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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닉 x 네크로맨서-17화 (17/152)

17화. 가짜 네크로맨서

시스템이 안내한 곳엔 5톤 트럭만 한 에어로트럭과 배틀슈트로 무장한 용병 넷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쪽이 크릭의 머신컴퍼니 소개로 온 헌터입니까?"

내가 에어로트럭으로 다가서자, 검은 단발머리의 여자용병이 내게 물었다.

< 다수의 언데드 악취를 발견했습니다. >

< 좀비의 악취와 유사도 15.2% >

< 3단계 강화시술자들입니다. >

그때 시스템 메세지가 올라왔다.

에디와 그녀의 동료들은 하나같이 광택이 없는 검은 배틀슈트를 입고 있었다.

눈에 띄는 건 그 배틀슈트를 장식한 셀 수도 없이 많은 상흔들이었다.

"내가 아서요."

"칼슨 용병단의 에디 겔로입니다. 근데 그 무기는...?"

에디 겔로라는 여자용병이 내 헤비머신건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뭐야? 저거 RT9 아니야?"

"설마 레트만의 몰락?"

"맞는 것 같은데?"

내 헤비머신건 RT9을 알아본 다른 용병들도 웅성거리긴 마찬가지였다.

"어떤 미친놈이 사냥하러가는 데 저런 무식한 물건을 들고와?"

"지미!"

회색눈의 남자가 나보고 들으라는 듯이 얘기하자, 에디 겔로라는 여자용병이 그의 이름을 불러 제지했다.

그 순간, 지미라는 용병은 입을 다물고 뒤로 물러났다.

'저 여자가 용병 책임자인 모양이군.'

하지만 얼굴을 굳힌 건 지미뿐만이 아니었다.

"에디, 우린 이번에 장벽에서 10킬로미터 이상 떨어질 지도 모르잖아."

"프랭크 말도 일리가 있어."

"총성은 좀비를 불러들인다고. 난 둘러쌓여 죽기는 싫어."

다른 용병들도 지미의 말에 호응했다.

재미있는 건, 총성을 두려워하는 용병들이 하나같이 등 뒤로 샷건을 매고있었다는 점이었다.

'자기들도 다 등에 샷건 하나 씩 들고 있잖아?'

< 샷건용 소음기가 장착된 모델들입니다. >

그러고 보니 총구 끝에 뭔가 달려있는거 같긴 했다.

용병들의 반응을 확인한 에디라는 여자용병이 내게 물었다.

"장벽 안과 밖은 전투환경이 많이 다릅니다. 당신의 헤비머신건에 대한 소음대책이 없다면 같이 임무를 수행하긴 어려워요."

"소음이라면 걱정할 필요 없소."

난 오늘 아침에 급하게 만든 소음마법진을 떠올리며 자신있게 대답했다.

그건 초소형마력로에서 추출한 차폐마법식을 개량한 버전이었다.

"확인해볼 수 있을까요?"

"얼마든지."

그러자, 여자용병 에디가 1 크레딧짜리 코인을 하나 꺼내들었다.

그리곤 내 눈을 마주보더니, 하늘을 향해 튕겨올렸다.

핑! 하는 소음과 함께 코인이 50미터 넘게 튕겨오른 순간이었다.

내 코어에서 뻗어나간 마력이 반경 3미터에 달하는 공간을 감싸안아버렸다.

< 소음마법 주문이 발동됐습니다. >

내가 허공에 마법진을 구축한 순간, 시스템이 메세지를 띄워올렸다.

난 마법이 정상적으로 시전된 걸 확인하고 헤비머신건 RT9을 들어올렸다.

< 사선을 연장해 사격을 보조합니다. >

< 예상 피격지점과 탄도궤적을 표시합니다. >

그러자 내 눈앞에 예상 피격지점이 반투명한 십자가 형태로 그려졌다.

흡사 FPS게임을 하는 기분이었다.

< 목표물 높이 61.49미터. >

< 바람방향 동서풍 초속 1.9 미터 >

< 사거리가 1킬로미터 미만이므로 자전속도는 계산하지 않습니다. >

< 풍속과 풍향, 동전의 추락예정궤도를 계산해 조준점을 계산합니다. >

< 정조준됐습니다! >

난 시스템의 안내에 따라 방아쇠를 당겼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내 몸이 거칠게 밀렸다.

'일반인은 감당하지 못할 반동이야.'

< 일반인이었다면 어깨뼈에 금이 갔을 충격량입니다. >

그와 동시에 최고높이에 도달한 코인이 내가 쏜 탄환에 맞아 산산조각나는 모습이 보였다.

"사격실력은 제법인데?"

"RT9이 500킬로그램 정도였지? 그런 무거운 총을 들고 저렇게 가볍게 움직인다고?"

용병들은 무거운 헤비머신건으로 갑자기 던져올린 코인을 맞춘 내 사격실력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 오히려 인상을 굳히는 사람도 있었다.

"사격실력은 인정해드리죠. 하지만 소음이 너무 컸던 건 아서 씨도 인정하시겠죠?"

여자용병 에디는 안타깝다는듯 고개를 저어보이며 물었다.

"거기, 지미라고 했던가? 당신이 듣기에도 시끄러웠나?"

내가 묻자, 회색눈의 용병 지미가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땅이 조금 울리긴 했어. 하지만 소리는... 방금 전에 당신이 묻기 전까지는 에디와 프랭크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어."

< 소음마법 주문의 개선점을 파악했습니다. >

< 구형으로 구성된 마법진의 형태로는 땅을 통해 전달되는 진동을 완벽히 차단하지 못합니다. >

< 마법진 구조를 지표면 위에서 차단하는 형태로 변경하시겠습니까? >

'그래. 차라리 반구형 형태로 개선하는 게 낫겠군.'

시스템이 띄워준 소음마법진의 구성을 현실에 맞게 실시간으로 고치는 데, 프랭크라는 곱슬머리 용병이 물었다.

"소리를 차단하는 범위가 너무 넓지 않나?"

"그렇군. 의사소통이 안되면, 전투에 방해가 될 수 있겠어."

"지미가 안들렸을 정도면... 소음범위는 대략 반경 3미터쯤되겠군."

"어차피 우린 전투 중에 내부통신망을 사용하니까 소음범위가 그보다 넓어도 상관은 없잖아?"

휘하 용병들의 얘기를 들은 에디가 물었다.

"아서 씨. 혹시 3미터 범위 안에서 전파까지 방해하는 건 아니겠죠?"

"전파방해 기능은 없소."

내가 대답한 순간, 지미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팀장도 참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니까? 통신망 교란기능까지 있으면 그건 전략무기잖아? 기업 간 전투도 아니고 이런 곳에 들고 올 리가 없지."

그의 말을 들은 용병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에디라는 여자용병까지.

'전파방해 기능이 그렇게 대단한 건가?'

< 용병들의 말만으로는 정보의 가치측정이 불가능합니다. >

< 장벽을 벗어난 이후 온라인 접속이 불가능해졌습니다. >

< 장벽방어군으로부터 3등 시민 이하는 장벽 밖에서 팔미라 시의 통신망을 이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

"그나저나 팀장, 괜찮겠어?"

그때 프랭크라는 용병이 여자용병 에디에게 물었다.

"뭐가?"

"교범에 따르면 헤비머신건은 지참불가무기에 올라가 있잖아?"

"지미, 방금 녹화한 영상파일 보내봐."

에디는 내 사격장면이 담긴 영상을 확인하는 지 잠시 말이 없어졌다.

"이 정도 소음 차단이면 문제 없겠어. 애초에 지참불가인 이유도 총성 때문이니까."

"하긴, 총알이 충돌할 때 나는 소리 정도는 우리 무기에서도 발생할 수 있긴 하지."

"기껏해야 스프린터 잡는 사냥에서 20mm 탄의 탄착음만큼 큰 소리를 낼 일이 어디있어?"

프랭크가 50센치미터 정도 되는 숏소드를 뽑아들며 허공을 휘젓자, 지미가 또 다시 딴지를 걸었다.

"그만. 우리도 그 정도 소음은 언제든지 낼 수 있어. 격발음만 감출 수 있으면 문제없으니까 이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마."

에디는 그렇게 문제를 매듭짓고 날 불렀다.

"소음문제는 해결됐어요. 전투 시에 아군을 사격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주세요."

"알았소."

"그럼 다 모인 것 같으니, 오늘 사냥의 책임자이신 스톨즈님께 인사드리러 가죠."

그러자 에디는 우리를 이끌고 에어로트럭의 운전석 방향으로 향했다.

에디가 노크하려는 순간, 트럭의 문이 위로 올라가고 짙은 갈색머리를 뒤로 넘긴 남자가 내렸다.

푸른 눈의 남자는 얼굴의 반을 수염으로 뒤덮은 모습이었다.

"스톨즈님, 오늘 사냥에서 좀비인자 채집을 도울 용병들입니다."

스톨즈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용병들을 바라보며 고갯짓했다.

그러자 용병들이 차례로 나와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3단계 강화시술자 프랭크 밀먼입니다. 2급 네크로맨서이신 스톨즈님을 만나뵙게되어 영광입니다."

"3단계 강화시술자 빅터 그로스입니다. 늦었지만 17세의 어린 나이로 2급 네크로맨서 시험에 통과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3단계 강화시술자 지미 쿠퍼입니다. 암셀 연구소의 후계자를 보좌할 기회를 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왼쪽 가슴에 오른손바닥을 포개고 살짝 허리를 숙이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건 의뢰인에 대한 존중이라고만 보기엔 조금 지나친 면이 있어보일 정도였다.

"그쪽은 아서라고 했지?"

스톨즈는 내 차례가 되자 기다리지 않고 내게 먼저 물었다.

"사격영상은 나도 안에서 확인했어. 내가 알기론 RT9에는 그런 종류의 소음기능이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는데, 직접 튜닝한 건가?"

그건 얼굴의 반을 가릴만큼 덥수룩한 수염의 주인이라기엔 너무 앳된 목소리였다.

하지만 내가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건, 그의 목소리 때문이 아니었다.

스톨즈의 미간에서 뻗어나간 검은 실이 에어로트럭의 조수석까지 이어져있었기 때문이었다.

< 한 기의 스켈레톤을 발견했습니다. >

그곳엔 눈과 광대뼈를 따라 다이아몬드를 박아넣고 황금으로 온몸을 치장한 스켈레톤이 앉아있었다.

칠흑 같은 기운은 스톨즈의 미간과 스켈레톤의 미간을 이어주고 있었다.

'흥미롭군. 저 기운... 죽음의 기운인가?'

< 사령술에 관한 천부적인 재능이 빛을 발합니다! >

< 죽음의 기운에 대한 이해가 한층 깊어졌습니다. >

< 언데드 종속술식을 발견했습니다. >

< 사령술의 기초를 터득하셨습니다. >

< 커먼 등급의 스킬 [스켈레톤 소환] 주문을 습득하셨습니다. >

내가 스켈레톤과 네크로맨서를 잇는 죽음의 기운의 결속구조를 꿰뚫어본 순간, 시스템 메세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시스템 메세지에 관심을 둘 겨를이 없었다.

네크로맨서의 왼쪽 어깨를 뒤덮은 하얀 견갑때문이었다.

자세히 보니 그건 단순한 어깨갑옷이 아니라 죽음의 기운으로 강화한 뼈 갑옷 같았다.

< 사령술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습니다. >

< 커먼 등급 스킬 [본 아머] 주문을 습득하셨습니다. >

< 보는 것만으로도 주문을 훔치시다니, 경이로운 재능입니다! >

"아서 씨! 스톨즈님은 2급 네크로맨서시라는 거 못 들었어요?"

그때 에디가 내 어깨를 툭! 하고 쳐서 날 일깨우려했다.

"스톨즈님 죄송합니다. 제가 미리 교육하고 데려왔어야 했는데..."

"아니야. 이 친구가 스켈레톤을 처음 봐서 놀란 모양인데?"

"아! 처음 보긴 합니다."

내 대답은 사실이었다.

모니터 속에서 뛰어다니는 스켈레톤이야 수십만 마리를 사냥해봤다.

하지만 현실에서 살아움직이는 스켈레톤을 본 건 오늘이 처음이었으니까!

그때, 스톨즈의 미간에서 굵은 죽음의 기운이 실을 타고 뻗어나갔다.

죽음의 기운이 마침내 스켈레톤에게 닿자, 스켈레톤이 조수석에서 내려 스톨즈 옆에 섰다.

"처음이라면 놀랄만하지. 직접 보니 어떤가?"

"놀랍군요."

"그렇지? 사실, 강화시술만 잘한다고 네크로맨서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건 아니야. 네크로맨서라면 언데드를 부릴 수 있어야지!"

스톨즈는 신이나서 자랑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그가 예상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에서 놀라고 있었다.

'종속술식이 너무 허술해서 놀라울 정도야.'

스톨즈는 필요할 때마다 죽음의 기운을 보내서 스켈레톤을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이라면 스켈레톤을 움직이는 동안 네크로맨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돼.'

그건 비효율적이었다.

< 언데드 종속술식의 문제를 파악하셨습니다. >

< 해당 종속술식은 언데드의 사고능력을 저해하는 방향입니다. >

< 스켈레톤의 데스소울이 매우 약한 수준입니다. >

< 네크로맨서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구동할 수 없습니다. >

'이런 언데드로 전투를 수행할 수 있나?'

< 전투수행이 불가능한 모델입니다. >

< 무기와 방어구 대신 보석으로 치장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장식용 언데드일 가능성이 93%입니다. >

< 오프라인 예측모델에 의한 것으로 현실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 참고용으로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

' 이 경우는 맞는 것 같군'

난 그제야 스톨즈가 했던 말들이 이해가 갔다.

강화시술만 잘한다고 네크로맨서가 아니다.

언데드를 부릴 수 있어야한다.

'스켈레톤에 비하면 테리의 전투능력은 경이로운 수준이긴 했지.'

이 세계의 네크로맨서들이 네크로맨시를 버리고 강화시술에 전념한 결과, 스켈레톤이 전투가 불가능할 정도로 퇴보해버린 것 같았다.

'스켈레톤 소환과 본 아머. 둘 다 너무 처참한 수준이군.'

난 어떻게 하면 두 주문을 개선할 수 있을 지 고민해봤다.

그 순간, 몇 가지 아이디어가 내 뇌리를 스쳤다.

그때, 자기자랑을 마친 스톨즈가 내 구상을 방해했다.

"자, 각자 소개는 끝난 것 같으니 슬슬 출발할까?"

자신의 스켈레톤을 자랑하느라 내게 헤비머신건 튜닝에 관해 물었던 것도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그가 에어로트럭의 운전석에 오르자, 에디 또한 지시하기 시작했다.

"아서 씨는 트럭 위에서 경계해주시고, 나머지는 지정된 위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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