엔 다른가 봐요. 미하일 선생님과 구세프 선생님은 이것도 제게 공부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긴 했는데……. 그렇다면 왜 이전의 학생들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던 걸까요.”

- 어? 음……. 그만큼 특수한 상황이니 그렇지 않을까?

“특수요?”

모금액이 비상식적으로 높아서 그런 걸까? 하지만 모금액을 전달하는 과정 자체가 학생들에게 공부가 된다는 데에 꼭 액수가 중요하진 않을 것 같은데.

의아해서 되묻자 아나스타샤는 멈칫 말을 멈추더니, 이윽고 말했다.

- 아하하하, 크게 신경 쓰지 마. 이유가 뭔들 상관없잖아? 그냥 멀리 바람 쐬러 나간다고 생각하지 뭐. 모스크바 밖으로 2시간쯤 걸린다고 했었지?”

“예. 야로슬라블에서도 숲속에 위치해 있더군요.”

- 그래, 5월의 숲은 상당히 멋질 거야. 공기도 좋고.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나도 아나스타샤도 서로 굳이 드러내고 말하거나 의식하지 않았고, 우리는 굉장히 평범하게 지내고 있었지만, 아나스타샤는 내게 되도록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고, 보여 주고 싶어 했다.

그리고 날 처음으로 중앙음악학교에 추천하신 미하일 선생님 역시 그럴지도 모른다.

난 5월의 러시아를 잘 모른다. 작년 이맘때의 나는 집에 틀어박혀서 하루 종일 러시아어 공부와 재활 훈련, 피아노 연습에만 몰두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봄기운이 완연한 러시아의 풍경을 전혀 보지도 못하고 넘겨 버리는 것은 작년으로 충분했다.

한층 더 기분이 나아졌다.

“기대되네요.”

- 응, 나도.

아나스타샤가 활기차게 대답했다.

그 후로도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을 나누었지만, 늦은 밤에 전화상으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우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것을 더욱 좋아했다. 그리고 우리에겐 내일 더욱 많은 시간이 있었다. 그런 내일을 위해서라도 이젠 정말 자야 할 시간이었다.

그녀가 말했다.

- 그럼 내일 보자, 타티아나.

“예. 아나스타샤. 안녕히 주무세요.”

- 잘 자.

잠시 그녀도 나도 말없이 전화를 끊지 않고 붙잡고 있었고, 몇 초가 지나서야 아나스타샤가 전화를 끊었다.

***

난 모스크바 내에서 어디로 이동하건 항상 전용 차량을 타고 다닌다.

때문에 내 발이나 다름없는 이 검은색 벤츠는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방탄 기능과 타이어 펑크 방지 기능 등등 여러 가지 옵션이 있는 최첨단 차량이었고, 무엇보다 내부도 꽤 큼직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뒷좌석에 세 사람이 앉으면 모두가 편하게 앉기는 어려웠다.

나와 아나스타샤, 에르네스트는 아나스타샤를 가운데로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이동했을까, 잠자코 있던 에르네스트가 결국 불평을 표했다.

“그쪽으로 좀 가 봐, 아나스타샤. 좁다구.”

“뭘 더 가라는 거야? 타티아나를 밀기라도 하라는 거야?”

“아니, 누가 그러라고 했어? 딱 봐도 네가 조금만…….”

“불만이면 트렁크로 갈래? 저기요, 빅토르. 트렁크에 얘 좀 집어넣으면 안 될까요?”

아나스타샤가 대뜸 조수석 쪽을 향해 그렇게 말했고, 빅토르가 유쾌하게 답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리고 산길로 갈 수 있다면 그랬으면 좋겠어요.”

“이 차는 오프로드용이 아니지만 적당한 험로를 찾자면 많죠. 하지만 그랬다간 친구분이 죽으실 텐데요.”

“죽기야 하겠어요?”

“잠깐만!”

에르네스트가 왁 하고 소리를 쳤다. 농담이라는 건 알지만, 트렁크에 집어넣어져 비포장도로를 달린다는 생각만 해도 아찔한 모양이다.

난 웃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입을 가리곤 숨죽여 웃었다. 대번에 들켰다. 에르네스트가 조금 삐친 듯 고개를 돌렸다. 난 그를 달랬다.

“에르네스트, 웃어서 미안해요. 하지만…….”

다시 이쪽을 바라보는 에르네스트는 사방에 적밖에 없는 곳에 고립당한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나까지 그를 놀려 먹으려 들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죄송해요. 음, 에르네스트는 자리가 좁으실 수도 있겠네요. 아나스타샤, 조금 더 이쪽으로 와 주세요. 제가 창가로 붙을게요.”

“응? 왜? 그럴 필요 없는데.”

“그러시지 말고요.”

난 뻔뻔하게 거부하는 아나스타샤의 왼팔에 팔을 걸고 가볍게 당겼다.

그녀의 왼팔을 끌어안고 웃자 아나스타샤는 물끄러미 날 내려다보더니 결국 웃어 버렸다.

“봐줬다.”

“뭘 봐줘……. 와, 아나스타샤. 진짜 넌 악마야.”

“천사는 여기 있으니 난 악마가 되어 줘야지?”

“…….”

“어라?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야?”

“너희들 마음대로 해라…….”

에르네스트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창밖을 내다보았다. 급격히 피곤해진 태도였다.

우리는 이렇게 장난을 치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모스크바를 빠져나와 야로슬라블 지구로 향했다.

목적지는 성 니콜라 루그넨스키 수도원에 있는 복지시설, 짧게 루네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아나스타샤가 내 쪽으로 머리를 기울이며 말했다.

“지금 우리가 가는 그 루네라는 곳 말이지, 꽤 대단한 곳 같더라. 그냥 고아원만 있는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학교와 교육시설까지 가지고 있다던데.”

“제가 알아본 바로도 그래요.”

루네는 수도원 소속의 복지시설로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숲속에 위치해 있지만, 상당히 큰 규모의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고아원과 여성들을 위한 쉼터, 자체 농장, 의료원은 물론이고 정부로부터 인가받은 일반학교까지 있다고 하니 이만하면 훌륭했다.

문제는 비영리시설이니만큼 거의 모든 재정을 기부금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최근 들어 러시아의 전체적인 경제가 악화되면서 기부금도 상당히 줄어들어 많이 힘들어졌다고 한다.

때문에 최근엔 의료원에 제대로 된 약재와 장비가 부족해져서 결국 아이가 아프면 차로 90km가량 떨어져 있는 도시까지 가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루네에서 맡고 있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들은 상당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1400만 루블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차는 쉼 없이 달렸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에선 점점 콘크리트가 사라져 갔다. 산들이 많이 보이고, 전체적으로 푸르른 풍경이 많이 보인다.

15세기에 세워진 수도원을 기준으로 확장된 곳이라 외진 곳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는 하는데, 정말 도시와는 한참 떨어진 곳이었다.

“거의 다 왔습니다.”

빅토르가 이야기했고, 그로부터 조금 후, 우리는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건물에 놀랐다.

“저게 수도원 건물인가?”

“상당히 크네.”

성 니콜라 루그넨스키 수도원은 불룩한 지붕을 가진 정교회 건물이었다. 알록달록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하얀 돌을 써서 깔끔하고 단아한 멋이 있었다.

내부로 들어서자 이 수도원 부지 내에 여러 건물들이 있는 것이 보였다. 저 중엔 고아원과 학교 등도 있을 것이다.

소로킨이 주차장에 차를 세웠고, 우리는 차에서 내렸다. 자하르와 또 몇몇의 경호원분들이 타고 있는 검은 벤츠가 뒤따라 멈췄고, 그 뒤로는 미하일 선생님이 운전하는 폭스바겐이 따라 들어왔다.

“잠시 본 수도원 경비담당자와 이야기를 하고 오겠습니다. 아가씨.”

“예. 빅토르.”

차에서 내린 빅토르와 소로킨은 곧바로 경호 업무에 들어갔고, 난 아나스타샤, 에르네스트와 함께 다른 분들을 기다렸다.

그리고 미하일 선생님의 폭스바겐이 우리 옆에 멈춰서고, 그 안에서 세 사람이 내렸다. 미하일 선생님과 막심 선배, 그리고 우리 학교의 행정직원분이었다.

“미하일 선생님.”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구나.”

미하일 선생님은 안경을 올려 쓰시더니 주변을 돌아보았다.

“어떠니? 타티아나.”

난 선생님을 따라 주위를 보았다.

심호흡을 하니 몸이 가볍다. 모스크바와는 공기부터가 달랐다. 푸른 산과 숲이 있었고, 그 안에 위치한 고즈넉한 수도원은 그 자체로 지니는 맑고 정갈한 분위기가 있었다.

“멋진 곳이네요.”

“그렇지. 건물들이 가득한 것도 문명의 신비를 느낄 수 있어 좋지만, 이런 것도 나쁘지 않지. 역사와 종교, 그리고 좋은 사람들이 있는 곳이란다.”

“정말이에요.”

우리는 그렇게 잠시 풍경을 만끽하다가, 미하일 선생님을 중심으로 모였다.

학생은 나와 아나스타샤, 에르네스트, 막심 선배 이렇게 네 명이었다.

미하일 선생님은 딱히 주의사항 같은 것도 없이 가볍게 말씀하셨다.

“가 보자꾸나.”

“예, 선생님.”

기부금을 전달하는 중요한 일은 어차피 미하일 선생님과 학교에서 오신 행정직원분이 하실 일이었다. 우리가 신경 쓸 일은 없었다.

미하일 선생님은 수도원 옆에 있는 2층 건물로 향하셨다. 이미 어디로 가야 할지 알고 계시는 듯했다. 우린 선생님을 따라갔다.

“…….”

이곳의 자연과 수도원의 겉모습에는 감탄했지만,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이곳의 꽤나 열악한 시설이 여실히 드러났다.

철제문은 칠이 벗겨져서 녹슬어 있었다. 곳곳에 금이 간 벽은 수리를 안 해서 그대로였다. 조명도 군데군데 빠져서 배선이 드러나 있었다. 부서진 바닥 타일은 자칫하면 걸려서 다칠 것 같다.

원래부터 이러했던 것은 아니고, 갈수록 서서히 망가진 듯한 느낌이었다. 경제적인 문제로 앓고 있는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건물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의 표정은 밝고 명랑했다.

“누구세요?”

한 아이가 우릴 보고 물었다. 약간의 경계심이 서려 있긴 하지만 순수한 눈빛이다.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귀엽게 생긴 얼굴에 머리도 단정하고 입은 옷도 말끔했다. 이 시설의 어른들이 재정 악화로 건물에는 신경을 쓰지 못해도 아이들에겐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아서, 약간 마음이 나아졌다.

미하일 선생님이 대표로 나섰다.

“안녕.”

“예, 안녕하세요.”

“우린 이곳의 담당자를 뵈러 왔단다. 혹시 사무실이 어디인지 가르쳐 주겠니?”

“담당자요?”

“선생님이라고 하면 알까?”

“아, 선생님요?”

아이는 그제야 알겠다며 신나게 손가락을 들고 복도를 가리켰다.

“저 끝으로 가셔서 오른쪽으로 돌고 또 쭉 가서 왼쪽으로 도세요.”

“저쪽이라는 거지?”

“네, 네.”

“고맙다.”

미하일 선생님은 자상하게 웃으며 아이의 옆머리를 만져 주셨다.

우리는 아이가 가르쳐 준 대로 가서 사무실을 발견했다. 미하일 선생님이 문을 두드리자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안으로 들어서자 책상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던 한 여성분이 우릴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무슨 일로 오셨……. 아, 혹시 중앙음악학교의 분들이신가요?”

“예. 미리 연락은 드렸습니다.”

“아, 이렇게 반가울 데가. 들어오세요.”

여성분은 막 일어서다가 비틀거렸다. 어지럼증을 느끼는 것 같았다.

나이는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상당한 미인이었는데, 머리도 헝클어져 있었고, 입고 있는 흰 가운은 군데군데 얼룩져 있었다.

밝은 아이와 달리 어른들은 피곤함을 눈에 매달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책임감이 또렷하게 맺혀 있었다.

척척 걸어온 흰 가운의 여성분이 씩씩하게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안토니나입니다.”

“예. 미하일입니다. 그리고 여기는 우리 학생들이죠.”

안토니나의 눈이 이채를 띠며 우리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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