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3화
저녁식사 후엔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네 사람은 정말로 공부에 집중했다.
모처럼 놀러왔는데 책상 앞에 모여 앉은 아이들을 보며 이자벨라는 조금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지만, 어쨌건 공부를 하는 걸 싫어할 부모는 없었다.
“유학을 와서 이렇게 열심히 하니 부모님들도 기뻐하시겠다. 그렇지 않니?”
“하하하, 그렇죠.”
리처드는 약간 건성으로 대답했다.
책상에 앉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그가 오만상을 쓰며 진짜 독한 놈들이라며 중얼거리던 걸 에르네스트는 잊지 않았다.
“유학생이니 더욱 최선을 다해야죠.”
그에 반해 한승우는 정말로 진지했다.
졸업까지 1년 반밖에 남지 않았고, 그는 러시아에서의 클래식 피아노 유학을 음악학교 수준에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앞으로 모스크바 음악원이나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까지 노리고 있는 그에겐 지금이 보다 중요한 시기인 것이다.
에르네스트는 그 의욕을 방해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낯선 땅에서 낯선 언어로 공부해야 하는 유학생들이 더더욱 애써야 하는 것처럼, 그 역시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영역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 애써야 할 참이었다.
‘경선 일정이…….’
교과 공부를 하면서도 잠시 쉴 때면 에르네스트는 올해 준비 중인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일단 왼팔의 재활을 꾸준히 하는 것은 당연히 기본이었고, 그사이에 놀고 있을 순 없으니 작곡에 조금 더 무게를 주었다.
공부하는 입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작곡 콩쿠르 등에 나가는 것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쇼팽 콩쿠르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둘 모두 참가해서 한 번에 결과를 낼 생각이었지만…… 이미 할 수 없게 된 것을 붙잡고 있을 순 없었다.
거기엔 에르네스트 대신 다른 친구들이 나가 줄 것이다.
그렇다면 에르네스트는 나름대로의 결과를 다른 곳에서 찾으면 될 일이다.
‘잘만 되면…….’
준비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많이 심혈을 기울이고 기대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만 잘 되면 정말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하며 에르네스트는 펜을 굴렸다.
저녁 공부가 끝나고 나서, 각자 방으로 돌아가고 난 뒤에도 에르네스트는 바로 잠들지 않았다.
“…….”
아까부터 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간신히 혼자서 작업할 시간이 생겼다.
에르네스트는 조용히 책상에서 오선지 한 묶음을 꺼냈다. 일반적으로 시중에서 대량으로 파는 것과는 조금 다른 오선지였다.
약간의 장식이 되어있기도 하고 질감 자체도 훨씬 더 고급스러웠다.
제출용이 아닌 선물용으로 딱 좋은 오선지였다.
“…….”
곧 책상 위에는 그가 지난 몇 주간 작곡한 신곡의 악보, 그리고 독서대 위엔 소치에서 사 온 고급 오선지가 펼쳐졌다.
종이들을 잘 정리한 뒤 에르네스트는 책상에서 필기구들도 꺼냈다.
작곡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사보엔 여러 가지 필기구를 쓸 수 있었다.
편하고 수정도 쉬운 연필부터 일반 펜, 만년필, 심지어는 까다로운 깃펜까지.
요즘은 컴퓨터로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에르네스트는 손으로 하는 사보에도 꽤 자신이 있었다.
필기구들 중에서 만년필을 꺼냈다. 잉크 슬릿이 2개인 뮤직닙music nib 만년필이었다.
편히 쓰는 연필과는 쥐는 방법부터 사용법, 음표 하나를 그리는 방법까지 모든 것이 다 다르다.
에르네스트도 이 전문 만년필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그리고 지금 제대로 그 기술을 쓸 때가 왔다.
“일단 해 볼까.”
중얼거리면서 에르네스트는 만년필을 들어 오선지에 높은음자리표부터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조표를 그리고 마디를 나눈다, 공간을 계산하고 음표를 하나씩 정확하게 오선지 위에 옮긴다.
만년필로 하는 작업은 연필을 쓰는 것보다 훨씬 까다로웠다.
마구 칠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필압을 줘서 한 번에 찍어내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리곤 닙을 세로로 세워서 꼬리를 그리는 것까지, 단 한 순간만 집중력을 잃으면 모든 것을 망치게 된다.
그렇게 집중하며 사보하는 순간은 마치 무대 위에 섰을 때와도 비슷했다.
수십, 수백 시간의 연습을 응축한 한순간을 펼치는 그 순간에도 여러 요인으로 인해 집중력이 무너질 수가 있다.
그렇게 연주를 망치는 데엔 1초도 필요하지 않다. 그보다 훨씬 짧은 박자를 놓쳐도 망가져버리는 것이 음악이니까.
그런 경험을 숱하게 이겨낸 에르네스트는 이 사보에서도 비슷한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음악이 여기에 존재하고 있다.
‘시간이 빠듯해.’
한층 신경을 곤두세우고 음표를 정밀하게 찍어 나가는 덕분에 그려지고 있는 악보는 꽤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 속도가 너무나도 느렸다.
마음이 조금 조급해진 에르네스트는 조금 더 빠르게 손을 놀렸고, 결국 얼마 가지 못해 실수를 하고 말았다.
잉크는 지워버릴 수도 없다. 그 위에 사선을 그어 없던 일로 할 수도 없었고.
에르네스트는 만년필을 든 채로 가만히 악보를 바라보다가, 미련없이 옆으로 치워버렸다.
그리고 다시 새 종이를 올리고 높은음자리표를 그렸다.
“…….”
시간이 빠듯하다면 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될 일이다.
에르네스트는 성급함을 후회하며 신중하게 손을 움직였다.
왼팔로 조금 기대거나 해서 자세를 편하게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여전히 저릿거리는 팔로는 무언가 하려고 하면 신경이 쓰여서 사보에 방해가 될 뿐이었다.
차라리 내버려두는 쪽이 편하다. 에르네스트는 더더욱 고개를 똑바로 들고는 남은 오른손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눈을 크게 뜨고, 지금 할 수 있는 한계를 직시하면서 그것을 악보 위에 하나씩 쌓아 나갔다.
어쩌면, 앞으로도 평생 이 일에만 익숙해져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지 않길 바라지만.
에르네스트는 그 어느 때라도 이럴 줄은 몰랐다면서 후회하거나 원망을 안고 살고 싶지 않았다.
***
여행에서 돌아오고 나서도 난 정신없이 바빴다.
가지고 온 짐을 정리하고 기념품 등을 정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연휴 이후 일정도 신경 써야 했기 때문이었다.
모든 학생이 당연히 마주해야 할 학기말 시험도 있고, 음반을 낸 나는 거기에 대한 사람들의 질문에 응답할 의무도 있었다.
물론 차차 마카로프 프로듀서나 표트르의 도움을 받아 준비하면 될 일이지만 내 개인적으로도 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연휴가 끝난 후의 일들보다 빠르게, 당장 내 생일이 다가와 있었다.
“왜 제 생일은 크리스마스인 걸까요…….”
“뭐야? 타티아나.”
아침부터 온 집이 떠들썩했다.
크리스마스 파티도 그냥 넘길 수는 없다는 아버지의 논리에 따라 우린 아침에 거의 모든 행사를 다 마쳤고, 그다음엔 내 생일에 대한 여러 준비로 바빠졌다.
다시 한번 친구들에게 초대 메시지를 돌리고, 빅토르의 도움을 받아 차로 데려올 수 있는 친구들은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리고 드미트리, 예고르와 파티 준비도 하고 아버지와 오빠에게 다시 오늘 일정과 준비 등에 대한 확인도 받다 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긴장되기도 하고 지치기도 지쳐서 축 늘어진 내가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루슬란 오빠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자기 생일인데 이렇게 기뻐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 말을 듣고서야 난 허리를 쭉 펴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돌아보니 오빠는 약간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난 괜히 말도 안 되는 투정을 이어 나갔다.
“조금 여유 있는…… 다른 날이었으면 어땠을까 해서요.”
“언제쯤이 좋은데?”
“글쎄요…… 연휴도 끝나고 시험도 끝나고 적당히 2월 15일쯤?”
“……진짜로 그렇게 정확한 날짜가 나오니까 당황스럽네.”
“아, 안 되겠다. 그때 콩쿠르 사전 통과자들 발표 나와요. 취소할게요.”
“뭘 취소해?”
생일을 바꾸는 게 가능이라도 한 것처럼 헛소리를 계속하니 오빠는 결국 어이가 없다는 듯 웃어버렸다.
내겐 그 웃음이 목적이었다.
팔을 쭉 펴고는 잠시 스트레칭했다. 오빠의 말마따나 생일인데 이렇게 피곤해하는 모습을 보일 순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크리스마스에 시간을 내어 준 친구들에게도 실례였고.
다시 방에서 친구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우리 왔어.”
“아나스타샤! 발렌티나!”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길래 누군가 했더니 유일하게 내게 그럴 수 있는 두 사람이었다. 난 단숨에 달려가선 둘을 끌어안았다.
“어제 하루 못 본 건데 왜 이렇게 오래 못 본 것 같지?”
“아하하, 저도 그랬어요. 그래서 이렇게 초대했지요.”
“그런 거였니?”
마치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인 것처럼 농담을 주고받으며 난 아나스타샤를 바라보았다.
포멀한 파티가 아닌 만큼 역시 편안한 차림이었다.
두 사람과는 언제 만나도 할 말이 많았다.
잠시 침대맡에 앉아서 겨우 이틀 사이 있었던 이야기들을 한창 주고받고 있자니, 방문을 똑똑 노크하며 나제즈다가 말했다.
“아가씨. 다른 친구분들도 연회장에 모여 계십니다.”
“나갈게요.”
잠깐 이야기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사이 시간이 꽤 흘러버린 모양이다.
난 마지막으로 다시 거울을 보며 옷차림을 정리하고는 아나스타샤, 발렌티나와 함께 연회장 쪽으로 나갔다.
기다란 테이블엔 이미 친구들이 앉아 있었다. 소치에 함께 갔었던 친구들 전부였다.
모두 한 명도 빠짐없이 참석해주어서 무척이나 기쁘다.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친구들과 인사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에르네스트에겐 살짝 묻고 말았다.
“정말로 같이 계셨나요?”
“어쩔 수 없잖아.”
그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난 그 옆의 리처드와 한승우도 바라보았다.
보니까 마당에서 재우진 않은 것 같은데…… 그런 걱정까지 하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긴 하다. 아무튼 좋아 보이니 다행이었다.
인사를 마치고 나서 내 자리에 앉았다. 이 생일 파티를 주관해주신 아버지께서 모두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전했다.
“이렇게 와 주어서 모두 고맙구나.”
그리고 모두의 얼굴을 확인하듯 다시 한번 돌아보시는데, 작년과 다르지 않음에 만족하신 듯 보인다.
이윽고 아버지는 잔을 들어올리며 축사를 하셨다.
“타티아나, 올해도 건강하길 바라고…….”
그렇게 말씀하시던 아버지의 눈길이 자연스레 에르네스트에게 향했다.
아버지는 작년에도 우정과 건강을 위하여 잔을 들었다. 하지만 내가 괜찮은 대신 에르네스트가 큰 부상을 입고 말았다.
거기에 대해서 아무래도 아버지가 느끼는 무게도 꽤 크신 것 같았다.
그 시선을 눈치챈 에르네스트가 순간 아버지를 돌아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는 괜찮다는 듯 씩 웃으며 고개를 작게 까딱였다. 그 작은 행동에 담긴 의미를 난 미처 다 알 수 없었다.
아버지는 조금 안심하신 것 같으면서도 간과할 수 없다는 듯, 약간 힘주어서 말을 맺으셨다.
“너희들도 마찬가지다. 항상 다치지 않고 건강한 것이 최고라는 걸 기억해주었으면 하는구나.”
모두들 그 말이 어떤 뜻인지 곧바로 이해했다.
“알겠어요. 유리 아저씨.”
“걱정 마세요.”
약간은 농담 섞인 대답들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에르네스트의 일을 생각하면 웃으며 말할 일이 아니었지만, 내 생일이다 보니 가급적 우울하거나 어색해지지 않으려고 모두들 노력하는 것이 느껴진다.
나도 열심히 웃으려 했다. 에르네스트도 항상 그걸 원했으니까.
“올해도 생일 축하해!”
각자 잔으로 건배를 하고, 큰 소리로 축하한다는 말을 들으니 어쩐지 나이를 먹고 있다는 실감이 났다.
언제나 피아노 앞에 앉아 있으면서 내가 이루는 것들은 전부 음악에 관련된 것뿐이란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 보면 그런 것 말고도 정말 내 곁에 함께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느껴진다.
주스를 다 비우자마자 아나스타샤가 기다렸다는 듯 가방에서 무언가 꺼내어 내게 내밀었다.
“자, 선물이야. 타티아나.”
“고마워요……!”
바로 뜯어 보자는 요청이 많아서 살짝 열어 보니 마커 세트가 들어 있었다.
아무 문구점에서나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고가 브랜드의 마커였다.
언젠가 사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있었던 터라 난 깜짝 놀라 아나스타샤를 바라보았다.
내 생각이라도 읽고 있었던 것 같다.
그녀는 경쾌하게 웃더니 허공에 무언가 휙휙 써내렸다.
“앞으로 사인할 일 많을 것 같아서.”
“잘 쓸게요…… 아나스타샤.”
음반 위나 큰 용지 위엔 확실히 만년필보단 마커가 훨씬 낫다.
정말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난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다음으로 류보비와 발렌티나도 내게 순서대로 선물을 건넸다.
귀여운 다이어리와 스트랩은 언제나 애용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자물쇠가 달린 귀중품용 상자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에르네스트는 약간 주저하면서 뒷 순번으로 빠지려다가 아나톨리와 리처드에게 떠밀리듯 앞으로 나섰다.
뭔지 모르겠지만 그가 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다 좋았다.
난 두말할 것도 없이 내 발끝을 내려다보았고, 내 시선을 따라 발 쪽을 본 에르네스트는 그가 작년에 선물해 준 실내용 슬리퍼를 내가 신고 있는 것을 보더니 웃어버렸다.
그리고 잘 포장한 무언가를 내게 건네주었다. 상자는 큰데 무척 가벼웠다.
“자, 받아.”
“고마워요. 내용물을 물어봐도 될까요?”
“……어지간하면 나중에 열어봤으면 좋겠는데.”
에르네스트가 그렇게 말한다면 나중에 혼자 몰래 열어보고 싶었지만, 옆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며 아우성이라서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난 어쩔 수 없이 조심스레 포장지를 열었다.
그 안에서 나온 스카프만으로도 난 정말 만족스러웠는데, 그보다 훨씬 날 놀라게 한 건 그 밑에 있는 악보들이었다.
“세상에…….”
오랜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악보들을 봐 왔다. 하지만 그건 거의 다 컴퓨터로 옮긴 악보들일 뿐이었다.
내 손에 들어오는 악보 중 친필로 된 원본 악보란 에르네스트가 준 것들뿐이었다.
그런데 이번 건 그가 준 것 중에서도 가장 고급스럽고 공이 많이 들어간 것이었다.
만지는 촉감마저도 부드러운 오선지 위에 유려한 필체로 알아보기 좋게 그려진 음표들. 지금껏 이렇게 아름다운 악보는 본 적이 없다.
음악에 대해 잘 모르는 누가 보더라도 예술품이라고 할 만하단 생각이 들 정도였다.
급하게 넘기면 혹여나 구겨지기라도 할까봐, 난 조심스럽게 몇 장 넘기면서 그 악보의 선율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리고 지금 눈으로 보여지는 이 아름다움만큼이나 그 음악도 훌륭함을 깨닫고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나와 눈을 마주친 에르네스트는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온천이 팔에 잘 듣는 것 같더라고.”
그 황당한 변명같은 말에 난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거기에 대한 답례치고는 너무 과한데요? 너무 과해요.”
“내가 득 보자고 곡을 헌정하거나 하진 않으니까. 아무튼…… 마음에 들어?”
“물론이죠!”
“그럼 됐어.”
그는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미소를 보였다.
난 다시 악보를 보며 작게 숨을 내쉬었다.
이 정도 되는 선물을 받으려면 크리스마스 선물에 생일 선물을 합쳐야 하는 것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크리스마스가 생일인 것도 나쁘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허락을 받고 그의 앞에서 이 곡을 연주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위해 난 애써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