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1화
트베르스코이 산책로를 거니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괜찮았다.
여름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많고 볼거리나 먹을거리도 많았다. 예술적 오브제들이나 예쁘게 만들어 놓은 꽃밭은 너무 아름다워서 그냥 빠르게 스쳐 지나가기 아까울 정도였다. 도중에 서서 에르네스트와 감상을 묻기도 하고 잠시 앉아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난 이렇게 즐거운데 에르네스트는 어떨까 조금 궁금해지기도 했다. 살짝 옆을 보니 에르네스트는 무표정한 얼굴이긴 하지만 그래도 지루해하거나 짜증 나 있진 않은 것 같았다.
에르네스트가 기본적으로 살가운 성격은 아니라서 까다롭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다행이었다. 같이 조금 더 놀자고 끌고 나와선 귀찮게만 만들었다면 굉장히 곤란했을 것이다.
그렇게 짧지도 길지도 않은 적당한 길이의 트베르스코이 산책로를 쭉 걸어 올라갔고, 산책로 끝의 트베르스카야 대로를 만났다. 그리고 대로 건너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의 동상이 있는 광장에 도착했다. 지하철역이 있는 광장이니 만큼 정말 사람들이 많았다.
어지러울 정도로 사람이 많아서 잠깐 쉬고 싶어졌는데, 딱 적절하게 에르네스트가 벤치에 가서 잠시 앉자고 권유했다. 그 역시 정신 사나운 모양이었다.
우리는 함께 벤치에 앉아 광장에 있는 분수와 저글링 묘기를 하는 사람을 구경했다.
“…….”
물끄러미 옆을 돌아보니 고개를 빼고 앞을 쳐다보고 있는 에르네스트의 옆얼굴이 보였다. 언제나처럼 귀공자 스타일의 외모에 러시아 남자 특유의 무뚝뚝함이 묻어 있는 표정이 이제는 굉장히 친숙하다.
남자인 친구라면 리처드나 한승우처럼 몇 명 있긴 하지만 에르네스트는 그중에서도 참 특이한 관계였다. 서로의 피아니즘을 이해하면서 피아노로는 그 누구보다 가까운가 싶으면, 사실 사적으로는 자주 만나 놀거나 한 적이 별로 없었다.
그건 아무래도 내가 처음에 에르네스트를 너무 거칠게 걷어찼었기 때문일 것이다.
솔직히 살짝 깰 정도로 너무 자신감 넘치고 건방져서 콧대를 조금 꺾어 놓는 건 좋았지만 그 때문인지 에르네스트와 내 사이엔 거의 항상 피아노가 있곤 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선 사적으로도 많이 친해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저번에 집에 초대했을 때도, 오늘처럼 이렇게 피아노 생각 않고 평범하게 같이 어울려 돌아다니는 것도 즐겁다.
난 그런 생각 등을 하고 있는데, 에르네스트는 저글링 묘기를 하는 아저씨를 보며 눈도 깜빡이지 않고 있었다.
그가 불쑥 중얼거렸다.
“신기하네. 저게 어떻게 되지.”
“그러게요. 전 절대로 못 할 거예요.”
“연습하면 다 할 수 있어.”
“……? 먼저 어떻게 하냐며 신기해하신 건 에르네스트였잖아요?”
“어쨌든.”
그는 대충 대답했다. 난 실없이 웃곤 같이 멍하니 저글링을 구경했다.
그렇게 한참이나 보고 있자 빙빙 돌아가는 저글링에 눈이 어지러운지 에르네스트가 벤치에 기대었다.
다시 돌아보자 그가 쿡쿡 웃었다.
“간만에 바람 쐬니까 기분 좋네.”
“간만에요?”
“요 며칠 거의 집에만 있었거든. 연습할 곡이 있어서.”
“아……. 그런가요.”
아나스타샤와 여행을 가 있는 사이 그는 연습에 집중한 듯하다. 에르네스트는 그만 한 실력을 키우고 유지하기 위해서 매일같이 상당한 시간을 연습에 투자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연습이란 밥을 먹고 숨을 쉬는 것만큼이나 일상적이고 필수적인 일이었지만, 며칠간 집에만 있었다고 하니 남 일같이 들리지가 않는다. 나 역시 방학 때 놀기도 많이 놀았지만 연습실에 틀어박혀서 연습만 줄곧 한 것도 며칠이나 되기 때문이었다.
그럴 때마다 아나스타샤가 찾아와서 그렇게 틀어박혀 있는 날 꺼내 준다. 그러면 그녀가 뭐라고 했더라.
“에르네스트. 제가 같이 놀자고 말하길 잘했죠?”
“그렇네.”
“잘했죠?”
“……고마워. 타티아나.”
“별말씀을.”
에르네스트는 간만에 숨을 돌릴 시간이 났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난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안다.
오랜만에 이렇게 밖으로 나왔으니 산책만 하기보단 정말 뭘 하고 놀까 궁리해 보았다. 난 항상 아나스타샤나 아니면 다른 친구들이 리드해 주는 것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편이어서 당장 떠오르는 것이 별로 없었다.
열심히 생각하고 있는데, 저글링 묘기가 끝났다.
에르네스트가 툭툭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갈까.”
“어디로요?”
“아르바트 쪽으로 나가 볼까 하는데.”
뜬금없이 내게 붙들려서 나왔으니 그냥 정처 없이 신아르바트 거리를 돌아다니다보면 뭐라도 할 게 있지 않겠냐는 듯하다.
난 그것도 나쁘지 않았지만 뭔가 제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에르네스트가 물었다. 내가 고민 중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듯하다.
“아니면 그쪽 말고 다른데 갈래?”
“다른 곳이요?”
“가고 싶은 곳으로 이미 생각하고 있는 곳이 있지 않나 싶어서.”
“어……. 지금은 딱히 없는걸요? 그런 곳이 있나요?”
“……아닌가?”
“어딘데요?”
내가 가고 싶은 곳?
그곳이 어딘지 나도 잘 모르겠는데 에르네스트는 무언가 읽어 낸 것처럼 머뭇거렸다. 난 그가 내 마음을 얼마나 읽고 있는지 궁금해져서 대답을 기다렸다.
그가 조심스레 말했다.
“연습실.”
“?”
순간 의아함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가, 그다음은 와락 화가 치솟았다.
기껏 에르네스트와 함께 갈만한 재미있는 곳이 있을지 열심히 생각하고 있는데, 뭐라고요? 연습실?
내 감정 변화가 그대로 얼굴에 드러났는지 에르네스트가 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었구나. 취소, 취소.”
“이미 늦었어요. 절 얼마나 연습에 미친 사람으로 보고 계시는 건가요?”
“말이 조금 심……한데? 그렇게까지 생각하진 않았어.”
“아, 그러세요?”
살짝 비꼬면서 말했지만, 사실 지금 억울해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에르네스트였다.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를 보니 화가 금방 사그라들었다.
난 정말 반성하는 마음으로 말했다.
“제 죄가 깊네요……. 늘 에르네스트와는 만나면 연습실에 가기만 했으니까요.”
“난 뭐 나쁘지 않았는데. 재밌었잖아?”
“그야 재미는 있었죠. 에르네스트나 저나 피아노를 가지고 놀 때 제일 즐거워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에르네스트는 딱히 반박하지 않고 가만히 날 내려다보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와 내가 피아노를 대하는 태도는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 어떤 재미난 놀잇거리를 찾더라도 피아노만큼 재미있게 즐기진 못할 테니까.
하지만 난 새침하게 못 박았다.
“어쨌든, 오늘은 안 갈 거예요.”
“뭐?”
“연습실 안 간다고요.”
무슨 일이 있어도 연습실엔 안 갈 생각이다.
앞으로도 에르네스트가 나랑 만나기만 하면 일단 연습실에 간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아팠다. 오늘은 일단 그 고정관념부터 깰 생각이다.
“따라오세요.”
난 앞장서서 그를 리드했다.
***
마음 같아선 아예 놀이공원이나 워터파크에 가고 싶었다.
다른 친구들이랑은 같이 당구나 볼링도 치러 가 보고 그 외에도 몇 번이나 모스크바 시내를 놀러 다니곤 했는데, 그런 적이 별로 없었던 에르네스트의 입에선 자연스럽게 연습실이라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도 처음엔 평범하게 신아르바트 거리로 가자고 했지만, 그 직후 내 얼굴을 보곤 연습실을 떠올렸다는 것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이럴 수는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오늘 내겐 시간제한이 있다는 점이었다.
난 저녁 전까지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했고, 오빠는 내가 늦는다면 정말로 찾으러 올 사람이었다.
굳이 찾을 것도 없었다. 지금 보이진 않지만 분명 주변에 있을 빅토르가 날 붙잡아 루슬란 오빠에게 넘길 것이다.
이해는 한다. 이해하기 때문에 그걸 귀찮은 간섭으로 여길 생각은 없었다. 다만 알아서 잘 처신해야 할 일이었다.
때문에 오늘은 아쉽지만 가볍게 같이 있을 만한 곳을 골라 보기로 했다. 문득 아나스타샤와 재미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난 에르네스트를 이끌고 트베르스카야 대로를 따라 걸었다.
붉은 광장에서 차이코프스키 콘서트홀까지 북서로 뻗어 있는 트베르스카야 대로는 모스크바 중심부의 대로이기도 하다.
에르네스트는 일부러 행선지를 묻지 않았다. 물어봐야 내가 말해 주지도 않을 것이란 것을 아는 듯했다.
그렇게 서로에게 향하는 묘한 기대감의 균형 속에 잠시 걷는 시간은 정말이지 금방 지나갔고, 마침내 가게 앞에 도착하니 에르네스트가 간판을 보고는 물었다.
“카페야?”
“예. 차나 한 잔 마시도록 해요.”
“…….”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살짝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다. 난 모른 척하고 태연하게 카페 문을 열었다.
뒤따라 에르네스트가 따라 들어오다가, 깜짝 놀라더니 말까지 더듬었다.
“뭐, 뭐야 저거?”
“올빼미예요.”
에르네스트가 보고 있는 곳엔 커다란 올빼미가 몇 마리나 앉아서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도 처음 저 눈에 노려봐졌을 땐 상당히 무섭기도 했었다. 저번에 충분히 적응해서 이젠 마냥 귀엽지만.
이곳은 올빼미 안티카페anticafe였다.
연예인들의 안티 팬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가 아니라, 이렇게 일반적인 카페와는 전혀 다른 노선을 추구하는 특수한 카페들을 안티카페라 부른다. 유럽을 중심으로 상당히 많이 생겨나고 있는 추세라서 그 종류도 정말 다양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곳도 가 본 적 있었지만, 난 이 올빼미 카페가 정말 인상 깊었다. 고양이와 달리 올빼미는 정말 어지간해선 쉽게 볼 수 없는 동물이다.
일단 에르네스트의 첫 반응은 만족스러웠다. 깜짝 놀라는 그의 모습은 생각보다 쉽게 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도 난 혹시 몰라 에르네스트의 눈치를 살폈다. 그가 좋아해 줄지도 모르지만, 싫어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난 그가 싫어하는데도 강요하면서 즐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저거 살아 있는 거야?”
다행히 에르네스트는 올빼미들에게 상당히 관심이 생긴 듯했다.
저번에 우리 집에 왔을 때도 벨카나 말들을 친숙하게 대하는 것으로 보아 동물을 싫어하진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내 예상은 적중한 듯했다.
“가 봐요. 우리.”
난 에르네스트와 함께 올빼미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커다란 올빼미도 있고, 한참이나 작은 올빼미도 있었다. 그중 새하얀 아이는 정말 인형처럼 귀엽게 생겼다.
잠깐 보다가, 직원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았고 우리는 직접 올빼미들을 만져 볼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에르네스트는 이런 곳은 정말 처음이라면서 굉장히 신기해했다.
아무래도 교우 관계가 그리 넓지 않은 그로선 혼자서 이런 곳에 올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특히 남자애들은 이런 것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관심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을 극히 꺼려 하는 경향이 있곤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내가 옆에 있기 때문에 에르네스트는 정말 순수하게 이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정말 열다섯 살다운 반짝이는 눈으로 올빼미를 쓰다듬는 에르네스트를 보면서 난 흐뭇해졌다. 아나스타샤가 지금 나와 비슷한 기분이었을까?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자주 같이 가 봐야겠다.
같이 차도 한 잔씩 시켜서 마시고, 올빼미들에게 줄 먹이도 사서 줘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직원분의 유도에 따라 스스럼없이 사람을 따르는 올빼미들은 너무 귀여워서 이렇게 몇 시간이고 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에르네스트는 어깨에 올빼미를 올려놓곤 후크 선장이 된 기분이라며 웃었다. 후크 선장이 키우는 새는 올빼미가 아니라 앵무새인 것 같긴 하지만 괜히 지적하지 않았다. 가끔 보면 이 애도 정말 엉뚱한 구석이 있다.
그렇게 즐겁게 얼마나 시간을 보냈을까. 우리에게 서빙을 하고 올빼미들을 다루는 법을 가르쳐 주었던 직원이 다가오더니 날 불렀다.
“손님. 잠시 괜찮으시겠습니까?”
난 그녀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무슨 일인가요?”
“두 분 커플이신가요?”
순간적으로 약간 당황해서 내가 바로 대답하지 못하자 직원이 이어 설명했다.
“커플이시라면 저희가 사진과 액자 서비스를 특별히 할인해 드리는데요. 어떠신가요?”
정말 뜬금없는 질문처럼 느껴졌지만, 사실 뜬금없지도 않았다.
얼마든지 이성 친구 간에 이런 카페에 데이트 와서 놀거나 할 수도 있지만, 그걸 보고 연인이라 생각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것이 불쾌하거나 짜증 나진 않았다. 난 에르네스트와 그런 사이라고 오해받는다고 해서 기분 나쁘다고 펄쩍 뛸 정도로 이상한 성격은 아니었다. 뭐 어떻단 말인가? 그냥 친구라고 하면 될 일이다.
다만, 난 이전에 아나스타샤와 여기에 왔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때 직원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때도 친구와 놀러 왔었던 것이고, 지금도 똑같은데. 다른 사람들이 보는 관점은 전혀 달랐다. 지금뿐만이 아니었다. 매번 그랬다.
머리로 이해는 간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약간, 부조리하다는 기분이 든다.
잠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에르네스트가 내 대신 대답했다.
“친구예요.”
“아, 그렇습니까?”
“예.”
루슬란 오빠에게 단지 학교 친구라고 했던 것과 똑같은 대답이다.
정말 담백하기 그지없는 대답이어서 직원도 길게 물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알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신 것이라도?”
“지금은 없어요.”
“필요하면 불러 주세요.”
직원이 다시 돌아가고, 난 정말 기묘한 기분에 휩싸여서 나도 모르게 에르네스트를 불렀다.
“에르네스트.”
“응.”
에르네스트는 왜 부르냐는 듯 돌아본다.
그 무뚝뚝한 얼굴을 보니 갑자기 살짝 반항심이 들었다. 어차피 나도 친구라고 할 거긴 했는데,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다.
오해받았던 것에 대한 생각과 이런저런 잡념들이 섞여서 순간적으로 그냥 잠깐은 괜찮지 않냐고 물어볼 뻔했다. 우리가 진짜 친구라면 아무래도 상관없잖아요. 안 그래요?
하지만 아무리 장난이라도 그건 에르네스트를 가지고 노는 짓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깨닫곤 입을 다물었다.
당장 확고해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유예하기로 한 건 내 결정이었다. 음악가 동료, 라이벌, 친구라고 이름 지은 관계 내에서 선을 넘지 않고 친밀해지는 건 좋은 일이었지만, 너무 제멋대로 구는 건 해선 안 될 일이다. 이미 충분히 제멋대로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지켜야 할 선이 있었다.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있자 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구태여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었지? 액자를 그냥 주겠다고 한 것도 아니었고.”
“그런가요?”
“그리고 거짓말은 비겁하잖아.”
그 비겁함이라는 말의 방향성은 비단 이 가게의 서비스를 바라고 거짓말을 한다는 데에만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얼마든지 뻔뻔해질 수도 있었던 눈이 진지한 빛을 띠고 내게 향한다.
“앞으로도 난 그 어떤 거짓말도 집어넣고 싶지 않거든.”
“…….”
“아무튼 지금은 신경 쓰지 말고, 부엉이나 데리고 놀자.”
그는 화제를 돌리며 웃었다. 정말로 지금 이 시간에 비겁이라는 것을 끼워 넣지 않고 단지 이대로 즐기고 싶다는 모습이었다.
난 그의 말 이면의 진의를 읽어 내려다가, 포기했다. 그냥 말 그대로였다. 에르네스트는 언제나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사람이었다.
비단 피아노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고 결정한 것에 대해선 확고하다. 늘 흔들리고 불안정한 나와는 달랐다.
난 에르네스트처럼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조금 슬퍼졌다.
“…….”
그나저나, 에르네스트. 올빼미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