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5화
나제즈다가 분주하다.
“아가씨! 잠시 이리 앉아 주세요. 머리를 다시 봐 드릴게요.”
“괜찮은걸요, 나제즈다.”
“물론 언제나 괜찮죠! 하지만 잠시만요, 아가씨. 어서.”
일어서서 새 가방을 매 보고 있던 나는 나제즈다의 부름에 다시 의자 앞에 앉았다. 나제즈다는 며칠 전 헤어숍에서 다듬었던 내 머리를 다시 섬세하게 정돈해 주었다. 난 그녀의 손길이 굉장히 익숙했다.
“…….”
나제즈다에게 머리를 맡기고 거울을 본다.
여름방학 동안 입을 일 없었던 군청색의 중앙음악학교 교복이 낯설다.
하지만 교복을 입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는 것으로 다시금 내 위치와 소속을 느낄 수 있었다. 국립 차이코프스키 모스크바 음악원 부속 중앙음악학교 피아노과 9학년. 그곳이 바로 내가 속해 있는 곳이었다.
“다 되었어요! 아가씨. 음, 리본은 꼭 이걸 다셨으면 좋겠네요.”
“마음에 들어요.”
“그렇죠? 중요한 신학기 첫날 가장 아가씨를 돋보이게 할 거예요.”
나제즈다는 은은한 보랏빛 리본을 내 목에 매어 주며 말했다.
방학 중에 내가 놀러 다닐 땐 사사건건 스타일을 손봐 주거나 하지 않고 자유롭게 내 의사에 맡겨 주었지만, 이렇게 포멀한 유니폼이라고 할 수 있는 교복에 관해선 섬세하게 봐 주고 싶은 듯했다.
그렇게 나제즈다의 도움을 받아 준비를 마치고, 난 공책과 태블릿PC 등만 든, 가벼운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이미 정확한 시간에 빅토르와 자하르, 소로킨이 차를 준비해 놓고 날 기다리고 있었다.
빅토르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아가씨.”
“안녕하세요. 빅토르. 자하르와 소로킨도.”
“예. 아가씨.”
자하르와 소로킨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내 인사를 받았고, 빅토르가 뒷문을 열어 주었다.
난 그들과 함께 차에 올랐다. 잠시 후 차는 출발해서 내 기억에 있는 익숙한 경로로 이동했다. 중앙음악학교로 향하는 길이었다.
교복을 입고 학교로 간다는 현실감이 들어서 조금 마음이 들떠 있는데, 빅토르가 킬킬거렸다.
“기다리고 기다리시던 개학식이로군요? 아가씨.”
“아하하, 제겐 방학이 너무 길었어요.”
“아가씨께선 학교를 워낙 좋아하시니 말입니다.”
“좋아할 수밖에 없잖아요?”
친구들도 선후배들도 선생님도 피아노도 모두 학교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내게 있어서 학교는 상당한 애착이 있는 곳일 수밖에 없었다.
빅토르는 이전엔 몇 번이나 나같이 학교를 좋아하는 사람은 러시아 전체를 찾아봐도 없을 것이라며 장난을 쳐 오곤 했지만 이젠 별말 않고 씩 웃기만 했다. 그 역시 내가 얼마나 진심인지 이젠 잘 아는 것이다.
등굣길은 그리 길지 않았다. 빅토르와 말장난을 주고받다 보니 금방 학교에 도착했고, 난 차에서 내렸다.
“다녀오십시오.”
“고마워요.”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고, 학교 정문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
9월 모스크바의 날씨는 벌써 쌀쌀해졌고 낙엽이 떨어지고 있었다.
낙엽과 함께 하는 가을의 새 학년 새 학기는 어쩐지 특별한 기분이 들게 해 준다.
문득 작년 이맘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난 낙엽을 밟으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입학식에 참가했었다. 그게 벌써 1년 전이라니 감회가 새롭다.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몇 번이나 이 계절에 이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괜히 여유가 생겨서 옆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기도 하고, 천천히 길을 따라 걷는다.
“…….”
그렇게 걷던 나는 교내로 들어가는 문 옆에 서 있는 한 남학생을 발견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단정하게 학교 교복을 갖춰 입고 바르게 서 있었는데, 바이올린 케이스를 들고 있는 모습이 낯익다.
“……아나톨리?”
낯이 익은 정도가 아니라 내가 아는 후배였다.
난 너무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친한 후배를 보고 반가워하며 다가가 인사하진 못할망정 이렇게 놀란 것엔 이유가 있었다.
방학에 못 본 사이 아나톨리가 정말 부쩍 자라 있었다. 멀찌감치에서 보기에도 확 차이가 느껴질 정도였다.
“타티아나 누나!”
멈춰 서서 멍하니 지켜보고 있는 날 발견한 아나톨리가 먼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난 그제야 웃으며 그쪽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가까이에서 보니 방학동안 아나톨리가 정말 얼마나 자랐는지 체감이 되었다. 원래는 내 어깨에 비슷하게 와 닿는 키라서 눈높이를 맞추려면 내가 허리를 조금 숙여 주어야 했는데, 이젠 어렵잖게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어떻게 세 달 만에 이렇게 클 수 있는 것인지 깜짝 놀랄 정도다.
놀라움이 지나가고 나자 조금 감격스러워졌다. 정말 빨리 자라는구나. 난 아나톨리의 부모님이나 선생님도 아니고 그저 학교 선배일 뿐이지만, 그래도 순수하게 기뻤다.
한 걸음 더 다가서서 반가움과 친애를 담아 아나톨리와 살짝 포옹했다. 안아 보니 확실히 더 커졌다는 것이 느껴진다. 여전히 어린애이긴 하지만 훌쩍 커진 아나톨리는 기쁘게 나와 인사했다.
난 그를 놓고 환히 웃었다.
“오랜만이에요, 아나톨리. 방학은 잘 보내셨나요?”
“물론이죠. 타티아나 누나는요?”
“저도요. 아,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수상하신 것 다시 한 번 축하드려요.”
“다 누나 덕분이에요.”
아나톨리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방학 사이에 아나톨리는 어린이 바이올린 콩쿠르에 나갔었고, 멋지게 대상을 받아 내게 자랑하기도 했었다. 난 전화와 메시지로 충분히 그에게 축하를 해 주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 얼굴을 보니 정말 자랑스러웠다.
난 아나톨리에게 잔뜩 칭찬을 해 주었다.
“콩쿠르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으셨고, 키도 정말 많이 크셨네요. 아나톨리.”
“그렇죠? 저도 놀랐어요. 갑자기 8cm가 넘게 컸거든요.”
“키가 많이 크실지도 모르겠네요. 아나톨리.”
“그랬으면 좋겠어요. 어……. 190cm쯤 되면 너무 큰가요?”
“키가 크면 손도 커지실 테고 여러모로 유리하실 거예요. 클수록 좋겠죠?”
“그럼 2m는요?”
“제가 올려다보다가 목이 부러질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낮춰 드리면 되죠.”
아나톨리는 아직 날 올려다보고 있긴 하지만 키가 몇이 되더라도 맞춰 주겠다는 듯 웃었다. 난 그렇게 말하는 그가 귀여워서 옆머리를 쓸어 주었다.
기분이 좋아진 아나톨리는 그리고 또 방학 동안에 있었던 일들 중 내게 말해 주어야 할 일들을 떠올리는지 한참 어수선하게 두리번거리더니, 막 생각났다는 듯 바이올린을 들어 보였다.
“아, 누나. 저 바이올린도 바꿨어요. 3/4 사이즈예요.”
“축하드려요.”
“헤헤.”
본래 아나톨리는 1/2 사이즈의 바이올린을 사용 중이었고, 3/4 사이즈를 거쳐 풀 사이즈로 가기까지 2년은 걸릴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내년쯤 쓰게 될 것이라 생각했던 3/4 사이즈 바이올린을 아나톨리는 벌써 들고 있었다.
그가 바이올린 케이스를 탁탁 치며 말했다.
“내년엔 잘하면 풀 사이즈를 쓸 수도 있을 거래요. 훨씬 큰 소리와 좋은 음색을 낼 수 있겠죠? 열심히 할 거예요.”
그러고는 이전에 스튜디오에서 콩쿠르에 낼 DVD녹음을 했던 것을 떠올리는지 열의가 넘치는 눈으로 내게 고한다.
“누나와 합주도 할 수 있도록.”
“…….”
아나톨리는 날 일종의 목표로 삼고 있는 듯했다. 나이도 다르고 다루는 악기도 다르고 정말 모든 것이 다르지만, 연주자라는 공통점에서 그는 날 따르고 싶어 했다.
난 아나톨리가 보내는 선망의 시선을 받아 따뜻하게 되돌려 줬다.
“그때가 되면 제게 말해 주세요.”
“예? 왜요?”
“풀 사이즈 바이올린을 맞추실 때, 제가 도와 드릴 수 있을까 해서요.”
“아……. 누나 바이올린도 하셨다고 했었죠?”
“예. 조금요.”
“정말 그럼 그땐 꼭 부탁드릴게요. 누나가 골라 주시면 제일 좋을 거예요.”
난 조용히 웃었다.
정말 풀 사이즈 바이올린을 제대로 다룰 수 있게 된 아나톨리가 얼마나 좋은 연주자가 되어 줄 것인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
신입생 입학식과 함께 하는 개학식은 1학년부터 11학년까지 약 400명의 전교생 모두가 모여서 진행된다.
난 개학식이 시작되기 전에 아나스타샤와 발렌티나를 만났다.
발렌티나는 언제나처럼 귀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스타일이었고, 아나스타샤는 머리에 웨이브를 조금 넣어서 약간 푸근한 분위기로 스타일이 옮겨 가 있었다.
하지만 행동에서 보이는 경쾌함은 어디로 가지 않는다.
우린 서로 반가움을 표시한 뒤에 곧 시작될 개학식을 위해 자리에 앉기로 했다.
“어디에 앉을까요?”
“뒤쪽, 뒤쪽.”
“세 자리가 붙어 있는 곳이……. 저기 어때?”
“아, 그래요.”
발렌티나는 죽는 한이 있어도 앞엔 가기 싫은 듯했고 아나스타샤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똑같은 교복을 입은 우리 세 명은 빠르게 움직였다.
일단 누구보다 빠르게 아나스타샤가 자리 중앙에 앉았고, 나와 발렌티나가 막 지척에 다다랐을 때 순식간에 한 남학생이 세 자리 중 한 자리에 털썩 앉았다.
“아.”
나도 모르게 소리를 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자리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어떻게 잘 양해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살짝 눈치를 보는데, 자리에 앉은 남학생이 옆자리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나스타샤 후배님이었군요? 반가워요.”
뒷모습만 보고 있던 나는 남학생이 고개를 돌려 옆얼굴을 보이자 그제야 제대로 알아볼 수 있었다.
약간 마른 체구에 안경을 쓰고는 전체적으로 선량해 보이는 인상의, 첼로과 11학년의 니콜라이 콘스탄티네비치 자이체프 선배였다.
“니콜라이 선배? 와,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아나스타샤에 뒤이어 나와 발렌티나도 인사했다.
니콜라이 선배는 고개를 돌려 이쪽도 보고는 손을 흔들었다.
“모두 오랜만이에요, 후배님들. 잘 지냈어요?”
“덕분에요. 선배님은요?”
“나쁘지 않았죠.”
작게 미소 짓는 선배는 어른스럽다.
난 주변을 보다가 늘 니콜라이 선배와 같이 있는 듯한 또 한 명의 선배를 떠올렸다.
“막심 선배님은 안 계신가요?”
“음, 막심은 개학식에 참석하지 않고 도망갈 생각인 것 같더군요.”
“도망이요……?”
“이제 최고학년인 11학년이니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 뭔지 전 잘 모르겠네요. 학년이 높을수록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아하하하…….”
막심 선배가 개학식에서 도망쳤단 이야기를 들으니 어쩐지 바로 납득이 갔다. 선배는 그렇게 불성실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성실한 사람도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왕에 여기서 얼굴을 봤으면 좋았을 텐데, 조금 아쉽다.
그렇게 생각하며 서 있는데, 니콜라이 선배는 우리 세 명을 다시 한 번 돌아보더니 말했다.
“그나저나 세 분 여기 앉으시면 좋겠군요? 제가 일어나도록 하죠.”
“아, 저기…….”
“괜찮아요. 이렇게 된 김에 막심이나 잡으러 가야겠어요.”
먼저 살짝 요청하려 했던 일이긴 했지만 선배가 먼저 일어서 주자 황망한 기분이 들었다.
니콜라이 선배는 신경 쓰지 말라는 듯 손을 내젓는다.
“아무튼 얼굴 보니 반갑네요. 올해도 잘 부탁드려요. 후배님들.”
“아……. 예. 니콜라이 선배님.”
“그럼.”
깔끔하게 인사하고 니콜라이 선배는 군중들 사이로 사라졌다.
기껏 자리를 피해 주는데 붙잡기도 어색했지만, 이렇게 가 버리니 기분이 묘하다.
아나스타샤는 니콜라이 선배가 떠난 방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전에 함께 연주회도 하면서 선배들을 꽤 좋게 보고 있었다.
그녀가 중얼거렸다.
“저 선배들도 올해가 마지막이네.”
“……그렇네요.”
올해로 11학년인 막심 선배와 니콜라이 선배는 내년이면 졸업하게 된다. 중앙음악학교와는 이별인 것이다.
아나스타샤는 날 보더니 피식 웃으며 물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무엇인가요?”
“저 선배 있잖아, 졸업하고 나면 우릴 어떻게 부를까? 그냥 쭉 후배님이라고 부르는 건가?”
“……? 그게 궁금하시나요?”
“갑자기 그렇네.”
“글쎄요……?”
아나스타샤는 니콜라이 선배의 말투가 나와 비슷한 과라고 말하곤 했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었다. 니콜라이 선배는 우리에게 꼬박꼬박 존대를 써 주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졸업하고 나면 우릴 어떻게 불러 줄진 모르겠다. 난 선배가 후배님이라고 불러 주는 느낌이 좋았었는데, 그게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약간 아쉬웠다.
“…….”
살짝 감상적인 기분이 되어서 서 있다가, 나와 발렌티나는 아나스타샤의 부름에 따라 그 옆에 앉았다.
떠들썩했던 분위기가 차츰 정리되고, 중앙음악학교의 개학식이 시작되었다.
***
모든 개학식 행사가 끝나고 나와 아나스타샤, 발렌티나는 우리 반으로 향했다. 늘 가던 반이 아니었다. 피아노과 9학년 반은 4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새로운 복도와 새로운 교실. 약간 생소한 기분이었지만 크게 긴장되진 않았다. 교실이 바뀌었을 뿐, 같은 반을 쓰는 친구들은 그대로였으니까.
난 반에 들어서서 친구들을 돌아보았다. 이제 9학년이 된 총 13명의 반 친구들. 아직 몇 명은 늦는 것 같았지만 모두 익숙했다.
“안녕. 아나스타샤, 발렌티나, 타티아나.”
“좋은 아침이야.”
“어서 와.”
“모두들 방학 잘 보냈어?”
우리 세 명은 반 친구들과 인사하며 해후를 나누었다. 정말 반가웠다.
그리고 그중엔 멀리서 손을 까딱이는 친구도 있었다.
“오랜만이야.”
“리처드!”
애쉬브라운의 머리에 녹색 눈동자.
세상만사에 시니컬하고 권태로운 성격처럼 보이지만, 사실 남들을 잘 돌보고 유쾌한 성격인 영국의 유학생 리처드 피츠앨런 하워드였다.
방학이 시작하고 영국으로 떠나기 전에 우리 집에 놀러 왔을 때도 정말 재미있었지. 난 그때의 추억만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절로 나올 정도로 행복해지곤 했다.
난 그에게 다가갔다.
“오셨군요? 러시아엔 언제 오신 거예요?”
“그저께.”
“이번엔 비자에 문제없었나요?”
“그런 건 별문제도 아니니까.”
리처드는 내가 아무리 반갑게 대하고 농담을 걸어도 조금 기운이 없어 보였다. 심지어 내가 웃으면 웃을수록 표정이 굳는 것 같다.
약간 당혹스럽다. 내가 뭔가 잘못이라도 했나?
조금 떨떠름하게 말했다.
“9학년도 잘 부탁해요.”
“뭐……. 그래.”
“……?”
끝까지 이런 태도라니, 이상했다.
내가 아는 리처드는 상당히 특이한 주관을 지녔지만 이렇게 무턱대고 사람을 곤란하게 하는 친구는 아니었다. 상식적이고 괜찮은 친구인 것이다.
난 그 믿음을 믿으며, 리처드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일 있나요? 리처드.”
“음…….”
그는 친해진 이후로 처음 보이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타티아나. 아무 이야기도 못 들었나 보네.”
“무슨 이야기요?”
“…….”
한참이나 고민한다.
난 순간 직감했다. 리처드의 고민이 그의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들에게 이어져 있는 것이라는 것을.
빠르게 머리를 굴리던 나는 지금 리처드가 왜 이런지 물어볼 수 있는 또 한 명의 친구가 지금 이 자리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나저나 한승우는 어디에 있나요? 같이 오신 것 아닌가요?”
“…….”
리처드는 인상을 쓰며 말이 없었다.
난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