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스크바의 여명-336화 (336/1,277)

##  336화

악기 연주 같은 건 취미로 해도 충분하다는 말에 한승우가 곧장 대들었다.

「취미로 하기 싫다고도 몇 번이나 말했어요.」

「피아노가 좋을 뿐이라면 그것이 직업이든 취미든 무슨 상관이 있지?」

속편한 소리에 한승우가 인상을 썼다.

「……취미로 해서 저 아이들을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피를 토하면서 연습을 해도 될까 말까인데?」

「왜 꼭 피아노여야 하지? 네 좁은 시야만 버리면 그냥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설 수도 있다는 것도 충분히 말했다.」

도통 말이 통하지 않는다.

한승우의 아버지는 음악가인 우리들이 공유하며 고하를 나누는 가치에 대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스스로 자각을 하시는진 모르겠지만, 어찌할 수 없이 묻어 나오는 무시조가 냉랭하다.

「월급으로 80만원도 못 받는 러시아의 낙후된 의사들과 우리가 같을 것 같으냐? 최소 그 100배는 풍족해질 수 있다.」

「그런 역겨운 셈법으로 우위니 뭐니 하지 마세요, 제발. 정 그렇게 나오신다면 전 그보다 훨씬 중요한 명예가 있다고 말할 뿐이니까.」

「의사는 명예가 없는 줄 알고? 사람을 구하는 일이다.」

「모든 직업엔 명예가 있죠. 하지만 음악은 의사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어요.」

「뭐? 푸하하하.」

한승우의 말에 그의 아버지는 처음으로 눈을 크게 뜨더니, 갑자기 폭소를 터뜨렸다.

결코 좋은 웃음처럼 보이진 않았고, 한승우가 화를 내며 말했다.

「제 말이 우스워요?」

「허황된 소리에 사로잡혔구나, 승우야. 음악이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말은 오락적인 부분에서의 이야기다.」

「……!!」

「음악 치료라는 분야도 있긴 하지만 그것도 그저 기분이 좋아진다는 정도의 심리적인 부분에 불과하고. 직접적으로 의술을 행하는 의사에 비해 대체 뭘 할 수 있지?」

「…….」

「음악으로 사람을 구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일랑 말아라. 정말 그런 것을 원한다면, 네가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원한다면 내 말대로 해라. 그것이 정답이니까.」

동시통역사가 미처 통역할 엄두도 못 내는 말들을 한승우의 아버지는 마구 쏟아 내었다.

「솔직히 말해 볼까. 피아노 같은 것을 연주하는 게 어떤 큰 의미를 가지느냐? 수백 년 된 음악들을 되풀이하는 것뿐. 결국 좁은 사회에서 한정된 사람들만이 향유하는 특수한 취미들. 그런 건 아무나 할 수 없기도 하지만 사실 아무나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지.」

「……지금 여기가 어딘 줄은 아세요?」

「물론. 세계에서 제일 수준 높은 음악학교 아니더냐?」

평생을 음악에 바친 선생님 두 분을 바라보면서, 평생을 의술에 바친 한승우의 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가 듣기 좋은 말이나 해 줄 것이라 생각했느냐? 착각마라. 난 널 이곳에 두지 않으러 왔으니까.」

말문이 턱 막힐 정도의 오만함. 하지만 지금 아프게 꼬집힌 부분은 클래식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늘 고민하고 극복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것을 알면서도 굳이 자극하듯 말한다.

한승우의 아버지는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난 한승우의 아버지가 선생님들을 화나게 만들려 한다는 것을 느꼈다. 클래식 음악의 최전선인 이 학교에서, 철저하게 그것을 무시하고 폄하하는 발언들을 해서 선생님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한승우를 포기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 의도를 느끼고도, 노련하다는 느낌보단 지독하다는 기분이 든다.

“…….”

그리고 지금, 이 도발에 가장 크게 화가 났을 두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예브게니아 선생님에게선 별다른 반응이 없다. 심지어 구세프 선생님도 살짝 인상을 찌푸린 채 한승우의 아버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난 이 두 분이 지금 이런 발언보다 훨씬 심한 소리도 여러 번 들어 본 경험이 있으시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자식이 재능을 지녔다는 말을 듣고도 클래식 음악이라는 분야를 공부하도록 만들고 싶지 않아서 이 클래식 음악 자체를 깎아내리는 사람들의 말은 수도 없이 들어 보신 것이다.

어쨌든, 대화의 바통은 선생님들 쪽으로 넘어왔다.

이렇게 한승우와 그의 아버지가 어떻게 대립하고 어떤 말들을 주고받는지에 대해선 충분히 보았고, 이제 상담자로서 선생님들이 말씀을 하실 차례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구세프 선생님이었다.

“듣기 거북한 말씀 잔뜩 해 주셔서 고맙군요. 이제 제가 말씀 좀 드려도 되겠습니까?”

크게 분노하시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좋은 말이 나가진 않았다. 구세프 선생님은 자존심이 정말 강하신 분이었으니까.

한승우의 아버지는 한술 더 떴다.

「하시죠. 선생님. 아, 전 클래식을 굉장히 고급문화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오해하진 마시죠.」

“됐습니다. 흠, 너희들은 이만 나가라.”

구세프 선생님이 단호하게 우리 4명을 향해 말했다.

지금 여기서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 확신하신 듯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고, 구세프 선생님은 다시 한 번 명령조로 말씀하셨다.

“에르네스트. 타티아나. 나가라.”

“구세프 선생님.”

“너희가 나가야 내가 말을 할 수가 있다.”

동시통역사는 거의 선생님들에게만 들리도록 말을 전했고, 우리는 중간중간 듣긴 했지만 모든 대화를 듣진 못했다.

그중엔 우리가 듣는다면 충격을 받을 만한 발언들도 정말 많았기 때문에 구세프 선생님은 우리가 이만 나가 주었으면 하는 듯했다. 왜냐하면 선생님이 러시아어로 말을 하기 시작한다면 통역 없이도 우리가 무슨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

난 가슴에 손을 얹고 심호흡했다. 심적으로 굉장히 많이 흔들리긴 했지만 조금 괜찮아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힘든 것보다 더 강한 책임감이 이 자리를 바로 떠나 버리지 못하게 옭아매었다.

어차피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내가 안다.

“선생님. 나가기 전에 저희가 친구로서 잠시 말씀을 드릴 순 없을까요.”

“……타티아나. 네게 자격이 없다고 하진 않겠지만, 난 네가 저분과 대화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구세프 선생님은 강압적인 모습을 흐트러뜨리시고, 결국 걱정이 서린 눈빛으로 우릴 바라보셨다.

이 상담이 어쨌거나, 우리가 상처받거나 충격을 받는 건 절대로 피하고 싶으신 듯했다.

아나스타샤도 날 말렸다.

“그냥 내가 할게, 타티아나. 저 답답한 아저씨한테 한 소리 하고 싶은 거잖아? 내가 할게.”

아나스타샤는 내가 힘든 일을 자처한다고 생각하는지 자신이 하겠다며 나섰다. 난 그런 그녀가 고마웠지만 이번엔 그럴 생각이 없었다.

“괜찮아요. 아나스타샤.”

“……타티아나.”

“고마워요.”

내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아 주자 그녀가 더 나서지 못하고 조용해졌다. 아나스타샤는 내 걱정이 많은 친구이지만 내 의사를 무시하거나 하진 않았다.

난 다시 선생님들에게 말했다.

“잠깐이면 될 거예요.”

“…….”

두 선생님들은 날 말리고 싶은 듯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여 허락하셨다.

***

두 선생의 허락을 얻어 낸 타티아나가 한걸음 나섰다.

한승우도 한성회도 입을 다물었다. 저 친구들이 여기에 그저 병풍처럼 서 있기 위해 들어오진 않았을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정말 한마디 하겠다고 하니 조금 놀라웠다.

게다가 그중 나선 이는 타티아나라고 자기소개를 했던 여학생이었다. 이런 강압적이고 막장 같은 분위기에선 당연히 남학생인 에르네스트나 리처드가 나설 것이라 생각했던 한성회는 가장 섬세해 보이는 여학생이 나선 것에 당황스러움마저 느꼈다.

하지만 곧 기억해 낸다.

“잠시 괜찮겠습니까?”

저 소녀가 단순히 인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이 레슨실의 분위기를 휘어잡은 적이 있었다는 것을.

타티아나는 단아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허가를 구했다.

“승우 아버님. 제가 그의 친구로서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동시통역사가 그 말을 전해 주었고 한성회는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잘 배운 태가 난다. 이 학교가 음악을 가르친다는 것은 알지만 예절 교육도 저렇게 잘 시킨다면 그 수준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알 만했다.

타티아나가 이어 말했다.

“물론 저 애가 자신의 주장은 스스로 해야 하겠지만, 곁에서 같은 길을 걸어온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멋진 친구로군. 승우야, 저 애냐?」

「…….」

한승우는 그런 쓸데없는 흥미 본위의 질문엔 대답하지 않겠다는 듯 인상을 구겼다. 한성회는 쓰게 웃었다. 툭하면 여자 친구 아니냐고 물어보는 것은 모든 부모들의 습관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선 사실 할 말이 아니기도 했다.

두 부자는 그간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해 있었다. 그에 맞게, 한성회는 차가운 어투로 다시 아들을 불렀다.

「한승우.」

「…….」

「흠. 상황엔 맞지 않지만 내가 한 가지 삶의 노하우를 가르쳐 주마. 통역사, 지금부터 하는 말은 통역하지 마세요.」

「……?」

통역 없이 아들에게만 전한다는 말에 한승우가 반응했다.

한성회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어떤 자리에서든 간에 약점이 될 만한 것은 전면에 내세우지 말고 되도록 숨겨 둬라.」

「제가 그렇게 바보로 보여요? 왜 당연한 소리를…….」

「너부터 시작해서 저 선생들까지 모두 바보로 보인다.」

한승우가 어이없어하며 발끈하는 것이 보였다. 한성회는 한숨을 쉬었다. 아직 어린애니 저런 반응도 당연하겠지만, 선생들은 정말 이해가 안 간다.

음울한 목소리로 한성회가 낮게 말했다.

「저 애 말이다. 선생들이 얼마나 애지중지하는지 내 눈엔 빤히 보이는데……. 대체 내 앞에 보이는 이유가 뭐지?」

「……!?」

「내가 저 애를 울리기라도 하면 아직도 화를 추스르고 있는 저 선생들이 드디어 폭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데.」

그제야 한승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한성회가 작정하고 타티아나에게 상처만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안 것이다. 물론 아들의 친구에게 그렇게 할 부모가 어디 있겠냐마는, 한성회는 하고자 하면 할 사람이다.

부자간의 대화를 보면서 타티아나가 얼어 있었던 걸 분명히 보았다. 이 분위기 자체를 힘겨워하고 잘 견디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분명 자세는 곧고 태도도 좋지만, 마음이 약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어떻게든 친구를 위해 한마디 하겠다고 나선 것 같지만, 제대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한승우가 다급하게 말했다.

「아버지. 제발 진지하게…….」

「내가 장난을 치는 것처럼 보이느냐?」

절대 장난이 아니었다. 지금 타티아나를 살짝 자극하는 것으로 저 두 선생의 분노를 끌어내어 이 상담이 파토 나도록 유도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었고, 한성회로선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지독하게 비열하고 잔인한 방법이지만, 병원장이라는 자리에 있다 보면 이보다 훨씬 끔찍한 일도 하게 된다.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한성회 씨.」

「……뭡니까?」

「정말 죄송합니다만.」

통역을 전하지 말라는 말에 가만히 있던 러시아인 동시통역사가 조심스레 한성회를 불렀다.

한성회가 돌아보자 통역사가 말했다.

「통역사이자 문화 가이드로서 한마디 드리지 않을 수가 없겠군요. 저 아가씨를 도발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문화 가이드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한성회는 인상을 찡그렸다.

동시통역사를 고용한 이유는 단순히 통역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그 외에 시키지도 않은 말을 하거나, 의역을 하고, 자잘한 간섭을 하는 것은 통역사 자격 미달이라 할 수 있었다.

한성회가 단호하게 쏘아붙였다.

「당신의 일은 제게 충고하는 게 아닐 텐데요?」

「그 무슨 일이 있든 전 그저 오가는 말을 전할 뿐이죠. 하지만 그 무슨 일 때문에 제게도 피해가 올지도 몰라서요.」

「무슨 말입니까?」

하지만 기계처럼 통역만 하는 것이 일인 사람이라도 불 보듯 뻔하게 다가올지도 모르는 일은 피하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동시통역사가 말했다.

「저 아가씨는 베르체노프가의 영애입니다.」

「영애? 역시 좋은 집안의 딸인가 보군요?」

「그 정도가 아닙니다.」

동시통역사는 이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인에게 러시아 땅에서 베르체노프라는 이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설명해야 했다.

「친구의 부모에게 해코지를 하진 않겠지만, 혹 며칠간 출국하는 데에 상당히 곤란해지실지도 모릅니다.」

「?」

「법적으로 물리적으로 이곳에선 한성회 씨를 도와줄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아요. 한국 대사관에서 심심한 유감을 표명하는 것을 듣고 싶습니까?」

「……뭐요? 지금 협박하는 겁니까?」

한성회가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러시아도 법치국가인데 무슨 초법적인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투의 말이란 말인가?

하지만 황당함도 잠시, 한성회는 이 나라가 어쩌면 그런 일이 충분히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뇨. 말을 그대로 전한 제가 처할 상황에 비하면 한성회 씨의 상황은 비교적 안전할 겁니다.」

「…….」

「전 지금 농담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베르체노프? 한국인인 한성회로선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가문이란 것 정도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이란 것도.

약간 계산이 틀어졌다. 무슨 재벌가쯤 되는 것 같은데, 그런 곳의 영애가 음악학교에서 그것도 친구로 있을 줄은 미처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래서야 방금 전에 저 친구들과 피아노로 경쟁할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강력한 방법으로 우위에 서지 않겠느냐고 했던 말도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한성회는 인상을 쓰며 한승우를 바라보았다. 한승우는 별 표정 변화 없이 그 눈빛을 받았다.

“통역사님.”

그때 타티아나가 말했다.

“무슨 말씀을 나누시나요?”

“음, 아무것도 아닙니다. 타티아나 유리예브나.”

“어두운 분위기가 되진 않았으면 해요. 어디까지나 전 친구의 부모님에게 제 친구가 얼마나 이곳에 필요한 사람인지 말하고 싶을 뿐이니까요.”

“걱정 마시죠. 그런 것 아니니까.”

동시통역사는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수습했다.

러시아어로 말하지 않고 한국어로만 경고했지만 그 말 사이에 들어간 베르체노프라는 단어를 타티아나는 정확하게 캐치해 낸 것 같다. 무슨 이야기가 오갔을지 추리하고 염려하는 듯했다.

한승우가 한숨을 쉬었다.

「……지금 관계없는 말은 하지 말죠. 통역사님이 걱정하시는 것이 무슨 말인진 알겠지만 저 애는 절대 그럴 애가 아니에요. 절대로. 지금 저 때문에 저렇게 나서 주는 것도……. 하.」

평소 타티아나의 성격을 잘 아는 한승우로선 지금 상황이 재미있기보단 창피해서 어디론가 숨고 싶을 정도였다.

「죽고 싶네요.」

「너 그것도 말버릇이다. 고쳐라.」

「지금 이 상황에 그런 말이 안 나오게 생겼어요? 진짜 다 아버지 때문이라는 거 알아요?」

「쫑알거리지 말고.」

한성회는 다시 짧게 아들을 조용히 만들고, 타티아나 쪽을 바라보았다.

저 아이가 만만찮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다. 한성회 역시 병원장으로서 겪어 온 일들과 연륜이 있었다.

그가 말했다.

「어쨌든, 자. 베르체노프 양. 말씀해 주시죠. 들을 준비가 되었으니까.」

통역을 통해 말을 전해들은 타티아나는 상냥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타티아나라고 불러 주세요. 괜찮아요.”

「예쁜 이름이군요.」

“감사합니다.”

다시 예의 바르게 인사한 타티아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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