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1화
10월이 찾아왔다.
몇 주 사이 날씨는 급속도로 추워졌다. 추운 겨울로 유명한 모스크바답게 긴 겨울이 시작될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모스크바의 사람들은 겨울을 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과거엔 장작을 패거나 식료품을 구비해 뒀겠지만 현대에 와서 그런 준비라고 해 봐야 새로운 코트를 사거나 모자를 사는 것 정도였다.
난 아나스타샤와 발렌티나가 데리고 가는 대로 백화점들을 돌며 올해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강력하게 추천하는 옷들을 구매했다. 일상복으로 입을 만한 것들도 많았지만 교복 위에 입을 수 있는 코트 종류가 많았다.
순식간에 옷장이 겨울옷으로 가득해졌다. 작년에 몇 벌 샀던 것과 더하니 수십 벌이 넘었다.
이렇게 겨울이 다가온다고 해서 두툼한 겨울옷을 사고 따뜻한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만 돌아다녔던 것은 아니었다.
난 곰이 아니라 피아노 연주자였고, 여느 때와 같이 정말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보다 수준이 높아진 교과 수업을 충실하게 듣는 것은 물론이고, 연습과 레슨에도 최선을 다해 임했다. 내가 쌓아올리는 탑이 무너지지 않고 아름다운 음악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집중하고 안간힘을 썼다.
하늘은 높고 여력은 남아 있다. 난 그것이 정말 감사하고 기뻤다.
그리고 그렇게 보다 높을 곳을 바라보며 오르고 또 오르다가, 문득 옆을 보면 친구들이 똑같이 저마다 개성적이고 예술적인 탑을 쌓아 올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전 세계에서 손꼽는 천재들이라 할 수 있는 내 친구들의 실력은 정말 하루가 갈 때마다 부쩍 훌륭해지고 있었다.
난 1년 전을 떠올렸다. 그때 난 중앙음악학교에 입학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기도 했었다. 주변의 또래 친구들이 날 압도해 나가면 씁쓸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음악학교에서 배우고 싶다는 욕망은 참을 수 없었고, 때문에 난 여기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 1년 전만 해도 막연한 두려움을 지니고 있었던 나는 친구들이 빛나는 재능으로 쑥쑥 커 나가고 있는 것을 보며 더할 나위 없는 행복과 기대를 느끼는 중이었다.
친구들을 보는 내 마음 속에 어두운 감정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항상 나는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고민해 왔다. 그 추리는 몇 번이고 바뀌어 왔지만, 궁극적으로는 저 아이들을 보기 위해서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연습은 힘들고 지치기도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가장 행복한 시간들이 흘러갔다.
“…….”
그런데 가끔은 약간 쓴웃음이 지어지기도 한다.
“야. 에르네스트.”
“왜.”
리처드가 그냥 이름만 불렀을 뿐인데 에르네스트는 조금 날카롭게 반응했다. 이름을 불리는 것 자체가 귀찮다는 티가 팍팍 난다.
거기에 기가 죽거나 화를 내는 대신 리처드는 태연하게 요구했다.
“키보드 소리 좀 줄여.”
“이게 무슨 피아노인 줄 알아? 셈여림이 되게?”
“그래도 줄일 수 있잖아. 야, 너 키보드 치는 소리에 귀가 다 아플 지경이야.”
“어이가 없네.”
에르네스트는 짜증스럽게 툭 되쏘았고 리처드도 인상을 썼다. 이 두 사람은 언제나처럼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난 이제 그 모습이 조금 익숙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두 사람이 으르렁거리고 있는 것을 보면 무섭기도 했다. 저 둘이 지난 몇 년 동안이나 악우처럼 지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딱히 걱정할 이유도 별로 없긴 하지만, 그래도 난 살짝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리처드가 손가락을 들었다.
“너 혼자 있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여긴 아니잖아.”
“…….”
그제야 에르네스트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옆에 있는 나와 사샤를 차례로 보고는 인상을 풀었다.
난 새삼 이곳에 와 있는 에르네스트를 보며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원래 이 스터디에 끼지 않는 사람이었다. 의견을 교류하고 피드백이 가능한 피아노 연습이라면 모를까 단순히 책을 보고 지식을 익히는 공부를 왜 단체로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그에겐 여기에 리처드와 한승우가 있는데 굳이 껴서 티격태격 하기 싫다는 이유도 있었다.
때문에 스터디룸에서 그를 보는 일은 없었고, 가끔 연습을 하거나 대결을 할 때 연습실에서 둘이 있는 경우가 있곤 했다.
그런데 약 일주일쯤 전부터 에르네스트는 스터디룸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는 혼자 공부를 하거나, 오늘처럼 노트북을 가지고 와서 무언가 작성하기도 하고, 혹은 모두가 함께 하는 놀이에 끼기도 했다.
에르네스트가 와 준건 대환영이었다. 다만 딱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리처드와 좀 덜 티격태격해 달라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내 바람은 약간이나마 닿았는지, 에르네스트도 리처드도 더 이상 말다툼할 생각이 없다는 듯 기세를 누그러뜨렸다. 에르네스트가 빠르게 쳐 내리던 키보드 소리가 확실히 조금 작아졌다.
에르네스트의 옆으로 리처드가 슬쩍 다가가더니 노트북의 화면을 보며 물었다.
“뭘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음악사 레포트.”
“그걸 이제 해?”
“위클리 준비하느라 바빴어. 그리고 제출은 내일이잖아. 뭐가 문젠데.”
에르네스트는 위클리 리사이틀을 준비하느라 조금 늦었던 것 같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리처드는 에르네스트가 노트북만 달랑 놓고 레포트를 써 내려가고 있다는 것에 의아했던 듯싶다.
“책도 안 보고 해?”
“무슨 책 또.”
“레포트에 참고할 책들 말이야.”
리처드의 물음에 에르네스트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필요 없어. 외우고 있는 걸로 쓰면 되니까.”
“…….”
“왜. 뭐.”
어이가 없다는 듯한 시선을 보내는 리처드를 보며 에르네스트가 불만스럽게 말했다.
리처드뿐만 아니라 나도 조금 놀랐다.
대충 쓰겠다는 말이 아니었다. 에르네스트는 과제에 대해선 늘 최고점을 받곤 하니 아마 정말 관련 서적들을 다 외우고 있는 게 맞을 것이다.
난 물론이고, 몇 년이나 에르네스트를 봐 온 리처드도 그가 어떻게 과제를 해내는지 본 적은 없어서 오늘 처음 본 광경에 기막혀하는 것 같았다.
다른 학생들은 참고 서적을 몇 권이나 빌려서 옆에 두고 레포트를 써 내려가야 하는 것에 비해 즉석에서 주르륵 써 내려갈 수 있으니 얼마나 유리할지 상상도 안 간다.
딱히 별생각은 없다. 난 반칙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고, 거기에 대해서 늘 죄책감을 느끼고 있지만 에르네스트가 지닌 능력은 전부 그의 재능과 실력인 것이다. 그것을 최대한으로 누리고 발휘하는 데에 유감이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사샤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형. 조금 재수 없다.”
난 늘 착하고 귀여운 사샤가 형에게 재수 없다고 하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지만, 놀라움과 동시에 하마터면 웃어 버릴 뻔해서 급히 참았다.
리처드는 대놓고 속 시원하다는 듯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거의 흐뭇해하기까지 하는 리처드를 보며 에르네스트가 빈정이 상했는지 동생을 윽박질렀다.
“사샤. 너 저기 쟤들이 널 지켜 줄 거라 생각하고 반항하는 거야?”
“응. 이럴 때 아니면 또 언제 형한테 욕해 보겠어?”
“이 녀석 봐라, 진짜 버릇 나빠졌네.”
“와, 때리려 한다.”
에르네스트가 막 일어서려 하자 사샤가 맑게 웃음을 터뜨리며 이쪽으로 달려와 안겼다. 난 그 상황을 보고 있다가 사샤를 안아 주었다.
“아, 사샤.”
“헤헤.”
사샤가 방실방실 웃으며 매달렸다.
난 여전히 한 성격 하는 에르네스트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사샤를 안고 있는 팔에 더 강하게 힘을 주었다.
“걱정 마세요. 제가 에르네스트가 절대 때리지 못하게 지켜 드릴게요.”
“와.”
그렇게 순식간에 악당이 되어 버린 에르네스트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타티아나. 애 버릇 나빠진다고…….”
“괜찮아요. 안 나빠져요. 그렇죠? 사샤.”
“네 물론이죠.”
“보세요.”
나와 사샤는 가끔 이렇게 분위기를 맞출 땐 정말 죽이 잘 맞는다.
마치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에르네스트를 골리려 드는 우릴 보며 그는 배신감 가득한 한숨을 내쉬었다.
“……하.”
만사 포기한 듯 그가 다시 노트북 키보드를 치기 시작했다. 난 이따가 그를 어떻게 달래 줄지 생각했다.
품에 안겨 있던 사샤는 그런 것엔 관심이 없는지 내게 말했다.
“누나. 저 공부 가르쳐 주세요. 어제 수업 시간에 진도 나갔던 건데 잘 모르겠어요.”
“그런가요? 어떤 부분이 이해가 안 가시나요?”
“여기요.”
일단은 사샤의 공부부터 가르쳐 줘야겠다고 생각하며 사샤가 주는 책을 받아 드는데,
“사샤. 이리 와. 내가 가르쳐 줄 테니까.”
“……?”
타자 소리가 뚝 멎더니 에르네스트가 말했다. 나와 사샤는 무슨 말인가 싶어 돌아보았다.
에르네스트는 막 쓰던 레포트를 중단시키고 사샤를 가르치겠다는 것 같았다.
난 굳이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말했다.
“제가 가르쳐 드려도 되는데요? 어……. 혹시 제가 못 미더우신 것이라면…….”
“아니, 왜 자꾸 그렇게 말을 해? 넌 학년 수석이잖아. 타티아나.”
“아, 그랬죠.”
“……진짜 그런 건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구나?”
“아하하…….”
공부를 잘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내게 있어서 그리 큰 우선순위는 아니었다. 단지 게으름 피우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 각오 안에 공부 또한 속해 있을 뿐이다. 정말 그뿐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쌓아 올린 지식 또한 다른 친구들과 나누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난 이렇게 스터디에 모인 친구들에게 성심성의껏 내가 이해하고 있는 것들을 가르쳐 주기 위해 애쓰곤 했다.
에르네스트는 요 일주일간 그런 모습을 자세히 지켜본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 내가 여기에 와서 지켜보니까 타티아나 넌 선생님처럼 다른 애들을 가르치곤 하더라.”
“그렇진 않아요. 영어는 리처드가, 러시아 문학은 아나스타샤가 가르쳐 주는걸요? 서로 모자란 부분을 채우는 것이 이 스터디의 목적이니까요.”
“어린 애들은 우리가 가르쳐 줘야 하는 입장이잖아. 그럴 때 보면 거의 네가 나서는 것 같았어.”
솔직히 거기에 대해선 할 말이 없었다.
같은 9학년인 나와 아나스타샤, 발렌티나, 리처드, 한승우의 경우엔 일방적이지 않고 서로 공부를 가르쳐 주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곤 했다.
난 분명히 학년 수석이긴 했지만 모든 것을 다 잘하진 않았고 특히 영어와 러시아 문학에 대해선 조금 약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그리고 그 빈틈은 채워 줄 친구들이 많았다.
하지만 여기 2, 3학년인 아이들은 거꾸로 우릴 가르쳐 주진 못했다. 당연히 일방적으로 9학년인 우리들이 알려 주곤 했고, 거의 필연적으로 아이들은 내게 다가왔다.
아이들이 날 편하게 생각하는 건 당연했다. 애초에 이곳에 데리고 온 것도 나였고 그만한 책임감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난 사샤를 꼭 안으며 말했다.
“그러면 안 되나요?”
“아니. 네가 좋아서 하는 걸 텐데 뭐 어때.”
“……?”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자 에르네스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쨌든 나도 여기 참석하기로 했고, 자주 올 테니까……. 꼬맹이들 공부 가르쳐야 할 일 있으면 내가 가르쳐 주기도 할게. 다 네가 도맡아서 하지 말라는 말이야.”
“아.”
“무슨 말인지 알겠지?”
에르네스트는 내게 아이들을 가르칠 시간에 내 공부에나 집중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보다 훨씬 순수하게 내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난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정말 감사해요. 에르네스트.”
그런 도움이라면 언제나 환영이었다. 난 에르네스트가 그 똑똑한 머리를 자기 자신에게만 쓴다 하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스터디에 나와서 조금이나마 나누겠다는 데에 고마움을 느꼈다.
에르네스트가 말했다.
“이리 와, 사샤. 넌 내가 맡아야 할 몫이니까.”
“응.”
사샤가 싫다고 고개를 저으면 어쩌나 생각했는데, 다시 한 번 부르니 사샤는 별말 않고 에르네스트에게 갔다. 난 그 와중에 약간 아쉽기도 했다. 나도 정말 웃기는 사람이다.
그렇게 형제가 나란히 앉았다. 난 살짝 신경을 기울여서 에르네스트가 사샤를 어떻게 가르쳐 주고 있나 엿들었다.
처음엔 약간 걱정도 했는데, 몇 초 만에 안심할 수 있었다. 에르네스트는 평소 동생에게 공부를 가르쳐 준 경험이 많았는지 꽤 알아듣기 쉽게 잘 설명해 주고 있었다. 목소리도 괜히 힘을 주거나 하지 않고 평온하게 말하고 있어서 듣기에 좋았다.
베샤스트니흐 형제가 나란히 앉아서 공부를 가르쳐 주고, 또 배우고 있는 것을 보면서 기쁜 마음이 들었다.
스터디는 1시간 정도 이어졌다. 자리에 없는 아나스타샤와 발렌티나, 한승우, 아나톨리, 류보비는 각각 연습과 레슨 등으로 못 오고 있었는데 아마 오늘은 그냥 여기에 오지 않을 것 같았다.
난 시간을 확인하고, 친구들에게 말했다.
“전 이만 실례할게요.”
“레슨 있어?”
리처드가 보고 있던 책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난 고개를 저었다.
“아뇨. 합주 연습이요.”
“합주? 누구랑?”
“아시는 분이에요. 막심 선배요.”
“아. 그 선배.”
작년 학기말 파티 자리에서도 봤고, 자선 연주회 건으로도 몇 번 본 적이 있어서 리처드는 바이올린과의 막심 선배를 알고 있었다.
가방을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 같이 조금 더 공부를 해도 좋겠지만 일정이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내일 봬요. 에르네스트. 사샤. 리처드.”
코트를 입고 작별 인사를 하자 사샤가 약간 아쉬운 눈빛을 했지만 연습이라는 말을 듣곤 이해해 주는 듯했다.
사샤와 리처드가 작게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에르네스트는 날 보더니 인사하는 대신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샤는 에르네스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형도 가?
“그래. 나도 연습하러 가야겠네.”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노트북을 정리해 가방에 집어넣었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함께 스터디룸에서 나왔다.
“…….”
밖으로 나오자마자 복도를 가득 채우고 있던 찬 공기가 뒷덜미로 파고든다. 난 이 냉기가 싫었지만 그래도 혼자 있을 때보단 조금 나았다.
“가자.”
에르네스트는 앞장서서 걸으며 손짓했다. 난 그의 뒤를 따라갔다.
서로 어느 연습실로 가는지 말도 않고 걷다가, 에르네스트가 먼저 물었다.
“근데 합주 연습은 뭐야? 이번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챔버 오케스트라랑 하는 연주회 연습?”
“아, 아니요.”
그 협연도 지금 내게 정말 중요한 것이긴 했지만, 오늘은 그 목적 때문에 막심 선배를 만나는 것은 아니었다.
“오늘은 막심 선배의 연습을 도와 드리는 거예요. 이제 졸업하실 학년이다 보니 연습할 곡이 많으신가 봐요. 물론 그렇게 바이올린과 합을 맞춰 보면서 저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요. 확실히 그렇게 합주 연습을 많이 해 보면 노하우가 생기는 것 같아서요.”
“……그건 그렇지.”
에르네스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많은 협연 경험이 있는 피아노 연주자로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들은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스터디를 할 때 내가 일방적으로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도 많듯이, 합주 역시 내가 반주로 도움을 주는 입장이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익힐 수 있는 것도 많은 것이다.
그리고 막심 선배는 센스도 탁월한 데다가 호탕해서, 바이올린 연주자의 입장에서 직언도 자주 해 주는 사람이라 내겐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렇게 협연 전에 합주 연습을 집중적으로 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에르네스트는 잠시 날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연습 잘 해. 타티아나.”
“고마워요. 에르네스트도요.”
“그래.”
위아래로 갈라지는 계단에 서서 우리는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하고 각각 연습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