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7화
아버지와 아버지의 지인분들. 그리고 에르네스트의 어머니나 미하일 선생님, 구세프 선생님 등등 인사를 드려야 할 분들은 정말 많았다.
물론 내가 드리는 감사 인사보다 칭찬을 열 배는 더 많이 받은 것 같다. 미하일 선생님은 내 어깨를 툭툭 쳐 주시며 말씀하셨다.
“정전이 났을 때 정말 많이 당황했을 텐데, 연주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최고의 형태로 해냈구나. 잘 했다. 타티아나.”
“선생님 덕분이에요.”
미하일 선생님이 정전 대비 요령 등을 가르쳐 주신 건 아니지만, 내가 짧은 사이 정신을 집중해서 연주에 임할 수 있게 된 건 좋은 선생님들로부터 교육받은 덕분이었다.
구세프 선생님은 가만히 계시더니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바로 무언가 말씀하시려다가 말고 삐뚜름하게 웃었다. 내가 바라는 대로 곱게 칭찬해 주진 않겠다는 뜻이었다.
“겨울의 표리가 무슨 말인진 알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왜 칼리오페냐? 새는 또 뭐고.”
평소 구세프 선생님의 어투에 익숙하지 않았다면 오해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난 이게 선생님 식의 장난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물론 지금 물어보시는 건 제대로 대답해야 한다. 똑같이 장난으로 말하면 혼날지도 모른다. 난 일단 곡에 의문은 없으시다는 데에 중점을 두고 대답했다.
“이상했나요? 처음엔 루 살로메라고 지으려 했어요.”
“……뭐라고?”
“먼 곳에서 다가와선 갑자기 머릿속을 차지하는 충동과 영감을 어떻게 이름 지을까 고민하다 보니…….”
루 살로메. 19세기에 러시아에서 온 뮤즈라 불리며 수많은 독일의 예술가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준 지식인의 이름이었다.
프리드리히 니체,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그문트 프로이트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로 유명한 예술가들이 그녀를 자신의 뮤즈라 칭송했다.
난 1악장을 연구하며 느낀 것들을 정리하여 그렇게 뮤즈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려 제목으로 붙이려 했다.
하지만 지금 이 곡을 해석 중인 게 나 혼자라 하여도 나중에 다른 음악가들이 또 어떤 해석을 내놓을지 모른다. 난 이 다음의 생각도 해야 했다.
때문에 처음엔 루 살로메의 이름을 붙이려다가, 되도록 제목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도록 칼리오페로 바꾸었다.
보다 직관적이면서도 해석의 여지를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제목이라 생각한다.
난 이어 말했다.
“그리고 새는 주제의 위아래로 떠도는 한 선율을 어떻게 표현할…….”
“아니다, 알겠다. 내가 물어볼 필요는 없겠다. 미안하다.”
아직 할 말이 더 남았는데 구세프 선생님은 사과까지 하면서 내 말을 막았다. 먼저 물어보시긴 했지만 이 주제를 길게 말하고 싶으시지 않은 것 같았다.
잠시 어색하게 말을 고르던 구세프 선생님은 그제야 심술궂던 태도를 거두셨다.
“솔직히 너희 둘이 이 정도로 해낼 줄은 몰랐다.”
이번엔 내가 살짝 장난을 쳐도 되는 타이밍이다.
“망칠 거라 생각하셨…….”
“아니! 망할 리가 있나!”
구세프 선생님이 버럭 소리를 쳐서 깜짝 놀랐다. 선생님도 자신이 소리를 치신 것에 놀랐는지 주위를 조금 살폈다.
그러고는 황당한 소리 말라는 듯 한숨을 내쉬더니 차분히 말씀하셨다.
“네가 동요를 연주했어도 연주회가 잘못되는 일은 없었겠지. 하지만 낯선 곡을 연주하고도 이 정도 반응을 끌어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넌 그걸 알아야 해.”
이런 성원을 쉽게 받을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안다. 난 웃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좋을 수밖에 없는 곡이에요.”
“그런 곡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세상에 무조건 좋은 곡은 없다. 연주를 잘 해야만 좋은 곡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칭찬해 주시는데 다른 소리를 하는 건 실례다. 난 솔직하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흠.”
구세프 선생님은 헛기침을 하며 팔짱을 꼈다.
전부터 날 믿어 주신다고 하셨고, 오늘은 그 믿음이 보답받았다고 생각하시며 기뻐하시는 모습이 보였다. 선생님이 기뻐하신다면 나 역시 행복하다.
선생님은 날 물끄러미 바라보시더니 툴툴거리며 말씀하셨다.
“아무튼…… 될 수 있으면 오늘은 일찍 푹 쉬어라. 방랑자 환상곡에 밤의 가스파르까지. 대곡들을 너무 많이 연주했어. 피로할 거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됐고, 앞으로도 걱정 끼치지 마라.”
“예.”
삭막한 말투였지만 그 속엔 따스함이 가득했다. 선생님은 얼른 친구들에게 가 보라는 듯 대충 손을 휘휘 저었다. 난 거기에 떠밀리듯 옆으로 향했다.
거기엔 중앙음악학교에서 온 친구들이 있었다. 모두 이제야 오냐는 듯 우르르 모여들었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리처드가 제일 먼저 축하 인사를 건넸다.
“나도 연주회 하고 싶어지게 하더라. 멋졌어. 타티아나.”
“고마워요, 리처드. 그리고 꼭 하세요.”
“생각해 보고.”
리처드는 피아니스트로서의 성공 등엔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요즘 들어 다시 불이 붙은 것 같아 보여서 좋았다. 난 리처드가 본심을 다한다면 얼마나 대단한 연주자로 활동할 수 있을지 늘 기대 중이기도 했다.
저쪽에서 무언가 입에 넣던 류보비는 한달음에 달려왔다.
“너무너무 좋았어요!”
“류보비!”
“불 꺼졌을 땐 울 뻔했는데!”
다시 생각해도 섬뜩했는지 류보비는 진짜로 울먹이기까지 했다. 무서움과 미안함 등이 느껴져서 나도 같이 울 뻔했다.
그래도 류보비는 그다음 2부가 얼마나 좋았는지에 대해 열성적으로 이야기하면서 금방 기분을 풀었다. 거기에 아나톨리와 사샤도 함께했다. 난 이제 키 차이도 별로 나지 않는 아이들과 부둥켜안고 한참을 이야기했다.
그 모습을 보던 막심 선배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한쪽 눈을 찡긋하며 물었다.
“다들 정전 이야기만 해. 그렇지?”
실제로 연주회 중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였을 테니 어쩔 수 없었다. 일련의 상황이 아니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괜찮았다.
“정전 때문에 연주회를 망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해요.”
“긍정적이어서 좋네.”
막심 선배는 킬킬거리며 웃더니 옆에 있는 니콜라이 선배를 힐긋 돌아보았다. 그리고 툭 지나가는 투로 말했다.
“난 피아니스트들은 우리처럼 악기를 끌어안고 있지 못하니 악기와 거리감이 있는 거라 생각해 왔어.”
선배는 종종 악기 연주자들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었다. 바이올린이나 첼로 같은 현악기는 연주자가 꽉 끌어안듯 잡고 연주하게 된다. 하지만 피아노는 멀리서 손끝과 발끝만 사용한다.
그런 차이가 곧 성격 차이라고 하기도 했고, 심지어 선배는 나에게 직설적으로 성격 나쁘다고 말하기까지 했었다. 그런 내가 좋다고도 했었고.
지금 생각해 봐도 참 특이한 선배다. 하지만 선배는 언제나 음악에 대해서만큼은 진지했다.
“그런데 멀리서 손가락 하나로 네가 해내는 것들을 듣고 있다 보면……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 편견이었다는 걸 느껴.”
막심 선배 안에 있던 피아니스트들에 대한 관념에 내가 영향을 준 걸까? 그게 나쁜 영향은 아닐 거라 확신한다.
선배가 피식 웃으며 손을 귓가에 댔다.
“종종 연락할게. 괜찮지?”
난 막심 선배와 니콜라이 선배를 돌아보았다. 이제 졸업하게 되는 선배들이지만, 아무것도 끝나지 않는다. 언제라도 우리는 음악가로서 만날 수 있었다.
“물론이에요.”
내가 강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자 막심 선배는 그럼 됐다는 듯 손가락을 튕기고는 니콜라이 선배와 함께 옆 테이블로 향했다.
그리고 발렌티나는 대뜸 칭얼거렸다.
“손 아파. 타티아나.”
별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 말이었는데도 난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간신히 평정심을 유지하며 물어보았다.
“예? 무슨 일이에요?”
“박수 너무 많이 쳤나 봐.”
“……?”
별일 아닐 거라는 걸 예상하면서도 막상 들으니까 안도가 되면서 동시에 화가 났다. 난 발렌티나에게 일부러 더 새된 소리를 냈다.
“놀랐잖아요!”
“미안해, 미안해. 너도 손 아플 텐데 우리 손 주물러 주기 할래?”
“발렌티나가 먼저 해 주시려고요?”
“어떻게 알았어?”
난 그냥 웃기만 했다. 발렌티나도 깔깔 웃고는 말했다.
“오늘 정말 근사했어.”
“……고마워요.”
발렌티나에게선 순수한 감탄과 축하만 느껴졌다. 난 그녀에게 할 말이 많았지만 지금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며 얌전히 감사로 받았다.
아나스타샤는 별말 하지 않고 살짝 떨어진 곳에서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치자마자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웃었다. 서로 공유하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말은 길게 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무엇을 공유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기도 한다.
난 에르네스트를 돌아보았다.
그와 나는 오늘 연주회 무대에 올라간 곡 하나를 공유하고 있었다. 때문에 우린 서로 할 이야기가 정말 많았다. 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에르네스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보다.
“사람들이 앙코르 적다고 안 해?”
갑자기 무슨 말인가 싶어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에르네스트는 더 설명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오늘 디저트를 너무 많이 만들어서 메인이 뭐였는지 잊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적당히 자제했다. 다행히 디저트에 대한 아쉬움을 표한 분은 아무도 없었다. 난 고개를 저었다.
“그런 분은 없었어요.”
“다행이네.”
“……앙코르가 적었나요?”
내 질문에 에르네스트는 옅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 적절했어.”
“……?”
적절했으면 왜 이런 질문을 화두로 던졌는지 모르겠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리송하다.
잠시 생각하다가, 난 일단 작곡가에게 확인받아야 할 것에 대해 묻기로 했다.
약간 긴장되기도 한다. 난 되도록 목소리의 평정을 지키려 집중하며 말했다.
“에르네스트.”
“응.”
“몇 점 주시겠어요?”
내가 뭘 묻는진 분명했다.
에르네스트는 길게 고민하지 않고 바로 대답을 내놓았다.
“최고점.”
너무 대놓고 보챘나……?
질문을 잘못 했나 싶었지만 되돌릴 순 없었다. 난 약간 수습해 보겠단 심정으로 농담조로 말했다.
“벌써 최고면 안 돼요. 올라갈 곳이 없어지잖아요.”
“최고는 계속 경신하면 돼.”
그런데 에르네스트는 농담이나 립서비스 같은 걸 한 게 아니었다. 진심으로 내 연주에 최고점을 매기고 있었다.
그는 한 번 더 확고히 말했다.
“네가 아니었으면 라벨 뒤에서 연주될 엄두도 못 냈을 거야.”
작곡가에게서 들을 수 있는 찬사 중엔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난 더 무언가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걸 분명히 느꼈다. 충분했다.
긴장이 풀린다. 아무리 무대에서 좋은 평가를 많이 받아도 작곡가인 에르네스트가 별로였다고 평한다면 상당히 충격이 컸을 텐데, 그는 당연하다는 듯 내 연주를 인정해 주었다.
지금까지도 나만의 해석으로 남아 있던 선율들이 가지런히 정돈되는 기분이 들었다. 다음엔 에르네스트의 해석도 들어 보고 싶었다.
제목에 대해서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시 자세히 물어보려고 하는데, 처음 보는 분이 날 불렀다.
“타티아나 유리예브나, 혹시 괜찮습니까?”
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경을 쓴 남자가 자신을 소개했다.
“즈베즈다의 평론가 자렛스키입니다. 오늘 연주 정말 잘 들었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즈베즈다라면 꽤 유명한 매거진이기도 했다. 그런 곳의 평론가라니, 인터뷰라도 하시려는 걸까?
정해 놓은 말은 아무것도 없어서 빠르게 예상되는 질문들을 떠올렸다. 자렛스키가 용건을 말했다.
“평론가로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 리뷰를 쓰려고 하는데 여쭙고 싶은 게 있어 실례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뷰는 아니었다. 리뷰라면 내 연주회에 대한 내용을 적는 것이니까 나와 질의문답 같은 걸 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뭘 묻고 싶어 하시는 거지?
궁금하다는 시선을 했더니 자렛스키가 조심스레 물었다.
“저번 상트페테르부르크 콩쿠르에서 마트베이 아파나시예비치가 말씀하신 이후로 타티아나는 여러 매체에서 앙팡 테리블이라 불리고 계시죠.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지금도 종종 난 그렇게 불린다. 여전히 쉽게 여길 수 있는 닉네임은 아니지만 시간이 흘러서인지 익숙해져 있었다.
“과분한 별명이지만 감사히 생각하고 있어요.”
“다른 별명으로 불리는 건 어떻습니까?”
“……예?”
상상도 못한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자렛스키는 열정적으로 이야기했다.
“타티아나의 연주를 들으면서 리뷰에 쓸 서문을 생각해 봤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앙팡 테리블로는 이 독주회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을 것 같단 느낌이 들더군요.”
대외적으로 잘 알려진 별명으로 리뷰를 시작하는 게 보편적이겠지만, 자렛스키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타티아나의 기교적 뛰어남도 감탄스러웠지만, 전 무엇보다 음악의 바다를 가르는 타티아나의 항해에 함께하는 기분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건반 위의 항해사나 안내자 등은 어떨까 싶습니다.”
뭐라고요……?
열성적인 그와 반대로 난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제, 제가 골라야 하나요?”
“꼭 그렇진 않습니다. 하지만 평론가들이 멋대로 지은 닉네임은 마음에 안 든다며 간혹 싫어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
내가 지금 딱 그렇다. 물론 단어가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었다. 별명이라는 것 자체가 무거울 뿐이다.
건반 위의 검투사 발렌티나 리시차.
건반 위의 마법사 스티브 바라캇.
건반 위의 철학자 알프레드 브렌델.
이처럼 저명한 피아노 연주자들에겐 건반에 붙이는 별명 등이 붙곤 한다. 이건 딱히 공식적으로 정해져 있거나 한 건 아니라서 한 사람이 몇 개씩이나 가지고 있거나 하기도 했지만, 중요한 건 세계적인 연주자들에게나 붙는 별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겨우 첫 독주회를 한 내게 건반을 위시한 별명을 붙이겠다고요?
즈베즈다의 평론가가 이런 말을 해 준다는 건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난 일단 지금은 너무 이르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지금은 하지 않아 주시면…….”
“건반 아래로 가죠.”
“?”
그런데 가만히 있던 에르네스트가 불쑥 끼어들었다. 내가 놀라서 돌아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타티아나의 음악은 건반 위에서 생겨나 머물지 않아요. 보다 깊은 곳, 건반 아래에서부터 잡아당기거나 흔들어 놓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잠시만요. 에르네스트?”
“아…… 그거 좋군요. 제가 느낀 것도 바로 그러합니다. 건반 아래의 안내자…… 어떻습니까?”
“그것 좋네요.”
당황해서 멍하니 있는데 두 사람은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별명이라는 게 원래 다른 사람이 붙여 주는 것이긴 하지만, 이렇게 당사자 앞에서 대놓고 이야기하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렛스키는 다시 한 번 내게 말했다. 정말 놓치고 싶지 않다는 간절함이 보였다.
“허락해 주셨으면 합니다. 타티아나.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제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분명 타티아나를 특별하게 칭하고 싶어 할 텐데, 아마 이보다 더 나은 건 없을 거라…….”
그의 말을 들으면서도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갈등하다가 아버지 허락이 필요하다고 했고, 그건 내 결정적인 실수였다. 아버지는 자렛스키의 제안을 굉장히 흡족하게 받아들이셨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