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스크바의 여명-343화 (343/1,277)

##  343화

교내 방송으로 방과 후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건반에서 손을 떼고, 한숨을 내쉬었다.

바이올린 소리도 멎어 있었다. 막심 선배도 바이올린을 내려놓고 심호흡을 했다.

“좋아. 여기까지 하자.”

“예.”

창밖을 보니 이미 해가 져서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해가 빨리 지는 것만 봐도 정말 겨울이 오긴 왔다는 것이 체감되었다.

난 피아노 건반을 마지막으로 내려다보고, 건반 덮개를 덮었다.

막 자리에서 일어나 악보를 드는데 살짝 기분 좋은 현기증이 일었다. 비틀거리지 않고 똑바로 섰다. 온몸이 노곤했다.

선배와 함께 한 연습은 중간중간 휴식 시간을 합쳐 총 4시간이나 계속되었다. 선배의 드뷔시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습하는 데에 2시간. 그리고 내 피아노 협주곡을 연습하는 데에 2시간.

일반적으로 혼자 하는 연습이라면 4시간 정도로 이렇게까지 지치진 않는다. 하지만 다른 연주자에게 신경을 쏟아 가며 극도의 집중력을 쏟아붓는 것은 4시간이면 사람의 몸과 정신을 거의 바닥까지 지치게 하는 데에 충분했다.

선배도 나도 결코 대충대충 하는 일은 없었고, 때론 협조적으로 때론 경쟁적으로 최선을 다해 연습에 임했다. 연습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합주를 4시간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렇게 지치고 힘든 연습이지만, 그 보상은 분명했다. 단 4시간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난 상당히 많은 것들을 얻어 내고, 정리할 수 있었다.

“……후.”

막심 선배 역시 많은 것을 얻은 연주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피로함과 열기가 혼재된 표정엔 흡족함이 머물러 있다. 난 그런 선배를 보며 미소 지었다.

선배 역시 날 보더니,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정말 재미있었어.”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선배가 손가락을 튕겼다.

“물론 고맙기도 하고. 네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어.”

“저야말로요.”

오늘 이 시간은 우리 둘 중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얻어 가는 시간이 아니었다. 난 감사 인사를 했다.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감사드려요.”

“정말?”

“그럼요.”

혼자서 차분히 조금 더 정리를 해 봐야 할 부분들은 있었지만, 4시간 동안 정말 단 한 순간도 허투루 소비되지 않았다. 정말 기분 좋은 연습이었다.

막심 선배가 히죽 웃었다.

“다행이네.”

난 악보를 가방에 집어넣곤 의자에 앉아 잠시 숨을 골랐다. 잠깐 쉬었다가 갈 생각이었다.

막심 선배도 그럴 생각인지 바이올린 케이스에 바이올린을 집어넣고는 맞은편 의자에 앉아서 축 늘어졌다. 정말 모든 것을 쏟아 내고 탈진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 주는 듯했다.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난 입을 가리고 웃었다. 막심 선배는 날 웃기는 데에 성공한 것이 즐거운지 킥킥거렸다.

한참을 그렇게 웃다가, 난 앞으로도 이런 시간이 자주 있었으면 한다는 뜻으로 말했다.

“앞으로도 이런 일 있으시면 언제든 불러 주세요.”

“어이쿠, 오늘처럼 이렇게 어쩌다가 한 번이라면 모를까 자주 그랬다간 피아노과 애들이 날 죽일지도 몰라. 동급생도 아니고 후배를 부려 먹는다고 말이지.”

“아하하하, 제가 변호해 드릴게요.”

“네가 변호해 줘도 나 스스로도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서.”

막심 선배의 입장에선 날 내키는 대로 불러내는 것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 못 할 부분은 아니었다.

그런데 선배가 이어 말했다.

“그래도 네가 선배를 부려 먹는 건 상관없겠지. 너야말로 언제든 연습에 바이올린이 필요하다면 불러 줘. 아, 첼로도 준비되어 있으니까 언제든지.”

“니콜라이 선배 말씀이신가요?”

“그래.”

막심 선배는 호탕하게 즉답했다. 니콜라이 선배의 일인데도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했다.

난 잠깐 생각해 보았다. 이렇게나 훌륭한 실력을 지닌 선배들이다. 음악적으로도 잘 맞아서 합주 자체만으로도 즐거웠고, 배울 점은 늘 새로웠다. 내가 필요할 때마다 불러서 하고자 하는 연습을 한다면 실력 향상에 정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사정을 따지지 않고 오로지 원하는 바만 취한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머리에 열기가 조금 올라 있는 상태에서도 난 차분하게 고개를 저었다.

“말씀은 정말 감사해요.”

“역시 부담 되나?”

“그런 것이 아니라……. 선배님들은 11학년이시잖아요? 가장 바쁘시니까요.”

“음.”

선배가 날 가끔 부르는 정도에서 적당한 선을 지키고 있다면 나 역시 적당한 선을 지켜 줘야 했다. 선배들에겐 선배들의 목표와 해야 할 것들이 있으므로.

그렇게 우린 서로를 이해한다는 듯한 시선을 주고받았다. 막심 선배는 깊은 우물과도 같은 눈빛으로 물끄러미 날 바라보았다.

그 눈은 곧 살짝 휘어졌다. 막심 선배가 말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더욱 우리가 이 학교에서 할 일이 있다면 해야 하지 않겠어?”

“……예?”

“떠나기 전에 말야.”

그 상냥한 말에서 난 11학년이 무엇 때문에 바쁜지 다시금 깨달았다. 다른 것이 아니다. 졸업 때문이었다.

갑자기 그 생각을 하니 절로 목소리가 작아졌다.

“졸업……하셔야겠지요.”

“졸업은 해야지.”

막심 선배는 당연하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졸업은 해야 한다. 되레 문제가 생겨서 졸업하지 못하게 되면 큰일인 것이다.

선배도, 그리고 나도. 언제까지고 음악학교의 학생일 수는 없었다.

현실은 잘 알지만 그래도 내년이면 없을 사람일 테니 후배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해 주겠다는 막심 선배를 보며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 순 없었다.

“아쉬워요.”

“뭐? 푸하하, 정말? 아쉬워해 준다니 감격스러운데?”

“농담 아니에요.”

“크크.”

막심 선배는 나지막하게 웃다가 손으로 의자를 툭툭 쳤다.

“나야말로 아쉽네. 내가 9학년 피아노과였다면 좋았을 텐데.”

“……예?”

“뭐 그렇다고 바이올린으로 졸업하기 싫단 건 아니고. 이건 나 자신이나 다름없는 거니까.”

그러면서 막심 선배는 바이올린 케이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같은 9학년이었다면 조금 더 같이 있을 수 있었겠지만, 그런 이야기는 아쉬움을 살짝 색다르게 느낄 수 있는 이야기일 뿐. 선배는 결국 바이올린 연주자였고, 그 길을 가야 하는 사람이다. 난 선배라면 바이올린으로 세계에 우뚝 설 수 있는 사람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연주로 쌓인 피로감이 조금 줄어들었고, 막심 선배가 먼저 의자에서 일어섰다.

“아무튼, 오늘 즐거웠어. 다음에 또 같이 연습하자. 타티아나.”

“예. 선배님.”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입고 가방을 들었다. 막심 선배도 코트를 휙 걸쳐 입고는 바이올린 케이스를 들었다.

연습실 밖으로 나와서, 훤칠한 키의 선배는 나와 몇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서 경쾌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갈게. 안녕.”

“다음에 봬요.”

“그래.”

쿨하게 인사를 마친 선배는 코트자락을 휘날리며 복도 저편으로 걸어갔다. 난 그런 선배의 뒷모습을 조금 더 지켜보다가, 반대편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잠시 반으로 돌아간 나는 몇 명의 친구들이 저마다 모여서 집으로 갈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중엔 함께 스터디룸에서 공부를 하다가 각각 연습을 위해 헤어졌던 친구도 있었다.

“에르네스트?”

“타티아나.”

에르네스트는 고개를 돌려 날 보고는 손을 들었다.

난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다가가서 물었다.

“지금까지 연습하신 건가요?”

“너야말로. 오래 걸렸네.”

“예. 연습을 도와주기도 하고, 도움받기도 하다 보니 조금 걸렸어요.”

“그랬겠네.”

막심 선배의 연습을 도와주러 가는 것이라고는 미리 말했으니 내가 어떤 연습을 했는진 알 것이다.

에르네스트는 어떤 곡을 연습했을지 궁금해서 물어보려는데, 그가 먼저 내게 물었다.

“바이올린 그거, 어렵나?”

“예?”

“그냥 갑자기 궁금해서.”

갑자기 바이올린에 대해 궁금해진 모양이다. 이미 에르네스트는 그에 대해 충분히 잘 알고 있겠지만, 난 실제로 바이올린을 배워 본 기억도 있기 때문에 약간 구체적으로 답했다.

“쉽지는 않죠. 바이올린을 켜다 보면 소리라는 것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되거든요.”

“그렇겠지.”

“또 악기는 비쌀수록 좋다는 것도 말이죠.”

“……너 바이올린을 배워 본 것처럼 말하네?”

“어……. 약간요.”

난 말을 얼버무렸다.

에르네스트는 날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역시 대단하네.”

“깊게 배운 건 아니에요. 단지 피아노를 연주하는 데에 조금 도움이 될 정도로 배웠을 뿐이니까요.”

“무슨 말인지 알아.”

바이올린은 정말 피아노를 위해 배웠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조금 변명조로 말이 나왔다.

에르네스트는 이해한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들었다.

“우린 결국 피아니스트니까.”

“…….”

그 손가락이 나와 그를 오갔다.

막심 선배가 어쩔 수 없이 바이올린 연주자인 것처럼, 나와 에르네스트는 어쩔 수 없이 피아노 연주자인 것이다. 그것은 마치 사람의 성향이 타고나는 것과 같이 운명적이라서, 느끼고 받아들이는 순간 거절할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크게 보면 에르네스트도 나도, 이 피아노과의 모든 학생들도 같은 운명 아래에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조금 과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는 기분은 분명 그렇다.

에르네스트는 가볍게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무튼…… 오늘 연습 수고했어. 열심히 했네, 타티아나.”

“아……. 고마워요. 에르네스트야말로 고생많으셨어요.”

“응.”

같은 운명을 공유하는 우리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힘을 북돋아 주었다. 음악의 힘이란 각자의 힘이지만, 공통의 힘이기도 하다. 난 약간 뿌듯하기도 해져서 싱글벙글 웃으며 에르네스트의 옆에 앉았다.

잠시 그렇게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또 한 사람, 같은 운명을 나누는 친구가 반으로 들어왔다.

“아, 힘들어……. 어? 타티아나. 에르네스트. 안 가고 있었구나.”

“아나스타샤!”

늘 흘러넘치는 에너지가 바닥이 났는지 축 처진 어깨로 터덜터덜 들어오던 아나스타샤가 나와 에르네스트를 보고는 정신이 들었는지 고개를 세웠다.

그녀는 이쪽으로 슥슥 다가오더니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정말로 지쳤는지 가방을 대충 놓고는 말했다.

“뭐 해? 집에 안 가고.”

“이제 연습 끝나고 왔어요.”

“아 그래? 나도 오늘 오후엔 연습하고 레슨만 받았네. 팔 아파.”

“괜찮으신가요?”

그녀도 오늘 굉장히 혹사당한 모양이다.

난 칭얼거리는 그녀의 팔을 잡고 살살 주물러 주었다. 마사지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난 전신을 사용해야 하는 피아노 연주자로서 사람의 근육과 인대 같은 해부학에도 관심이 조금 있었다. 그렇게 얻은 지식은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여 있어서, 대충 잡아 보아도 어딜 만져 줘야 할지 알 수 있었다.

아나스타샤는 내가 잠깐 눌러 주었는데도 시원한지 대놓고 더 달라붙었다.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파. 목이랑 머리도.”

“……병원 가시겠어요?”

“가서 전신마취 받으면 안 아플까?”

“큰일 날 말씀 하세요.”

“아하하.”

내가 짐짓 정색하며 말하자 아나스타샤가 까르르 웃었다. 그녀는 종종 내가 정색하면 좋아하기도 했다.

어쨌든, 그녀도 오늘 열심히 연습해서 힘든 건 사실인 것이다. 난 그녀의 손을 잡아 주며 말했다.

“아나스타샤도 오늘 고생하셨어요.”

그리고 옆에 있던 에르네스트도 내 말에 한 마디 얹어 주었다.

“수고했어. 아나스타샤.”

“……뭐야? 갑자기.”

에르네스트도 수고했다고 해 줄 줄은 몰랐는지 아나스타샤는 약간 미심쩍다는 시선을 내 옆으로 보냈다. 하지만 에르네스트는 뭐가 또 불만이냐는 듯 눈을 부라렸다.

아나스타샤는 한동안 에르네스트와 눈싸움을 하더니 날 중간에 두고 싸울 생각은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우리 오늘 다 고생한 사람들끼리 뭐라도 먹으러 가자. 열심히 했으니 상이 있어야지. 안 그래?”

“좋아요.”

“저녁 안 먹어?”

“저녁은 저녁이고 그 전에 잠깐 뭣 좀 먹자는 거지.”

“……뭐?”

당최 이해가 안 간다는 듯 에르네스트가 되묻다가, 곧 다음 나올 말을 집어삼켰다. 말로 뱉는 순간 나와 아나스타샤에게 공격당할 것을 직감한 모양이다. 역시 그는 현명했다.

그렇게 입을 다문 에르네스트가 반론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느낀 아나스타샤가 말했다.

“자 됐지? 그럼 가자.”

“잘 가.”

“무슨 소리야? 너도 가야지.”

“?”

에르네스트는 생각도 안 했는지 의아해하더니 손을 내저었다.

“여자애들끼리 먹어. 난 빼고.”

“됐어. 됐으니까 따라와.”

“아니, 왜?”

“정 싫으면 말든지.”

아나스타샤는 다시 안 묻겠다는 듯 말했고 에르네스트는 잠시 고민했다. 그는 방과 후에 밖을 쏘다니기보단 집에 들어가서 동생과 놀아 주고 가족들과 식사를 하는 편이었는데, 그래도 오늘처럼 가끔 있는 제안은 받아 주곤 했다.

이윽고 그가 결정을 내렸는지 대답했다.

“갈게. 근데 그럴 거면 아예 밥 먹으러 가자. 그게 낫지.”

“아……. 재미없는 남자 같으니. 끝까지 밥 찾고 있네.”

“…….”

아나스타샤의 말에 에르네스트는 인상을 썼으나 아나스타샤는 그저 웃기만 했다.

그녀가 일어섰다.

“가자.”

그렇게 우리 세 명은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같이 움직이기로 했다. 가방을 챙겨들고 막 교실 밖으로 나서는데, 저편에서 발렌티나가 우릴 발견하고 반색했다.

“어! 아나스타샤! 타티아나! 에르네스트! 어디 가?”

“발렌티나. 우리 밥 먹으러 가는데, 같이 갈래?”

“응? 어? 밥?”

“가자.”

“그래! 가자!”

5초도 안 되는 사이 일행은 한 명 더 늘어났다.

아나스타샤는 우리들을 차례로 바라보고는 이 자리에 없는 사람들이 생각났는지 에르네스트에게 물었다.

“에르네스트. 리처드랑 승우 한은 뭐 한대?”

“몰라.”

세상 관심 없다는 투였다.

아나스타샤는 포기하지 않았다.

“불러 봐. 같이 가게.”

“내가 왜? 네가 불러.”

“네가 있는데 내가 왜?”

“웃기네 진짜.”

뻔뻔하게까지 느껴지는 아나스타샤의 요구에 에르네스트는 투덜거리면서도 스마트폰을 들었다. 소꿉친구인 만큼 두 사람의 일련의 행동들은 당연하다는 듯 흘러간다. 난 그런 것은 조금 부럽기도 했다.

에르네스트가 스마트폰을 들더니 틱틱거렸다.

“야, 어디야. 그럼 나와 밥 먹게. 어. 여기 4명. 비싼 거 안 먹어.”

짧은 문장들로 빠르게 묻고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확실하게 리처드와 한승우에게 권유하고 있었다. 난 이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 했을 광경에 조금 흐뭇해졌다.

에르네스트는 짧은 통화를 마치고 스마트폰을 내리더니 우리에게 말했다.

“온대.”

순식간에 대인원이 되었다. 난 가볍게 아나스타샤와 디저트라도 무언가 먹을까 생각하다가 갑자기 규모가 커지자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 기분은 따뜻한 만족감으로 내 가슴에 차올랐다.

아나스타샤가 내 손을 잡았다. 내가 고개를 들자 만족스럽게 웃는 얼굴이 날 내려다본다.

“다 같이 뭐 먹어 볼까. 타티아나?”

내가 친구들을 곁에 두고 지키고 싶어 한다는 것을, 그녀는 조금 알아주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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