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스크바의 여명-251화 (251/1,277)

##  251화

에르네스트는 깊은 한숨만을 내쉬었다.

“후우…….”

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모르겠다. 상처받은 얼굴을 하고는 나가버린 타티아나의 마지막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후회에 후회가 이어졌다.

타티아나에게 짜증스레 말한 것은 실수였다.

사이코일지도 모르는 로잔 필하모닉의 악장 루이스 비에리에게 타티아나가 얼굴을 보였고, 놈이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 계속 신경이 쓰여서 스스로도 모르게 짜증스럽게 말이 나왔다.

물론 거기에 짜증을 느낄 필요도, 짜증을 느끼더라도 타티아나에게 직접적으로 왜 그랬냐며 화살을 돌릴 이유도 없었다. 그 애는 그냥 평소처럼 상냥했을 뿐이다. 아무 잘못도 없다.

잘못은 없지만…….

“하…….”

에르네스트는 스스로가 한심스러웠다. 지금 누가 과잉반응을 보이고 있는지는 분명했다.

괜한 헛소리 하지 말고 분명하게 사과하자. 타티아나는 많이 속이 상한 것 같지만 진지하게 사과한다면 분명 받아 줄 것이다.

에르네스트는 오늘 하루는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려놓고 지내기로 작정했다.

그렇게 잠시 기다려도 타티아나는 오지 않았다. 전화를 한다고 해서 받을 것 같진 않고, 나가서 찾아볼까 생각하는 와중, 타티아나와 아나스타샤가 함께 교실로 돌아왔다.

두 사람은 에르네스트 쪽으로는 시선도 주지 않고 자신들의 자리로 향했다.

“타티아나.”

어떻게 사과할지 다시 정리한 에르네스트가 가만히 타티아나를 불렀다.

“…….”

타티아나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만 돌려 에르네스트를 바라보았다. 에르네스트는 준비해 두었던 화두들을 모조리 까먹어버렸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가운 눈.

평소에는 조금 우울해 보이지만 의외로 웃음도 꽤 많은 편이라서 잘 모르고 있었는데, 사실 무표정한 타티아나의 인상은 상당히 무서운 편이었다.

아나스타샤처럼 대놓고 날카로운 얼굴은 아니었으나, 무어라 말 한 마디 걸어 보기 힘든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에르네스트는 이대로 입을 다물어버리면 정말 끝장이라는 생각을 하며 간신히 다시 입을 열었다.

“타티아나. 아까…….”

“시험 시작하네요.”

하지만 타티아나는 더 듣지 않고 말을 툭 잘라버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자신의 노트를 펼쳤다.

평소와 같은 존대였지만 그 온도가 달랐다. 타티아나는 정말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에르네스트는 그간 그녀와 지내면서 이렇게까지 화가 난 적이 있는가 떠올려 보았다. 한 번도 없었다. 작년, 에르네스트가 타티아나에 대해 잘 모르면서 멋대로 굴었을 때도 저렇게까지 화낸 적은 없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몇 번이나 기분 나빴을 만도 한데 타티아나는 늘 참아 주고, 기다려 줬었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말도 못 붙일 정도로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에르네스트는 할 말을 잃고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시험이 시작되었다.

기계적으로 펜을 움직여 머리에 있는 것들을 시험지에 적던 에르네스트는 선생님이 보지 않는 틈을 타서 슬쩍 타티아나 쪽을 보았다.

모두가 책상에 달라붙어 머리를 싸매고 있는 와중에도 타티아나는 고개를 들고 눈만 내리깐 채 시험지를 채워 나가고 있었다. 피아노 앞에서는 물론이고 어디에서나 타티아나는 쉽게 자세를 흐트러뜨리는 법이 없었다.

에르네스트는 평소 타티아나의 그 곧은 태도를 존경했지만, 오늘만큼은 까마득하게 높은 벽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벽이 높든 넓든 에르네스트는 가서 머리를 부딪칠 필요가 있었다.

시험이 끝나고, 에르네스트는 다시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혼자 앉아 있는 타티아나에게 다가갔다. 그림자가 다가오자 타티아나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머뭇거리거나 하지 않고 곧장 말했다.

“타티아나, 할 말이 있어.”

“……말씀하세요.”

이번에도 무시당했다면 암담했을 텐데, 타티아나는 조용히 받아 주었다. 에르네스트는 약간의 희망을 느끼며 진지하게 사과했다.

“아깐 내가 말이 심했어. 미안해.”

“저야말로 죄송해요.”

타티아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시험을 치르고 이젠 화가 조금 풀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그녀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싸늘한 말투로 덧붙였다.

“기분이 나쁘신 줄도 모르고 방정맞게 굴었으니 타박을 들어 마땅하죠.”

“자, 잠깐만. 그렇게 말하지 말고, 타티아나.”

“제가 또 말실수를 했나 보네요. 죄송해요.”

조용히 말하고 있지만 분명 조소하고 있었다. 말에 뼈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칼날이 숨어 있었다.

하지만 당황하고만 있을 틈은 없었다. 에르네스트는 여전히 냉랭한 태도의 타티아나에게 말했다.

“타티아나, 이제 와선 변명밖에 안 되겠지만 내 이야기를 좀 들어 봐.”

“말씀하세요.”

무조건 사과하고 용서를 비는 것보단 설명을 조금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서 에르네스트는 말했다.

“그…… 로잔 필하모닉의 악장과 트러블이 조금 있었어. 그 생각 때문에 괜히 날카로워져 있었던 거야. 조금 제정신이 아니었어.”

“……제정신이 아니시면 나중에 이야기하시면 되겠네요.”

“지금은 제정신이야, 지금은.”

“그러신가요?”

평소엔 착하고 이해심 많은 성격이지만 화가 나서 삐딱해지기로 작정한 타티아나는 상상 이상으로 무서웠다. 에르네스트는 그녀를 이렇게 만들어 놓은 아침의 스스로를 두들겨 패고 싶어졌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어떻게 하면 화를 풀어 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에르네스트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던 타티아나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불쑥 물었다.

“트러블이라는 게 무엇인가요?”

“그게…….”

트러블은 비에리 악장과 처음 얼굴을 봤을 때부터 있었지만……. 네가 얼굴을 보인 이후로 그 사이코가 이상한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서 한바탕했…….

솔직하게 말할 순 없었다.

물론 그 사이코 같은 악장에게서 순진한 타티아나를 떼어 놓고 싶은 마음엔 나쁜 의도가 전혀 없었고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당사자에게 말하긴 어렵다.

타티아나는 악장이 어떤 사람이건 스위스의 거대 오케스트라와 친분을 쌓고 싶어 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어떻게 설명한들 타티아나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릴 뿐이다.

에르네스트는 모든 이유를 오픈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약간 얼버무렸다.

“아니, 너도 알잖아. 다른 음악가들과 하다 보면 안 맞는 것도 너무 많…….”

“전 몰라요.”

“……어?”

“몰라요.”

타티아나는 새침하게 그렇게 잘라 말했다. 에르네스트는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분명 잘 안다. 알면서 그러는 것이다.

그녀가 이어 말했다.

“제가 아는 건 저번 금요일에 오케스트라의 악장님과 잘하길 바란다고 말씀드렸더니 에르네스트는 그것을 불쾌하게 여…….”

“그건 정말 오해야, 타티아나. 맹세하건데 난 네게 불쾌했던 적이 한 번도 없어.”

“그럼 아침에 하셨던 말씀은 뭔가요? 저에게 무슨 자격이 있어서 그런 부탁을 하느냐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명백하게 불쾌해하시는 것 같았는데요.”

날카로운 질문이 머리를 후려치는 것 같다.

에르네스트는 항복하고 싶어졌다.

“순간적으로 안 좋은 생각들이 떠올라서……. 아니, 다 변명이지. 그게 네게 짜증을 부려도 될 이유는 절대 아니니까. 정말 미안해. 하지만 너에게 불쾌했던 적은 없어. 믿어 줘.”

정말로 한 번도 없었나? 사실 타티아나가 음악가라고만 하면 아무에게나 잘 웃어 주고 친절하게 대하고 다니는 걸 볼 때마다 심기가 불편해지는 것을 느낀 게 한두 번이 아니지 않나.

심지어 대놓고 말해버린 적도 있었다. 아무에게나 그러고 다니지 말라고. 하지만 타티아나는 시원스레 자신의 성격이 원래 그렇다며 인정해버렸다.

본인이 그렇다는데 더 이상 할 말은 없었지만, 그래도 에르네스트는 아직도 불만이 조금 있었다. 그것이 타티아나에게 직접적으로 향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평소 그녀를 보면서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말할 순 없었다.

하지만 솔직한 심정들을 지금 말해버리면 싸우자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에르네스트는 순간적으로 화제를 돌렸다.

“타티아나, 네가 잘하라고 말해 준 덕분에 정말 큰 힘이 되었어. 정말이야. 네가 아니었다면 난 아마 스위스 연주회를 엉망으로 망쳤을 거야.”

“……제가 도움이 되었다고요?”

“그래, 엄청나게.”

“…….”

조금 비겁한 말 돌리기였지만 분명하게 타티아나의 눈빛이 흔들렸다. 에르네스트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까지 했다.

타티아나는 그렇게 약간 누그러지는가 싶더니, 불현듯 물었다.

“다른 분들은요?”

“어?”

“그때 저 혼자 있었던 것이 아니잖아요? 발렌티나와 아나스타샤는요?”

에르네스트는 옆을 보았다. 발렌티나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아나스타샤가 책상에 걸터앉아선 흥미롭다는 듯 지켜보고 있었다. 딱히 거들지 않고 가만히 보고만 있는데도 공포스러울 정도였다. 에르네스트는 저도 모르게 덧붙였다.

“그, 그 애들도.”

“아 그래요?”

“……잠깐만.”

“잠깐요?”

“아니…….”

대체 뭐가 정답이지? 다른 애들이 뭐라 하건 네가 건배를 해 주고 넥타이에 마법을 걸어 주고 이탈리아어로 응원까지 해 주었던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되었다고 솔직하게 말해?

하지만 타티아나는 부담스러운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 교실 한복판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최악이나 다름없었다.

에르네스트가 쩔쩔매며 주저하는 모습을 보며 타티아나는 한층 더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에르네스트는 조금 기분이 나아진 것 같은 타티아나를 보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많이 상처받았는지 차갑게 대하고 있긴 하지만 사과를 받아 주려는 것 같았다.

“…….”

하지만 그렇게 마음을 풀려는 것 같던 타티아나는 옆에 있는 아나스타샤를 힐긋 보더니, 다시 냉랭하게 말했다.

“아무튼 오늘 에르네스트의 기분이 안 좋으신 건 사실이네요.”

“……?”

사과를 받아 주는 것 아니었어?

에르네스트는 지금 기분 좋다고 말하려다가 그랬다간 진짜 제정신 아닌 사람 취급을 당하리라는 것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타티아나는 고개를 젓더니 말을 맺었다.

“그러니 오늘은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자, 잠…….”

에르네스트가 붙잡기 전에 타티아나는 휙 하고 다시 교실을 나가버렸다. 어떻게 다시 불러 볼 타이밍도 없었다.

망연자실한 얼굴로 에르네스트가 의자에 걸터앉았다.

급격히 우울해졌다. 그냥 여자애들은 대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말 일이 아니었다.

타티아나는 쉽게 화를 내고 사람을 무시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런 그녀가 저 정도로 화가 났다면 에르네스트가 한 말에서 상상 이상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는 말로밖에 설명되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아서 멍하니 앉아 있는데, 그 모습을 계속 지켜보던 아나스타샤가 말을 걸어왔다.

“잘한다, 에르네스트.”

“……야.”

“정말 어지간해선 화도 안 내는 애를 저렇게 화나게 만들어버렸네. 재주도 좋아.”

에르네스트는 순간적으로 아나스타샤에게 짜증을 낼 뻔했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이번에도 똑같은 실수를 할 순 없었다.

결국 나온 건 한숨이었다.

“……오래 가겠지?”

“응. 한 한 달쯤?”

“뭐? 한 달?”

에르네스트는 기겁하며 고개를 들었다.

“진짜로?”

“네가 하기에 따라 더 길어질 수도 있고.”

“…….”

아나스타샤는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싱긋 웃었다. 그 환한 웃음이 에르네스트에겐 악마의 웃음처럼 보였다.

한 달? 생각만 해도 아찔해진다.

그리고 그게 한 달이라는 보장도 없었다. 1년이면? 평생이면?

머릿속에 얼음이 한 바구니 부어진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에르네스트는 굳어 있었다.

아나스타샤는 그런 그를 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네가 이렇게 말 많은 거 처음 보는 것 같아. 나한테 잘못했을 때도 그렇게 좀 하지 그랬니?”

“……야, 내가 너한테 막한다고 해서 잘못했는데 사과도 안 한 적 있어?”

“그건 아니지만.”

에르네스트는 명백하게 자신이 잘못했다면 곧장 사과하는 편이었고 아나스타샤는 깔끔한 성격이어서 사과를 하면 바로바로 받아 주곤 했다. 때문에 두 사람은 오랫동안 지내면서도 길게 감정이 상하거나 할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한 달?

“아나스타샤.”

“응?”

“처음으로 부탁 좀 하자.”

에르네스트는 지금은 쓸데없는 생각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하고 아나스타샤를 불렀다.

그녀는 활짝 웃더니, 한쪽 다리를 반대편으로 꼬면서 대답했다.

“싫은데?”

“듣지도 않고 거절부터 하냐?”

“무슨 부탁인지 뻔한걸. 내가 들어줘야 해? 너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말이야, 난 타티아나 편이야.”

“…….”

이렇게 말할 줄 알았다. 결국 에르네스트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하,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하라는 거지? 그럼 받아 줄 때까지 사과해야겠네.”

“그 애는 쉽게 안 받아 줄 건데?”

“뭐라도 준비해야 하……. 아니, 어림도 없잖아.”

타티아나는 평소 검소하게 생활해서 잘 느끼지 못할 뿐이지 베르체노프라는 대재벌의 딸이었다. 그러면서도 물욕에 관심이 별로 없어 보이는 그녀가 대체 뭘 좋아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

스위스에서 기념품이 될 만한 것들을 몇 개 사 오긴 했지만 이게 먹혀들지 자신은 전혀 없었다.

차라리 마음이 풀릴 때까지 욕을 하거나 때렸으면 좋겠다는 머저리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욕은커녕 존대를 하고, 무언가 치는 것이라곤 피아노 건반을 치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타티아나가 그렇게 해 줄 것 같진 않았다.

“…….”

덜떨어진 생각은 이쯤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에르네스트는 고개를 저었다.

빈자리를 보며 다시 시간을 확인했다. 시험을 한 과목 더 치고 나면 점심시간이었다. 그때 다시 이야기를 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

너무 심하진 않았겠지?

난 교실에서 나와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거닐면서 온갖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아나스타샤가 옆에서 지켜보면서 선을 넘지는 않았는지 파악하고 있었을 테지만, 그래도 그렇게까지 어쩔 줄 몰라 하는 에르네스트는 처음 보는지라 아직도 가슴이 거세게 뛰었다.

아나스타샤가 말해 줬던 대로, 에르네스트는 악장과의 트러블로 기분이 안 좋은 상태였다.

그런 그에게 악장님과 친해지진 않았냐고 묻곤 했으니 짜증이 났을 만도 했다. 거기까지 이해한 나는 아침에 느꼈던 끔찍한 기분을 많이 해소한 상태였다.

별다른 일 없는 날이었다면 에르네스트의 사과를 곧바로 받아 주었을 것이다. 연주회로 스트레스를 받고 짜증을 내는 것도 이해해 주지 못할 정도로 속이 좁진 않다.

하지만 오늘은 그를 위한 이벤트가 계획되어 있었고, 난 연기를 해 가면서 일부러 그를 더 곤란하게 해야만 했다.

“…….”

그의 반응을 보면 내 연기가 먹혀든 것 같긴 했다. 중간에 나도 모르게 이해한다고 할 뻔했다가 아나스타샤의 얼굴을 보고서야 다시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그 정도로 충분했다. 에르네스트는 내가 여전히 삐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

복도를 걷던 나는 멈춰 섰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 아무리 장난이라지만 조금 심한 게 아닐까.

오늘 점심엔 해결될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 불안해졌다. 정색하고 화를 내면 어쩌지.

잠깐 그렇게 서 있자, 아나스타샤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나 소름 돋았어, 타티아나. 정말 최고야.]

“…….”

난 차분하게 아나스타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거 다신 안 할 거예요.]

[왜!?]

[너무 힘들어요.]

힘들다 못해 기절할 것 같다. 난 모두에게 늘 거짓말쟁이이지만 위선보다는 위악이 수백 배는 어려웠다.

“…….”

오후에 에르네스트에게 반대로 어떻게 사과해야할지 생각이나 해 둬야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