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2화
휴게실에 혼자 있던 타티아나는 마치 주변 풍경에 녹아드는 구름 같은 이미지였다.
그녀 세대에 제일 주목받는 피아니스트들 중 한 명이자 중앙음악학교라는 곳의 이름과 가치에 의미를 부여하는 걸작이라고까지 불리는 타티아나는 먼 곳에 존재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기도 하고, 멍하니 있는 타티아나는 실제로 존재감이 굉장히 옅었기 때문이었다.
샬롯은 지금까지 타티아나를 연주회 영상 등을 통해서밖에 보지 못했지만, 영상을 뚫고 나오기라도 할 것처럼 격렬하게 몰아치던 카리스마적인 존재감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바로 선 자세로 똑같이 앉아 있어도 피아노 앞의 타티아나와 휴게실 벤치에 앉아 있는 타티아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일 정도의 차이가 났다.
그리고 지금, 친구들과 함께 있는 타티아나는 또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한참 친구들에게 공세를 당하던 타티아나는 오도카니 서 있는 샬롯을 보더니 조금 창피해졌는지 냉정한 어투로 말했다. 더는 당하지 않겠다는 투였다.
“정말, 저희 이제 10학년이에요. 장난은 그만둬 주세요.”
하지만 그 구태의연한 말을 친구들은 그냥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 말은 지겨워.”
“예?”
“1학년 땐 입학했으니까 점잖게 굴라 그러고, 2학년이 되니 1학년들이 보니까 의젓해져 보라고 하고. 3학년이 되어서도 마찬가지. 지난 10년이 똑같았어!”
“……발렌티나?”
갑자기 울분을 토하는 발렌티나를 보며 타티아나가 황망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학년에 맞게 행동하자는 말에 이렇게 반응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 같다.
더 심한 장난을 쳐 주겠다며 벼르는 발렌티나에게 공포를 느꼈는지 타티아나는 움찔거리며 옆의 아나스타샤를 바라보았다. 도와 달라는 눈빛이다.
하지만 아나스타샤도 이 순간만큼은 발렌티나의 편이었다.
“간만에 맞는 말을 하는구나? 발렌티나.”
“간만에?”
“고장 난 시계도 하루 두 번은 맞는다는 게 이런 상황을 두고 나온 말이려나…….”
“뭐라고!?”
곧 두 사람은 서로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샬롯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조금 어이가 없었다. 진짜 도와주려고 한 건가……?
잘은 모르겠지만 옆에서 보고 있자니 희극도 이런 희극이 없었다.
하지만 10학년 선배 세 명을 앞에 두고 재밌다고 웃어 버릴 정도로 샬롯은 간이 크지 못했다.
타티아나는 여전히 높게 느껴지는 사람이었고, 발렌티나는 착해 보이긴 하지만 그 장난기가 아무에게나 향하진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연예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세련된 아나스타샤는 날카로운 인상이 조금 무서웠다.
어떻게 봐도 쉬운 사람이 없었다. 여전히 샬롯은 이 세 사람이 어색했다.
하지만 머뭇거리다가 그냥 잊힌다면 아쉬울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던 샬롯은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저기…… 이거.”
“?”
샬롯이 지갑에서 25루블짜리 동전을 꺼내 내밀었다. 타티아나는 동전을 빌려 달라 했던 일을 순간 잊었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샬롯이 지금 이 상황이 벌어진 원인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아까 동전 말씀하신 거…….”
“아, 그…… 고마워요.”
그제야 타티아나는 여전히 음료 캔을 들고 있다는 걸 깨달았는지 동전을 받아갔다. 겨우 25루블짜리인데도 굉장히 고마워하고 조심스러워하는 태도였다. 아까는 이런 사람에게 왜 겁을 먹었는지 모르겠다.
발렌티나는 이때다 싶었는지 아나스타샤에게서 다시 타깃을 타티아나 쪽으로 옮겼다.
“아항…… 타티아나, 너 얘한테 동전 달라고 했었구나?”
“빌린 거예요.”
“그런데 왜 울었대?”
“오해였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또다시 아까 놀림의 시작인가 싶었는지 타티아나는 매정하게 딱 잘라 말했다. 그리고 뭐라고 하든 상관없다는 듯 캔을 들었다.
“이렇게, 하려고, 했어요.”
어딘가 바닥에 두고 하면 편할 텐데, 타티아나는 눈앞에서 보여 주겠다는 듯 캔을 든 채로 동전을 끼우고 젖혔다. 곧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캔을 따자마자 타티아나는 경쾌하게 한 모금 마셨다.
별로 안 그렇게 보이는데 은근히 고집이 있는 스타일일지도 모르겠다.
샬롯에게 있어 그녀는 정말 피아노의 화신 같은 존재이자 존경하는 선배였지만, 지금만큼은 어쩐지 귀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쨌든, 원하던 목적을 완수한 타티아나는 다시 샬롯에게 동전을 내밀었다.
“돌려 드릴게요.”
그러나 샬롯이 미처 손을 내밀기도 전에, 타티아나는 동전을 떨어뜨렸다.
“아.”
떨어진 동전은 챙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한 번 튀어 오르더니 그대로 데구르르 굴러선 저편의 자판기 밑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25루블 동전의 행방은 청명한 소리만을 잠시 남기고는 거짓말처럼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황당하단 목소리로 발렌티나가 말했다.
“못 돌려주게 된 것 같은데……?”
“…….”
타티아나는 동전을 떨어뜨린 그대로 손을 바들바들 떨다가 슥 내렸다. 88개나 되는 피아노 건반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손이 이 중요한 타이밍에 자신을 배신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뭔가 살짝 자존심이 상했는지 타티아나의 눈에 불길이 일었다. 그녀는 나지막이 말했다.
“……꺼내 올게요.”
“아뇨! 괜찮아요! 교복 더러워져요!”
“그래도…….”
타티아나는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다는 듯 말했지만 샬롯으로선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25루블 동전이 아깝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타티아나의 교복이 더러워지는 것과 비교하자면 댈 것도 없었다.
샬롯은 다시 한번 완고히 만류했다.
“진짜 괜찮아요.”
“그렇다면…… 이거 드릴까요……. 한 모금 마시긴 했는데…….”
갖고 있는 게 뭔지 돌아보던 타티아나는 급기야 캔을 내밀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보던 아나스타샤는 그야말로 빵 터졌다. 거의 웃다가 실신하기 직전이었다.
“어떡하려고 그러니 타티아나…… 정말…….”
“웃지 마세요. 아나스타샤. 제가 알아서 할 터이니.”
정신없이 웃는 아나스타샤를 눈빛으로 힐난하던 타티아나는 이제 참견하지 말라는 투로 뾰족하게 쏘아붙이고는 다시 샬롯을 돌아보았다.
샬롯은 지금까지 휘말린데다가 동전까지 잃어버린 상황이었다. 타티아나는 그 점을 그냥 웃어넘길 생각이 없이 꽤 진지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저기, 그렇다면 대신 원하는 것이라도 있나요? 들어 드릴게요.”
“대신이요?”
“예. 동전의 대신이지만, 그 값어치만 고려하진 않으셔도 되어요.”
어쩌면 나 지금 굉장한 순간을 마주하고 있는 건가?
지금 타티아나는 정확히 25루블 어치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샬롯이 원한다면 그 열 배, 아니면 백 배도 들어 줄 생각이 있는 것 같았다.
실제로 타티아나에겐 그럴만한 여력이 충분히 있을 테고…… 어쩌면 그렇게 하는 편이 되레 그녀에겐 부담을 더는 일일지도 모른다. 겨우 25루블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샬롯은 그렇게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면 다른 것으로 받고 싶었다.
“저…… 그러면 수업종 칠 때까지 학교 안내해 주실 수 있나요?”
“?”
생각 그대로 말을 꺼낸 샬롯은 아차 싶어 급히 수습했다.
“그, 죄송해요. 제가 생각 없이…….”
원하는 대로 말하라 했다고 해서 진짜 그러면 어떡해?
샬롯은 학교 안내 같은 일이 아니라 적당히 타티아나가 들어줄 만한 다른 마땅한 걸 떠올리려 해 봤다.
하지만 귀찮아하리라 생각했던 타티아나는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여 주었다. 그녀는 처음 본 환한 미소를 지으며 샬롯에게 말했다.
“중앙음악학교에 첫 발을 들이신 분을 제가 안내할 수 있게 되다니. 기쁜 일이네요.”
억지로 하는 말과 미소가 아니라는 것쯤은 곧바로 전해져 왔다. 타티아나는 편입생을 안내할 수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반겼다. 혹시나 싶었던 샬롯은 그 미소에 긴장을 완전히 풀어놓을 수 있었다.
타티아나는 잘되었다는 듯 두 친구를 돌아보았다.
“아나스타샤, 발렌티나.”
시간이 된다면 같이 가 달라는 것 같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렇게 기뻐하는 타티아나를 보면서 지금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지 재빠르게 파악한 듯 보였다.
“난 잠깐 선생님 보러 가야 해서. 혼자 할 수 있지?”
“나도, 장난치는 건 이쯤 할래.”
방금 전 장난을 칠 땐 타티아나가 눈을 흘기고 그만하라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던 두 친구였지만, 정말로 타티아나가 좋아할 일은 절대로 방해하지 않으려는 것이 느껴진다.
타티아나는 약간 아쉬워하긴 했지만 곧 샬롯에게 신경을 쏟았다.
***
신학기의 풍성한 에너지가 뭉실거리는 교내 안.
휴게실에서 나온 타티아나와 샬롯은 복도를 걷고 있었다.
“…….”
타티아나는 기쁘게 샬롯의 제안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사실 교내 안내를 미리 예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 생각이 많은 듯 보였다. 애초에 그녀는 그렇게까지 활발하거나 살가운 성격도 아니었다.
그래도 계속 어색하게 있으면 안 된다. 타티아나가 먼저 말을 붙여왔다.
“저, 늦었지만 물어볼게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만나자마자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늦었지만, 샬롯은 지금이라도 알리게 되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말했다.
“아, 샬롯 린스키예요. 샬롯이라고 불러 주세요.”
“샬롯……. 유학생이신 거죠?”
“뉴질랜드에서 왔어요. 피아노과 8학년으로요…….”
“8학년. 후후.”
말을 되풀이하던 타티아나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살짝 들었다가, 다시 아련한 눈빛으로 샬롯을 바라보았다.
“저도 이 학교에 처음 왔을 때 8학년이었죠.”
“……진짜요?”
“예. 저도 편입생이랍니다.”
샬롯은 깜짝 놀랐다. 타티아나에 대한 정보들을 꽤 많이 찾아봤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편입생이라는 것까진 몰랐다.
분명 중앙음악학교에서 계속 배워 온 사람이라 생각했었는데…… 약간 예상 외였다. 하지만 똑같이 편입생이라는 것이, 심지어 8학년에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게 샬롯은 은근히 기뻤다.
타티아나 역시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은 10학년인 타티아나 유리예브나 베르체노바예요. 소개가 늦어 미안해요.”
이제 와서 이름을 주고받는 게 어색한지 두 사람은 마주 웃었다. 그러나 샬롯은 벌써부터 그녀와 친해진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타티아나 유리예브나라 부르면 되나요……?”
“무엇이든 상관없어요. 베르체노바라 하셔도 괜찮고…… 하지만 이름을 불러 주시면 좋겠어요.”
“타티아나 선배라고 할게요…….”
“고마워요. 후배님.”
깍듯한 존대는 분명 거리를 두는 표현이지만, 그럼에도 타티아나의 태도엔 의심할 구석이 없었다. 격식을 차려 대우한다는 느낌이 더 짙게 들었다.
샬롯은 약간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다. 중앙음악학교에서 누군가에게 안내를 받을 줄도 몰랐고, 게다가 그게 타티아나일 줄은 더더욱 몰랐다.
그녀는 이 순간을 조금이라도 낭비하지 않기 위해 타티아나에게 집중했다. 그리고 타티아나는 맡은 바 역할을 허투루 하지 않겠다는 듯 착실하게 샬롯을 데리고 다니며 눈에 보이는 것들을 가르쳐 주었다.
“저기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면 그레이트홀이 있어요. 곧 위클리 연주회 때면 저곳에 설 수 있으실 거예요.”
교내에 있는 거대한 연주용 홀은 이미 한 번 가 본 적이 있지만 샬롯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타티아나는 이어 설명했다.
“처음엔 교실과 레슨실, 연습실의 위치가 복잡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어요. 피아노과와 현악, 관악, 성악 등 각 교실이 목적에 따라 섞여 있기도 하고…… 연습실도 개인 연습실만 있는 게 아니라 합주 연습실이 있다 보니. 잘 모르고 찾아다니면 어렵죠. 하지만 제가 알려 드릴게요.”
커다란 홀과 달리 비슷비슷하게 복도에 늘어선 공간들은 샬롯에게 조금 어려운 부분이었다. 바로 방금 전만 해도 그녀는 자신의 교실이 어딘지 바로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타티아나의 설명을 들어 보니 어떤 구조인지 조금씩 이해가 갔다. 레슨실과 연습실이 뒤섞여 있는 건 동선을 가깝게 관리하기 위함이었고, 합주 연습실들이 멀리 떨어져 있는 건 서로 동시에 연습을 할 때 새어 나간 소리가 엉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모든 것에 다 의미가 있었다.
타티아나는 그 모든 것들을 어렵지 않게 조곤조곤 설명해 주었다. 샬롯은 새삼 감탄하며 그녀의 설명을 들었다. 정말 이렇게 안내를 받지 않고선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한 층을 얼추 둘러보면서 쉽게 감을 잡아 가고 있을 때였다. 복도에서 마주친 한 남학생이 덜컥 멈춰 서더니 타티아나에게 인사를 해 왔다.
“헉, 안녕하세요! 타티아나 선배님!”
“안녕하세요. 데니스. 방학은 잘 보내셨나요?”
“당연하죠!”
데니스는 활기차게 이야기하더니 마치 무언가 보고하는 것처럼 말했다.
“방학 동안 계속 크라이슬레리아나 연구에 빠져 있었습니다!”
“슈만 연구회의 활동인가요?”
“연구회 활동이기도 하고, 제 개인적인 욕심이기도 했고요.”
자신과 별로 나이 차이도 안 날 것 같은 남학생이 슈만의 크라이슬레리아나를 연습한다고 하니 샬롯은 조금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그 난곡을 벌써 한다고?
하지만 타티아나와 데니스는 너무나 당연하게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피아노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에 대한 말들이 잠시 오간다.
샬롯은 잠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이 중앙음악학교의 수준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데니스는 주변을 휙 둘러보더니 말했다.
“나중에 선배님에게 꼭 보여 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타티아나 선배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얼마든지요. 저도 기대가 되네요.”
“감사합니다.”
그 모습은 샬롯이 그리던 이상적인 선후배 관계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도 데니스처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날이 올까?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고양되는 기분이었다.
그런 생각에 빠져 있는 샬롯이 이 학교에서 처음 보는 얼굴이라는 건 데니스도 눈치챈 것 같았다. 그가 살짝 물었다.
“그나저나…… 옆의 분은?”
“아, 피아노과 8학년 편입생인 샬롯이에요.”
“그…… 안녕하세요. 샬롯 린스키예요.”
“오…….”
타티아나가 인사를 시켜 주자 데니스는 대번에 관심을 보였다.
“혹시 슈만에 관심 없습니까? 타티아나 선배가 데리고 다니는 걸 보니 보통 인재는 아닌 것 같고…….”
“저기, 그게…….”
그냥 스쳐 지나가거나 다른 일로 만났더라면 절대 이렇게 들이대진 않았을 것 같은데, 타티아나가 옆에 있다 보니 덩달아 샬롯의 인기도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첫날부터 연구부 같은 것에 들어가는 건 아직 일렀다. 타티아나가 데니스를 자중시켰다.
“영입은 나중에 해 주시겠어요? 아직 샬롯은 적응해야 할 시기라서요.”
“그렇겠네요. 흠, 제가 의욕이 앞선 탓에.”
데니스는 자신이 급했음을 선선히 인정하고는 다시 활발하게 말했다.
“준비가 되는 대로 다시 찾아뵐게요!”
그렇게 인사를 마친 그는 계단을 휙 뛰어 내려갔다.
번개처럼 사라진 데니스를 바라보던 타티아나는 즐거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연주할 때 보이던 피아노의 화신과도 같은 강대함, 학교의 일부인 것처럼 휴게실에 앉아 있던 희미함,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보였던 평범한 학생 같던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이 학교를 정말로 좋아하는구나.
그녀의 다채로운 면모를 느끼면서, 샬롯은 2년 후엔 자신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