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스크바의 여명-692화 (692/1,277)

##  692화

연주자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캄캄한 암흑이 날 맞이했다. 문틈으로 새어 들어가는 빛만이 대기실 안의 풍경을 어슴푸레 비춘다.

“…….”

난 불을 켜지 않고 암흑 속에서 보이는 실루엣들만 눈에 담은 뒤, 문을 닫았다. 다시 대기실은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어둠 속에서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방금 전 본 것들이 진리처럼 그 자리에 있음을 믿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내 기억이 틀림없고, 내 걸음의 방향이 옳으며, 내 위치가 정직하게 나아가고 있음을. 그저 믿을 수밖에 없다.

내 모든 행동은 그러한 믿음을 근거로 비롯된다

“…….”

그렇게 걷다 보면 장애물에 정강이가 닿기도 했다. 달려가던 참이었다면 걸려 넘어져서 크게 다쳤을지도 모르겠지만, 미리 예상하고 충분히 주의를 기울인 덕분에 멈춰 서서 돌아갈 수 있었다.

어떤 장애물들이 내 앞에 있을지 난 이미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 알고 있다면 대비할 수 있고, 그렇다면 덜 아프게 부딪힐 수 있다.

두려움에 걸음을 멈출 순 없었다.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보단 조심스럽게나마 한 걸음씩 나아가는 편이 나았다.

크게 공간을 울리는 구두 소리와 그보다 작은 숨소리, 그보다 더 작은 심장 소리.

그 모든 현실의 소리들을 예민하게 들으면서도 난 머릿속에서 소리없이 뇌까리는 목소리를 그 무엇보다 크게 느꼈다.

난 들으란 듯이 더 크게 발소리를 냈다.

이 소리와 그 반향음이 내 존재와 이 공간의 실재,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증명한다.

“아.”

예상한 지점에서 무언가가 내 발끝에 닿았다. 난 허리를 굽혀 그것을 만져 보았다. 대기실에 있던 작은 소파. 내가 찾던 목적지였다.

살그머니 그 소파 위로 올라간 나는 옆으로 웅크려 누웠다.

전날 잠을 설친 탓에 피로하고 몽롱했지만, 내 정신은 수마에 막 휩쓸리는 와중에도 캠코더처럼 방금 전 보았던 모든 것들을 재생하고 또 재생했다.

캠코더와 달리 정신엔 빨간 버튼이 없다.

잘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얼마나 안일했는지 눕고 나서야 깨달았다.

“…….”

고장 난 캠코더 같은 상태로 누워 있길 얼마나 지났을까. 미리 맞춰 놓았던 알람이 날 일으켰다.

“……후.”

긴 한숨을 뱉으며 눈을 떴다.

요란하게 우는 스마트폰의 화면을 확인하니 1시간 정도 누워 있었던 것 같다.

1시간이나 웅크리고 있었으니 다시 몸을 풀고 헝크러졌을 머리도 만져야 한다. 그리고 적당히 식사를 하고 준비를 한 뒤에 리허설에 참가해야…….

“읏…….”

갑자기 목 안에서부터 무언가 울컥하는 느낌이 들어서 화들짝 놀랐다. 난 기겁해서 양손으로 목 언저리를 눌렀다.

감정에 휩쓸리면 안 돼.

심지어 이건 존재해선 안 될 감정에 가깝다. 설령 느낀다 하더라도 그것이 연민과 슬픔이라면, 그건 정말로 끔찍한 죄를 더 저지르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차라리 죄책감을 느낀다면 가르침 받았던 바를 더 충실히 잊지 않는 쪽이 나았다.

연주자로서 감정에 취하지 않고 정갈하게 갈무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은 날 여기까지 데려다준 정말 귀중한 자산 중 하나였다.

내가 순간순간의 감정에 매번 휩쓸렸다면 절대 이만큼 잘 해내지 못했을 테니까.

난 잘 해내고 있다. 앞으로도 잘 해내야 할 테고.

“괜찮아…….”

난 중얼거리며 몸을 웅크렸다.

시각은 자극을 잃은 지 오래이고 후각 역시 무뎌져서 나무와 가죽, 그리고 어둠의 냄새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누워서 닿고 있는 옷과 소파의 감촉도 희미해져 가고, 숨소리와 심장 소리도 서서히 들리지 않게 되었다.

모든 것이 하나하나 마취되어 가는 가운데에서, 난 스스로가 옅어짐을 느꼈다.

잠시간 그렇게 있다가 고개를 들고 몸을 일으켰다.

기계적으로 팔과 허리를 스트레칭하고 일어선다. 그 모든 것이 내 몸엔 일종의 루틴처럼 입력되어 있었다.

천천히 손을 내리고, 대기실 밖으로 빠져나왔다.

전혀 잠들지 못했지만 전신에서 나른하게 느껴지는 피로를 무시하며 걸음을 옮겼다.

“식사 하시고 오신 겁니까? 타티아나.”

대기실 열쇠를 반납하고, 오케스트라 리허설룸으로 들어서자 먼저 와 있던 시어도어가 손을 흔들었다. 난 고개를 들고 반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방금.”

“아까 피아노 리허설룸에 가 봤더니 안 계셔서…… 저도 아까 일찍 와서 잠깐 바이올린 연습 좀 하고 있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같이 먹자고 할 걸 그랬습니다.”

그는 넉살좋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나도 마주 보고 웃어 주었다. 난 웃는 걸 잘 한다.

“아쉽네요.”

“다음엔 같이 하도록 하죠. 블라디보스토크의 유명한 레스토랑을 한번 소개해 드리고 싶기도 하고…… 아, 혹시 이미 가 봤습니까? 서쪽 놀이공원에 있는 해산물 레스토랑인데…….”

잠시 시어도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난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쳐 주기도 하고, 흥미로워하는 표정으로 질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잠깐 눈을 깜빡이면 무슨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한 가지 좋은 점은 그렇게 빠르게 휘발되어 버리는 알코올 같은 대화를 나누니 내 기분도 점점 취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는 점이다.

아무 생각 없이 시어도어와 수다 아닌 수다를 떨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주변이 북적북적해져 있었다.

“일찍 왔네요, 타티아나.”

몇 명의 사람들이 나에게 인사를 보내오고 나 역시 거기에 답했다. 여기저기에서 악기들을 조율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자 마음이 조금씩 편안해져 간다.

잠시 후, 김성조 지휘자님도 도착하셨다. 지휘자님은 아까 나와 만났으므로 우린 살짝 눈인사만 주고받았다.

이런저런 짧은 이야기와 전날 리허설에 대한 복기가 끝난 후엔 곧바로 오늘의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가 봅시다.”

항로는 이전과 같다. 똑같은 방식으로 돛을 펼치고 노를 젓는다. 우리 음악가 집단은 한 가지 목적을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난 머리를 비우고 그 안에 음악만을 채워 넣었다. 어지럼증이나 피로도 음악에 집중할 때만큼은 잊을 수 있었다.

단 한 번 만에 실수 없이 항해를 마무리 짓고 건반에서 손을 떼었다.

나름대로 만족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난 연주자로서 맡은 바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었다. 그 사실은 내게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음악이라도 완성 뒤에 또 다른 완성이 있는 법.

한층 더 좋은 항로를 찾아 늘 연구하는 지휘자님은 우리들의 연주를 듣고 올바른 피드백을 찾아 짚어 주었다.

“어제와는 약간 다른 것 같은데. 그 부분은 빠르게 가져가기로 했습니까?”

“예?”

갑자기 내 쪽으로 향한 질문을 바로 알아듣지 못하고 되묻자 지휘자님이 다시 물었다.

“두 번째 주제가 시작하는 부분 말입니다. 해석이 조금 바뀐 것 같아서. 어떤 느낌을 살리고 싶은지 한 번 더 자세히 연주해 주셨으면 좋겠군요.”

“아, 음…….”

“되도록 예술감독의 의견을 따르고 싶으니.”

날 배려하며 존중하는 태도. 정말 연주자로서 기꺼워함이 마땅한 순간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난 이 음악을 스스로 어떻게 해석하고 풀어내었는지, 여러분과 함께 어떻게 나아가고 싶은지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이끌어나가려 했다.

“…….”

하지만 지금은 갑자기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손도 움직이지 않는다.

예술감독이라는 직책은 본래 박 교수님에게 맡겨졌어야 하는 것이었다. 난 교수님의 실력을 잘 안다. 어떠한 자격이 있다면 분명 그건 내가 아닌 교수님에게 있겠지.

그런데 대체 어떤 연유로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걸까.

이전엔 별생각하지 않고 공석이라고만 생각해서 그런지 괜찮았었는데, 한 번 의식하게 되자 좀처럼 간단하게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게…….”

머리는 복잡했지만 난 어떻게든 입을 열면서 생각을 이어 나갔다.

내가 어떻게 느끼든지 지휘자님은, 그리고 악장과 다른 모두는 날 믿고 이 배의 조타를 맡겼다. 그렇다면 잘 해내야 하는데…….

“타티아나?”

옳은 방향을 찾아내고 그 근거를 설명해야…….

“괜찮습니까?”

“…….”

멍하니 있던 시간이 결국 길어져 버렸는지 지휘자님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날 불렀다.

다른 단원들도 모두 날 보고 있었다. 난 평소처럼 리허설을 하려던 계획은 전부 어그러졌음을 깨달았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가만히 지휘자님을 바라보자, 내가 왜 이렇게 바보처럼 있는지 지휘자님은 나름대로 생각을 해 보신 것 같았다.

“혹시 점심에 박 교수님과 만난 것 때문에 그렇습니까?”

그건 달리 변명할 수도 없이 정답이었다.

점심에 그리 좋은 모습을 보였던 것도 아니고, 못 알아차리는 게 이상할지도 모른다. 내 표정에 그것이 드러났는지 지휘자님은 조금 더 내 쪽으로 다가오며 조용히 말했다.

“제가 교수님과 나눈 대화는 못 들으셨겠지만…… 혹시 혼자서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까 싶어 말씀드리는데, 예술감독직에 대해선 부담 가지지 않아도 좋습니다. 제가 따로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고요.”

“…….”

“교수님은 타티아나라면 인정하겠다는 말씀을 흔쾌히 하시기도 했습니다.”

그건 알고 있다. 다만 내 스스로가 견디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잠깐 동안 난 멈춰 선 머리를 다시 빠르게 굴렸다. 지휘자님의 말에 편승해서 이 상황을 수습하고 다시 리허설을 이어 나가는 게 가장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말을 섞어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와중이었다.

“잠깐, 지휘자님. 무슨 말입니까 지금?”

시어도어가 갑자기 툭 끼어들며 물었다. 평소 시원시원한 태도와 달리 묘하게 날이 선 목소리였다.

“타티아나에 대해선 이미 충분히 검증을 마쳤다고 생각하는데, 또 무언가 시험하셨습니까?”

처음 봤을 때부터 시어도어는 나와 함께 지휘자님의 시험에 함께 하기도 했었다. 그 후로 시어도어는 이러쿵저러쿵하진 않았지만 지휘자님이 이것저것 날 시험하기도 했다는 걸 계속 느낀 모양이었다.

악장이 좋은 표정을 짓고 있지 않다는 걸 확인한 지휘자님은 한 걸음 물러서면서 상황을 설명했다.

“오해입니다, 시어도어. 어찌 된 일이냐면…….”

원래 예술감독직을 부탁하려 했던 한국의 피아노학과 교수가 찾아왔다는 것, 그리고 로비에서 잠깐 만나고 있는데 연습을 마친 나까지 합류해선 세 명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

사실 전달밖에 없는 간결한 상황 설명이었지만 그 반응은 상당히 격렬했다.

“그건 너무 무신경한 처사잖아요!”

갑자기 누군가 큰 소리로 항의했다. 클라리넷 연주자인 밀라였다.

평소 조용조용하지만 열정적으로 연주에 임할 땐 클라리넷 소리가 귀에 확 꽂히도록 훌륭한 연주를 하는 분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지휘자에게 목소리를 높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녀는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이어 소리쳤다.

“당장에 저라도 그런 자리라면 거북해서 피하겠어요!”

“인사까지 시키려 했다고요……?”

“너무한 것 아닙니까?”

그 말에 동조하듯 여기저기에서 목소리들이 올라왔다.

어떠한 집단에서 정해진 자리는 한정되어 있다. 당연히 그 자리엔 얽힐 수 있는 여러 상황과 트러블 등이 있을 수도 있고, 때문에 대부분은 그런 일 자체를 마주하는 걸 싫어한다.

나 역시 비슷하다면 비슷한 상황이라 할 수 있기도 했다.

문제가 생긴 부분은 예술감독으로서의 일이었다. 아마 연주자로서의 역할만 지니고 이곳에 있다가 교수님을 만났다면 지금보단 덜 충격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격렬한 비판들이 이어지자 지휘자님이 난처하단 듯 손을 내밀었다.

“진정…… 다들 진정하시죠. 그 상황을 다들 보지 못해서 그런데, 그렇게 심각한 분위기가 아닌…….”

“그럼 타티아나가 왜 저렇게 위축되어 있죠?”

“…….”

막 설명하려던 지휘자님은 그대로 침묵해 버렸다.

난 이 상황에 더 불을 지피고 싶지 않았으므로 지휘자님의 편을 들어야 하는 상황인데도, 입을 열기 힘들었다. 위축된 모습을 보여 주었던 건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웅성거리는 가운데 오로지 비판의 목소리만 있는 건 아니었다.

“다들 그쯤 하지.”

“뭐?”

“지휘자님이 처음에 뭐라 하셨지? 양해를 구하고 인정을 받아냈다 하지 않았나. 갑자기 마주한 상황에서 그 정도면 충분히 잘 대처하신 거라 생각하는데.”

“애초에 마주쳤다는 것 자체가……!”

“로비에서 만났다는데, 그것까지 다 어떻게 하라는 건데?”

합당한 말이었다. 김성조 지휘자님은 교수님이 갑자기 블라디보스토크로 오실 줄 몰랐던 것이 분명했고, 로비에서 만난 건 더더욱 우연일 뿐이었다.

그 상황에서 나까지 합세했으니 지휘자님으로선 어떻게든 자신이 중간에서 잘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이리라. 난 그 노력을 분명히 보았으니 옹호하고 싶다.

잠깐 이야기를 해도 될까 싶어서 살짝 목소리를 내 보았다.

“잠시…….”

“수업을 시키고 싶었다는 건 알겠지만 갑자기 중책을 맡겼을 때부터 불안했어요. 타티아나 때문이 아니라 지휘자님의 욕심이 과하신 게 아닌가 하고요! 왜 그렇게 압박을 주세요? 저 애가 가엾지도 않나요?”

“밀라. 너무 나가지 마. 왜 갑자기 우리 훌륭한 협연자이자 예술감독을 불쌍하게 여기지? 그거야말로 실례 아닌가?”

“불쌍하다는 게 아니라 모두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봐!”

그런데 워낙 여러 목소리가 뒤섞이고 북적여서 내 목소리가 들어갈 틈이 없었다.

그렇다고 큰 소리를 내서 끼어들 확고한 의지도, 힘도 없었다.

난 무력하게 무너져 내리는 단원들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모두들 완벽한 팀워크를 보여 주었는데, 지금은 산산이 분열되고 있다.

다름 아닌 나 때문에.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모두 조용히 해. 타티아나가 말하잖아.”

“…….”

그런데 흔들리던 오케스트라 가운데에서 중심을 굳히고 서 있던 악장 시어도어가 딱 한마디 던져서 그 흔들림을 붙잡았다.

모두가 각자 이야기하던 것을 멈추고 내 쪽을 바라보았다.

반쯤 정신을 놓고 있던 난 지금 가만히 있다간 정말 끝장날 것 같단 생각을 하고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단어들을 고르고 문장을 이루어 말한다.

“걱정해 주신 건 고맙지만 전 괜찮아요, 밀라. 정말이에요.”

“미안해, 타티아나. 난 그저…….”

“알아요. 고마워요.”

짧게 감사를 표하고는 이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말들을 생각해 냈다. 시어도어가 만들어 준 기회이니 지금 잘 말해야 한다.

“그저…… 제 개인적인 고민이 조금 있었을 뿐인데, 그게 표정뿐만 아니라 연주에도 드러나서 부끄럽네요……. 정말 죄송해요.”

“……타티아나.”

“문제 일으키는 일 없도록 할게요. 그러니 다시 한번…….”

모든 것을 내 쪽으로 돌린 다음 피아노로 증명하기만 하면 해결되리라 생각하며 그렇게 말하려는데, 갑자기 지휘자님이 손바닥을 휙 저으며 말했다.

“오늘은 그만합시다.”

“?”

그만해요? 뭘요?

난 얼떨떨하게 지휘자님을 돌아보았고, 곧 미안함이 가득한 표정과 마주할 수 있었다.

결국 리허설도 망쳐 버렸구나. 난 숨이 막히는 기분을 느끼며 고개를 떨구었다. 허벅지 위에 올라간 양손은 작게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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