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0화
따뜻한 차를 새로 내오고, 최연희는 아들의 지도 선생인 예브게니아와 학교생활에 대한 것이나 레슨 환경 등에 대한 질답을 주고받았다. 처음부터 아들과 남편이 대립하는 것에 있어서 굉장히 마음을 앓았던 최연희는 이렇게 이야기가 잘된 것에 대해서 가장 기뻐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시작할 땐 극도로 긴장되어 있었던 상담은 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마무리되어 갔다.
한승우는 학교에 계속 다니기로 되었고, 그의 부모님은 충분한 설명을 듣고 납득했다. 학부모가 선생에게 할 말은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말뿐이었고 선생이 할 말은 맡겨 달라는 것뿐이었다.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구세프는 피식 웃으며 척척 걸어 나가선 레슨실의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꺄악!”
“와! 씨, 깜짝이……. 아니, 선생님. 제가 선생님한테 한 건 아니고요.”
기겁했던 리처드가 구세프를 보고는 빠르게 사죄했다.
어디 가지 않고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이들을 보자 구세프는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뒤이어 따라 나온 한성회가 에르네스트와 리처드, 그리고 아나스타샤와 마지막으로 타티아나를 보고는 우뚝 멈춰 섰다.
“…….”
「…….」
여전히 약간은 어색하다. 하지만 먼저 타티아나가 입을 열었다.
“말씀은 모두 나누셨나요?”
한성회는 러시아어를 알아듣진 못했다. 하지만 레슨실 안에서의 이야기를 묻는 것이라고 짐작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타티아나는 구세프에게도 물었다.
“상담은 어떻게 되었나요?”
“계속 학교에 다니기로 했다. 허락해 주시더군.”
“아…….”
타티아나가 탄성을 토했다. 난감했던 상황을 완전히 뒤바꿔 놓긴 했지만 타티아나는 무조건 이야기가 잘 되리라고 확신하진 않았던 모양이다. 눈빛에 조금 남아 있던 근심이 완전히 사라지고 편안한 웃음이 깃든다.
타티아나는 안도했다는 듯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구세프에게 말했다.
“정말, 정말 다행이에요.”
“다행은. 네가 한 일이 컸다, 타티아나. 학교에 있으면서 어려운 상담이라면 몇 번이나 해 봤지만 이런 일은 또 처음이군. 인상적이었다, 타티아나.”
“그…… 친구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내가 봐 온 어려운 상담들 도중에 친구들이 들어온 적도 있었지만 너희들 같은 녀석들은 없었다.”
“…….”
“잘 했다는 뜻이다.”
“다행이에요.”
타티아나는 연신 다행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런 타티아나의 얼굴에 약간의 회한이 감돌았다. 아련한 눈빛으로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저도 이번 일로 약간은 구원을 받은 기분이에요.”
무슨 말인지 미처 묻기도 전에, 옅게 머물던 후회의 감정은 막 밖으로 나온 한승우를 발견하자마자 금방 사라져 버리고 기쁨으로 들뜬다.
“…….”
한승우는 친구들과 시선을 마주하고는 이야기는 잘 되었다고 말로 전하지 않았다. 그저 작게 웃음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구세프는 서로 말할 것도 없이 웃음과 눈빛만으로 감사와 격려를 주고받는 학생들을 보며 실소를 흘렸다.
해냈다는 축하의 표현들이 오가고, 타티아나는 살짝 옆에 떨어져서 무뚝뚝하게 서 있는 한성회를 바라보았다.
한성회는 아들의 친구들에게 가서 잘 부탁한다고 제대로 인사를 할 수도 없는 상당히 애매한 입장이었다. 악감정이 있거나 하진 않았지만, 첫인상이 별로였던 만큼 서로 아직 불편하리란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성회는 인사가 필요하다면 붙임성 좋고 인상도 좋은 최연희에게 맡길 생각으로 그저 팔짱을 끼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한성회에게 타티아나가 다가왔다.
“…….”
솔직히 말해 한성회는 타티아나가 정말 멋지다고 느끼면서 대견하게 생각하다가, 조금은 무섭기도 했다.
자신이 믿고 있는 것에 대한 순수한 진심을 부딪쳐 오고, 또 사람의 마음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힘을 휘두를 수 있는 소녀는 한성회가 보기엔 정말 상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타티아나는 상대해야 할 적이 아니었다.
“감사합니다. 저희 학교와 클래식 음악을 믿어 주셔서.”
「…….」
마지막까지 타티아나가 보내온 것은 이해에 대한 정중한 감사의 인사였다.
옆에 있던 한승우가 그 말을 전해 주었고, 한성회는 가만히 타티아나를 내려다보았다.
올곧게 올려다보는 투명한 푸른 눈이 정말 낯설다. 옅은 백금발과 창백할 정도로 흰 피부도 그러했다. 하지만 사람 같지 않게 보일 정도로 조금 차가워 보이는 용모에 비해 그 마음씨는 정말 따뜻하다.
한성회는 레슨실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타티아나는 손짓 하나까지도 예의 바르고 우아하지만, 동시에 당돌하고 소신이 곧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긍지가 높고 친구에 대한 의리도 깊었다.
다시 봐도 첫 단추를 이렇게 꿴 것이 후회될 정도다. 한성회는 지금이라도 첫인상을 바꿀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지금 한성회가 믿는 건 학교나 클래식이 아니라 바로 타티아나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괜한 쓸데없는 소리를 할 순 없었다. 이제 와서 친구 부모랍시고 이런저런 말들을 해 봐야 그것이야말로 한승우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때문에 한성회는 한승우의 통역을 통해 타티아나에게 말을 거는 대신 작게 고개만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 나선 타티아나가 미소로 화답하는 것을 보고, 한승우에게만 말했다.
「갚을 것이 많다고 했었지. 이자까지 쳐서 제대로 갚아라.」
「말씀 안 하셔도 그렇게 할 생각이에요.」
「그래.」
한성회는 잘 닦인 고속도로를 빠져나가 스스로 길을 찾아가려는 아들이 얼마나 고집이 세고 소신이 강한지 알았기 때문에 그 이상 참견하지 않았다. 이젠 알아서 잘 하리라 믿을 수밖에 없다.
***
등교해서 교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마음 속 어디 한구석에 무겁게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 해결되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교실 뒷문을 열고 들어선다. 반 친구들이 날 보곤 인사해 주었다. 나 역시 웃으며 화답했다.
그리고 창가 쪽으로 향하자 늘 그곳에 앉아 있는 두 친구가 있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아나스타샤.”
“타티아나. 왔어?”
아나스타샤는 의자에 앉은 채 머리를 뒤로 젖혀서 날 보며 히죽 웃었다. 몸을 쭉 뻗곤 나른하게 살랑살랑 손을 흔드는 모습이 귀엽다. 나도 작게 손을 흔들었다.
그 옆에 앉아 있는 에르네스트가 시크하게 인사했다.
“좋은 아침.”
“에르네스트. 안녕하세요.”
환한 웃음으로 인사하며 에르네스트를 보다가, 난 그에게서 약간 색달라진 점을 발견했다.
“앗, 에르네스트.”
“어?”
“혹시…… 머리 새로 하셨나요?”
난 사실 눈썰미가 그리 좋지 않은 편이라서 확실하진 않았다. 하지만 어쩐지 조금 바뀐 것 같다고 생각되어서 물었더니, 에르네스트가 조금 놀랐다는 듯 말했다.
“……어떻게 알았어? 정말 살짝 쳤는데.”
“보면 알죠. 후후. 잘 어울리세요.”
“어……. 고마워.”
에르네스트는 작게 말하며 옆머리를 슥슥 쓸어내렸다. 잘 어울린다는 내 칭찬에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난 정답을 맞힌 것 같아 뿌듯한 기분으로 아나스타샤의 옆에 앉았다.
에르네스트는 뒤편을 보고는 내게 말했다.
“다른 녀석들은 아직 안 왔어.”
“아……. 그런가요?”
“그래. 특히 한승우는 오늘 기숙사가 아니라 호텔에서 자고 온다고 했었으니까 조금 늦을 거야.”
어제 한승우는 상담 직후에 일찍 조퇴했다. 그러고는 부모님과 할아버지를 모시고 모스크바 관광에 나섰다고 했다.
그의 부모님들은 물론이고 한승우 본인도 모스크바에 온 지 1년이 넘었지만 리처드와 신아르바트 거리 쪽으로 놀러 다니기나 했지 마음 놓고 관광지나 미술관 등을 관광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좋은 기회였다.
에르네스트가 스마트폰을 보며 말했다.
“지금쯤은 세레메티예보 공항으로 갈 채비 중이지 않을까.”
“일찍 떠나시네요.”
“바쁜 분들이라 오전 중에 가신다 하더라고.”
가족들끼리 작별 인사는 나누었을까? 슬퍼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절되는 작별이 아니라 그리움을 사이에 둔 작별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놓였다.
난 행복한 기분으로 싱글벙글 웃으며 에르네스트 그리고 아나스타샤와 잡담을 나누며 수업 전 아침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말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내심 조금 기다렸던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큰 키에 앳된 얼굴의 유학생, 한승우였다.
그는 반 친구들과 짧게 인사를 나누곤 이쪽으로 다가왔다.
한승우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밝았다. 평소에도 친하게 지내곤 있지만 어쩐지 얇고 투명한 벽 같은 것이 항상 사이에 있음을 느끼곤 했는데, 오늘 그에게서 그런 것은 느낄 수 없었다.
그가 인사했다.
“안녕.”
“응. 안녕, 승우 한.”
“좋은 아침이야.”
“왔냐.”
아나스타샤와 나 그리고 에르네스트가 인사를 받아 주었다. 그냥 통상적으로 하는 인사가 아니라, 정말 좋은 아침이었다.
우리 세 명은 어제 한승우에게서 상담 후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 메시지로 충분히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래도 궁금한 것이 많았다. 아나스타샤가 대표로 물었다.
“어젠 어땠어? 좋은 시간 보냈니?”
“응. 덕분에.”
한승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제 모스크바에서 어떤 관광지들을 돌아다녔는지 다시 한 번 이야기해 주었다.
그래 봐야 하루 전체를 쓰지도 못하고 오후의 몇 시간밖에 없어서 일부 지역밖에 돌지 못했지만, 그래도 꽤 알차게 관광한 것 같았다. 그것도 우리들이 동선까지 고려해 가면서 볼 만한 곳들을 추천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한승우가 웃으며 말했다.
“가족끼리 이렇게 관광을 한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여기에 좋은 기억을 하나 세워 놓았어. 열다섯 살. 가을에.”
“잘됐네.”
부모님 두 분 다 의사이신 데다가 병원 운영까지 해야 해서 자주 가족 여행을 가진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어제 그렇게 좋은 기억을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면, 앞으로 몇 년이 지나더라도 한승우는 어제의 가족 여행을 추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건 좋은 일이었다. 잘된 일이었고.
난 가족들과 틀어지지 않고 이해를 얻어 낸 한승우를 축하해 주었다. 어쩌면, 어제 있었던 일 또한 내게 주어진 역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축하해 주는 것 역시 내 역할일지도 모르고.
난 만족했다.
한승우 역시 만족했다는 듯 웃으면서 다시 한 번 우리에게 말했다.
“다 너희들 덕분이야. 어젠 내가 제대로 말하지 못했지만……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고마우면 말로만 하지 말고 오늘은 음료수라도 사.”
“안 그래도 그렇게 하려고 했어. 음료수가 아니라 저녁 식사로.”
“얘 좀 봐……?”
아나스타샤가 장난처럼 한 말을 한승우는 진지하게 받았다. 전혀 농담조가 아니었다.
저녁 식사라고 해 놓고 패스트푸드점에 데리고 갈 것 같진 않았다. 정말 제대로 식사 대접을 할 모양이다. 늘 궁핍한 유학생이었던 한승우가 당당하게 밥을 사겠다고 되받아치니 아나스타샤는 약간 당황하기까지 했다.
그런 그녀를 보며 한승우가 씩 웃었다.
“용돈 받았거든.”
“아하하, 뭐니? 생각도 못 했네. 너희 아버지가 주셨어?”
“응.”
“좋겠네.”
“다행이지.”
어제 한승우의 아버지는 아들의 고집에 못 이겨서 물러선 것이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지원하기로 마음먹으신 것이다.
그건 정말 다행이었다.
유학 생활엔 어떻게든 돈이 든다. 때문에 재단에서 장학금을 받거나 콩쿠르에서 상금을 휩쓸지 않는 이상 부모님의 지원이 절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 문제가 해결된 것만으로도 한승우는 공부와 피아노에만 신경 쓸 수 있게 되었다.
한승우는 그리고 이전에 빌렸던 것도 잊지 않고 있었다.
“에르네스트.”
“……? 어.”
“너한테도 갚아야 할 돈이 있었지.”
그가 한국에서 러시아로 도망치듯 와야 했을 때 경비를 지원했던 것이 에르네스트였다. 에르네스트가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해도 되었겠지만, 사실 음반 수익금으로 꽤나 많은 현금을 가지고 있는 나보다 에르네스트는 훨씬 더 부자였다.
부모님들의 재력을 놓고 보면 다르겠지만, 개개인으로 보자면 우리 중에선 연주회를 많이 하고 티켓 파워도 막강한 편인 에르네스트가 가장 부자인 것이다.
그래서 제일 먼저 빌려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빌렸던 것을 갚겠다고 하니 에르네스트는 여유가 넘치는 태도로 손을 내저었다.
“아 그거? 됐어. 천천히 줘도 돼.”
한승우가 이제 부모님에게서 용돈을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한 번에 몇 만 루블이나 되는 금액을 갚아 버리면 첫 달이 힘들 수도 있었다. 때문에 에르네스트는 크게 신경 쓰지 말라는 듯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한승우는 그 말을 그대로 덥석 물고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래? 알았어. 할부로 갚을게.”
“……?”
“우리 졸업 때까지 몇 개월 남았지? 빌린 게 4만 루블이니까 한 달에 1천 루블 정도 갚으면 되나?”
“3년 내내 내 통장에 꼬박꼬박 돈 보낼 거냐?”
“무이자로 갚다가 졸업 후엔 탕감되는 거 맞지?”
“당장 갚아 개자식아.”
천천히 줘도 된다는 말에 한승우가 농담을 하자 에르네스트는 진짜 기가 막히다는 듯 으르렁거렸다.
난 에르네스트의 험한 말을 듣고는 숨이 넘어갈 듯 웃었다.
“아하하하, 하하.”
“승우 한이 러시아어가 정말 많이 늘었어. 농담도 잘하고. 원래 한 나라 말로 농담을 할 수 있게 되면 완벽히 구사하게 되는 거라고도 하잖아?”
“대단해요.”
“대단하긴 뭐가 대단해. 어이가 없네.”
에르네스트가 투덜거렸지만 한편으론 인정한다는 투였다.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한승우를 바라보며 적어도 석 달 안에 갚으라고 말했다. 한승우는 그제야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 모습만 봐도 재미있었다.
그렇게 우리 4명이 대화를 나누며 웃고 떠들고 있는데, 이 자리에 없던 또 1명이 끼어들었다.
“뭐 해.”
“리처드.”
리처드는 여느 때와 같은 시니컬한 표정으로 우릴 슥 돌아보더니 대뜸 말했다. 물론 타깃은 에르네스트였다.
“딱 보니 무슨 상황인지 알겠네. 에르네스트가 한승우한테 돈 내놓으라고 독촉 중이군?”
“뭐? 야.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
“어. 그런데.”
“진짜 사람 돌게 만드네.”
에르네스트는 못살겠다는 듯 인상을 팍 썼고 난 아나스타샤와 다시 한 번 자지러지듯 웃었다. 괜히 그를 괴롭히는 것 같아서 미안했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니니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한참을 웃다가, 난 에르네스트가 이쪽을 불만 어린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을 느끼곤 간신히 웃음을 멈췄다. 너무 웃어서 그를 화나게 만드는 것도 좋지 않았다.
“…….”
난 그를 살살 달래듯 말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뭐가?”
“저와 아나스타샤는 에르네스트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
적어도 우리가 어떠한 오해도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자 찡그러져 있던 표정이 순식간에 되돌아왔다. 에르네스트는 결국 우리의 웃음에 동조하여 피식 웃고 말았다.
잠시 후엔 발렌티나도 거의 날듯이 교실로 들어와선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빨리 말하라며 우릴 닦달했고, 아나스타샤와 한승우가 서로 번갈아 가며 설명해 주었다.
순식간에 주변이 즐거운 목소리들로 소란스러워졌다. 난 이런 분위기가 너무나 좋았다.
아무도 모르게, 난 모두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올해도 잘 부탁한다고 기도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