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스크바의 여명-1099화 (1,099/1,277)

##  1099화

이곳에 온 목적은 오프닝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서이지만, 알레한드로의 선곡은 전적으로 타티아나에게 영향을 받아 있었다.

여러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티아나는 피하거나 움츠리지 않고 더더욱 턱을 곧게 들고는 자신의 수준을 증명해 냈다.

타오르는 불꽃처럼 당당한 그 모습은 알레한드로를 완전히 사로잡아 버렸다.

음악가로서 답례를 하지 않고선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지경이었다. 때문에 알레한드로는 불꽃 같은 타티아나를 위한 곡을 준비했다.

콩쿠르에서 연주할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손대지 않은 지 조금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기억해 내어 연주하는 데엔 큰 문제가 없었다.

모티브로 삼을 수 있는 타티아나가 바로 옆에 있었던 덕분이기도 했다.

‘만족해하는 것 같긴 하네.’

알레한드로는 최대한 성의를 보이고 싶었지만 이전에 타티아나에게 워낙 밉보일 짓을 많이 했기 때문에 사실 이것만으로 인상을 쇄신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미안한 마음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타티아나는 그의 연주를 듣고는 순수하게 음악가의 감상으로 박수를 보냈다.

보통 저 나이대의 아이들이라면 귀로 무엇이 들리든 삐딱하게 거부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당연할 텐데, 타티아나에겐 적어도 음악에 있어선 그러한 사적인 벽이란 것이 없었다.

그녀는 생각 이상으로 그릇이 큰 거물이었다. 여러 시험과 신경전을 거쳐 그런 확신을 얻었으니 앞으로 잘 지내보고 싶은데…….

{…….}

처음보다는 나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타티아나는 냉기가 느껴지는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먼저 홀 밖으로 나온 알레한드로는 어정쩡하게 입구 근처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곧이어 그녀가 뒤를 따라 나오다가 말고 뭐 하냐는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알레한드로는 등을 떠밀린 것처럼 얼른 복도로 나와선 적당히 근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기욤은 대화 장면을 원한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때문에 일단 알레한드로는 눈앞에 바로 보이는 테이블을 손으로 가리켰다.

{테이블이라면 저기 저 테이블을 말하는 건가?}

{앉아서 기다려 보죠.}

타티아나는 짧게 대답했고, 두 사람은 유리로 아름답게 장식된 창가에 위치한 테이블로 향했다.

이 고풍스러운 박물관엔 이렇게 곳곳에 사진 등을 찍기 좋은 장소도 많이 마련되어 있었다.

{창가 쪽에 앉을래?}

{그럴게요.}

알레한드로의 제안에 따라 타티아나는 창가 쪽 의자에 앉았다. 따사로운 햇살이 유리를 통해 들어와 타티아나를 비추었다.

그 따뜻함이 마음에 드는지 타티아나의 표정이 조금 녹았다. 마치 그림처럼 보이는 광경이었다.

창밖을 바라보는 타티아나를 잠시 보다가 알레한드로는 뒤늦게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가 앉는데도 타티아나는 돌아보지도 않고 계속 창밖만 보고 있었다.

잠시 그렇게 침묵이 흘렀다.

‘살다 살다 이렇게 어색한 건 처음이네.’

타티아나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들 줄은 몰랐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알레한드로는 그저 자신의 흥미에만 집중했을 뿐이었다.

에르네스트를 통해 알게 되었고, 몇 년 동안 지켜봤던 타티아나가 실제로 어떤 피아니스트인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본모습을 약간이나마 보게 된 지금, 알레한드로는 그녀와 잘 지내보고 싶었다.

잘 지내보고 싶다는 것에 이상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알레한드로는 에르네스트에게 칼 맞고 죽고 싶지 않았고, 그냥 열 살 많은 선배 음악가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알레한드로는 적어도 북남미에선 꽤 영향력이 있는 피아니스트였다.

만약 마음에 든 후배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면 얼마든지 쓸모 있는 선배가 되어 줄 생각이 있었다.

‘애매하긴 해.’

하지만 이제 와 선배니 뭐니 하면 타티아나가 진심으로 경멸할 것 같았고, 무엇보다 두 사람은 이제 며칠 후면 경쟁자로서 같은 콩쿠르의 무대에 서야 하는 관계였다.

나중에 친해진다면 몰라도 일단 지금은 냉랭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애초에 바로 친해지는 건 어려울 것 같아서 약간 괴롭혀 보기로 한 건데…… 그게 이렇게 후회될 줄은 몰랐다.

알레한드로는 바쁘게 머리를 굴렸다.

피아니스트로서 대하지 말고 그럼 평범한 이야기라도 해 볼까? 지금처럼 그냥 침묵하고 있는 것보다는 나을지도 모른다.

사고 친 건 직접 수습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알레한드로는 무작정 입을 열었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하던데.}

{무슨 이야기요?}

창밖을 멍하니 보고 있던 타티아나가 돌아보며 무미건조하게 물었다. 알레한드로는 첫 마디에 말문이 막혔다.

기욤이 대화 내용이 중요한 건 아니라고 했으니까 아무 잡담이나 상관없겠지만, 열 살이나 차이 나는 여자애한테 무슨 말을 해야 재미있을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끝말잇기나 할래?}

{이야기하는 척을 하자고요?}

{할 말이 없으면 그런 거라도 해야지.}

다행히 알레한드로가 생각 없이 무작정 던진 농담에 타티아나는 웃음을 보였다.

웃었다면 진 것이나 다름없다. 타티아나는 그 사실을 인정한다는 듯 창을 완전히 등지고 앉아선 알레한드로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게까지 할 말이 없진 않아요.}

러시아어가 아닌 영어로 말하는 타티아나의 말투에선 감정이 조금 더 순수하게 드러난다.

그녀는 음악을 듣고 자신이 느낀 감상에 솔직한 사람이었다.

{스크리아빈의 시곡…… 불꽃을 향하여. 맞죠?}

{역시 바로 알아봤네. 흔한 곡이 아닌데.}

{전 스크리아빈도 좋아하거든요. 음, 제 친구가 잘 연주하기도 하고요.}

그 말을 듣자마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피아니스트가 한 사람 있었다.

알레한드로는 생각난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타티아나를 조금 더 솔직하게 만들기로 했다.

{그 친구, 에르네스트지?}

{어……?}

타티아나는 눈을 크게 뜨며 깜짝 놀랐다.

그 모습에 만족한 알레한드로는 웃으며 설명했다.

{네 또래에 스크리아빈을 잘 친다고 할 만한 사람은 그 녀석 말곤 없잖아.}

스크리아빈의 곡을 제대로 연주할 줄 아는 10대 피아니스트는 찾아보기 힘들다.

테크닉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인상주의에서 현대 음악으로 넘어가는 그 과도기의 음악적 요소들을 이해하고 구사해 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 곳에서나 범용적으로 연주하기에 스크리아빈의 곡들은 너무 어렵다.

난해함을 연구하고 습득하더라도 그 결과로 얻을 수 있는 곡들의 효용성이 낮은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그 시간에 베토벤이나 쇼팽을 연습하는 것을 훨씬 더 선호한다.

하지만 이 세상의 여러 천재와 괴짜들 중엔 어린 나이에도 음악에 대한 이해가 깊은 피아니스트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에르네스트였다.

타티아나는 조금 당황한 것 같았지만 이내 현실적으로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걸 깨달았는지 작게 중얼거렸다.

{레퍼토리만으로도 그 정도로 특정되네요…….}

{충분히 그럴 만하지. 우리 세계는 생각보다 좁으니까.}

{그렇네요…….}

그녀의 표정에 여러 감정이 스친다. 조금만 더 해 보면 흥미롭게 들을 수 있을 법한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알레한드로는 이미 그녀를 너무 많이 괴롭혔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쯤 하기로 했다.

{어쨌든, 난 네게 답곡을 하고 싶었어. 불꽃을 향하여. 멋지잖아?}

혹시나 에르네스트를 의식하고 스크리아빈을 선곡했다고 생각되고 싶진 않았다.

알레한드로에겐 정말로 그럴 생각이 없었다. 몇 초 안에 타티아나에게 어울릴 만한 곡을 찾다 보니 스크리아빈의 시곡이 걸렸을 뿐이다.

{네가 음악을 대하는 모습이 마치 불꽃 같았거든.}

솔직하게 이유를 밝힌 것이었지만 어쩌면 질색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알레한드로는 말을 끝맺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과 달리 타티아나는 어쩔 줄 몰라 했다.

{당황스럽네요.}

{정말이라니까?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했었잖아.}

{그만하세요…….}

손등에 경의를 표하려 했을 때 거절하던 것과는 달리 힘이 없었다.

타티아나는 원래 칭찬에 약하고 겸손한 사람이기도 했지만, 음악으로 하는 표현엔 더더욱 약했다.

아무래도 알레한드로가 연주했던 음악이 제대로 그녀에게 닿은 듯했다.

결국 음악 이야기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판단한 알레한드로는 조금 더 자세를 편히 했다.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정해진 것 같네.}

{방금 연주했던 곡들에 대해서요?}

{그게 좋지 않겠어? 너도 궁금한 게 있을 테니까.}

{그래요.}

타티아나는 흔쾌히 승락하더니 정말로 알레한드로가 스크리아빈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묻기 시작했다.

스크리아빈의 무조 음악에 대한 구조적 이해와 신지학이 그 음악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견해 등 타티아나가 묻는 질문엔 깊이가 있었다.

알레한드로는 신중하게 생각해서 답해야만 했다.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을수록 타티아나의 표정은 갈수록 누그러졌다. 음악가로서 두 사람은 많은 부분을 공유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타티아나의 짧지만 예리한 질문이 다 끝나고, 그녀는 만족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저만 마음대로 물어봤네요. 죄송해요.}

{괜찮아.}

{이번엔 페테르손 씨의 차례예요.}

자연스레 타티아나는 알레한드로에게 순서를 넘겼다.

{무엇이든 괜찮으니 말씀해 주세요.}

타티아나는 진심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녀의 연주에 알레한드로가 답례하고 설명도 성실하게 해 준 것에 꽤 마음이 많이 풀어진 것 같다.

적어도 음악가로서 타티아나는 알레한드로를 인정하고 있었다.

당연히 알레한드로 역시 궁금한 것이 많았다.

{베르체노바. 넌 목소리에 맞춰 손을 튜닝하는 것 같던데…… 낼 수 있는 소리를 그렇게 통제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칭찬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몰입한 것 치고 네 연주 스타일은 상당히 얌전하더라. 원래 그렇게 움직임이 없는 편이야?}

알레한드로가 예전부터 흥미를 가졌던 부분이었다.

타티아나는 연주할 때 자세가 굉장히 꼿꼿한 편이다.

고유의 음색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것에 진심인 피아니스트라면 으레 자기도 모르게 음악에 빠져들어서 심취하기 마련인데, 타티아나는 그 태도만 보면 아주 객관적인 피아니스트처럼 보일 정도였다.

가만히 듣던 타티아나는 그 의문이 이해가 간다는 듯 옅게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원래부터 그랬다기보다는…… 저처럼 연습하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죠.}

{뭐?}

{소리를 원하는 대로, 원하는 만큼 낼 수 있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아시나요?}

편하고 좋겠지.

자신의 소리를 한 가닥 자아내기 위해 숱한 노력들을 해 왔던 알레한드로는 별 고민 없이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타티아나의 대답은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놀라지 않게 되어요.}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 알레한드로가 의뭉스레 바라보았다. 타티아나는 이어 설명했다.

{피아노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더라도 제가 의도한 것이니 놀라지 않을 수 있죠. 마치 스스로를 간지럽힐 수 없는 것처럼요.}

타티아나는 자신을 껴안듯 양손을 교차시키더니 직접 옆구리를 간질였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표정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약간 소름이 돋는 기분을 느끼며 알레한드로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양 옆구리에 닿아 있던 타티아나의 손은 천천히 위로 올라왔다.

{자신이 무엇을 할 건지 정확하게 알고 통제할 수 있으면 무의식적인 반사조차 억누를 수 있어요. 간지럽혀도 아무렇지도 않고.}

얼굴 부근까지 올라온 타티아나의 오른손이 눈앞으로 움직였다.

이어지는 그녀의 다음 행동을 보며 알레한드로는 경악했다.

타티아나가 검지와 중지를 펼쳐 자신의 눈 쪽으로 향하고는 갑자기 휙 하고 찌르는 시늉을 했기 때문이었다.

눈 바로 앞에서 손을 멈추면서 타티아나는 전혀 눈을 깜빡이지 않고 말했다.

{이렇게 눈을 찌르려고 해도 눈을 감지 않을 수 있죠.}

반사를 억누를 수 있다는 말을 직접 시연하는 모습을 보여 알레한드로는 그녀에게서 광기 어린 집념을 느꼈다.

단지 인간이라면 가능하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음악 역시 연주하면서 몸이 무의식적인 반사로 따르는 것을 억누를 수 있다는 의미로 지금 이 예시들을 들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들을 같은 부류로 설명한다는 것 자체가 타티아나의 천재성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타티아나는 부족하다는 듯 이어 말했다.

{하지만 이래선 제 빈곤한 상상력에 모든 걸 맡길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되면 점차 전 제 껍데기 속에 갇혀 죽게 될 테고요.}

알레한드로는 슬슬 깨닫고 있었다.

피아니스트 타티아나의 수준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먼 곳에 위치해 있었다.

거의 초인적인 정신력을 요구하는 그 경지를, 타티아나는 당연하다는 듯 따르고 있었다.

알레한드로는 할 말을 잃었다. 타티아나가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그러니 가끔은 조금씩 더 깊은 곳을 건드릴 필요가 있어요.}

{깊은 곳?}

{반사를 억누를 수 없는 곳이요. 예를 들자면…….}

잠시 생각하던 타티아나는 이내 주저 없이 다시 손을 들더니 이번엔 입 쪽으로 가져갔다. 그리곤 그대로 손가락을 깊게 물었다.

{으욱…….}

알고 행동해도 참을 수 없는 반사 행동이 튀어나온다. 타티아나는 그것을 간신히 참아 내고는 손가락을 빼고 고개를 들었다.

{이렇게요.}

{…….}

타티아나가 구사하는 음악은 단순히 아름다운 완성도를 갖추는 데에서 멈추지 않는다.

인간의 마음을 깊게 찔러 들어와선 뒤흔들어 놓는 예리함. 숨통을 틀어쥐고 조이는 압박감. 그것들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타티아나는 지금 분명하게 알려 주었다.

{하하…….}

만약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완벽하게 먹혀들었다.

타티아나가 자신의 음악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설명하는 방식을 보며 알레한드로는 진심으로 무서워졌다.

냅킨으로 손가락을 닦는 모습을 보면 겸손하고 본데 있는 아가씨로만 보인다.

그러나 그 내면의 불꽃에선 인간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일렁이고 있었다.

‘알면 알수록 그 깊이를 모르겠군…….’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알레한드로는 앞으로도 그녀를 결코 알 수 없을 것 같다는 기분을 느꼈다.

때문에 그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왜 내 앞에서 그런 걸 보여 주지?}

손등에 키스하는 것마저 질색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 앞에서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알레한드로는 그녀의 행동이 굉장히 이중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타티아나는 그를 음악적 이해를 교류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로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친구들 앞에서 이런 걸 보여 줄 순 없잖아요?}

타티아나는 친구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했다.

그 일관적인 태도는 음악가로서의 자신의 일면을 내보이는 지금도 전혀 변함없이 지켜지고 있었다.

알레한드로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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