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스크바의 여명-273화 (273/1,277)

##  273화

중앙음악학교 성악과 2학년 류보비 이바노브나 벨라예바는 방학이면 늦게까지 늦잠을 자는 것을 삶의 낙으로 삼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아침에 회사로 출근하는 류보비의 부모님도 방학 때만큼은 류보비를 일찍 깨우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류보비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씻고, 머리를 땋고, 가지고 있는 옷들 중 가장 예쁜 옷을 골라 입어야만 했다. 성악 콩쿠르에 나갔을 때도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단장을 하진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류보비가 베르체노프가에서 초대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모님들은 걱정이 많았다. 예의 바르게 인사해라, 시끄럽게 굴지 마라, 말썽 피우지 마라, 폐 끼치지 마라, 선물은 빠뜨리지 말고 반드시 가지고 가라 등등.

처음엔 그저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는 언니의 집에 놀러 간다는 가벼운 기분이었다. 하지만 베르체노프가에 간다는 말에 진지해진 부모님들의 말과 분위기는 류보비에게도 전염되어 영향을 끼쳤다.

예의 없게 굴면 큰일 나는 걸까. 스멀거리는 불안감을 껴안고, 류보비는 소파에서 멍하니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아직 무어라 말로 설명할 수 없었지만, 자꾸만 어두운 기분에 잠식되어 갔다.

“……흥.”

하지만 류보비는 어제 왔었던 전화 수신 내역을 확인하고는 기운을 차렸다.

타티아나는 류보비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선 친구들을 집에 초대할 예정인데 와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류보비가 가겠다고 대답하자 전화 너머로도 확실하게 느껴질 정도로 기뻐했다. 류보비는 그 기쁨의 감정을 믿었다.

부모님들은 타티아나 유리예브나 베르체노바라는 풀네임에 굉장히 신경을 쓰는 듯했지만, 류보비는 그런 건 잘 모른다. 그녀가 아는 건 지난 반년간 학교에서 만났던 타티아나였다.

“몰라, 언니 보고 싶어.”

류보비는 괜히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소파 아래로 다리를 툭툭 차올렸다.

그렇게 잠시 후, 류보비의 스마트폰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조심스레 받았더니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가 타티아나가 보낸 기사라며 준비가 되었으면 내려와 달라 말했다. 류보비는 알겠다고 대답한 뒤 부모님이 준비해 주신 선물을 들고 아파트 밖으로 나왔다.

“류보비 아가씨 되십니까?”

아파트 앞에는 검은 슈트를 입은 커다란 남자가 류보비를 기다리고 있었다.

류보비는 바짝 얼어붙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류보비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남자가 사무적으로 굳어 있던 얼굴을 풀며 말했다.

“걱정 말고 차에 올라 주시지요. 타티아나 아가씨께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아……. 고맙습니다.”

남자가 검은색 자동차의 뒷문을 열어 주었고 류보비는 꾸벅 인사하고 차에 올랐다.

***

도로를 달려 골목으로 들어서자 류보비는 창밖의 풍경이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아파트 같은 건물들은 없고 너른 평지에 정원과 나무 등이 보였다.

모스크바에 공원은 정말 많지만 이렇게 조용한 공원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류보비는 멍하니 창밖을 구경했다. 그리고 한참을 달린 자동차가 거대한 궁전 같은 건물 앞에 멈춰 섰을 때, 입을 벌렸다.

“여기…… 어디예요?”

“베르체노프가입니다. 아가씨.”

“…….”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놀러갔을 때 봤던 옛 궁전이 이렇게 생겼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류보비는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텔레비전 등에서 나오는 큰 저택 정도를 생각했는데, 그 상상의 열 배는 가뿐히 넘었다.

다시 운전기사가 문을 열어 주었고, 류보비는 조금 멍한 기분으로 차에서 내렸다. 모스크바의 어딘가가 아니라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기가 막히게도 공주가 직접 마중을 나왔다.

“류보비!”

상아색 시폰 원피스 차림의 타티아나가 문가에서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류보비는 늘 교복을 입고 있는 타티아나만 보다가 사복 차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약간 어색함을 느끼며 굳어 있는 사이, 타티아나가 인사해 왔다.

“어서 오세요. 정말 잘 왔어요.”

“아, 안녕하세요.”

스스로 듣기에도 뻣뻣하게 긴장한 목소리였다. 류보비는 성악과 학생으로서 긴장한 상황에서도 목소리를 떨지 않을 수 있도록 많은 교육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 어떤 것도 소용없었다.

타티아나는 류보비를 내려다보며 생긋 웃더니, 허리를 숙이고 팔을 뻗어 포옹했다.

갑자기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류보비는 그 온기와 귓가에서 울리는 말소리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오늘 이렇게 와 주셔서 정말 기뻐요.”

“타티아나 언니…….”

뭔가 배경이 많이 다른 것 같지만, 학교에서 봐 온 그 타티아나가 분명했다.

류보비는 다시 활발함을 되찾았다. 그녀는 양팔로 타티아나를 마주 포옹하며 꾹 힘을 주었다.

“저도 언니가 초대해 주셔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고마워요!”

“아하하, 그래요. 그래요.”

타티아나는 정말 즐거운지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그 높고 맑은 웃음소리에 류보비도 따라 웃었다.

인사가 끝나고, 타티아나가 집 안쪽으로 우아하게 손짓했다.

“자, 베르체노프에 오신 걸 환영해요. 들어오시겠어요?”

“실례할게요.”

“부디 편하게 있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부모님은 편하게 있지 말고 최대한 예의를 갖추라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지만, 류보비는 그런 것들은 잊어버렸다.

막연하게 느끼던 불안감이 사라지고, 남은 것은 기대와 호기심뿐이었다.

“우와, 거실에 피아노가 있어요!?”

“거실은 저쪽이고, 여긴 응접실이랍니다. 이 피아노는 손님이 오시면 제가 가끔 연주하곤 해요. 음…… 류보비. 한 곡 연주해 드릴까요?”

“부탁드려요!”

류보비는 타티아나의 피아노 소리도 정말 좋아했다. 얼른 보여 달라고 하자 타티아나는 웃으며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러고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다는 듯, 손을 풀거나 연습하는 일 없이 곧장 양손을 들어 크게 건반을 누른다. 곧이어 시원한 바람처럼 청명한 아르페지오가 응접실을 가득 울렸다.

“……!”

타티아나는 정말 바람처럼 곡을 연주했다. 가볍고 경쾌한 피아노 소리는 류보비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듯 아름답게 울렸다. 류보비는 멍하니 타티아나를 보다가, 그녀가 곡을 마치고 일어서자 달려가서 다시 안겼다.

“너무 좋았어요. 언니.”

“고마워요.”

“무슨 곡이에요?”

“역시 그걸 물어보는군요? 프란츠 리스트의 초절 기교 연습곡 1번이에요.”

류보비가 피아노로 환영받는 것이 너무 멋지다고 말하자 타티아나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예전엔 아예 말도 하지 않고 오로지 피아노로만 인사를 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손님이 오면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부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류보비는 그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짐작하기조차 어려웠지만 어쩐지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베르체노프 저택을 타티아나와 거닐며 류보비는 연달아 감탄했다. 그랜드피아노가 들어갈 정도로 넓은 응접실을 지나니 또 넓은 거실이 나왔고, 심지어 방으로 향하는 복도조차 넓었다.

집 전체를 장식하고 있는 분위기는 정말 이 집을 단순한 저택이 아닌 궁전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류보비는 이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동시에 타티아나의 방은 얼마나 예쁠지 기대하기도 했다. 이 집은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지만, 타티아나의 나긋나긋한 성격을 생각해 보면 방은 조금 얌전하고 귀엽게 꾸며져 있을 것 같았다. 금장식이 번쩍거리는 방은 어쩐지 타티아나에게 안 어울렸다.

류보비는 그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타티아나의 손을 잡고 그녀의 방을 구경시켜 달라고 졸랐다. 타티아나는 크게 기대하지 말라며 자신의 방으로 안내했다.

“…….”

류보비는 약간 당황했다.

타티아나의 방은 상상과 많이 달랐다. 입 밖으로 내진 못하지만, 나쁜 쪽으로 달랐다.

멀리 있는 침대와 책상이 보였다. 책장과 옷장, 그리고 화장대가 있어서 이 방의 주인이 여성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린 류보비가 느끼기에도 삭막하기 짝이 없어, 보고 있기만 해도 마음이 공허해지는 기분마저 들었다.

문가에 선 타티아나도 이 방에 류보비를 오래 두고 싶어 하진 않는 듯 보였다.

“짐은 이쪽에 내려놓고 나갈까요?”

“아……. 언니. 이거.”

“음? 뭐죠?”

“선물이에요.”

“아, 이런 건 안 가져오셔도 괜찮은데. 그래도 고마워요.”

타티아나는 밝게 웃으며 류보비의 가방과 선물을 받았다. 그 미소를 보면서 류보비는 방 안에 대한 것들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조금 더 즐겁게, 많이 타티아나를 웃게 만들어 주면 될 일이라고, 류보비는 그렇게 생각했다.

방 안에 짐들을 놓고, 타티아나는 류보비를 데리고 집 안을 조금 더 구경시켜 주고는 밖으로 나왔다.

저택 옆으로 난 문으로 걸어 나와 예쁘게 깔린 길을 따라 조금 걸으니 작은 정원이 있었다. 7월이 다가오는 모스크바는 따뜻했고 꽃들이 예쁘게 그 모습을 선보이고 있었다.

류보비는 너무 예쁜 정원에 감탄하며 타티아나를 따라갔다. 그리고 꽃 내음이 향기로운 정원 가운데에, 류보비의 눈에는 거의 문화재나 예술품처럼 보이는 야외 테라스가 있었다. 여러 사람이 모여 티타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티가든이었다.

티가든엔 이미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류보비는 한눈에 모두를 알아보았다.

“타티아나, 왔어?”

“류보비 안녕.”

“오래간만이네. 어서 와.”

테라스에는 타티아나와 함께하는 스터디 그룹 인원들이 대부분 모여 있었다. 타티아나의 친구인 아나스타샤와 유학생인 리처드와 한승우, 그리고 사샤. 그 형인 에르네스트까지.

이 자리에 없는 사람은 두 명이었다. 타티아나가 말했다.

“저기……. 발렌티나는요? 안 오신다고 하시나요?”

“응. 내가 모두 모으기로 했다고 했더니 삐져서는…….”

“예? 왜요?”

“그런 게 있어. 그나저나 아나톨리는?”

“콩쿠르 일정이 겹쳐서 올 수 없다고 하네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얘네들은 모레면 자기 나라로 갈 테니 미룰 수도 없고 말이야. 아쉽네.”

류보비는 상황을 파악했다. 스터디 멤버들 중 갈색 단발머리의 발렌티나와 늘 투닥거리곤 하는 아나톨리는 오지 못한 모양이었다. 결원이 있다는 것엔 류보비도 약간 아쉬움을 느꼈다.

하지만 한 명이 더 와서 자리를 채워 주긴 했다.

“사샤. 초콜릿 그렇게 많이 먹으면 점심 어떻게 먹으려고 해?”

“아……. 형! 그런 건 일찍 말해 줬어야지!”

“아니, 보다 보니까 너무 많이 먹는 것 같아서…….”

초콜릿을 많이 먹은 건 본인 잘못인 것 같은데 되레 화를 내는 동생을 보며 어이없어하는 남자가 바로 사샤의 형인 에르네스트였다. 류보비는 에르네스트의 생일날 스터디룸에서 깜짝 파티를 해 주며 친해진 적이 있었지만, 솔직히 아직도 조금은 낯설었다.

에르네스트는 동생을 보고 있다가, 류보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살짝 긴장한 류보비에게 에르네스트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 류보비.”

“아, 안녕하세요…….”

그냥 인사만 주고받는데 왜 이렇게 가슴이 뛰는지 모르겠다. 류보비는 눈을 깜빡이며 에르네스트를 올려다보았다.

성악과에도 이 전설과도 같은 선배에 대한 소문은 자자했다. 백 년에 한 번 나올 연주자라는 평가에 전 학년 수석, 그리고 큼지막한 콩쿠르 대상만 수어 번이라고. 그런데도 배워야 할 것이 많다며 모스크바 음악원의 입학 제의를 거부하고 중앙음악학교에 남아 있는 선배였다.

음악가들이 대부분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긴 하지만 에르네스트는 정말 자신이 걷는 발걸음이 곧 길이라는 듯 꼿꼿한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류보비가 보기에 그런 태도는 한마디로 쿨했다.

그러한 소문에다가 자체적으로 빛이 나는 것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잘생긴 외모까지.

그 전설이 매력적으로 웃어 보이며 말했다.

“잘 왔어. 오늘 재미있게 놀자.”

“……!”

성악과 친구들이 이 모습을 봤다면 모두 기절했을지도 모른다.

류보비는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에르네스트는 장난스레 킥킥 웃으며 다시 자신의 찻잔을 들었다.

차를 마시는 모습조차도 멋진 그를 미술품을 감상하는 기분으로 바라보다가, 류보비는 순간 그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조금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에르네스트와 자신의 나이 차는 여섯 살이나 된다. 하지만 그 옆엔 자신보다 한 살 어리기까지 한 작은 에르네스트가 있지 않은가?

류보비는 그간 스터디에서 사샤를 보면서도 귀엽다고 생각만 했지 몇 년 후에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몇 년 후 사샤의 예시처럼 보이는 에르네스트를 보고는 보다 길게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류보비까지 타티아나의 부름에 의자에 앉자, 그렇게 총 7명의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 모였다. 테이블 가운데에 선 타티아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제 초대에 응해 주신 여러분 모두 감사해요.”

타티아나는 테이블 위로 살짝 고개를 숙이며 우아하게 감사를 표했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친구에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텐데도, 다른 사람이 아닌 타티아나가 품위 있게 인사하니 어색하지 않고 격조 높게 모두를 환영하는 인사처럼 들렸다.

에르네스트와 리처드가 박수를 쳤고,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짧게 박수를 쳤다. 타티아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오늘 모두를 초대한 데엔 여러 의미가 있어요. 지나간 학기를 잘 마친 것에 대한 기념이기도 하고, 또 이틀 후엔 러시아에서 잠깐 떠나 고국으로 돌아가실 여러분들에 대한 배웅이기도 해요.”

그렇게 한 명 한 명을 돌아보며 말하던 타티아나는 에르네스트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분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제 마음이기도 하고요.”

타티아나의 말은 정말 따스한 진정성을 품고 있었다. 비단 류보비뿐만 아닌 이 자리의 모두가 비슷한 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타티아나가 차분하게 말을 끝맺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모쪼록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다시 짧은 박수가 이어졌다.

류보비는 이런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멋지다고 생각했다. 또래 친구들과 모이면 시끄럽게 떠들고 장난을 치는 것이 보통이라고 생각해 왔던 류보비에게 이런 분위기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따라갈 수밖에 없는 기분이 느껴지기도 했다. 찻잔을 들면서 류보비는 자신이 동화 속의 아가씨가 된 것 같다는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너무 무게만 잡고 있어도 지친다.

리처드가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듯 킥킥거리며 웃더니 말했다.

“원 참, 이렇게 멋진 초대를 받았으니 영국에 오라고 안 할 수가 없겠네.”

“아하하, 영국에도 가 보고 싶어요. 리처드. 영국의 공작가는 어떤가요?”

“그냥 시골 마을이야. 별것 없어.”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류보비는 늘 시니컬한 표정을 짓고 다니는 리처드가 단순한 유학생이 아니라는 사실에 놀랐다.

리처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손을 휘휘 젓고는 있지만 공작이라면 진짜 귀족가문일 텐데 아무리 시골이라도 그게 그냥 시골일 리가 없었다.

그렇게 놀라워하는 사이 한승우가 뒤따라 말했다.

“나도…… 고마워, 타티아나. 이번에도, 그리고 매번. 시험도.”

한승우는 이젠 꽤나 말을 잘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조금 어색하게 말했다. 말이 서툴러서가 아니라 지금 상황이 어색한 듯 했다.

타티아나는 따스하게 웃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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